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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2. 5. 16. 선고 2010누45912 판결
[시정명령등처분취소청구의소][미간행]
원고

전일본공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지수 외 5인)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아 담당변호사 현병희)

변론종결

2012. 4. 25.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0. 11. 29. 의결 제2010-145호로 한 원고에게 한 별지 기재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피고는 2010. 11. 29. 의결 제2010-145호로, 원고가 주식회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주식회사, 주식회사 일본항공인터내셔널, 일본화물항공 주식회사(이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일본항공, 일본화물항공이라 한다) 등 4개 국제항공화물 운송사업자들과 함께 2002년 9월경 일본발 한국행 항공화물 운송운임에 유류할증료를 도입하고 이후 2003년부터 2006년까지 9차례에 걸쳐 유류할증료를 변경하는 합의를 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이하 ‘이 사건 공동행위’라 한다)를 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별지 기재와 같은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호증의 기재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공동행위 불참 주장에 대하여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일본항공과 동일한 내용으로 유류할증료에 관한 인가 신청을 하라는 일본 국토교통성의 행정지도에 따라 일본항공의 유류할증료 도입 및 변경을 보고 그대로 추종한 것일 뿐, 이 사건 공동행위에 참여한 바는 없다.

2) 인정된 사실

가) 다른 항공사들의 공동행위

일본발 한국행 노선을 운행하는 주요 항공사들인 일본항공, 일본화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업무담당자들은 2002년 여름 이후 일본 내 항공사 모임인 일본항공화물영업모임(ICAJ)이나 그 산하의 노선별 항공사모임(TC1, TC2, TC3) 또는 항공사 대표자 모임인 BOAR의 하부조직인 BOAR-CST 회의 등과 영업직원을 통한 개별적 접촉 등을 통하여 일본발 한국행 화물항공 운송운임에 유류할증료를 도입하고 또 이를 인상하기로 하는 등의 합의(이 사건 공동행위)를 하였다. 그런데 당시 원고의 업무담당자는 이러한 항공사 모임에 직접 참여하거나 혹은 다른 항공사 영업직원들과의 개별 접촉을 통하여 유류할증료에 관한 정보를 수시로 교환하였다.

나) 유류할증료 도입 및 변경 내역

원고는 다음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른 항공사들과 거의 같은 시기에 일본발 한국행 화물항공 운송운임에 같은 금액의 유류할증료를 도입하고 또 이를 변경하였다.

본문내 포함된 표
(단위: 엔/kg, CW기준)
유류할증료 유류할증료 도입 및 변경일
일본항공 일본화물항공 원고 대한항공 아시아나
12 2002. 10. 16. 2002. 10. 16. 2002. 10. 16. 2002. 11. 1. 2002. 11. 1.
18 - 2003. 4. 1. 2003. 4. 16. 2003. 4. 1. 2003. 4. 1.
12 - 2003. 5. 1. 2003. 5. 1. 2003. 5. 1. 2003. 5. 1.
18 2004. 2. 1. 2004. 2. 1. 2004. 2. 1. 2004. 2. 1. 2004. 2. 1.
24 2004. 7. 16. 2004. 7. 16. 2004. 7. 16. 2004. 7. 16. 2004. 7. 16.
30 2004. 10. 16. 2004. 10. 16. 2004. 10. 16. 2004. 10. 16. 2004. 10. 16.
36 2005. 6. 1. 2005. 5. 16. 2005. 6. 1. 2005. 5. 16. 2005. 5. 16.
42 2005. 9. 16. 2005. 9. 1. 2005. 10. 1. 2005. 9. 1. 2005. 9. 1.
48 2005. 12. 1. 2005. 11. 1. 2005. 12. 16. 2005. 11. 1. 2005. 11. 1.
54 2006. 7. 1. 2006. 7. 1. 2006. 7. 16. 2006. 7. 16. 2006. 8. 1.

[인정 근거] 갑 제1, 2, 8, 9, 12호증, 을 제1 내지 8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판단

이러한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일본항공 등 다른 항공사들과 일본발 한국행 화물항공 운송운임에 유류할증료를 도입하고 이후 이를 변경하기로 하는 이 사건 공동행위를 하였음이 넉넉히 추인되고,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이와 달리 보기 어렵다. 원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 주장에 대하여

1) 항공법 등에 따른 정당한 행위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공동행위는 항공법 제117조 및 항공협정 제10조에 근거한 것으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58조 에서 정하는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나) 판단

