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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3. 11. 26. 선고 93구16774 제9특별부판결 : 확정
[요양불승인처분취소청구사건][하집1993(3),524]
판시사항

1. 피재자가 외국인인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요양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는지 여부

2. 체류자격 없는 외국인의 고용을 금지하는 구 출입국관리법(1992. 12. 8. 법률 제4522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제15조 제2항 에 위반한 행위의 효력

판결요지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 자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다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린 경우에는 요양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는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외국인 근로자에게 그 적용을 배제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피재자가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그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요양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

2.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외국인의 고용을 금지하는 구 출입국관리법(1992. 12. 8. 법률 제4522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제15조 제2항 은 국가가 외국인의 불법체류를 단속할 목적으로 이를 금지하는 단속법규에 불과하므로 이에 위반하여 한 행위에 대하여는 소정의 벌칙이 적용될 뿐 행위 자체의 법률상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원고

아키노 엘 시바은

피고

서울동부지방노동사무소장

주문

피고가 1991. 10. 31.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원고가 필린핀 국적을 가진 외국인으로서, 소외 전오식이 경영하는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 16의 16 소재 에이 아트 공업사에서 프라스틱 사출공으로 종사하여 오던 중 1992. 10. 2. 02 : 00경 위 공업사 성형사출부 작업실에서 성형사출기에 프라스틱 원료를 투입하다가 왼손이 딸려 들어가는 바람에 좌 제2 내지 5 수지 좌멸창 골절(분쇄개방성)상 등의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같은 해 10. 26. 피고에 대하여 요양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고용체류자격이 없는 외국인 근로자인 원고가 불법취업중 발생한 재해로서 이는 산업재해보상법에 의한 보상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같은 해 10. 31. 원고에 대하여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불승인처분이라 한다)을 한 사실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원고가 불법체류중인 외국인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이고, 근로기준법상 외국인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규정이 없으며, 인도주의적 견지에서도 산업재해보상법의 적용을 받아야 함에도 이와 달리 보고 한 이 사건 불승인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고용체류자격 없이 국내사업장에 불법취업한 외국인으로서 그 사업주와 체결된 고용계약은 구 출입국관리법(1992. 12. 8. 법률 제4522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5조 제2항 에 위반되는 불법고용계약이므로 원고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며, 따라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도 적용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불승인처분은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판 단

(1) 그러므로 살피건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조 제2항 , 제1항 제1호 , 제4조 , 근로기준법 제78조 의 각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급여는 근로자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다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린 경우에 보험급여를 받을 자(이하 “수급권자”라 한다)의 청구에 의하여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 제2항 에 의하면, 같은 법에서 “근로자”라 함은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근로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근로기준법 제14조 에 의하면, 같은 법에서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 자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다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린 경우에는 요양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 할 것이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외국인 근로자에게 그 적용을 배제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외국인의 지위를 보장한 헌법 제6조 , 국적에 따른 근로조건의 차별대우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5조 의 각 규정의 입법취지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가 산업재해에 관하여 국가가 보험자로서 재해보상책임을 져야 할 각 사업주, 사용자들을 보험가입자로 하고 재해보상청구권자인 피재자를 수급권자로 하여 산업재해발생시 사업주 등이 낸 보험료로 피재근로자에게 신속, 공정하게 재해보상을 실시하는 보험제도의 일종으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조 , 제4조 ), 이로써 근로자 보호에 충실을 기함과 동시에 사업주 등이 부담할 배상의 위험을 분산, 경감시키려는 그 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피재자가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그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요양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구 출입국관리법 제15조 는 외국인의 체류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그 제1항 에서 “외국인은 허가된 체류자격과 체류기간의 범위 안에서 대한민국에 체류할 수 있다”고, 그 제2항 에서 “누구든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고용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외국인을 고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각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5조 제6호 , 제82조 제5호 에 의하면, 같은 법 제15조 제1항 의 규정에 위반한 외국인은 강제퇴거됨과 동시에 형사처벌을 받으며, 같은 법 제84조 제1호 에 의하면, 같은 법 제15조 제2항 의 규정에 위반한 내국인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도록 각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법은 대한민국에 입국하거나 대한민국에서 출국하는 모든 사람의 출입국관리와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등록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서( 같은 법 제1조 ), 위 같은 법 제15조 제1항 , 제2항 의 각 규정은 모두 국가가 외국인의 불법체류를 단속할 목적으로 이를 금지 또는 제한하는 단속법규에 불과하므로 위 각 규정에 위반하여 한 행위에 대하여는 위에서 본 소정의 벌칙이 적용될 뿐 행위 자체의 법률상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위 관련법규에 관한 해석을 종합하여 보면, 고용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외국인과 국내사업장의 사업주가 구 출입국관리법 제15조 제1항 , 제2항 의 각 규정에 위반하여 고용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외국인이 같은 법 제45조 제6호 , 제82조 제5호 에 의하여 강제퇴거됨과 동시에 형사처벌을 받고, 그 사업주가 같은 법 제84조 제1호 에 의하여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 근로계약은 유효하므로 그 외국인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며, 따라서 그가 산업재해보상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다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린 경우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요양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 할 것이다.

(2) 그런데 갑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필리핀 국적을 가진 외국인으로서, 고용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하고 1992. 3. 28. 위 전오식과 고용계약을 체결한 후 그 시경부터 동인이 경영하는 위 에이 아트 공업사에서 프라스틱 사출공으로 종사하여 오던 중 같은 해 10. 2. 02 : 00경 위 공업사 성형사출부 작업실에서 성형사출기에 프라스틱 원료를 투입하다가 왼손이 딸려 들어가는 바람에 좌 제2 내지 5 수지 좌멸창 골절(분쇄 개방성)상 등의 부상을 입은 사실, 한편 위 에이 아트 공업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사업장인 사실이 각 인정된다.

(3) 위 인정사실을 위에서 본 관련법규정에 관한 해석에 비추어 보면, 외국인으로서 고용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원고와 국내사업장의 사업주인 위 전오식이 고용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구 출입국관리법 제15조 제1항 , 제2항 의 각 규정에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그 고용계약은 유효하므로 원고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사업장인 위 공업사에 근로를 제공하다가 업무상 부상을 입은 이상 산업재해보상보험상의 요양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 할 것임에도, 피고가 이와 달리 보고 한 이 사건 불승인처분은 위법하다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불승인처분은 위법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건웅(재판장) 서기석 손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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