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국군기무사령부 사령관실 당번병으로 근무하던 갑이 우울증 등의 문제로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하자, 갑의 유족들이 소속 부대에 병사 관리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소속 부대가 갑에 대한 보호·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아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다음, 갑이 본래 가지고 있던 우울증적 소인이 자살에 주된 영향을 미친 점 등을 고려하여 국가의 책임을 30%로 제한한 사례
판결요지
국군기무사령부 사령관실 당번병으로 근무하던 갑이 우울증 등의 문제로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하자, 갑의 유족들이 소속 부대에 병사 관리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갑이 우울증 등 여러 문제로 부대 적응에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는 데다가 자살 징후까지 있었으므로, 소속 부대는 갑의 성향과 적성, 군의관의 진단 결과, 갑의 요구사항 등을 고려하여 우울증에 대한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도록 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갑이 우울증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하는 등 좀 더 세심하게 보호와 배려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위반한 잘못이 있으므로, 국가는 갑과 그의 유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다음, 갑이 본래 가지고 있던 우울증적 소인이 자살에 주된 영향을 미친 점 등을 고려하여 국가의 책임을 30%로 제한한 사례.
참조조문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 민법 제750조 , 제751조 , 제752조
원고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병주 외 2인)
피고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4. 12. 18.
주문
1. 피고는 원고 1, 2에게 각 62,110,395원, 원고 3에게 3,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11. 4. 10.부터 2015. 2. 5.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2/5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1, 2에게 각 107,770,543원, 원고 3에게 3,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11. 4. 10.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 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소외 1은 1987. 8. 3.생으로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0. 12. 13. 군에 입대하였고, 2011. 2. 18. 국군기무사령부 3부 근무지원처 본부근무대에 배치되어 국군기무사령관실 당번병으로 근무하다가 2011. 4. 10. 자살하였다. 사망 당시 계급은 이병이었다.
2) 원고 1, 2는 소외 1의 부모이고, 원고 3은 소외 1의 형이다.
나. 소외 1의 입대 전 상황
1) 소외 1은 2003년부터 약 30개월 동안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귀국하여 ○○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하였다.
2) 소외 1은 미국 유학 시절 우울증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을 복용한 적이 있다. 소외 1은 2009. 7. 9. 충북대학교병원에 ‘상세불명의 우울병 에피소드’로 상담을 받았다. 충북대학교병원의 의사소견서에 의하면, 소외 1은 “2009. 7. 9. 정신과적 면담을 위해 방문하여 정신과적 관찰을 위한 심리검사를 의뢰한 적이 있으나, 2009. 7. 16. 2회차 방문 예정일에 어머니만 방문하여 정신과적 도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여 더는 정신과적 관찰이나 처치를 받지 못하였다.”라고 되어 있다. 원고 1의 진술에 의하면, 소외 1이 대학교 1학년 때 연상의 여자를 사귀었는데 그 여자와 소외 1의 선배가 사귀게 되어 힘들어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3)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 조회에 의하면, 소외 1이 2006. 1. 1.부터 2010. 12. 10.까지 우울증 약을 처방받은 적은 없다.
다. 소외 1의 사령관실 당번병 근무 전 상황
1) 소외 1은 입대 전 징병신체검사에서 신체등위 2급 판정을 받아 현역병 입영대상자로 분류되었고, 2010. 12. 13. 육군훈련소에서 복무적합도 검사를 받았는데,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무사하게 군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양호’ 판정을 받았다.
2) 소외 1은 2010. 12. 16. 육군훈련소 29연대 5중대에서 신병교육훈련을 받고 2011. 1. 20. 훈련소를 수료하였는데, 훈련소에서 별다른 문제 없이 생활하였다.
라. 당번병의 근무형태
1) 국군기무사령관실에는 상병 소외 2, 일병 소외 3이 이병인 소외 1과 함께 근무를 하였다. 소외 1은 선임인 소외 3과 함께 사령관실 당번병으로 근무하고, 소외 2는 비서실장 당번병으로 근무하였다.
2) 소외 1은 2011. 2. 21. 사령관실 당번병으로 배치되어 전임 당번병인 병장 소외 4로부터 1주일 동안 수습을 받았고, 1주일 동안 소외 4의 참관 아래 업무를 인계받은 후 당번병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소외 3은 원래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였는데 소외 1이 당번병 근무를 시작한 날부터 함께 근무하였다.
3) 사령관실 당번병의 경우 평일에는 05:20경 기상하여 사무실로 가서 최선임병은 감독을 하고 후임병들은 청소, 차 준비, 일정표 확인, 신문 도착 확인, 문서수발, 사령관의 국방부 이메일 확인 등의 업무를 나누어 수행하였다. 식사는 교대로 하였고 18:30경이나 19:00경까지 근무를 하였으며 사령관이 퇴근할 때까지 1일 1명씩 최대 21:00경까지 근무를 하였다. 토요일에는 근무하지 않았고 일요일에는 3교대 근무를 하였다. 반면 본부근무대 소속 병사들이 하는 제초작업, 제설작업, 청소 등 대부분의 부대 작업에서는 제외되었다.