(1) 관련 법령의 내용

항공법(2009. 6. 9. 법률 제98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항공법’이라 한다) 제117조 제1항 , 제3항 에서는, 국제항공노선을 운항하는 정기항공운송사업자는 당해 국제항공노선에 관련된 항공협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제항공노선의 여객 또는 화물의 운임 및 요금을 정하여 국토해양부 장관의 인가를 받거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하며, 이를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같고, 그 인가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같은 법 시행령(2009. 9. 9. 대통령령 제21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은 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45조 제1항 제5호 에서는 그 인가기준으로 ‘다른 항공운송사업자와의 사이에 부당한 경쟁을 일으킬 우려가 없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항공법 제121조 제1항 에서는 국제항공운송사업자가 다른 항공운송사업자와 공동운항협정 등 운수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거나 운항일정·운임·홍보·판매에 관한 영업협력 등 제휴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토해양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인가받은 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같은데, 그러한 협정에는 항공운송사업자 간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시행령 제47조 에서는 정기항공운송업자가 항공법 제121조 의 규정에 의하여 국토해양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다른 항공운송사업자와 체결할 수 있는 협정에는 항공협정에서 지정항공운송사업자 간의 협의에 의하도록 위임된 사항도 그 대상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항공업무를 위한 협정(이하 ‘항공협정’이라 한다) 제10조 제2항 가목에서는, ‘본조 제1항에서 언급한 운임은 동 운임과 관련하여 적용되는 대리점 수수료의 비율과 더불어 가능하다면 각 특정 노선 및 동 노선의 구간에 관하여 관계 지정항공사 간에 합의를 보아야 하며, 그러한 합의는 가능하다면 국제항공운수협회의 운임결정기구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하여 합의된 운임은 양 체약국의 항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항공운임은 체약국의 지정항공사 간의 합의에 의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국제항공운송의 운임은 항공협정을 체결한 우리나라와 일본의 지정항공사 간에 합의에 의해 결정할 수 있되, 그러한 합의가 항공운송사업자 간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되어서는 아니 됨을 알 수 있다.

(2) 항공화물 운송운임 및 유류할증료의 운용실태

(가) 항공화물 운송운임의 특성

위와 같이 관련 법령상 국제항공화물 운송운임은 항공협정을 체결한 체약국의 지정항공사 사이에 특정 노선에 관하여 합의한 후 관할청으로부터 인가를 받거나 관할청에 신고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항공화물운송업은 그 서비스 내용이 동질적이어서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높기 때문에 항공사들은 수송용량을 채우기 위해 상시적인 가격할인을 한다.

그리하여 항공사가 관할청으로부터 인가를 받거나 관할청에 신고한 운임을 특히 ‘공시운임’이라 하고, 그 공시운임을 상한선으로 하여 시장 상황에 따라 할인한 운임을 ‘시장운임’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장운임은 항공화물 운송서비스 시장의 높은 가격경쟁 때문에 공시운임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

(나) 항공화물 운송운임의 구조

항공화물운임은 유류할증료와 같은 할증료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기본운임과 기타운임으로만 구성되었다. 기본운임은 항공운송에 드는 유류비, 인건비, 보안비, 보험료 등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화물 중량에 비례하여 징수하는 운임을 말하고, 기타요금은 기본운임 외에 항공사가 추가적으로 부담하는 위험이나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의 대가로 징수하는 것을 말한다. 기본운임은 항공법상 운임에 해당하여 관할청의 인가·신고의 대상이 되며 또 앞서와 같이 시장 상황에 따라 할인되는 것인 반면, 기타요금은 관할청의 인가·신고의 대상도 아니고 할인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즉 항공법상 운임은 시장 상황에 따라 할인될 것을 전제로 하는 기본운임을 말하는 것이다.

(다) 유류할증료의 성격 및 내용

할증료란 위와 같이 종래 항공화물운임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것인데, 유류할증료가 도입되면서 등장하게 된 운임 형태이다. 할증료는 원래는 기본운임으로 보전되는 비용(예 : 유류비)인데 단기간에 급등할 경우 그 증가한 비용을 안정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기본운임과는 별도로 화물 중량에 따라 징수한다.

이러한 할증료는 운임의 일종이어서 관할청의 인가·신고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도 원고 등 항공사들은 기본운임에 포함되지 않은 별도의 운임 형태로 도입하였는데, 이는 할인되지 않는 기타요금으로 취급하여 시장의 수급상황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유류할증료는 할인 없이 인가·신고된 금액 그대로 징수되었다.

[인정 근거] 갑 제1호증, 을 제1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인지 여부

공정거래법 제58조 에서, 이 법의 규정은 사업자가 다른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정당한 행위’란 당해 사업의 특수성으로 경쟁제한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사업 또는 인가제 등에 의하여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가 보장되는 반면 공공성의 관점에서 고도의 공적규제가 필요한 사업 등에 관하여 자유경쟁의 예외를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의 범위 내에서 행하는 필요·최소한의 행위를 말한다(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08도6341 판결 ).

