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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5다30398 판결
[보험금][미간행]
판시사항

[1]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자살’의 의미 및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경우,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보험금액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보험금액청구권자가 보험사고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

[3] 군복무 중 목을 매 사망한 갑에 대하여, 군 수사기관은 단순 자살로 결론 내렸으나 그 후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갑이 구타·가혹행위 등으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견딜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렀다’는 결정을 한 사안에서, 갑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위 결정 시부터 진행하는데도, 유족들이 갑의 순직확인서를 발부받은 무렵부터 진행한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판희)

피고, 상고인

교보생명보험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심연택)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보험사고의 발생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해진 것은 망인에 대한 순직확인 시점인 2012. 12. 26.경이라고 평가함이 상당하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보험금청구권은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보험금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2.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그 자살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절단하여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행위를 의미하고,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 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5다5378 판결 참조). 한편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의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액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도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보험금액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보험금액청구권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할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제도의 존재 이유에 부합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액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로부터 보험금액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 대법원 1993. 7. 13. 선고 92다39822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해군 하사로 근무하던 망인은 1998. 7. 25. 22:40경 광양함 내 제4구조창고에서 해수 파이프 라인에 마닐라 끈으로 목을 매 사망한 채 발견되었는데, 군 수사기관은 망인이 함께 외출하였다가 미귀대한 후임하사에 대하여 선임자로서의 책임감과 자책감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아 단순 자살로 결론 내린 사실, ② 망인의 아버지인 원고 1은 2000. 7. 3. 서울지방법원에 대한민국을 상대로 ‘망인이 상급자에 의해 타살되었거나 소속 부대가 부대원의 신상을 보호하고 응급조치를 적절히 취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소홀히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02. 12. 4.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었고, 이에 항소하였으나 2004. 9. 24. 항소기각 판결(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 한다)이 선고되었으며 그 무렵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 ③ 그 후 원고 1의 민원에 따라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재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의 진술이 일부 조작된 사실이 비로소 밝혀지면서, 망인의 사망 당시 있었던 새로운 사실과 부대 내에서의 관행적인 부조리가 드러났고, 이에 위 진상규명위원회는 2009. 10. 21.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된 자세한 사실관계를 밝히면서 이러한 사실관계를 근거로 ‘망인은 군복무 중 일상화된 구타 및 가혹행위, 망인에게 집중된 선임부사관 소외인의 구타, 욕설 등 가혹행위, 소외인과의 업무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사망 직전 사고 장소에서 자행된 소외인의 구타·가혹행위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이를 견딜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렀다고 인정된다’는 이 사건 결정을 한 사실, ④ 원고 1은 2009. 12. 2. 서울고등법원에 이 사건 결정을 근거로 망인은 상급자들의 구타·가혹행위로 인하여 목을 매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이 사건 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위 법원은 2011. 4. 14. 이 사건 결정은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기각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된 사실이 인정된다.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당초 군 수사기관에 의해 망인의 사인은 단순 자살이라고 결론 내려졌으므로 망인이 구타·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견딜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렀다는 이 사건 결정이 있기까지는,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되어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않았다가, 이 사건 결정이 있게 됨으로써 보험사고의 발생이 객관적으로 확인될 수 있게 되었고 원고들도 그때서야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게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이 사건 결정이 있은 2009. 10. 21.부터 진행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원고들이 이 사건 결정을 근거로 해군참모총장에게 순직확인을 신청하여 2012. 12. 26.경 순직확인서를 발급받은 사실이 인정되나, 이 사건 결정으로 망인의 자살에 관한 사실관계와 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이상 보험사고의 발생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않았던 상태는 해소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위와 같은 순직확인이 있어야만 원고들이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원고들이 망인의 순직확인서를 발부받은 무렵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수 없다.

3.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들이 망인의 순직확인서를 발부받은 무렵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소멸시효의 기산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피고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김창석 조희대(주심) 박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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