한편 본부근무대 소속 병사의 경우 평일에는 06:00경 기상하여 06:20 아침 점호를 하고 08:35경부터 17:30경까지 근무를 한 다음 담당구역 청소 등을 하였다. 당직 근무는 각자의 순번에 따라 평일에는 16:30경부터 다음 날 08:30경까지, 휴일에는 08:00경부터 다음 날 08:00경까지 하였다.
마. 소외 1의 사령관실 당번병 업무의 초기 상황 등
1) 소외 1은 사령관실 당번병 배치 다음 날인 2011. 2. 22. 사령관 책상에 컵을 떨어뜨려 책상 위에 있던 유리를 깨뜨렸다.
2) 소외 1은 그 후 1주일간의 수습기간을 마치고 2011. 2. 말부터 실질적으로 당번병 직무를 수행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소외 1은 위와 같은 실수를 한 후 실수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또다시 실수할까 노심초사하였다. 소외 1은 일과 후 사무실 전등을 끄지 않거나 창문을 닫지 않는 등의 사소한 실수를 종종 하였다.
3) 소외 3은 소외 1에게 가끔 꾸중하는 말투로 지적하기도 하였으나, 크게 야단을 치거나 벌을 주지는 않았다. 그런데 소외 1은 자신의 실수에 대하여 미안해하고, 소외 3에게 “8년 전부터 우울증이란 병을 앓고 있었다. 많이 힘이 든다.”라고 말하였다. 소외 1은 2011. 3. 5.경 소외 4에게도 “우울증이 있다. 일을 잘 못 하더라도 이해해 달라. 간부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으나 사무실 병사들은 안다.”라고 말하였다.
소외 3은 사무실에서 소외 1이 창문 쪽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다.
4) 소외 1은 2011. 3. 1.경부터 당번병 업무를 수행하던 중 부모에게 전화를 하여 사령관실 당번병 업무가 힘들다고 호소하기 시작하였다.
바. 소외 1의 우울증세에 대한 발견 경위
1) 소외 1은 2011. 3. 13. 10:30경 본부근무대 앞에 있는 흡연장에서 부모 면회를 기다리면서 담배를 피우던 중 갑자기 비틀거리면서 쓰러졌다. 본부근무대 본부중대장인 대위 소외 5는 당시 소외 1이 쓰러지는 것을 발견하고 소외 1에게 달려갔다. 소외 1은 눈과 다리가 풀리면서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였다. 소외 5는 소외 1을 영내에 있는 입원실로 옮겨 침대에 눕힌 후 정신을 차린 소외 1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소외 1로부터 “2003년부터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아 왔다. 지금도 갑자기 그 증상이 나타난다. 군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기록에 남으니 군의관에게도 비밀로 해달라.”라는 말을 들었다.
2) 소외 5는 소외 1로부터 자신의 증상을 비밀로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자리에 있던 병사들에게는 “소외 1이 체력이 많이 소진되어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비틀거린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본부근무대장인 중령 소외 6에게는 그날 목격한 사항과 소외 1에게서 들은 내용을 그대로 보고하였다.
3) 소외 6은 같은 날 면회를 온 원고 1, 2와 면담을 하면서 원고 1로부터 “소외 1이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왔고 본인 스스로 형보다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지휘부 근무에 대하여 다소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소외 1이 입대 전에 질환을 앓거나 크게 다친 적은 없다.”라는 말을 들었다.
4) 소외 5는 소외 1과 함께 근무를 하고 있던 소외 3과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소외 3으로부터 소외 1의 우울증세에 대하여 들었다. 소외 5는 소외 3에게 소외 1의 상태를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특이상황이 발생할 경우 직접 보고하도록 지시하였다. 그 무렵 소외 1은 부내 내에서 관심병사로 분류되었다.
사. 소외 1의 우울증에 대한 진료과정 및 간부들과의 면담내용
1) 소외 1은 2011. 3. 15.경 소외 6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업무 실수에 대한 부담감이 많다고 말하였다. 소외 6은 소외 1에게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등 소외 1을 위로하고, 국군수도병원에서 통원 진료를 받도록 하였다.
2) 소외 1은 2011. 3. 16. 국군수도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신경과 군의관은 소외 1을 ‘경련성 발작(의증)’으로 진단하고 뇌파 검사, MRI 촬영 등을 시행하였다.
정신과 군의관은 소외 1을 ‘의심되는 정신 및 행동장애에 대한 관찰’로 진단하였다. 소외 1은 정신과 군의관에게 “사령관실에서 근무하면서 계급이 높은 간부와 생활하여 긴장을 많이 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3일 전 부모님이 면회를 와 중대장에게 가던 중 쓰러졌는데, 당시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라고 말하였다. 정신과 군의관은 소속 부대 측에 “부대 적응을 위해서 자신에게 적합한 보직으로 변경하고 단계적으로 과업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권고하고, 소외 1에게 부대 적응이나 업무 부담이 심해지는 경우 병원에 방문하여 약물치료를 시작하라고 하였다.
