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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1. 3. 31. 선고 2010누32039 판결
[부당이득금반환등][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세 담당변호사 박찬)

피고, 항소인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식)

변론종결

2011. 3. 3.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원고들이 별지 1 부동산 목록 기재 제1, 3, 4항 부동산 중 별지 2 도면 표시 1, 2, 3, 4, 5, 9, 6, 7, 8, 1의 각 점을 차례로 연결한 선내 124.1㎡를 보차혼용통로로 유지할 의무가 없음을 확인한다(원고들이 2010. 5. 4.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청구취지 변경신청서에는 ‘별지 도면 표시 1, 2, 3, 4, 5, 6, 7, 8, 1의 각 점을 순차 연결한 선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오기로 보인다).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 1은 별지 1 부동산 목록 기재 제1, 2, 3항 토지를 소유하고 있고, 원고 2, 3, 4는 위 목록 기재 제4, 5, 6항 토지를 각 1/3 지분씩 소유하고 있다(이하 위 각 토지를 ‘원고들의 토지’라고 한다).

나. 원고들은 1996. 6. 3. 원고들의 토지상에 지하 2층, 지상 8층의 건물을 신축하는 내용의 건축허가를 받았고, 그 신축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1998. 9. 1. 사용승인을 받아 1998. 11. 30.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다. 별지 1 부동산 목록 기재 제1, 3, 4항 부동산 중 별지 2 도면 표시 1, 2, 3, 4, 5, 9, 6, 7, 8, 1의 각 점을 차례로 연결한 선내 124.1㎡(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는 이 사건 건물의 건축허가 당시 구 도시계획법(1997. 12. 13. 법률 제54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계획법’이라고 한다) 제18조 제2항 에 의하여 ‘도시설계지구’로 지정되어 있었는데, 구 건축법(1997. 12. 13. 법률 제54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건축법’이라고 한다) 제62조 에 따라 마련된 서울특별시 고시 ‘신촌지구 도시설계 재정비’(을 제8호증, 이하 ‘이 사건 재정비결정’이라고 한다)에 의하여 ‘보차혼용통로’(보행 및 차량의 통행을 위하여 일반에게 24시간 개방되어 이용할 수 있도록 대지 내에 조성토록 지정된 통로)로 지정되어 있었다.

라. 원고들은 이 사건 건물의 건축허가를 받으면서 피고와 협의하여 구 건축법 제61조 제1항 에 따라 위 도시설계에 적합하도록 이 사건 토지를 보차혼용통로(이하 ‘이 사건 보차혼용통로’라 한다)로 조성·제공하기로 하였고, 이를 감안하여 피고는 이 사건 토지의 면적 중 2/3(82.7㎡)를 이 사건 건물의 건축에 요구되는 조경면적(111.1㎡)에 산입하였다(이 사건 건물의 실제 조경면적은 30.5㎡이다).

마. 서울특별시는 2005. 9.경 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2007. 1. 19. 법률 제82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등에 의하여 서울특별시 고시 제2005-293호로 ‘신촌지구 제1종 지구단위계획 변경결정’(을 제5호증, 제6호증의 1, 2, 이하 ‘이 사건 변경결정’이라고 한다)을 고시하였는데, 이 사건 변경결정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는 지구단위계획상 보차혼용통로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구 건축법에 근거한 ‘도시설계지구’와 구 도시계획법에 근거한 ‘상세계획구역’이 2000. 1. 28. 법률 제6243호로 개정된 도시계획법에 의하여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통합되었고( 위 법 부칙 제7조 참조), 그 후 2002. 2. 4. 도시계획법이 폐지되고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시행되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게 되었다}.

바. 원고들은 2009. 4.경 이 사건 토지를 일반인들이 통행하지 못하도록 폐쇄하였고, 이에 인근 주민들이 피고에게 민원을 제기하자, 피고는 2009. 5. 20. 원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가 도시설계에 의한 보차혼용통로로 확보되도록 건축허가 및 사용승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토지를 개방할 것을 지시하였다.

