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행정사법시행령 제2조 제3호의 규정이 위임립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
나. 위 규정이 외국어번역행정사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인지 여부
결정요지
가. (1) 위임립법의 내용에 관한 헌법적 한계는 그 수범자가 누구냐에 따라 입법권자에 대한 한계와 수권법률에 의해 법규명령을 제정하는 수임자에 대한 한계로 구별할 수 있는바, 국회가 법률에 의하여 입법권을 위임하는 경우에
도 헌법에 위반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이 전자의 문제이고, 법률의 우위원칙에 따른 위임입법의 내용적 한계는 후자에 속한다. 후자의 문제로서 위임명령의 내용은 수권법률이 수권한 규율대상과 목적의 범위 안에서 정해져야 하는데 이를 위배한 위임명령은 위법이라고 평가되며, 여기에서 모법의 수권조건에 의한 위임명령의 한계가 도출된다.
(2) 행정사법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행정사는 타인의 위촉을 받아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번역, 작성서류의 제출대행, 행정관계법령 및 행정에 대한 상담과 자문, 신고·신청·청구의 대리와 사실조사 및 확인 등을 그 업무로 하고(제1조 및 제2조 제1항), 그 중 특히 외국어번역행정사는 “행정기관의 업무와 관련된 서류의 번역”과 “동 번역서류의 제출대행”(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 그리고 “그 업무에 관한 사실확인증명서의 발급” 및 “그가 번역한 번역문에 대한 번역확인증명서의 발급”(제28조)을 그 업무로 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이 “행정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사무:행정기관등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를 번역하는 일”이라고 규정한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여 모법상 규정이 없는 입법사항을 하위명령이 규율한 것이 아니므로 위임립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나. (1) 직업의 선택 혹은 수행의 자유는 각자의 생활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편이 되고 또한 개성신장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주관적 공권의 성격이 두드러진 것이기는 하나, 다른 한편 국가의 사회질서와 경제질서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라고 하는 객관적 법질서의 구성요소이기도 하다.
(2) 이미 행정기관에서 공적으로 발급된 서류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정기관이 또 다시 규제할 필요성이 없고 사실상 규제할 수도 없으므로, 행정기관에서 발급된 서류의 외국어로의 번역은 당해 서류를 필요로 하는 곳의 판단 및 요구수준에 따라 처리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국제화ㆍ세계화 시대에는 실생활에서 외국어의 한글로의 번역 뿐만 아니라 한글의 외국어로의 번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져 가고 있는 추세이므로, 행정기관에서 발급하는 서류를 외국어로
번역하는 일을 외국어번역행정사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라도 할 수 있도록 하여 이를 전적으로 당해 서류의 번역을 위촉하는 의뢰자의 판단에 따르도록 한 것은 명백히 불합리하다거나 불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은 또한 청구인과 같은 외국어번역행정사가 행정기관에서 발급된 서류를 번역하는 일을 전혀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참조판례
가. 1995. 10. 26. 선고, 93헌바62 결정
나. 1996. 8. 29. 선고, 94헌마113 결정
청 구 인 김 ○ 영
대리인 변호사 박 성 귀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위 행정사법은 제2조 제1항에서 행정사의 업무를 규정하고 있는바(동조항 제1호 내지 제7호), 그 중 제3호는 “행정기관의 업무에 관련된 서류의 번역”이라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동조 제2항은 “제1항의 업무의 내용과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였고, 이에 따른 행정사법시행령(1995. 7. 20. 대통령령 제14739호 전문개정) 제2조 제3호는 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사무를 “행정기관 등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를 번역하는 일”이라고 규정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행정기관 등에 제출하는 서류’는 물론이고, ‘행정기관에서 발급하는 서류’도 번역할 수 있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행정사법시행령(1995. 7. 20. 대통령령 제14739호 전문개정) 제2조 제3호(이하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이며, 그 규정과 모법인 행정사법의 관련규정은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
행정사법시행령 제2조(업무의 내용과 범위) 법 제2조 제1항 각호의 규정에 의한 행정사 업무의 내용과 범위는 다음 각호와 같다. 다만, 다른 법률에 의하여 제한되어 있는 것은 이를 제외한다.
1. 내지 2. 생략
3. 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사무:행정기관등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를 번역하는 일
4. 내지 7. 생략
(2) 관련규정
행정사법 제2조(업무) ① 행정사는 타인의 위촉에 의하여 수수료를 받고 다음 각호의 사무를 행함을 업무로 한다. 다만, 다른 법률에 의하여 제한되어 있는 것은 이를 행할 수 없다.
1.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
2. 권리의무나 사실증명에 관한 서류의 작성
3. 행정기관의 업무에 관련된 서류의 번역
4. 제1호 내지 제3호에 의하여 작성된 서류의 제출대행
5. 인가ㆍ허가 및 면허 등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신고ㆍ신청ㆍ청구 등의 대리
6. 행정관계법령 및 행정에 대한 상담 또는 자문
7. 법령으로 위탁받은 사무의 사실조사 및 확인
② 제1항의 업무의 내용과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2. 청구인의 주장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대통령은 법률에서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대
통령령을 발할 수는 있으나 이때에도 위임의 범위를 일탈하여 모법에 위반되어서는 안된다.