소외 6은 위와 같은 진료 결과에 따라 2011. 3. 18.경 국군기무사령관실 수석부관 중령 소외 7과 소외 1의 보직에 대하여 의논하였다. 소외 7은 “똑똑하고 임무수행을 잘하고 있으며 대다수 병사들이 겪는 초기 적응과정으로 보이므로, 조금 더 지켜보면서 지도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하였다. 소외 1은 소외 6과 면담을 하면서 업무 실수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였고, 소외 6은 소외 1을 격려하고 원고 1과 전화통화를 하였다.
3) 소외 1은 2011. 3. 29. 다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소외 1은 “지난번에는 그냥 괜찮다고 했는데, 매일 우울한 기분이 계속 들고, 하루에 2~3번씩 계속 운다. 사령관실 근무라 신경을 많이 써야 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중간에 자주 깬다. 최근 체중도 줄었다. 자살 생각이 든다.”라고 말하였다. 정신과 군의관은 소외 1에게 신경안정제를 처방하고, 인솔간부에게 의심되는 정신 및 행동장애에 대한 관찰을 지시하였으며, 부대 적응을 위해서 소외 1에게 적합한 보직으로 변경하고 단계적으로 과업을 설정하면서 그에 맞는 격려가 필요하다고 당부하였다.
4) 의무실장인 소령 소외 8은 2011. 3. 29. 위와 같이 소외 1의 보직 변경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이러한 사항을 소외 6, 5에게 전달하였다. 소외 5는 그 후 소외 1에게 매일 저녁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도록 하였고 의무병을 통하여 복용 여부를 확인하였다.
5) 소외 1은 2011. 3. 30. 소외 6과 면담을 하였다. 소외 1은 소외 6에게 “신경안정제를 복용한 이후로 졸음, 무기력증 등 부작용이 생겼다. 사령관실 당번병 보직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컴퓨터를 비교적 잘 다루어서 다른 업무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임원사실 당번병으로 가고 싶다. 보직을 변경해 줄 것을 희망한다.”라고 말하였다. 소외 6은 중령 소외 7과 소외 1의 보직 변경에 대하여 다시 상의하였으나, “업무적응속도가 빠르고 이해도가 높아 차츰 나아지고 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선임들 못지않게 임무를 잘 수행할 것으로 본다.”라는 의견을 들었다. 소외 6은 소외 1과 면담을 하면서 그와 같은 말을 전하고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해 보는 게 어떻겠냐. 소외 1이 가고 싶어 하는 주임원사실 당번병 자리는 현재 임무를 수행 중인 병사가 있어 당장은 안 되니 한 달가량 현 보직에서 임무수행을 더 해보고, 그래도 보직 변경을 원한다면 다른 자리를 알아보고 바꾸어 주겠다.”라고 말해 주었다.
소외 1은 2011. 3. 31. 소외 7과 면담을 하면서도 “보직을 변경해 줄 것을 희망한다. 다른 분대원들이 자신에 관해서 얘기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하였다. 이에 대하여 소외 7은 소외 1에게 보직을 변경하기보다는 안정을 취한 상태에서 기존 보직을 계속 수행할 것을 권고하였다.
6) 소외 1은 2011. 4. 1. 다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소외 1은 정신과 군의관에게 “지난번에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여 다시 왔다. 요새는 울 기력도 없고 항상 멍하다. 계속 힘들었다. 잠을 계속 깊게 자지 못한다.”라고 말하였다. 정신과 군의관은 소외 1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언어화하려고 노력하고, 언어화를 선행하지 않고 자해와 자살을 시도할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엄히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또한 소외 1의 소속 부대에는 멘토 병사를 지정하여 소외 1의 상태를 24시간 면밀히 관찰할 것을 권고하였다. 또한 기존의 약을 2배로 증량하는 처방을 하였다.
7) 소외 1은 2011. 4. 3. 소외 6과 면담을 하면서, “자기 자신이 실수투성이인 것 같다. 실수를 하면 주위 동료들이 자신에 대해 수군거리는 것 같다.”라면서 피해의식을 호소하였다. 소외 6은 소외 1에게 계속하여 보직 변경을 원하는지 물었다. 소외 1은 “현 보직에서 생활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보직을 바꾸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확실히는 모르겠다.”라고 답변하였다. 소외 6은 “지난번에 약속했듯이 몇 주만 더 생활해 보고 그때 마음이 결정되면 보직을 바꾸어 주겠다.”라고 약속하였다. 소외 6은 같은 날 소외 1의 상태에 대하여 원고 1과 통화하면서 원고 1로부터 “소외 1이 아침에 원고 1에게 전화를 하여 요즈음 힘들다. 포기하고 싶다고 말하였다.”라는 사실을 들었다. 소외 6은 원고 1에게 자신이 소외 1의 멘토 역할을 하기로 한 사실을 알려주고, “소외 1이 소외 6에게는 하기 힘든 말을 부모에게는 할 수 있으니, 어떤 내용이라도 참고할 수 있도록 알려 달라.”라고 당부하였다. 한편 본부근무대 부대원들에게는 소외 1에게 특이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신에게 보고할 것을 지시하였다.
