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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5. 2. 24. 선고 2005다56186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법률행위의 해석 방법

[2] 위약금 지급의무와 관련하여 처분문서의 해석을 그르쳤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겸 부대상고인

주식회사 트로이커뮤니케이션(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민우 담당변호사 김정범외 1인)

피고, 상고인 겸 부대피상고인

대한배구협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천우 담당변호사 조범제외 4인)

주문

원심판결 중 비치발리볼 광고대행계약 관련 위약금 청구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 및 부대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의 여하에 관계없이 그 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고,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40858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의 채용 증거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2002. 7. 8. 피고와 사이에 피고 주최 국제여자비치발리볼대회(이하 ‘이 사건 비치발리볼 대회’라고 한다) 관련 광고대행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한 사실, 위 계약서(갑 제8호증)에서 원고는 2002. 7. 25.부터 2002. 8. 4.까지 울산 및 동해에서 각 3일간 총 10개 팀(외국 8팀, 한국 2팀) 참가하에 개최되는 비치발리볼 대회(이하 ‘2002년 대회’라고 한다) 관련 광고 전반에 대한 권리를 대회기간 중 혹은 위 계약일로부터 1년간 갖도록 하되(제4조) 위 광고대행권의 대가로 스폰서 및 공식 협찬사를 유치하여 피고에게 대회지원금 120,000,000원을 위 대회 종료시까지 지급하고(제5조), 피고는 주관방송사(KBS)에 의한 4일 이상 공중파 중계를 보장하며 중계일수 미달시에는 대회지원금(협찬금)을 삭감하고(제6조, 제10조 제3항), 계약기간은 계약일로부터 3년으로 하되 대회지원금(계약금액)은 상호 협의하에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여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며(제7조), 위약에 따른 계약 해지시에는 위약자가 대회지원금의 2배 상당액을 위약금으로 배상하기로 각 약정한 사실, 2002년 대회는 위 계약에서 정한 대로 개최, 진행되어 원고가 피고에게 약정 대회지원금 120,000,000원을 지급한 사실, 비치발리볼 대회는 피고가 해당 세계연맹의 인증과 함께 중계방송사를 확보한 다음 세계 각국의 참가팀을 국내에 초청함으로써 개최되는데, 2003년 비치발리볼 대회(이하 ‘2003년 대회’라고 한다)의 경우 2003. 7. 31.부터 2003. 8. 2.까지 동해 망상해수욕장에서 총 8개 팀(외국 6팀, 한국 2팀) 참가하에 개최되는 것으로 계획되어(갑 제14호증) 원고가 후원사로 KT&G사를 확보하기까지 하였으나 주관방송사(KBS)가 중계방송을 하루만 하기로 결정하자 후원사가 후원을 거절하는 등 중계방송일자 단축을 둘러싸고 원·피고 사이에 분쟁이 빚어진데다가 개최 예정지인 동해시에서 사정상 대회장소를 제공할 수 없다고 뒤늦게 피고에게 통지하는 바람에 결국 무산된 사실,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한 대회지원금의 규모는 대회기간, 참가국(팀)수, 방송중계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2003년 대회가 계획대로 개최되었더라면 대회기간, 중계일수 및 참가국(팀)수 등에 맞추어 대회지원금을 조정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대회가 무산되는 바람에 위와 같은 구체적 내용에 관한 합의에까지 이르지 못한 사실, 원고는 피고가 그의 귀책사유로 2003년 대회를 무산시킴으로써 이 사건 계약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2004. 10. 6. 피고에 대하여 위 계약의 해지를 통지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계약의 주된 내용은 피고가 주최하는 비치발리볼 대회의 국내 개최에 따른 광고대행권을 원고에게 독점적으로 부여하는 대가로 원고는 피고에게 그 대회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원심은 위 계약기간이 3년으로 명시되어 있음에 착안하여 이 사건 계약 당시 이미 확정된 2002년 대회와 마찬가지로 추후 예정단계인 2003년 및 2004년 대회의 경우에도 대회의 개최에 따른 광고대행권을 원고에게 부여하는 내용의 의무뿐만 아니라 위 각 대회의 개최의무까지 피고에게 있음을 전제로, 피고의 귀책으로 2003년 대회가 개최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원고에게 그 광고대행권을 부여하지 못한 이상 이 사건 계약 위반에 해당하여 위약금지급의무가 성립하고, 그 위약금의 액수는 2002년 대회지원금을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보았으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아래의 이유로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

