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7다243723 손해배상(기)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승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6. 7. 선고 2016나69347 판결
판결선고
2021. 7. 29.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쟁점
쟁점은 공인중개사가 공매 대상 부동산의 취득을 알선한 것에 대해 공인중개사법에 따른 보수 제한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이다.
2. 중개와 중개보수 제한에 관한 규정과 법리
공인중개사법은 '중개'의 개념에 관하여 제2조 제1호에서 "제3조의 규정에 의한 중개대상물에 대하여 거래당사자간의 매매·교환·임대차 기타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이라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중개에는 중개업자가 거래의 쌍방 당사자로부터 중개 의뢰를 받은 경우뿐만 아니라 일방 당사자의 의뢰로 중개대상물의 매매 등을 알선하는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다47261 판결 참조).
공인중개사법 제32조 제1항 본문은 "개업공인중개사는 중개업무에 관하여 중개의뢰인으로부터 소정의 보수를 받는다."라고 정하고 있고, 제32조 제4항과 같은 법 시행규칙 제20조 제1항, 제4항은 중개대상물별로 공인중개사가 중개업무에 관하여 중개의뢰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수의 한도를 정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보수 제한에 관한 위 규정들(이하 '보수 제한 규정'이라 한다)은 중개보수 약정 중 소정의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사법상의 효력을 제한하는 이른바 강행법규에 해당한다. 따라서 공인중개사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한도를 초과하는 부동산 중개보수 약정은 그 한도를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무효이다(대법원 2007. 12. 20. 선고 2005다3215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공인중개사가 중개대상물에 대한 계약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에도 중개행위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할 수 있다. 이 경우 당사자의 약정에서 보수액을 산정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지 않았으면 중개의뢰 경위, 중개사건처리 경과와 난이도, 중개에 들인 기간과 노력의 정도, 의뢰인이 중개로 얻는 구체적 이익, 중개대상물의 가액, 그 밖에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보수를 정해야 하고, 약정에서 특정 보수액이 정해졌다면 신의성실의 원칙, 형평의 원칙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만을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보수는 계약이 완료되었을 경우에 적용되었을 보수 제한 규정에 따른 한도를 초과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3. 공매 알선에 보수 제한 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
가. 국세징수법의 공매 관련 규정에 따르면, 관할 세무서장은 압류한 부동산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매하되(제66조 제1항),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공매에 참여하려는 자에게 공매보증을 받을 수 있다(제71조 제1항). 공매재산의 매수신청인은 매수신청가격 등을 입찰서에 적어 개찰이 시작되기 전에 공매를 집행하는 공무원에게 제출하여야 하고(제82조 제1항), 관할 세무서장은 법에 정한 사유가 없으면 매각결정기일에 최고가 매수신청인을 매수인으로 정하여 매각결정을 하여야 한다(제84조 제1항). 또한 관할 세무서장은 매각결정을 한 날부터 7일 이내의 날로 대금납부기한을 정하여 매수인에게 통지하여야 하고(제84조 제3항, 제4항), 지정된 대금납부기한까지 납부하지 않은 경우 다시 기한을 정하여 납부를 촉구하여야 하며 그럼에도 다시 기한까지 납부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매각결정을 취소하여야 한다(제85조, 제86조 제2호). 매수인이 공매보증으로 금전을 제공한 경우 그 금전은 매수대금으로 납부된 것으로 보고(제90조 제1항), 매수인은 매수대금을 완납한 때 공매재산을 취득한다(제91조 제1항).
나. 위에서 본 규정과 법리를 종합하면, 보수 제한 규정은 공매 대상 부동산 취득의 알선에 대해서도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공매는 목적물의 강제환가라는 특징이 있기는 하나 본질적으로 매매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실질적인 내용과 효과에서 공매 대상 부동산의 취득을 알선하는 것은 그 목적물만 차이가 있을 뿐 공인중개사법 제2조 제1항에서 정하는 매매를 알선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 따라서 공매에 대해서 보수 제한 규정을 비롯하여 매매에 관하여 적용되는 거래당사자 보호에 관한 규정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5다40853 판결 참조).
(2) 공인중개사법 제32조 제1항은 중개보수 청구의 대상을 '중개'가 아닌 '중개업무'로 정하고 있고, 법체계상 하위규정에 위치한 보수 제한 규정도 '중개업무'를 전제로 한 규정으로 볼 수 있다. 위 대법원 2005다40853 판결은 공인중개사법상 손해배상이나 보증보험 관련 조항에 규정된 '중개행위'의 개념을 '중개'와 구분하고, 그중 '중개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거래당사자의 보호에 목적을 둔 법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공인중개사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거래의 알선, 중개를 위한 행위라고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유연하게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법리는 중개보수 관련 조항에 규정되어 있는 '중개업무'의 해석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3) 공인중개사법 제14조는 '개업공인중개사가 「국세징수법」 그 밖의 법령에 의한 공매대상 부동산에 대하여 권리분석, 취득의 알선 및 매수신청대리 등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제2항), 그에 관한 요건 등을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제3항). 그 위임에 따라 「공인중개사의 매수신청대리인 등록 등에 관한 규칙」 제17조 제1항 등에서는 공매 대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분석'과 '매수신청대리'에 대한 보수에 관하여 그 법정 한도를 정하고 있는데 '취득의 알선'에 대한 보수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만일 공매 대상 부동산 취득의 알선에 관하여 보수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다면, 공인중개사가 취득의 알선에서 나아가 매수신청대리까지 한 경우에는 법령상 보수 제한을 받는 것에 비해 취득의 알선에 그치는 경우에는 오히려 제한 없이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4. 이 사건에 대한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원고는 공인중개사인 피고로부터 공매 대상 토지에 대해서 취득의 알선 등을 받고 그 대가로 소정의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피고가 취득을 알선한 공매 대상 토지의 입찰에 참가하여 일부 토지에 대해서는 매각결정까지 받았으나, 나머지 토지에 대해서는 원고가 공매보증금을 납부하지 않아 이후 공매 절차에 참가할 수 없었다.
원고는 공인중개사인 피고가 보수 제한 규정에 정한 보수 한도를 초과하여 보수를 받았다는 주장을 포함하여 포괄적으로 피고가 원고로부터 중개업무에 대한 과도한 보수를 받은 부분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으로서는 원·피고 사이의 공매 부동산의 취득 알선과 보수 지급에 관한 구체적인 약정의 내용, 원고가 피고에게 공매 대상 토지별로 실제로 지급한 보수액, 대상 토지에 관한 공매 절차가 완료되었는지 여부 등을 심리한 다음,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중개보수 한도를 기준으로 원고가 지급한 중개보수가 이를 초과하였는지 여부를 심리·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은 공매 대상 부동산의 취득을 알선하는 업무가 공인중개사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하는 중개에 해당하지 않아 보수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원심판결에는 공인중개사법상 중개업무의 의미, 보수 제한 규정의 적용범위, 공매의 법적 성격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5.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노정희
주심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