8) 소외 6은 소외 5를 통하여 소외 1에게 부담감을 줄 수 있는 임무를 자제하고 선임들이 직접 임무를 수행하도록 지시하였다. 실제로 소외 1과 함께 근무를 했던 선임병들은 소외 1이 병원 진료 이후 신경안정제를 복용한 탓인지 잠이 많아졌다고 호소하여 불침번 근무를 대신해 주고 아침 출근도 선임병들보다 1시간가량 늦게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9) 소외 1은 2011. 4. 4.부터 2011. 4. 8.까지 아침마다 소외 5와 면담을 하였다. 소외 1은 어지러움, 무기력함 등 신경안정제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호소하였다.
아. 소외 1의 사망 경위
1) 소외 1은 2011. 4. 10. 09:00경 원고 1과 약 40분 동안 전화통화를 하였다. 소외 1은 “힘들어서 죽으려 했다. 예하 부대로 갔으면 좋겠다. 군대생활이 힘들다.”라고 말하며 부대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원고 1은 소외 1에게 “힘들어도 잘 참고 근무하라.”라고 격려하다가 나중에는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드니 이제 그만 하자.”라고 말하였다. 소외 1은 같은 날 09:50경 외할머니와도 전화통화를 하였다.
2) 소외 1은 2011. 4. 10. 10:20경 식당으로 식기 세척을 하러 간다고 사무실을 나간 후 같은 날 10:54 소속 부대 본청 5층 화장실의 좌변기 칸에 들어가 높이 192㎝의 출입문 문틀 상단에 야전상의 조임끈(길이 120㎝)으로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3) 소외 1이 2011. 4. 10. 오전 남긴 메모에는 “마지막 날, 안녕 부모님 사랑해요. 그리고 미안해요. 먼저 갈게요. 정말 미안해요.”라고 기재되어 있다.
자. 소외 1의 사망 후 상황
1) 소외 1의 사망 후 원고 1은 부대 측에 “소외 1이 자살한 것은 인정하나 사망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을 준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책임을 지고 순직 처리를 해 달라.”라고 요구하였다.
2) 원고 1은 2011. 4. 13. 소외 1의 사인 규명, 국립묘지 안장 등에 관하여 국민신문고 등에 민원을 제기하였다가 2011. 4. 26. 국립묘지 안장 요구를 제외한 나머지 사항에 대해서는 민원을 철회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 내지 8, 18호증, 을 제1 내지 5, 7 내지 14, 20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소외 6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존부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소외 1이 소속된 부대에서 다음과 같이 병사 관리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다.
가) 부적절한 근무 인원 배치
일반적으로 사령관실 당번병으로 배치되면 2달 동안의 수습기간과 선임 병사의 지도기간이 주어지는데도 소외 1에게는 1주일의 수습기간만 주어졌고, 기존에 있던 선임 병사는 다른 곳으로 전출하였다. 소외 1은 군대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 짧은 수습기간만을 거쳤고 선임 병사의 지도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근무를 해야 했다.
나) 비정상적으로 과다한 근무시간
소외 1은 매일 05:40경부터 20:30경까지 14~15시간 동안 근무를 하였고 일요일에도 마찬가지로 근무하였다. 이는 다른 병사들의 근무시간과 비교할 때 과도한 것이고 소외 1은 이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
다) 종교 활동의 제한
카톨릭 신자인 소외 1은 일요일에도 근무를 해야 했기 때문에 종교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소외 1은 일요일인 2011. 4. 10.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다가 자살한 것이다.
라) 보직 변경요청의 거부
소외 1은 소속 부대 간부에게 사령관실 당번병 근무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자신의 보직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나중에는 우울증으로 인한 의병 전역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소속 부대에서는 소외 1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하여 당번병으로 근무하게 하였다.
2) 피고의 주장
가) 피고는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① 소외 1을 사령관실 당번병으로 배치한 것은 소외 1의 능력과 성품을 고려한 것이므로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소외 1의 수습기간이 지나치게 짧다고 할 수 없다. ② 소외 1에게 다소 과다한 근무시간이 부과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업무 수행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근무에 해당하고 이를 가리켜 가혹행위나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③ 일요일에도 특별한 사정으로 인하여 추가적인 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로 인하여 종교 활동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④ 소외 1의 보직 변경요청에 대하여 진지하고 충분한 상담을 하였고, 보직 변경요청이 있다고 하여 소속 부대에서 반드시 이에 응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피고는 피고 소속 공무원에게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소외 1의 자살을 예측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 소속 공무원의 주의의무 위반과 소외 1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인정 사실
1) 업무 강도
가) 사령관실 당번병 업무는 위 1. 라. 3)항 기재와 같이 전화대기나 청소, 차 준비, 일정표 확인, 신문 도착 확인, 문서수발, 사령관의 국방부 이메일 확인이나 사령관 제복 준비, 화초에 물 주기 정도의 단순한 일이다. 사령관이 사무실에 없을 때에는 집에 전화를 할 수 있고 책을 보거나 인터넷을 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사병에 비하면 사령관실 당번병의 업무가 편하다고 볼 수 있고, 많은 병사들이 희망하는 보직이다.