앞서 본 관련 법령의 내용과 국제항공화물 운송운임의 운용실태 등에 비추어 보면, 항공협정에서 운임에 관하여 지정항공사 간에 합의하고 체약국의 항공당국으로부터 인가 등을 받도록 한 것은 국가 간의 호혜 평등의 원칙상 특정 노선을 운행하는 체약국의 지정항공사가 합의한 금액을 그 노선 운임의 상한으로 하고, 그 범위 내에서 체약국의 지정항공사들이 가격할인 등 자유로운 경쟁을 할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유류할증료는 가격경쟁이 예정된 운임의 성격을 갖는 것임에도, 원고를 포함한 항공사들은 그러한 가격경쟁을 회피할 의도하에 할인되지 않은 할증료 명목으로 고정된 유류할증료를 도입하고 또 이를 변경하는 이 사건 각 공동행위를 한 것이다.

따라서 이는 항공사 간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서 항공법과 항공협정 등이 예정하는 지정항공사 간의 운임합의를 넘어선 것이므로 법령의 범위 내에서의 필요·최소한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공동행위가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일본의 법령 및 관할청의 행정지도에 따른 정당한 행위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공동행위는 일본 항공법 제110조제111조에 따라 일본의 사적독점의 금지 및 공정거래의 확보에 관한 법률의 적용이 배제되는 행위에 해당하고, 또 일본 국토교통성의 행정지도에 따른 행위이어서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어서는 안된다.

나) 판단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조의2 에 따라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는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서는 외국에서 이루어진 행위가 그 나라 법령에서 적법한 행위로 인정되는 경우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관하여 상호 간에 국제예양이 준수된다는 국제법이 존재한다고 볼 자료도 없다.

따라서 설령 이 사건 공동행위가 일본 법령상 혹은 일본 행정청의 행정지도를 따른 행위로서 위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이 부분 원고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공정거래법의 역외적용 주장에 관하여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공동행위는 일본에서 이루어진 일본발 한국행 항공화물 운송운임에 관한 것으로서, 일본 내에 있는 운송주선인(forwarder, 운송대리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일 뿐, 국내시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또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므로 공정거래법이 적용될 수 없다.

2) 판단

아래 이유를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공동행위는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쳤음이 인정되므로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

공정거래법 제2조의2 는 “이 법은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위라도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적용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문언상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위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기 위한 요건으로 그러한 행위가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충분하고, 나아가 그 영향이 반드시 직접적일 것까지는 요구하지 않는다.

② 이 사건 공동행위는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운송되는 화물을 대상으로 그 운송료에 관한 가격담합행위이다. 그런데 상거래상 화물을 운송하는 데에 드는 운임은 그 화물의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로 운송되어 국내에서 유통될 화물을 대상으로 하는 이 사건 운송료 담합행위는 곧바로 국내 상품시장에서의 해당 화물의 가격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킬 것임이 충분히 예상된다.

③ 항공화물 운송운임은 그 부담 주체에 따라 송화주가 부담하는 ‘출발지불’과 수화주가 부담하는 ‘도착지불’로 구분된다. 그런데 도착지불 거래라 하더라도 대부분 항공사는 운송운임을 출발지 운송주선인으로부터 ‘선불’(항공사는 이를 ‘출발지불’로 인식한다)로 받으며 주1) , 화물 도착 후 도착지 운송주선인에게서 받는 ‘착지불’(항공사는 이를 ‘도착지불’로 인식한다)은 예외적이다. 즉 항공사가 출발지불로 인식하는 거래에는 도착지의 수화주가 운임을 부담하는 도착지불 거래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거래에서 이러한 도착지불 거래는 적지 않다. 도착지불 거래인 경우 특히 운송료 담합행위가 도착지인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침은 분명하다.

④ 그런데 항공사는 송화주나 수화주에게서 운송을 위탁받은 운송주선인과 항공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고, 출발지불과 도착지불은 송화주와 수화주 사이의 운임부담 방식에 불과하다. 따라서 출발지불인지 도착지불인지는 항공사의 항공화물 운송형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실제로 운임 등 거래조건에서도 차이가 없다. 즉 항공사는 운임 결정을 하면서 그것이 출발지불인지 도착지불인지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항공사의 운임 결정행위가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판단하는 데에도 이를 출발지불과 도착지불로 나누기는 어렵다.

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도 이 사건 공동행위가 출발지인 일본뿐 아니라 도착지인 우리나라 국내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정 근거] 앞서 채용한 증거

라. 과징금 산정 위법 주장에 관하여

1) 관련매출액

가) 유류할증료에 한정하여야 한다는 주장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공동행위의 대상은 유류할증료이고 유류할증료는 전체운임 중 10% 정도에 불과하므로, 관련매출액은 유류할증료에 한정되어야 하는데, 피고는 유류할증료와 기본운임을 합한 전체운임을 관련매출액으로 하여 과징금을 산정하였으므로 위법하다.

