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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6다70929, 70936 판결
[구상금등·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국가정보기관이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북한 공작원이 아님을 잘 알면서도 가해자와 공모하여 진실을 은폐하고 살인사건을 간첩사건으로 조작하였다는 이유로 국가가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손해배상을 한 다음 가해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가해자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고 내부적 부담 부분을 10%라고 본 사례

[2]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 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산하 공무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

[3] 국가정보기관이 살인사건 가해자의 자백으로 피해자가 북한 공작원이 아님을 알게 되었음에도 이를 숨기기 위하여 가해자를 구금·협박한 사안에서, 이는 가해자의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불법행위이므로 국가는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한 사례

[4] 소멸시효기간에 관한 주장에 변론주의가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5] 국가배상책임에 관한 소송에서 국가가 민법상 10년의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하였음에도 법원이 구 예산회계법에 의한 5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한 것이 변론주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한 사례

[6] 국가정보기관이 갑에 대한 간첩조작사건을 은폐하기 위하여 을을 감금·폭행·협박하고, 석방한 후에도 10여 년간 감시·관리·출국금지조치 등의 행위를 계속한 사안에서, 사실관계상 각각의 행위를 별개의 불법행위로 보아 그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도 각기 별개로 진행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겸 부대피상고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하나 담당변호사 최종우)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 1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재헌외 1인)

피고, 피상고인 겸 부대상고인

장세동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우일아이비씨 담당변호사 최영익외 3인)

피고, 피상고인

이학봉외 6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엄상익외 3인)

주문

원고(반소피고)의 상고와 피고(반소원고) 1의 상고를 각 기각한다. 피고 장세동의 부대상고를 각하한다. 상고비용과 부대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이유

1.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의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 1에 대한 본소청구에 관하여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 산하의 국가안전기획부(후에 국가정보원으로 명칭 변경됨, 이하 ‘안기부’라 한다)와 피고 1은 소외 1이 위 피고에 의해 살해되었고 또한 소외 1이 북한 공작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남북관계 등을 고려한다는 명목하에 진실을 은폐·조작함으로써 소외 1의 유족들에게 간첩의 가족이라는 멍에를 씌우고 또한 소외 1의 죽음의 진상을 밝혀내고 법적 절차에 호소하여 소외 1의 원한을 풀어 줄 기회를 박탈하여 소외 1의 유족들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공동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원고와 위 피고는 각자 소외 1의 유족들에게 위와 같은 진실 은폐·조작행위로 인하여 소외 1의 유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나아가 공동불법행위자인 원고와 위 피고의 내부적 부담 부분은, 소외 1 살해사건의 은폐·조작은 안기부의 주도하에 계획, 실현되었고, 위 피고는 자신의 형사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수동적으로 가담한 점, 소외 1의 유족들에 대한 손해배상액은 모두 위자료의 성격을 갖는데, 이는 소외 1 살해 이후 소외 1 살해사건의 은폐·조작에 적극적·주도적으로 관여한 원고의 행위와, 소외 1을 간첩으로 조작하여 그 가족들에게까지 간첩의 멍에를 씌우는 등 원고의 사후행위로 인하여 유족들이 입은 피해를 크게 고려한 것인 점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의 부담 부분을 90%, 위 피고의 부담 부분을 10%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원고와 위 피고의 각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 위배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오해로 인하여 위 피고의 부담 부분을 과다하거나 과소하게 인정한 위법 내지 이유불비, 이유모순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원고의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가. 피고 장세동, 이학봉, 피고 4, 5, 6(이하 이 항에서는 ‘피고 장세동 등’이라 한다)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구상금 청구