행정사법 제2조 제1항 제3호는 행정사의 업무의 하나로 “행정기관의 업무에 관련된 서류의 번역”이라고 규정하여, 청구인을 비롯한 외국어번역행정사는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는 물론이고 행정기관에서 발급하는 서류도 번역할 수 있는 기본권을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사법 제2조 제2항의 입법위임에 의한 동법시행령 제2조 제3호는 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사무를 “행정기관등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를 번역하는 일”로 축소규정함으로써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였다.
나. 내무부장관의 의견
행정사법시행령 제2조 제3호에서 규정한 “행정기관등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를 번역하는 일”이라 함은 행정사법에서 정한 자격있는 외국어번역행정사만이 할 수 있는 업무임을 규정한 것이지 ‘행정기관에서 발급한 서류’를 포함하는 여러 가지 서류(예컨대 문학작품이나 회사 서류 등)의 번역을 외국어번역행정사가 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즉, “행정기관 등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의 번역”은 외국어번역행정사만이 독점적으로 할 수 있고, 기타 모든 서류(행정기관에서 발급한 서류 포함)의 번역은 외국어번역행정사는 물론 외국어번역행정사가 아닌 어떠한 자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외국어번역행정사에게 특정 업무를 독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을 뿐 기타의 번역업무를 제한한바 없으므로 청구인의 기본권침해 주장은 합당치 않다.
3. 판 단
가. 외국어번역행정사 제도의 연혁과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
한편,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이 있는 행정사법시행령
그런데 행정사법 제2조 제1항 제3호에서는 행정사의 업무의 하나로 “행정기관의 업무에 관련된 서류의 번역”이라고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2항에 의하여 그 업무의 내용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도록 위임하여, 동법시행령 제2조 제3호에서는 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사무를 “행정기관등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를 번역하는 일”이라고 규정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이 “행정기관에서 발급하는 서류를 번역하는 일”을 행정사의 업무에서 제외함으로써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 위임입법의 한계 일탈여부
(1) 자격제도와 위임입법의 한계
우리 헌법은 제75조에서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대통령이 발할 수 있는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대통령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만 발할 수 있다고 한정함으로써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위임입법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위임은 이를 허용하지 아니함으로써 헌법이 그 바탕으로 하는 권력분립주의, 의회주의 내지 법치주의의 기본원리는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명백히 한 것이다(헌법재판소 1995. 10. 26. 선고, 93헌바62 결정 참조).
것이 전자의 문제이고, 반면에 법률의 우위원칙에 따른 위임입법의 내용적 한계는 후자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위임입법의 내용적 한계라고 하는 경우에는 주로 후자가 문제되고 있으며 이 사건도 이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위임명령의 내용은 수권법률이 수권한 규율대상과 목적의 범위 안에서 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배한 위임명령은 위법이라고 평가되며, 여기에서 모법의 수권조건에 의한 위임명령의 한계가 도출된다. 즉, 모법상 아무런 규정이 없는 입법사항을 하위명령이 규율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위배하는 것이다.
(2) 행정사제도의 목적과 외국어번역행정사의 업무
그 중 외국어번역행정사는 “행정기관의 업무에 관련된 서류의 번역”과 “동 번역서류의 제출대행”(행정사법 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 그리고 “그 업무에 관한 사실확인증명서의 발급” 및 “그가 번역한 번역문에 대한 번역확인증명서의 발급”(행정사법 제28조)을 그 업무로 함을 알 수 있다.
(3)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이 “행정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사무:행정기관 등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를 번역하는 일”이라고 규정한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여 모법(행정사법)상 규정이 없는 입법사항을 하위명령(행정사법시행령)이 규율한 것이 아니므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다.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여부
(1) 직업선택의 자유
판소 1996. 8. 29. 선고, 94헌마113 결정 참조).
(2) 외국어번역과 행정사제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행정사제도란 행정기관등에 제출하는 서류를 대리로 작성하거나 대리로 제출하는 제도이며, 이미 행정기관에서 공적으로 발급된 서류는 이른바 ‘공문서’로서 이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정기관이 또다시 규제할 필요성이 없거니와 사실상 규제할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기관에서 발급된 서류의 외국어로의 번역에 대하여는 당해 서류를 필요로 하는 곳의 판단 및 요구수준에 따라 처리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한편, 지금과 같은 국제화ㆍ세계화 시대에는 실생활에서 외국어의 한글로의 번역 뿐만 아니라 한글의 외국어로의 번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져 가고 있는 추세에 있다. 그러므로 행정기관에서 발급한 서류를 외국어로 번역하는 일은 외국어번역행정사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라도 할 수 있도록 하여 이를 전적으로 당해 서류의 번역을 위촉하는 의뢰자의 판단에 따르도록 한 것은 명백히 불합리하다거나 불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은 청구인과 같은 외국어번역행정사가 행정기관에서 발급된 서류를 번역하는 일을 전혀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라. 평등권 침해여부
또한 청구인은 침해된 권리로 평등권(헌법 제11조)을 들고 있으나 청구이유에서는 이에 대한 주장을 하지 않고 있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이 외국어번역행정사가 행정기관에서 발급된 서류를 번역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어서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므로 평등권 침해는 문제가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 용 준
재판관 김 문 희
재판관 황 도 연
주 심 재판관 이 재 화
재판관 조 승 형
재판관 정 경 식
재판관 고 중 석
재판관 신 창 언
재판관 이 영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