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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7. 11. 9. 선고 2016가합102329 판결
[물품대금][미간행]
원고

강음시양명플라스틱유한회사 외 3인(소송대리인 경인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이덕모)

피고

한미실업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현 담당변호사 이준섭)

2017. 9. 28.

주문

1. 원고들의 소를 모두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피고는, 원고 강음시양명플라스틱유한회사에게 9,400,000원, 원고 천진시온형종이박스유한회사에게 2,700,000원, 원고 천진선우전자유한회사에게 1,900,000원, 원고 서봉(천진)전자유한회사에게 1,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한 2016. 2. 1.부터 이 사건 판결 확정일까지는 연 5.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1.2%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들은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이라 한다)에 본점을 두고 있는 중국 회사이고, 피고는 대한민국에 본점을 두고 있는 대한민국 회사이다.

나. 소외 천진한미전자유한공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는 전자부품 및 플라스틱 부품의 생산 및 판매 등을 목적으로 2000. 9. 29. 중국법에 따라 설립된 중국 회사(외국인투자기업)이다. 피고는 소외 회사 설립시 미화 500,000달러를 출자하였고, 현재 위 법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인정 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소외 회사와의 물품공급계약(이하 ‘이 사건 각 물품공급계약’이라 한다)에 따라 소외 회사에 물품을 공급하였으나, 현재까지 물품대금 중 일부만을 각 변제받았을 뿐 나머지 물품대금{원고 강음시양명플라스틱유한회사 5,635,391.81 위안, 원고 천진시온형종이박스유한회사 474,453.21 위안, 원고 천진선우전자유한회사 341,241.16 위안, 원고 서봉(천진)전자유한회사 169,339.88 위안}은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피고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소외 회사의 원고들에 대한 위 각 미지급 물품대금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이 있다.

① 소외 회사는 2003. 8. 21. 이후 피고가 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중국 공사법(공사법)상 피고를 1인 주주로 하는 1인 유한책임회사에 해당한다. 그런데 중국 공사법 제63조는 ‘1인 유한책임회사의 주주는 회사의 자산이 주주 자신의 자산과 별개임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회사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는 소외 회사의 자산이 피고의 자산과 독립되어 관리되고 있음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② 또한 중국 공사법 제20조 제3항은 ‘주주가 법인의 독립적 지위와 주주 유한책임을 남용하여 채무를 면탈하거나, 회사 채권자의 이익을 엄중히 해할 경우 주주는 회사 채무에 대해서 연대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와 소외 회사의 재산 또는 주요 임직원의 지위가 혼동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피고는 소외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③ 한편 피고는 2016.초경 소외 회사의 1인 주주이자 대표기관으로서 소외 회사의 폐업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위 폐업결정은 중국 공사법 제61조, 제37조에 의한 회사해산결정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주주로서 중국 공사법 제183조에 따라 청산절차를 개시해야 함에도 이를 해태하였고, 중국 최고 인민법원은 이러한 경우 청산절차를 해태한 주주에게 회사채무에 대한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3.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은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나. 관련 법리

국제사법 제2조 제1항 에서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어 제2항 에서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 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하여야 하고, 구체적으로는 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그리고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및 판결의 실효성 등과 같은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 이러한 다양한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 여부는 개별 사건에서 법정지와 당사자의 실질적 관련성 및 법정지와 분쟁이 된 사안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다18355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1) 이 사건은 중국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인 원고들이 대한민국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인 피고에게 물품대금을 청구하는 것이고, 구체적인 법률행위가 있었던 장소가 중국이므로, 국제사법 제1조 가 규정하고 있는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법원에 이 사건에 관한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는지 여부는 국제사법의 관련규정 및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2) 민사소송법 제2조 는 “소는 피고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법원이 관할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5조 제1항 은 “법인, 그 밖의 사단 또는 재단의 보통재판적은 이들의 주된 사무소 또는 영업소가 있는 곳에 따라 정하고, 사무소와 영업소가 없는 경우에는 주된 업무담당자의 주소에 따라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의 주된 사무소는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 소재하고 있으므로, 국내 토지관할 규정에만 따른다면 대한민국 법원은 보통재판적으로 그 관할권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3). 그러나 제출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비록 피고의 주된 사무소가 대한민국 내에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이 사건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어서,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있다.

① 이 사건 각 물품공급계약의 당사자는 중국 회사인 원고들과 소외 회사이고, 계약 체결 장소가 중국이며, 원고들이 이 사건 각 물품공급계약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하여 제출한 각종 통지서, 영수증, 입금전표, 채권채무확인서 등도 중국어로만 작성되었다.

② 원고들은 이 사건 각 물품공급계약에 따라 중국에서 소외 회사에 물품을 공급하였으며, 소외 회사는 중국에서 중국 은행을 통하여 송금하는 방법으로 원고들에게 물품대금 중 일부를 변제하였다.

③ 원고들은 이 사건 각 물품공급계약의 당사자인 소외 회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지 않고 곧바로 소외 회사의 1인 주주인 피고에게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소외 회사가 사실상 폐업하여 그 임직원을 만날 수 없을 뿐 아니라, 최근 소외 회사의 중국 공장은 다른 업체에 임대가 되어서 중국에는 소외 회사의 주소조차 없어 그에 대한 송달이 가능하지 않으며, 책임재산 또한 전무하다고 주장하나, 갑 제23, 24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갑 제20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소외 회사는 2000. 9. 29. 그 영업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폐업되지 않고 존속 중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

④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이 사건 각 물품공급계약 및 소외 회사의 법인격 부인을 전제로 한 물품대금 청구이고, 원고들과 소외 회사는 중국법에 의하여 설립된 회사임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회사의 법인격이 부인되는지 여부와 그 효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제사법 제16조 에 따라 회사의 설립의 준거법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소외 회사의 법인격 부인 여부와 그 효력으로서 피고의 책임 유무 등에 대하여는 소외 회사의 설립의 준거법인 중국법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이고, 원고들도 이 사건에 중국법을 적용하는 것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법인격 부인에 관한 법은 중국의 독특한 법률 규정 및 해석으로 인하여 우리나라의 법과 그 차이가 심대하여 중국 회사가 대한민국 회사를 상대로 하는 이 사건에서 대한민국 법원이 이를 해석,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다.

⑤ 피고 역시 이 사건 준거법으로 중국법이 적용된다면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것은 심히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⑥ 이 사건 심리에 필요한 중요한 증거방법은 대부분 중국에 있는 문서들 또는 증인들이어서,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등의 면에서 중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것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국제재판관할권이 없는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되어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방윤섭(재판장) 최지연 정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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