사. 피고는, 원고들이 이 사건 토지를 보차혼용통로로 유지하지 않을 경우 건축법 제42조 , 제35조 위반을 이유로 건축법 제79조 , 제80조 , 제110조 에 의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아. 원고들은 이 사건 토지에 보도를 설치하였고, 원고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이 사건 건물 건축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 사건 토지를 통행로로 사용하고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호증, 갑 제13, 16호증, 을 제1 내지 9호증, 을 제12 내지 1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토지는 이 사건 재정비결정에 의하여 보차혼용통로로 지정되어 있었으나, 2005. 9.경 지구단위계획의 변경인 이 사건 변경결정에 따라 보차혼용통로에서 제외되었으므로, 원고들이 이 사건 토지를 더 이상 보차혼용통로로 유지할 의무는 없다.

특히, 건축허가를 하면서 일정 토지를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내용의 허가조건은 부관을 붙일 수 없는 기속행위 내지 기속적 재량행위인 건축허가에 붙인 부담이거나 또는 법령상 아무런 근거가 없는 부관이어서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토지를 보차혼용통로로 유지하는 것은 이 사건 건물의 건축허가 조건이나 부관이 될 수 없고, 이 사건 토지가 보차혼용통로로 지정되게 된 것은 이 사건 건물의 건축허가 당시의 건축법도시계획법에 따른 것에 불과하다.

또한 이 사건 토지와 연결되어 지정된 다른 보차혼용통로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토지 중간에 인접 건물이 위치하여 있고, 이 사건 토지 뒤쪽인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지번 1 생략) 대, (지번 2 생략) 대 부분에 별도의 소방도로 개설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사실상 이 사건 토지는 보차혼용통로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3. 관계법령

별지 3 관계법령 기재와 같다.

4. 이 사건 보차혼용통로의 법적 성격

가. 수익적 행정처분에 있어서는 법령에 특별한 근거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부관으로서 부담을 붙일 수 있고(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두12837 판결 참조), 그와 같은 부담은 행정청이 행정처분을 하면서 일방적으로 부가할 수도 있지만 부담을 부가하기 이전에 상대방과 협의하여 부담의 내용을 협약의 형식으로 미리 정한 다음 행정처분을 하면서 이를 부가할 수도 있다.

나. 원고들이 이 사건 건물의 건축허가를 받으면서 피고와 협의하여 구 건축법 제61조 제1항 주1) 에 따라 위 도시설계에 적합하도록 이 사건 토지를 보차혼용통로로 조성·제공하기로 하였고, 이를 감안하여 피고는 이 사건 건물의 건축을 허가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① 당시 이 사건 건물의 건축허가는 허가권자인 피고의 허가사항으로 되어 있었던 점, ② 원고들이 피고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토지를 보차혼용통로로 제공하지 않고서는 이 사건 건물의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위 법률의 문언에 의하더라도 허가권자인 행정청에 일정한 재량이 부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주2)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보차혼용통로 설치는 행정청이 행정처분을 하면서 특정 조건을 허가 내지 승인의 전제로 삼아 조건 이행 여부에 관하여 미리 상대방과 협의하고, 상대방이 그 이행을 합의하자 허가 내지 승인을 하면서 다시 이를 부담으로 부과한 것으로 그 실질은 위 건축허가의 부관으로서의 부담이라고 할 것이다.

다. 따라서 도시설계지구 내에 위치하여 도시설계로 보차혼용통로로 지정된 대지 부분은 도시설계에 있어서 대지 중 사람들과 차량의 통행을 위하여 공지로 남겨놓은 부분으로서, 건물의 건폐율과 용적률 등의 산정에 있어 대지면적에 포함되는 대지 내의 공지에 불과한 것이므로, 이는 그 대지가 도시설계지구에 포함됨으로써 건축에 있어 받게 되는 건물의 위치, 규모, 형태 등의 제한의 일환으로서 그 부분을 공지로 남겨 두어야 할 부관으로서 부담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7누12693 판결 참조).