(2) 판단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은 관련매출액의 법문상 의미, 과징금의 제재적 성격, 이 사건 공동행위의 본질, 유류할증료를 기준으로 관련매출액을 산정하였을 때의 문제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과징금을 산정하면서 유류할증료가 아닌 전체운임(기타 수수료 제외)을 기준으로 관련매출액을 산정한 데에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원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에서 관련매출액은 ‘위반사업자가 위반기간 동안 판매한 관련 용역의 매출액’이라고 하여 그 문언상 ‘판매한 관련 용역’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공동행위에서는 원고가 판매한 용역인 항공화물 운송서비스의 매출액이 그 기준이 될 수밖에 없고, 독립적으로 판매되는 용역으로 생각할 수 없는 유류할증료를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상 관련상품은 ‘위반행위로 인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상품의 종류와 성질, 거래지역, 거래상대방, 거래단계’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항공사들은 유류비 증가분을 기본운임에 반영하여 이를 인상하더라도 기본운임을 할인하는 관행 때문에 그 인상분 전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을 타개하고, 전체운임에 대한 가격 통제력을 높이고자 이 사건 공동행위로써 가격할인의 대상이 되지 않는 유류할증료를 도입·변경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공동행위가 비록 유류할증료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그로 인하여 항공화물운송서비스 가격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러한 이상 전체운임을 기준으로 관련매출액을 산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부당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그 취지와 기능, 부과의 주체와 절차 등을 종합할 때 부당공동행위의 억지라는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행정상의 제재적 성격을 기본으로 하고, 부당이득 환수적 성격을 부수적으로 겸유하고 있다(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두12631 판결 ). 따라서 원고의 부당이득이 유류할증료 부분에 국한된다고 하여 관련매출액도 그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④ 항공사들이 기본운임을 유지하면서 유류할증료를 도입·변경한 것과 기본운임을 유류할증료만큼 인상하되 이 부분을 할인하지 않기로 합의한 경우를 비교할 때 소비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비슷한데도 유류할증료만을 관련매출액으로 파악한다면 관련매출액이 부당하게 적어지는 결과가 발생한다.

나) 도착지불 방식의 매출액에 한정하여야 한다는 주장

원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로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도착지불 방식의 매출뿐이므로 관련매출액도 그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공동행위로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도착지불 방식의 매출에 한정되는 것으로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2) 부과기준율에 관하여

가) 원고의 주장

원고의 공동행위 참여는 일본 국토교통성의 구체적인 행정지도에 따른 것이고, 매번 국토교통성의 인가를 받았던 점, 기본운임에 관하여는 유효한 경쟁이 이루어졌고 어느 항공운송사업자든지 유류비의 인상분을 운임에 반영할 수밖에 없었던 점, 지속적인 유가상승에 따른 실비보전의 측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 사건 공동행위로 부당이득을 얻은 바가 없는 점 등에서 피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아 부과기준율을 3.5%로 적용한 것은 위법하다.

나) 판단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는 시장점유율이 연도별로 76~88%에 이르는 항공운수회사들 사이의 가격담합행위이어서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나, 다만 당시 항공유가의 급등으로 유류비 보전의 필요성이 컸고, 유류할증료 도입 및 변경과 관련하여 일본 국토교통성의 인가 등 엄격한 정부규제가 존재하였으며, 담합행위로 인한 부당이득이 크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여 부과기준율 중에서 가장 낮은 3.5%를 적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여 부과기준율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거기에 사실오인이나 비례·평등원칙 등에 반하는 위법이 있다고 볼 자료가 없다. 따라서 이에 관한 피고의 조치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원고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임의적 조정과징금에 관하여

원고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으므로 임의적 조정과징금 단계에서 추가감경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① 일본항공을 추종한 것뿐이므로 30% 감경

② 조사과정에서 피고의 조사에 적극 협력하였으므로 20% 감경

③ 이 사건 공동행위의 참여는 일본 행정청의 행정지도가 동인(동인)이 된 것이므로 20% 감경

④ 피고의 조사 착수 이전에 자진 시정하였으므로 20% 감경

그러나 원고가 제출하는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원고에게 과징금고시에서 정하는 위와 같은 감경사유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행정소송에서 재량권 일탈, 남용의 위법은 이를 주장하는 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다. 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누861 판결 참조). 이 부분 원고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별지 관련 법령 생략]

판사 안영진(재판장) 노경필 정재오

주1) 수화주가 운임을 부담하는 도착지불이므로 도착지의 수화주가 화물운송 전에 미리 출발지 운송주선인에게 운임을 보내 출발지 운송주선인으로 하여금 운임을 지불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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