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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2023. 5. 23. 선고 2022노2074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사)] 상고[각공2023하,534]
판시사항

피고인이 승용차를 운전하다 과실로 편도 2차로 도로의 1차로와 2차로 사이에 누워 있던 피해자를 승용차의 좌측 바퀴로 역과한 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도주함으로써 피해자를 현장에서 머리 부위 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사고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업무상과실이 있다거나 설령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과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승용차를 운전하다 과실로 편도 2차로 도로의 1차로와 2차로 사이에 누워 있던 피해자를 승용차의 좌측 바퀴로 역과한 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도주함으로써 피해자를 현장에서 머리 부위 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이다.

사고 장소는 자동차전용도로는 아니지만 편도 2차로, 왕복 4차로 도로로서 상당히 넓었고, 도로 가운데에는 중앙분리대까지 설치되어 있는 등 사람의 횡단을 예상하기는 어려운 곳이어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한밤에 그와 같은 편도 2차로 도로의 중간인 1차로와 2차로에 걸쳐 누워 있는 이례적인 상황을 예견하기 어려웠던 점, 사고 발생 시간은 한밤이고 사고 장소에는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조명이 전혀 없었으며, 당시 비가 내리는 등의 기상상황으로 달빛 등 자연광도 없었고 피해자의 하의는 어두운 계통의 색이어서 피고인이 사고를 회피하기 충분한 거리에서 피해자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음을 예상할 수 있는 점, 피고인은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주행하기는 하였으나, 초과한 속도가 시속 약 6km에 불과하고, 법원의 도로교통공단에 대한 사실조회회신에 따르면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준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제동장치의 조작을 통한 사고회피 가능성은 없었다고 보이며, 사고가 난 도로의 1차로 쪽에는 중앙분리대가, 2차로 쪽 진행방향 앞부분에는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어 피해갈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았고, 사고 장소에 아무런 외부 조명이 없어 운전자로서는 도로 밖 공간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인이 순간적인 조향장치 조작을 통해 피해자를 피해갈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사고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업무상과실이 있다거나 설령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과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이다.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검사

안창인 외 1인

변호인

변호사 안형진

원심판결

대구지법 의성지원 2022. 6. 9. 선고 2021고단134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이 사건 사고 당시 상황에 비추어 피고인으로서는 도로에 누워 있던 피해자를 미리 발견한 후 회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설령 과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는 잘못을 범하였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

피고인은 (차량번호 생략) 아반떼 승용차의 운전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20. 6. 24. 22:52경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경북 의성군 (주소 생략) 앞 편도 2차로의 도로를 의성읍 쪽에서 봉양면 쪽으로 2차로를 따라 시속 약 70km의 속도로 진행하게 되었다. 당시는 야간이고 비가 내려 노면이 젖어 있는 상태였으므로, 자동차의 운전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20/100을 줄인 속도로 감속 운행하고, 전방주시를 철저히 하고 제동장치 및 조향장치를 정확히 조작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한 채 제한속도인 시속 64km(제한속도인 시속 80km의 80%)를 초과한 시속 약 70km의 속도로 주행하고, 전방주시의무를 태만히 한 채 운전한 과실로 편도 2차로 도로의 1차로와 2차로 사이에 누워 있던 피해자 공소외 1(남, 23세)을 위 승용차의 좌측 바퀴로 역과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게 하였음에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도주하여 피해자를 같은 날 22:58경 현장에서 머리 부위 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항소이유와 같은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고인에 앞서 이 사건 사고 장소를 지나간 공소외 2가 원심법정에서 ‘피해자가 밝은 색의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약 50m 전방에 누워 있는 피해자를 발견한 후 회피할 수 있었다.’고 증언한 점, ② 공소외 2에 앞서 이 사건 사고 장소를 지나간 공소외 3과 공소외 4 역시 도로에 누워 있는 피해자를 사전에 발견한 후 회피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비록 이 사건 사고 당시 비가 내리고 주변이 어두워 시야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더라도 도로에 누워 있는 피해자를 사전에 발견한 후 회피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외부환경을 고려하여 차량 속도를 조절하고 전방주시의무를 다하여야 하는 것이 운전자에게 부과된 업무상 주의의무인바, 피고인이 외부환경에 맞추어 감속을 하고 전방주시의무를 보다 세심하게 이행하였을 경우 선행차량들과 같이 도로에 누워 있는 피해자를 사전에 발견한 후 이를 회피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이상 피고인에게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이 법원의 판단

1) 관련 법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자동차 등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 의 죄를 범한 해당 자동차 등의 운전자”란 자동차 등의 교통으로 인한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과실이 없는 사고운전자나 과실과 사람의 사상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1. 5. 28. 선고 91도711 판결 등 참조).

자동차의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하여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하여 이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대법원 1985. 7. 9. 선고 85도83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도로를 운행하는 운전자는 상대방 교통관여자 역시 제반 교통법규를 준수할 것을 신뢰하고 이러한 신뢰에 기초하여 운행을 한 이상 그 운전자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배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4134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비롯한 이 사건 기록을 통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업무상과실이 있다거나 설령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① 이 사건 사고 장소는 의성읍에서 봉양면으로 가는 (도로명 생략)인데, 자동차전용도로는 아니지만 편도 2차로, 왕복 4차로 도로로서 상당히 넓었고, 도로 가운데에는 중앙분리대까지 설치되어 있는 등으로 인하여 사람의 횡단을 예상하기는 어려운 곳이었다. 그런데 피해자는 한밤에 그와 같은 편도 2차로 도로의 중간인 1차로와 2차로에 걸쳐 누워있었는바, 피고인으로서는 사고 당시 그와 같은 이례적인 상황을 예견하기는 어려웠다고 봄이 상당하다.