기록에 의하면, 피고 장세동 등은 소외 1 살해사건 은폐·조작 당시 원고 산하 안기부의 최고책임자 및 그 소속 직원들이었음을 알 수 있는바, 그렇다면 소외 1의 유족들 및 피고 1과의 관계에서는 피고 장세동 등의 직무관련 위법행위에 대하여 그들이 속한 원고가 피고 1과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배상책임을 지는 것일 뿐, 피고 장세동 등과 원고가 공동으로 소외 1의 유족들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같은 취지에서 원고의 피고 장세동 등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구상금 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피고 장세동에 대한 국가배상법에 의한 구상금 청구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 에 의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산하 공무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하는 경우 국가 등은 당해 공무원의 직무내용, 당해 불법행위의 상황, 손해발생에 대한 당해 공무원의 기여 정도, 당해 공무원의 평소 근무태도, 불법행위의 예방이나 손실분산에 관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배려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견지에서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당해 공무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 대법원 1991. 5. 10. 선고 91다6764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소외 1 살해사건의 은폐·조작에 피고 장세동이 관여한 정도 및 역할, 이 사건이 차지하는 비중과 파장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신의칙상 원고가 소외 1의 유족들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 중 원고의 부담 부분인 90% 가운데 2/9의 한도 내에서 위 피고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앞의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 위배나 구상권의 제한에 관한 법리오해로 인하여 위 피고의 구상의무의 범위를 과소하게 인정한 위법 내지 이유모순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피고 이학봉에 대한 국가배상법에 의한 구상금 청구

원심은, 피고 이학봉이 피고 장세동 등과 공모하여 소외 1 살해사건을 적극적으로 은폐·조작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가사 피고 이학봉이 이 사건 은폐·조작에 가담하였다 하더라도 위 피고의 구체적인 공모와 가담의 정도에 관한 입증이 없으므로 신의칙상 위 피고에 대한 원고의 구상권 행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앞서 나.항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이유모순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라. 피고 4, 5, 6에 대한 국가배상법에 의한 구상금 청구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안기부의 이 사건 은폐·조작에 있어 피고 4, 5, 6의 관여 부분이 그 공작의 전반 부분이나 후반 부분으로 각기 국한됨이 뚜렷한 점, 각자의 공모 및 가담 정도가 불분명한 점, 위 피고들은 이 사건 은폐·조작 결정 후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퇴직하였고 퇴직 이후에는 이 사건 은폐·조작 공작의 계속 시행에 별다른 관여를 한 흔적이 보이지 아니하는 점, 안기부 조직은 안기부장을 최고 정점으로 하여 수직적 조직체계와 엄격한 상명하복 관계로 형성되어 있는 점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신의칙상 원고의 위 피고들에 대한 구상권 행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앞서 나.항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마. 피고 7, 8, 9에 대한 사해행위취소 등 청구

원심은, 피고 6이 원고의 구상권 행사에 대비하여 그 소유의 부동산들을 피고 7, 8, 9에게 매도하여 변제자력을 불충분하게 하였으므로, 그 각 매매는 모두 사해행위로서 취소되어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 6에 대한 원고의 구상금채권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그 주장의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권리가 없다는 이유로 위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원고의 피고 6에 대한 구상금채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이 옳은 것임이 이미 위 라.항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점에 관한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피고 1의 반소청구에 관하여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① 원고 산하의 안기부 소속 직원들이 1987. 1. 9. 피고 1을 안기부 대공수사국 남산 청사로 데리고 가 진상을 자백하라면서 위 피고를 폭행하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 ② 이 과정에서 위 피고는 자신이 소외 1을 살해하였고 북한 공작원에 의하여 납북될 뻔하였다는 자신의 말이 허위라는 자백을 하였는데도 안기부 직원들은 이미 행해진 안기부의 발표가 허위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하여 1987. 4. 1. 위 피고를 석방할 때까지 80여 일간 위 남산 청사에 위 피고를 아무런 권한도 없이 구금하면서 이 사건 은폐·조작이 드러나지 않도록 각종 협박을 하며 세뇌교육과 보안교육을 시킨 사실, ③ 안기부는 위 피고를 석방한 이후 1998. 12.경까지 소외 2 등 안기부 대공수사국 직원들로 하여금 위 피고에 대한 동향파악을 하게 하는 등 사건 은폐를 위하여 계속하여 위 피고의 사생활과 사회생활을 감시·관리한 사실, ④ 안기부는 1996. 12. 24.부터 약 6개월마다 법무부출입국에 위 피고에 대한 출국금지조치를 요청하여 위 피고는 1997. 7. 1.부터 2001. 11. 30.까지 출국이 금지되었고, 위와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 위 피고가 1997. 8. 3. 인천공항을 통하여 출국하려다가 여권을 압수당하고 결국 출국을 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안기부는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최고의 정보기관이자 국가안전과 관련된 중요 범죄를 수사하는 수사기관으로서 법규를 준수하고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가 특히 더 크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위반하여 위 인정 사실과 같이 위 피고의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거주ㆍ이전의 자유 등을 부당하게 침해하였던바, 비록 피고 1이 소외 1 살해사건의 진실 은폐 및 조작행위에 가담하였고 이로 인하여 자신의 살인죄를 은폐하는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가한 위와 같은 행위는 소외 1의 유족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와는 별도의 불법행위라고 할 것이니 원고는 위 피고에게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공동불법행위에 가담한 자의 다른 공동불법행위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신의칙 위배 여부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피고 1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