나) 그런데 소외 1은 사령관실에서 높은 간부와 근무하는 것에 대하여 긴장을 많이 하고 실수를 할지 부담을 가지고 있었으며 작은 실수에도 자책하면서,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는 사병들이 자기보다 늦게 일어나고 업무가 일찍 끝나거나 점심시간이 긴 것을 부러워했다. 소외 1은 “사령관실 당번병 업무를 맡고 나서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고 우울증이 다시 생겼다.”라고 말하기도 하였고, 국군수도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에도 당번병 업무와 관련하여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호소하였다.
2) 휴일 근무 중 예배 가능 여부
소외 1은 천주교 신자였는데, 천주교 신자인 병사들은 일요일마다 부대에 있는 성당에 출석하여 미사에 참여할 수 있다. 소외 1은 위 1. 라. 3)항 기재와 같이 사령관실에서 휴일 중 토요일에는 근무를 하지 않고 일요일에 근무를 하였는데, 다른 당번병과 함께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편성하여 10:00경부터 12:30경까지, 12:30경부터 15:30경까지, 15:30경부터 사령관실 비서실장이 퇴근할 때까지 3교대로 나누어 근무를 하였다.
3) 소외 1의 입대 전 우울증 병력
가) 원고 1은 2011. 3. 13. 부대에 면회를 와서 소외 1이 쓰러졌다는 말을 듣고 소외 6과 상담을 하면서 “소외 1의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대하여 알지 못했다. 소외 1이 발작을 하고 쓰러진 원인은 본인의 소심한 성격과 더불어 아버지인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스트레스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진술하였다.
원고 1은 입대 전 소외 1에게 우울증이 없었고 고등학교 때 미국 유학 중 시험에서 잘못된 행동이 발각되어 퇴학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되자 힘든 마음을 ‘죽고 싶다’고 표현한 것을 학교 선생님이 ‘정말로 죽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오해한 나머지 정신과 진료를 받게 하였고, 대학교 때에는 위 1. 나. 2)항 기재와 같은 사유로 충북대학교병원에서 정신과 상담을 받은 적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위 1. 나. 3)항에서 본 것과 같이 소외 1이 입대 전 5년 동안 우울증 약을 처방받은 적은 없다.
나) 그런데 소외 1은 소외 4 등 주변의 여러 병사들에게 “우울증이 있었으나 불이익을 받을까 봐 말하지 않았다.”, “우울증을 앓고 있다. 군대 오기 전에 우울증 약을 복용했고 원래 약을 먹어야 하지만 입대하면서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다) 소외 1이 2011. 3. 1. 메모한 글에도 “요즘 들어 우울증이 심해졌다. 부모님께 불효인 것을 알면서도 우울증에 대해 말해 버렸다. 예전에 병원에 데려다 주실 때 어머니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우울증을 오래 앓았기에 내 상태가 어떤지 잘 알고 있다.”라고 기재되어, 군대 입대 전에 우울증을 앓았고 우울증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한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4) 소외 1의 약물 복용 후 상태
가) 소외 1은 우울증 약을 복용한 후 일에 집중할 수 없어 사령관실 당번병 업무를 하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소외 1은 옆 분대에 소속된 상병 소외 9나 비서실 의전팀 행정병인 병장 소외 10에게 “약이 매우 독해서 저녁에 자기 전에만 약을 복용하고, 약을 복용한 다음 날 아침에는 약 기운이 남아 있어서 사무실에서도 멍한 상태에 있을 때도 있다.”,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 힘이 없고 기억력이 떨어지고 머리가 많이 아프고 서 있기도 힘들다. 다른 보직으로 옮기기는 싫은데 사령관실 당번병은 못하겠다.”라고 말하였다.
소외 10은 “소외 1이 약을 복용한 이후 눈에 초점이 없고 목소리도 완전히 힘이 빠져 있으며 의욕이 없어 보여 점점 위험하다고 생각하였다. 약 2주 정도 지난 후 소외 1을 만났을 때 눈이 완전히 풀린 상태에 있었다.”라고 진술하였다.
나) 소외 1이 속했던 분대 병사들 역시 “예전에도 소외 1이 약물을 복용하고 멍한 상태에 있는 모습을 보았고, 다른 분대원들과 모여 대처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다. 이렇게 논의하기 이전에도 사령관실 병사들은 여러 차례 간부들에게 소외 1이 상대적으로 더 편한 보직으로 변경받기를 건의하였다.”라고 설문조사에서 응답하였다.
다) 소외 1이 2011. 4. 1. 21:10경 저녁 점호를 마친 다음 사라져, 병사들이 소외 1을 찾는 소동도 있었다. 소외 1은 당시 생활관 4층 테라스에서 혼자 담배를 피우고 있다가 발견되었다.