② 이 사건 사고 발생 시간은 22:52경으로서 한밤이었고, 이 사건 사고 장소에는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는 등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조명이 전혀 없었으며, 당시 비가 내리는 등의 기상상황으로 인해 달빛 등 자연광도 없었다. 그리고 피해자의 의복은 상의는 밝은 계통의 색(밝은 회색)이었으나 하의는 어두운 계통의 색(진한 남색)이었다. 따라서 당시 피고인이 사고를 회피하기 충분한 거리에서 피해자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음을 예상할 수 있다.

③ 피고인은 제한속도인 시속 64㎞(이 사건 도로의 제한속도인 시속 80㎞에서 비가 내려 노면이 젖어 있었음에 따른 20/100 하향)를 초과하여 시속 약 70㎞의 속도로 주행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초과한 속도가 시속 약 6㎞에 불과한 데다가, 아래와 같은 내용의 이 법원의 도로교통공단에 대한 사실조회회신에 따르면 설령 피고인이 제한속도인 시속 64㎞를 준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제동장치의 조작을 통한 사고회피 가능성은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다(특히 이 사건에 있어 피해자는 보행 중이 아니라 누워 있었고 또 하의가 어두운 색이었으므로, 가시거리가 아래의 약 37m보다 더 짧았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사건 도로의 1차로 쪽에는 중앙분리대가, 2차로 쪽 진행방향 앞부분에는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어 피해갈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점과 이 사건 사고 장소에 아무런 외부 조명이 없었음에 따라 운전자로서는 도로 밖 공간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순간적인 조향장치 조작을 통해 피해자를 피해갈 것을 기대할 수도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 피고인과 같은 몸무게의 운전자 1명이 탑승한 차량이 제한속도인 시속 64㎞의 속도로 노면이 젖은 아스팔트 도로를 진행하다 제동을 한 경우에 있어, 정지거리주1)는 약 44.66m(= 공주거리 약 17.78m + 제동거리 약 26.88m)이다.
○ 아무런 외부 조명이 없는 한밤에 피고인 차량과 같은 종류의 차량이 전조등 중 하향등주2)을 켰을 경우, 운전자가 백색 의복을 착용한 보행자를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는 가시거리는 약 37m이다.

④ 원심은, 피고인 차량에 선행한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가 피해자를 피하여 운전함으로써 사고를 발생시키지 않았음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게 과실이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우선 공소외 2의 경우, 하향등이 아닌 상향등을 켜고 있었을 뿐 아니라 운전을 직업(신문배송)으로 하는 사람이었으므로 그의 사고회피 사실을 가지고 피고인의 주의의무위반을 추단할 수는 없다(공소외 2는 원심에서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라는 취지로 증언하기까지 하였다). 다음으로 공소외 3, 공소외 4의 경우, 위 사람들이 상향등과 하향등 중 어떤 것을 점등하고 운전하였는지 확인되지 않는 등 그들의 운전 상황에 관한 아무런 증거가 없어 마찬가지로 그들의 사고회피 사실을 가지고 피고인의 주의의무위반을 추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쓰는판결이유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위 2의 가.항 기재와 같은데, 이는 위 2의 다.항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이유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경훈(재판장) 정석원 이은정

주1) ‘정지거리’란 운전자가 전방의 위험을 인지한 때부터 제동장치를 조작하여 차량이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진행한 총거리를 말하는 것으로서 ‘정지거리 = 공주거리 + 제동거리’의 산식으로 산출된다. 여기서 ‘공주거리’란 일반적으로 운전자가 장애물 등의 위험을 인지하고서 즉각 제동장치를 조작하여 실제 그에 의한 제동효과가 처음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진행한 거리를 말하고, ‘제동거리’란 실제로 제동장치가 작동하여 최초의 제동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때부터 제동력의 계속적 작용에 의하여 차량이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진행한 거리를 말한다.

주2) 검사는 피고인이 상향등이 아닌 하향등을 켜고 운전한 것 또한 과실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도로교통법 제37조 제1항은 밤에 도로에서 차를 운행하는 경우 전조등, 차폭등, 미등과 그 밖의 등화를 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밤에 차가 서로 마주보고 진행하거나 앞차의 바로 뒤를 따라가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등화의 밝기를 줄이거나 잠시 등화를 끄는 등의 필요한 조작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며,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19조는 도로에서 차를 운행할 때 켜야 하는 등화의 종류는 자동차의 경우 자동차안전기준에서 정하는 전조등, 차폭등, 미등, 번호등이라고 규정하고, 제20조는 서로 마주보고 진행할 때에는 전조등의 밝기를 줄이거나 불빛의 방향을 아래로 향하게 하거나 잠시 전조등을 끌 것, 앞의 차 또는 노면 전체의 바로 뒤를 따라갈 때에는 전조등 불빛의 방향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전조등 불빛의 밝기를 함부로 조작하여 앞의 차의 운전을 방해하지 아니할 것, 모든 차의 운전자는 교통이 빈번한 곳에서 운행할 때에는 전조등 불빛의 방향을 계속 아래로 유지할 것을 규정하는 등 자동차 전조등 중 하향등과 상향등의 등화와 관련하여 일정한 경우 상향등 등화를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하는 규정은 있지만 상향등의 등화를 강제하는 규정은 없다. 즉 이 사건 사고 당시 반대차로에서 마주보고 진행하는 차량이나 바로 앞에서 진행하는 차량이 없어 피고인이 상향등을 켜고 운행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상향등을 켜지 아니하고 운행한 것이 주의의무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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