(1) 어떤 권리의 소멸시효기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관한 주장은 단순한 법률상의 주장에 불과하므로 변론주의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고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할 것이다 ( 대법원 1977. 9. 13. 선고 77다832 판결 등 참조).

이 점에 관하여 원고가 민법에 의한 10년의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하였는데 원심이 구 예산회계법에 의한 5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한 것이 변론주의를 위반한 것이라는 피고 1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원심은, 피고 1의 원고에 대한 앞의 가.항에서 본 ① 내지 ④의 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가운데 ① 내지 ③의 각 불법행위와 ④의 불법행위 중 이 사건 반소제기시로부터 역산하여 5년이 되는 시점 전에 속하는 부분에 관한 각 손해배상청구권은 구 예산회계법(2006. 10. 4. 법률 제8050호 국가재정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폐지된 것) 제96조 소정의 5년의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되었고, 위 ④의 불법행위 중 이 사건 반소제기시로부터 역산하여 5년이 되는 시점 이후에 속하는 부분에 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위 ① 내지 ④의 원고의 각 행위는 그 목적이나 시점, 태양, 피해 법익 등으로 볼 때 각기 별개의 불법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이와 달리 원고의 위 각 행위가 일련의 하나의 불법행위이므로 그 전체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는 위 ④의 행위의 종료시부터 비로소 진행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위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원심은, 소외 1 살해사건의 은폐·조작이 세상에 밝혀지고 위 피고가 소외 1 살해 혐의로 구속되기 전까지는 위 피고는 안기부의 감시와 통제로 말미암아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였으므로, 원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위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위 피고는 1987. 4. 1. 석방된 뒤에 계속하여 안기부 직원의 감시를 받기는 하였으나, 그 이외에는 특별한 처분을 받지는 아니하였고 사업을 하는 등 비교적 자유로운 활동을 하였으며, 1998. 12.경 감시·관리가 사실상 종료됨으로써 그 이후에는 활동에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았다고 할 것인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위 불법행위에 대한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조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장애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위 피고가 자신의 살인죄를 은폐하기 위하여 이러한 주장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보인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조치는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위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소멸시효완성 주장의 신의칙 위배 여부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피고 장세동의 부대상고에 관하여

피상고인은 상고권이 소멸된 후에도 부대상고를 할 수 있지만 상고이유서제출기간 내에 부대상고를 제기하고 부대상고이유서를 제출하여야 하는 것인바(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52657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상고기록접수통지서가 원고에게 송달된 2006. 11. 8.부터 20일이 지난 같은 달 29. 피고 장세동이 부대상고를 제기하였음이 분명하므로, 위 피고의 부대상고는 부적법한 것으로써 그 흠결을 보정할 수 없는 것이다.

5. 결 론

그러므로 원고의 상고와 피고 1의 상고를 각 기각하고, 피고 장세동의 부대상고를 각하하며, 상고비용과 부대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고현철(주심) 김지형 차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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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6.8.16.선고 2004나8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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