5. 원고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행정청이 재량행위인 수익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처분의 상대방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부담을 부가하였다면 이러한 부담은 독립하여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된다고 할 것인데,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는 행정처분이 있을 때의 법령과 사실상태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처분 후 법령의 개폐나 사실상태의 변동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대법원 1995. 11. 10. 선고 95누8461 판결 ,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두1811 판결 등 참조), 행정청이 수익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부가한 부담 역시 처분 당시 법령을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부담이 처분 당시 법령을 기준으로 적법하다면 처분 후 근거 법령이 개정됨으로써 행정청이 더 이상 부관을 붙일 수 없게 되었다 하더라도 곧바로 위법하게 되거나 그 효력이 소멸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5다65500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변경결정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이 사건 토지를 더 이상 보차혼용통로로 제공·유지하여야 할 부담을 지지 않게 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1) 이 사건 보차혼용통로 설치는 이 사건 건물의 건축허가에 부가된 부담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변경결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재정비결정 등 근거 법령에 의하여 적법하게 부가된 이 사건 보차혼용통로 설치에 관한 부담은 그 효력을 상실하지 않는다 주3) .

(2) 더욱이 이 사건 변경결정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가 지구단위계획상 보차혼용통로로 지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원고들이 이 사건 건물을 재건축할 경우 이와 인접한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지번 3 생략) 및 (지번 4 생략) 토지를 포함하여 공동건축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지정한 보차혼용통로 폐쇄에 관한 경과규정이 포함되어 있지도 않아 이 사건 변경결정으로 인하여 이 사건 보차혼용통로 지정이 철회 내지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특히 이 사건 변경결정은 피고의 상급 행정관청인 서울특별시의 고시가 변경된 것에 불과하고, 처분청인 피고는 이 사건 변경결정에 따라 구체적인 행정행위를 한 사실이 없으며, 이 사건 변경결정을 피고가 행한 구체적인 행정행위와 같이 볼 수도 없다.

(4) 이 사건 토지가 사실상 차도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근주민 및 통행인들이 이 사건 토지를 보도로 장기간 사용하였는바, 원고들이 이 사건 토지를 보차혼용통로로 제공하지 않을 경우에는 공익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다만, 원고의 권리구제방법으로 아래 방법을 검토할 수 있음을 부기하여 둔다.

즉, 행정처분에 부담이 부가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 의무의 범위 또는 내용을 변경하는 부담의 사후변경은,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있거나 그 변경이 미리 유보되어 있는 경우 또는 상대방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당초에 부담을 부가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 경우에도 그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할 것인바( 대법원 1997. 5. 30. 선고 97누2627 판결 참조), 이 사건 변경결정이 여기에 해당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부담의 사후변경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변경결정은 부담이 사후변경된 것이 아니라 피고의 상급 행정관청인 서울특별시의 고시가 변경된 것에 불과하고, 처분청인 피고가 이 사건 변경결정에 따라서 구체적인 행정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원고들이 권리구제를 받는 방법으로는 원고들이 이 사건 변경결정을 근거로 하여 조리상 인정되는 권리로서 피고에게 이 사건 보차혼용통로 설치의 부담을 철회 또는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피고가 이를 거부할 경우 위 거부처분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을 상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두1811 판결 참조).

다만, 부담의 상대방에게 이러한 권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는 결국 부담의 사후변경 신청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의 문제라고 할 것인바, 특히 이 사건과 같이 주된 행정행위인 건축허가의 효력은 그대로 둔 채 사정변경을 이유로 이에 부가된 부담만을 철회 또는 변경할 것을 구할 권리가 있는지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6.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있어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이대경(재판장) 오상용 이한일

주1) 제61조 (도시설계지구) ① 도시계획법 제18조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도시의 기능 및 미관의 증진을 위하여 세분하여 지정된 구역(이하 "도시설계지구"라 한다)안에서는 도시의 기능 및 미관의 증진을 위하여 건축물을 도시설계에 적합하게 건축하여야 한다.

주2) 따라서 기속행위로서의 일반적인 건축허가와는 다르다.

주3) 강학상 행정행위의 실효는 유효한 행정행위의 효력이 일정한 사실의 발생으로 장래에 향하여 소멸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그 실효 사유는 대상의 소멸, 해제조건의 성취 또는 종기의 도래, 목적의 달성 등을 들고 있으나, 처분 후 근거 법령의 개정은 행정행위의 실효 사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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