5) 부모와의 전화 통화
가) 소외 1은 당번병으로 근무하면서 원고 1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하였는데, 처음에는 근무가 덜 힘든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해달라고 하였고, 나중에는 자신이 우울증 약을 먹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다른 부대로 전출을 원한다고 말하였다.
나) 소외 6은 원고 1에게 소외 1의 상태에 대하여 알 수 있도록 소외 1과의 대화내용을 알려달라고 부탁하고, 소외 1의 상태에 대해 상담하는 전화를 하였다. 원고 1은 소외 1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당번병으로 근무하기가 무척 힘들다는 말을 들었으나, 소외 6 등에게 소외 1의 보직 변경 등을 요구하지는 않고 “소외 1이 입대 초기에 부대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자신감을 갖고 부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 달라.”라고 말하였다.
6) 소외 1의 메모 내용
소외 1은 2011. 3. 1.부터 2011. 3. 31.까지 부대에서 수첩과 노트에 남긴 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가) 2011. 3. 1.자 메모에는 “우울증세가 다시 찾아오면 그 고비 몇 시간을 버티기 힘들고 괴롭다. 우울증세가 지겹다. 너무 싫다. 내게 언제부터 이런 병이 온 걸까. 항우울제를 처방받고 싶지만 그런 것이 선임들에게 알려지면 좋을 것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게 나구나. 우울증이 찾아오니 집중도 안 되고 사고가 멈추니 실수가 생긴다. 그 실수는 자괴감으로 바뀌어 버리고 그 자괴감은 다시 증세를 악화시킨다. 어디에서 찾아오는 걸까. 지겹다. 약이 필요하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나) 2011. 3. 29.자 메모에는 “이미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의무병에게 말한 것이 실수였다. 결국 모두 아는 듯해서 나도 용기를 내어 사실을 말했다. 어쩔 수 없었다. 이러지 않으면 결국 감추며 혼자 앓고 오해만 생기니까. 그러나 결국 이곳 사람들은 이런 귀찮은 신경 많이 쓰이는 녀석이 싫은 것이겠지. 나도 좋아서 이딴 거지 같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게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모른다. 그러니까 좀비 같다느니, 의지가 없다느니 쉽게 말하는 거겠지. 나도 그렇게 비추어지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게 안 되니까.”라고 기재되어 있다.
다) 2011. 3. 31.자 메모에는 약물치료 후 부작용과 불안감,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즉 “이 약이 무서웠고, 약물 치료하면서 사령관실에서 일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정신이 없다. 어지럽고 머릿속은 온통 하얗거나 회색, 혹은 아무것도 없는 흑색, 그것이 왔다 갔다 한다. 그 어디에도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은 없다. 내 머리 밖에도, 안에도 없다. 어디에도 없다. 어지러워. 눈은 항상 초점이 안 맞고 졸음이 쏟아지고 집중이 안 되고 말도 잘 못 알아듣고 멍하다. 이러면 안 된다. 그런데 이것을 안 먹으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먹기로 선택했다. 이 방법밖에 없다. 이것을 선택한 만큼 다른 것은 잃을 수밖에 없다. 포기해야 한다. 도와주세요 하느님. 이 부작용이 내가 태만하고 의욕 없게 보인다니 유감이고 슬프고 서럽다. 결국엔 이 모든 게 내 탓이다. 이런 쓸모없는 놈이라서. 왜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거지 같은 게 있다니. 나는 안 돼. 이곳에서 나는 무가치하다. 가치가 없다. 피해만 주고 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7) 소외 1의 심리상태
가) 소외 1에 대한 군인성검사 결과에 의하면, 소외 1이 불성실하게 검사에 임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소외 1은 “자신의 심리적 문제나 어려움을 과장하거나 나쁜 점을 강조한다. 심한 정서적 어려움이나 장애가 있다고 과장할 가능성이 높다. 긴장을 많이 한다. 불안하고 우울하다. 정서적으로 힘들어한다. 개인적인 문제로 괴로워하거나 고민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 특히 윗사람들과 불편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초조해 하고 쉽게 피곤해한다.”라고 되어 있다.
나) 소외 1의 동료들에 의하면, 소외 1은 소심하고 작은 스트레스나 실수도 크게 받아들이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8) 우울증의 증상
의학상 우울증의 일반적인 증상으로 의욕상실, 자신감 저하, 불면증, 즐거움의 상실, 식욕감퇴, 불안 외에 자살사고 유발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우울증은 그 상태가 약한 경우 정서적으로 우울하고 슬픈 느낌이 들며 자신감과 생의 의욕이 없고 피곤한 증상을 보일 뿐이지만, 심하게 되면 지속적인 불안, 걱정, 긴장, 장래의 위해에 대한 느낌과 걱정 및 초조감 등이 동반되며, 무력감, 고립무원감, 분노와 공격의 감정, 죄책감, 자기징벌의 욕구 또는 망상 등의 이유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해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자살은 심한 우울증에서 회복될 때 가장 빈번히 일어난다는 것이 정신의학상 인정되고 있고, 주요 우울증 환자의 약 15% 정도가 자살 기도를 하고 실패하는 경우에도 그중 약 10%는 결국 자살 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정 근거] 다툼이 없거나 법원에 현저한 사실, 갑 제18호증, 을 제6 내지 14, 19, 20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소외 6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증인 소외 11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다. 관련 규정
별지 ‘관련 규정’ 목록 기재와 같다.