즉, 이 사건 비치발리볼 대회는 피고가 해당 세계연맹의 인증과 중계방송사 및 세계 각국의 참가팀 확보 등의 필요 요건을 구비한 연후에 성사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계약 당시에는 그 개최 여부가 확정된 상태라고 볼 수 없는 점, 이 사건 계약서 제9조 제2호의 위약금이 예정하는 원고의 손해는 비치발리볼 대회의 광고대행권 취득에 따른 수익금 상실액과 상관관계 있는 대회지원금의 규모에 좌우되고, 2003년 및 2004년 각 대회지원금의 규모는 각 대회일정 및 중계일정, 참가국(팀)수 등의 구체적 확정에 따라 가변적인 것으로 해석되는데다가 위 계약서 제10조 제3호에서 중계일수 단축에 따른 대회지원금의 의무적 삭감을 명시하고 있는 이상 위 계약서에 명시한 대회지원금 120,000,000원은 2002년 대회에 국한된 것일 뿐 2003년 및 2004년 대회지원금의 규모가 그와 동일하다거나 미리 확정되어 있다고 볼 수 없는 점(중계일수 단축을 계약 해지사유에서 제외하고 있는 이상 위 단축에 따른 대회지원금 삭감액에 대하여는 위약금을 청구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도 계획단계에서 무산된 2003년 대회의 경우 그 대회일정과 중계일정 및 참가국(팀)수 등이 2002년 대회와 현저히 차이나 그에 따른 대회지원금 액수의 조정이 예정되어 있었던 점(원고 대표이사 김수겸의 원심 증언 등 참조), 대회지원금 규모 결정의 관건으로 보이는 중계일수와 관련하여, 총 3일의 대회일정 중 2일간 공중파중계를 한 2001년 대회의 대회지원금이 70,000,000원이었음을 고려하면(을 제8호증), 총 6일의 대회일정 중 4일간 공중파중계를 한 2002년 대회의 대회지원금 120,000,000원은 2003년 및 2004년 대회의 광고대행권 보장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합리적 가액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 등 기록상 인정되는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계약에서 계약기간을 3년으로 명시한 것은 위 계약 당시로서는 예정에 불과한 2003년 및 2004년 대회가 정상적으로 개최될 경우 적정 수준의 대회지원금을 제공받는 대가로 원고에게 그 독점적 광고대행권을 보장하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계약에 나타난 원·피고 쌍방의 의사를 위 각 대회의 개최의무까지 피고에게 부과하기로 한 것으로 보아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대회 무산의 경우 위약금지급의무가 성립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상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계약서 제9조 제2호에서 위약금 산정기준으로 정한 대회지원금은 위 계약이 직접적인 대상으로 삼은 2002년 대회지원금 액수로 이를 고정하는 취지가 아니라 위 계약서 제9조 제1호 소정의 약정 위반에 따른 계약 해지 당해 연도에 앞서 본 대회지원금 규모 결정에 관한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산정되는 대회지원금의 액수를 의미한다고 봄이 이 사건 계약의 경위와 취지, 당사자의 의사 등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석이라 할 것이다(다만 이 경우에도 아직 지급하지 아니한 대회지원금은 위약금의 액수에서 이를 공제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계약에 나타난 원·피고 쌍방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관련 증거를 좀더 조사, 심리한 다음 그 객관적 의사해석에 따라 피고의 책임 여부 및 그 범위를 결정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피고에게 2003년 및 2004년 대회의 개최의무가 있고, 2003년 대회의 무산에 따라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위약금의 액수는 2002년 대회지원금의 액수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단정한 것은 처분문서의 해석을 그르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피고의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주장은 이유 있다.

한편, 원고의 부대상고이유는 2003년 대회의 무산에 따른 책임으로 피고에게 2002년 대회지원금을 기준으로 한 위약금지급의무가 성립함을 전제로 원심이 구체적으로 산정한 위약금의 액수를 다투는 취지이어서, 앞서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의 위약금지급의무의 성립 혹은 그 산정기준에 관한 원심의 판단이 그릇된 것으로 밝혀져 위 위약금지급의무의 성립 여부 또는 그 범위를 다시 심리·판단할 수밖에 없게 된 이상, 이에 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

그러므로 원고의 부대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비치발리볼 광고대행권 관련 위약금청구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이규홍 김영란 김황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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