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6고합893 준강간
피고인
A
검사
박채원(기소), 김재화(공판)
변호인
변호사 최현윤
판결선고
2019. 2. 18.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일본 국적의 외국인이고, 피해자 ○○○ ○○(여, 21세)은 호주 국적의 외국인이다. 피고인은 2016. 8. 20. 피해자가 피고인이 묵고 있던 서울 강남구 B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하게 되면서 피해자와 처음 알게 된 사이이다.
피고인은 2016. 8. 21. 00:00경부터 같은 날 06:00경까지 사이에 피해자 및 같이 투숙한 일행 1명과 클럽에 가서 술을 마시는 등 함께 술을 마시며 어울려 놀다가 게스트 하우스에 돌아오게 되었다.
피고인은 같은 날 07:57경 피해자가 만취하여 위 게스트하우스 거실 소파에 속옷을 입지 않은 채 쓰러져 잠든 것을 발견하고 위 피해자를 간음할 것을 마음먹은 뒤 피해자의 상태와 다른 사람들이 거실에 있는지를 살피다가 위 피해자가 만취하고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08:21경 게스트하우스 빈방으로 위 피해자를 양팔로 부축하여 들어가 그곳 침대에 눕히고 1회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점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강간하였다.
2. 피고인 및 그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범행 일시, 장소에서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
3. 판단
가. 증거 관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거나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피해자가 작성한 자필 진술서(증거목록 순번 2번), 피해자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순번 9번), CCTV 영상 CD 1매 등이 있다.
나. 피해자 진술이 기재된 증거들(순번 2, 9번)의 증거능력
1) 관련 법리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의하여 같은 법 제312조의 조서나 같은 법 제313조의 진술서 등을 증거로 하기 위해서는 진술을 요할 자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기타 사유로 인하여 공판정에 출석하여 진술을 할 수 없는 경우여야 하며, 그 진술 또는 서류의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것이라야 한다는 두 요건이 모두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첫째 요건과 관련하여 '외국거주'라 함은 진술을 요할 자가 외국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사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그 진술을 청취하면서 그 진술자의 외국거주 여부와 장래 출국 가능성을 확인하고, 만일 그 진술자의 거주지가 외국이거나 그가 가까운 장래에 출국하여 장기간 외국에 체류하는 등의 사정으로 향후 공판정에 출석하여 진술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면 그 진술자의 외국 연락처를, 일시 귀국할 예정이 있다면 그 귀국 시기와 귀국 시 체류 장소와 연락 방법 등을 사전에 미리 확인하고, 그 진술자에게 공판정 진술을 하기 전에는 출국을 미루거나, 출국한 후라도 공판 진행 상황에 따라 일시 귀국하여 공판정에 출석하여 진술하게끔 하는 방안을 확보하여 그 진술자로 하여금 공판정에 출석하여 진술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며, 그 밖에 그를 공판정에 출석시켜 진술하게 할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등 가능하고 상당한 수단을 다하더라도 그 진술을 요할 자를 법정에 출석하게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004 판결 참조).
둘째 요건과 관련하여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라 함은 진술 내용이나 조서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는 증거능력의 요건에 해당하므로 검사가 그 존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하여야 하고(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2도2937 판결 등 참조), 그 증명은 단지 그러할 개연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3도12652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기록상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설시한 법리에 비추어보면, 피해자가 작성한 자필진술서, 피해자에 대한 경찰 진술서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14조를 적용할 수 없고 달리 증거능력을 인정할 사정도 발견되지 않으므로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가) ① 피해자는 2016. 8. 22.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이 그로부터 10일 후인 2016. 9. 2. 출국할 예정이라고 진술한 점(수사기록 62쪽), ② 검찰은, 피고인이 2016. 8. 26. 및 8. 31. 검찰 피의자신문조사에서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였고 피해자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기재에 의하면 피해자가 2016. 9. 2. 출국할 예정이라는 사실 1)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출국을 미루거나 출국 후에 공판 진행상황에 따라 피해자로 하여금 일시 귀국하여 공판정에서 진술하게 하는 방안을 확보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③ 피해자는 2017. 2. 1. 검사에게 이 법정에 출석하여 진술하는 것을 거부하지만 호주 법원에서 증인신문을 한다면 응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으나, 2018. 11. 6. 호주 사법당국에 위와 같은 방식으로도 진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는데, 피해자가 이 법정 또는 호주 법원에서의 진술을 거부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진술이 기재된 진술서 및 경찰 진술조서는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자가 외국거주 등으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나)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2016. 8. 21. 12:00경 위 게스트하우스 내 다른 객실에서 잠에서 깨어났는데 음부에 분비물이 많은 것을 느껴 준강간을 당한 것으로 생각하였고, 피고인과 가진 성관계에 대하여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 즉 진술 내용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진술 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만큼 확실히 증명되어 법정에서 반대신문을 통한 확인과 검증을 거치지 않아도 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도 어렵다.
(1)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해자와 성적 호감을 느껴 합의 하에 성관계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2) 피고인과 피해자, 같은 객실에 투숙하던 C2)는 2016. 8. 21, 02:00경 함께 클럽에 가서 술을 마시고 06:00경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는데, 피해자는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온 다음 피고인, C와 팝콘을 나눠 먹었다. 이후 피해자는, 자신의 침대 2층에, 누워 건너편 침대 2층에 누워있는 피고인과 마주 볼 수 있는 상태에서 06:32경 피고인에게 먼저 '안녕~'이라고 D 메시지를 보냈고, 이어 피고인과 아래와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I'd like to go there.'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이후 자신의 침대에 다가왔고 자신에게 키스를 2번 했고 당시 피고인에게 호감이 있어 이를 거절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피해자도 피고인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던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3) 피해자는 사건 당일 07:32경부터 07:37경4) 사이에 두 번째 구토를 하고, 이후 거실에 가서 잠이 들었으며 잠이 들 당시 피해자는 속옷을 입지 않고 원피스만 입은 상태였다. 그런데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속옷을 입지 않고 원피스만 입게 된 경위나 토사물의 내용물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는바, 피해자는 07:37경까지 있었던 사정들에 대하여 비교적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그 당시까지는 피해자가 음주의 영향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4) 게스트하우스에 설치된 CCTV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고인과 피해자가 묵고 있던 객실 건너편에 있는 객실로 피해자를 양팔로 껴안는 형태로 부축하여 들어가는 장면이 촬영되어 있으나, 위 영상에 의하더라도 피해자가 스스로 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피고인과 피해자의 체중이 얼마 차이나지 않는 점을 더 해보면, 앞서 본 영상만으로 피해자의 주취 정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5)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의 침대에 다가와 자신에게 키스를 하였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적극적으로 키스를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과 같은 방에 묵었던 C는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인 E에게 피고인 진술에 부합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는바, 피해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일부 축소하여 진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6) 피고인은 경찰에서부터 검찰 수사단계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범행을 극구 부인하였는데, 피해자는 이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이후인 2016. 9. 1. 출국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대질신문이 이뤄지는 등 피해자에 대한 추가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 소결
따라서 피해자의 경찰에서의 각 진술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앞서 본 피고인의 변소를 모두 배척하고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범행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 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김연학
판사김준영
판사장유진
주석
1) 피해자는 2016. 9. 1. 출국하였다(2016. 9. 6. 출력된 개인별 출입국 현황 참조).
2) 이 사건이 발생한 게스트하우스는 같은 일행이 아니더라도 이성간 혼숙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3) 거기의 오기로 보인다.
4) CCTV 표시 시간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