라. 판단
1)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헌법적 사명으로 한다( 헌법 제5조 제2항 ).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헌법 제39조 제1항 ).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헌법 제39조 제2항 ).
모든 국민에게 부과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군대에 입대한 병사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근무형태 등을 선택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국가는 일반 사회생활과 달리 엄격한 행동규율과 집단행동이 중시되는 군대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병사 개인이 복무기간 동안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보존하여 건강한 상태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그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대하여 충분한 배려를 할 의무가 있다.
물론 군인은 군 생활에 적합한 정신적·신체적인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훈련과 교육을 받아야 하고, 스스로도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군인이 성실하게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그의 능력적인 한계나 다른 군인들로부터 가해행위·따돌림 등으로 말미암아 군 생활에 대한 적응에 실패한 경우에, 그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고 국가가 이를 외면하는 것은 병역을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로 정한 헌법과 법률의 정신에 어긋난다( 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363 전원합의체 판결 중 별개의견 참조).
자살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회피되어야 한다. 군인이 직무상 스트레스나 과로를 견디다 못해 자살하기도 하고 군대라는 특수한 여건 때문에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거나 스스로 극복하기 어려운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도 이를 호소하거나 적절히 진단받고 치료받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자살하기도 하는 일이 현실로 존재하는 한,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여서는 안 된다. 군대 내 자살에 대하여도, 일반 사회에서의 자살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자살자 개인의 의지박약이나 나약함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성숙한 사회의 모습이 아니며, 유가족에 대한 적절한 위로와 보상 또한 국가의 책무다. 국가는 군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에 대하여 충분하고 세심한 보호와 배려를 제공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363 전원합의체 판결 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참조).
국가는 군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들에 대해서도 소속 부대에서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와 조직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병사가 군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 병사가 자살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미리 충분한 면담과 검사를 시행하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살할 가능성이 예견되는 때에는 적정한 치료와 보직 조정 등을 비롯하여 자살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대한의 조치를 다하여야 한다. 만일 국가가 병사에 대하여 위와 같이 필요한 조치를 게을리하여 병사가 자살에 이르렀다면 병사에게 고유한 자살의 소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국가와 그 소속 공무원에게도 병사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보호·배려의무를 다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국가의 보호·배려의무 위반과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보통의 평균인이 아니라 자살자 본인을 기준으로 그가 받은 훈련이나 근무의 형태,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과로가 자살자에게 미친 긴장 또는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기간,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 상황과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자살자의 신체조건과 정신상태, 기존 정신질환의 유무와 가족력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군입대자 대부분이 18세 내지 25세 사이의 젊은이로서 청소년기에서 성년기로 이행하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있다는 점과 현재와 같은 징병제하에서 군 복무 여부를 본인의 의사에 따라 선택하거나 개인의 적성에 따라 복무의 종류와 강도를 달리하지는 못한다는 점, 군사 목적의 효율적 훈련과 교육을 위한 군대 내 고유한 지휘체계 또는 계급제 등의 특수성, 친구들과 사회·가정으로부터 격리되어 일체의 생활을 부대 내에서 하게 되는 과정에서 개인에 따라 적응의 정도와 적응기간에 차이가 있고 특히 입대 초기의 적응단계에서 정서장애, 행동장애 등을 겪을 수가 있으며, 실제로 군대 내 자살자의 대부분이 사병으로 그중에도 이병과 일병의 비율이 높은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363 전원합의체 판결 중 보충의견 참조).
2) 소외 1은 군 입대 전에 우울증세로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령관실 당번병의 업무가 다른 사병의 업무에 비하여 과중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소외 1과 같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사령관실 근무가 더욱 어려울 수 있고 견디기 어려울 수도 있다. 소외 1은 2011. 3. 13. 부대에서 쓰러져 2011. 3. 16.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이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게 된 것이 알려진 것에 대해서도 부담감을 느끼게 되었다. 소외 1은 간부들과 면담을 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업무 스트레스, 압박감 등을 이유로 보직 변경을 희망하였고, 2011. 3. 29. 국군수도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을 때에는 자살 생각이 든다고 상담하였다. 소외 1이 우울증 약을 복용한 이후에는 눈에 초점이 없고 의욕이 없이 멍한 상태로 자주 목격되었으며 사령관실 당번병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다.
소속 부대에서는 소외 1의 상태에 관하여 인식하고 상관인 소외 6은 멘토를 자처하는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였다. 특히 소외 6은 소외 1의 보직 변경에 대하여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소외 1의 상관들과 상의하였을 뿐만 아니라 소외 1에게도 한 달가량 사령관실 당번병으로 임무수행을 더 해보고 보직 변경을 원할 경우 다른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소외 1은 사령관실 당번병이 된 후 우울증세가 발견된 지 약 1개월 만에 자살하였다. 소외 1이 입대 전부터 우울증 병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소심하고 평소 긴장을 많이 하며 스트레스에 민감한 소외 1이 높은 계급의 상사와 함께 근무하는 당번병 업무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느낀 것이 우울증의 악화요인으로 작용하였다고 할 것이다.
피고 소속 부대에서 소외 1로 하여금 국군수도병원에서 3회에 걸쳐 통원치료를 받게 하고 신경안정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하도록 하였으며 소외 1의 정신적 안정을 위하여 멘토 간부와 병사를 지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부모와 통화를 하여 소외 1의 상태를 파악하려고 하고 소외 1의 보직 변경을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소외 1은 우울증 등 여러 문제로 부대 적응에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는 데다가 자살의 징후까지 있었으므로, 소외 1의 소속 부대는 소외 1의 성향과 적성, 군의관의 진단결과, 소외 1의 요구사항 등을 고려하여 우울증에 대한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도록 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보직 변경 등을 포함하여 소외 1이 우울증에서 회복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하는 등 좀 더 세심하게 소외 1에 대한 보호와 배려를 하였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소외 1은 사령관실 당번병 근무로 인한 부담감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소속 부대에서 위에서 본 적절한 배려와 필요한 조치를 하였다면 소외 1이 우울증으로 인하여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텐데도 그와 같은 배려와 조치를 하지 않아 위와 같은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피고 소속 부대에서 소외 1에 대한 보호·배려의무를 위반하였고, 이러한 의무위반과 소외 1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비록 소외 1에게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다거나 소외 1의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마. 소결
그러므로 피고 소속 공무원의 주의의무 위반은 소외 1을 사망에 이르게 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이로 말미암아 소외 1과 그 부모, 형제인 원고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소외 1과 원고들이 입은 재산적·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소외 1이 자살에 이르게 된 데에는 본래 가지고 있던 우울증적 소인이 주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속 부대 간부들은 소외 1을 지속적으로 면담하고 우울증의 치료를 위하여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다. 이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소외 1의 자살에는 종전에 있었던 우울증적 소인과 이에 대한 불충분한 대처 등이 중대한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소외 1과 그 부모도 소속 부대에 소외 1의 상태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조치를 정확하게 알리지 않아 소속 부대에서 보직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못하는 데 다소의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정까지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30%로 제한함이 적당하다.
나. 손해액의 산정
1) 소외 1의 일실수입
가) 인정 사실과 평가내용
(1) 망인의 연령, 기대여명, 가동종료일: 별지 ‘손해배상액 계산표’ 목록 기재와 같다.
(2) 가동능력에 대한 금전적 평가: 2012년 하반기 도시일용 근로자 보통인부의 임금 월 80,732원
(3) 가동기간: 소외 1의 군 복무가 끝나는 2012. 9. 13.부터 만 60세가 되는 날까지
(4) 생계비: 수입의 1/3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호증의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나) 계산
소외 1의 일실수입을 호프만식 계산법에 따라 현가로 환산하면 별지 ‘손해배상액 계산표’ 목록 기재와 같이 274,069,305원이 된다.
2) 장례비
가) 원고들은 주장
피고는 장례비 3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을 제15, 1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소외 1에 대한 장례는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루어졌고, 피고가 그 장례비를 모두 부담하였다.
한편 피고는 제5차 변론기일에서 “장례비 300만 원에 대하여는 다툼이 없다.”라고 진술하여 장례비 300만 원에 대하여 자백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제6차 변론기일에서 진술한 2014. 5. 23.자 준비서면에서 위 자백을 취소한다고 주장한다. 위 자백은 진실에 반할 뿐만 아니라, 피고 소송수행자의 착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위 자백은 적법하게 취소되었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책임의 제한
82,220,791원(= 소외 1의 일실수입 274,069,305원 × 30%, 원 미만 버림)
4) 위자료
소외 1이 사망 당시 나이가 23세였던 점, 우울증으로 군 복무를 이행하지 못하고 자살한 점, 소외 1의 소속 부대에서 소외 1이 부대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노력을 하였던 점, 군에 입대한 아들의 자살을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하는 부모의 심정, 그 밖에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를 포함하여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지급할 위자료는 다음과 같이 정함이 타당하다.
① 소외 1: 3,000만 원
② 원고 1, 2: 각 600만 원
③ 원고 3: 300만 원
5) 상속관계
소외 1의 부모인 원고 1, 2는 소외 1의 재산적 손해액 82,220,791원, 위자료 3,000만 원, 합계 112,220,791원 중 각 상속분인 1/2에 해당하는 56,110,395원(= 112,220,791원 × 1/2, 원 미만 버림)의 손해배상채권을 상속하였다.
다. 소결
피고는 손해배상으로 원고 1, 2에게 각 62,110,395원(= 위자료 600만 원 + 상속분 56,110,395원), 원고 3에게 300만 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불법행위 종료일인 2011. 4. 10.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5. 2. 5.까지는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므로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각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1] ‘관련 규정’ 목록: 생략]
[[별 지 2] 손해배상액 계산표: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