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주식회사 남선알미늄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현호 외 1인)
피고
주식회사 피엔에스알미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중원 담당변호사 강윤구 외 1인)
변론종결
2011. 5. 12.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421,387,868원 및 이에 대하여 2008. 5. 17.부터 2011. 9. 15.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9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4,275,189,240원 및 그 중 500,000,00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500,000,00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2008. 11. 24.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3,275,189,24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2010. 1. 20.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대구 달성군 논공읍 본리리에서 알루미늄 등 금속제 창호 관련 제품을 제작·판매하고 있는 회사로서, 1990. 12. 13. 상표 (이하 ‘원고상표’라고 한다)를 ‘금속제 난간, 금속제 문, 금속제 창문틀, 금속제 창문용 손잡이 등, 태양열집열판, 비금속제 창문틀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등록하였다.
나. 피고는 창원시 성산동에서 알루미늄 등 금속제 창호 관련 제품을 제작·판매하고 있는 회사로서, 1998년 이전부터 변경 전 회사상호(주식회사 남성알미늄)의 약칭을 제품에 표기하여 생산하여 왔다. 피고는 2004. 10. 23. 상표 (이하 ‘피고상표’라고 한다)를 ‘알루미늄 새시, 알루미늄의 주물, 알루미늄 합금의 주물, 알루미늄 지금, 알루미늄 합금의 조제품, 금속제 문, 금속제 창문, 금속제 창호시스템 유니트, 창문용 손잡이, 금속제 난간’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등록하였고, 그 무렵부터 2007년까지 피고상표를 제품에 표기하여 왔다.
다. 원고는 2005. 12. 26. 피고를 상대로 피고상표가 원고상표와 동일·유사하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 , 9 내지 12호 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는데, 특허심판원은 2006. 11. 22. 원고상표가 저명하지도 않고 양 상표가 동일·유사하지도 않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심결을 하였다. 이에 원고가 위 심결에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위 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특허법원은 원고상표가 국내에서 저명성을 획득하였음을 전제로 하여 “원·피고의 양 상표를 비교하여 호칭의 유사여부에 관하여 살펴보면, 피고상표는 ‘남성알미늄’ 또는 ‘남성’으로 호칭되고, 원고상표는 ‘남선알미늄’ 또는 ‘남선’등으로 호칭될 것인바, 전체 호칭인 경우 양 상표 모두 5음절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단지 두 번째 음절의 받침만 다를 뿐 나머지는 동일하고 그 다른 부분인 받침자도 ‘ㄴ’과 ‘ㅇ’으로 모두 울림소리에 불과하여 청감이 유사하므로 원·피고의 양 상표의 호칭은 서로 유사하고, 지정상품이 모두 알루미늄 등 금속제 창호 관련 제품들을 포함하고 있어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들은 그 호칭을 서로 같거나 유사하게 직감할 수 있고 그 호칭의 동일·유사성으로 인하여 상품 출처의 오인·혼동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위 심결을 취소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피고가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07. 8. 23. 상고기각판결을 하여, 위 취소판결은 확정되었다. 특허심판원은 2007. 10. 30. 위 취소확정판결에 따라 피고상표의 등록을 무효로 하는 심결을 내렸다.
[증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가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등록된 원고상표와 유사한 피고상표 또는 피고의 상호를 표시한 상품들을 제조·판매한 행위는 상표법 제66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상표권 침해행위에 해당되고, 원고는 피고에게 손해배상으로서 원고상표의 사용에 대하여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상표법 제67조 제3항 ) 피고는 원고에게 1998. 1. 1.부터 2007. 12. 31.까지 원고상표에 대한 통상사용료 합계 8,550,378,481원(감정인 소외 2의 감정결과 참조)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중 일부로서 4,275,189,240원을 주위적으로는 상표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예비적으로는 상표권 침해로 인하여 피고가 얻은 이익의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한다.
나. 피고의 책임 발생 여부
(1) 상표권 침해여부
(가) 피고의 상호 약칭을 제품에 표시한 부분에 관한 판단(피고상표 등록 이전)
살피건대, 피고가 1998년 이전부터 회사 상호의 약칭을 알루미늄 등 금속제 창호제품에 표기하여 생산하여 온 사실, 원고상표와 피고의 상호 약칭의 호칭이 유사하고 원고와 피고가 생산·판매하는 제품이 동일·유사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한편 상표법 제66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상표권 침해가 인정될 수 있으려면 상표권을 침해하는 내용의 상표사용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피고는 이에 대하여 회사 상호의 약칭을 사용한 것은 자기의 상호사용으로서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다투므로(2008. 6. 20.자 준비서면) 살피건대, 상표법 제51조 제1항 제1호 본문에 의하면, 자기의 상호를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하는 상표에 대하여는 그것이 상표권설정 등록이 있은 후에 부정경쟁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아닌 한 등록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바, 여기에서 ‘상호를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다’는 것은 상호를 독특한 글씨체나 색채, 도안화된 문자 등 특수한 태양으로 표시하는 등으로 특별한 식별력을 갖도록 함이 없이 표시하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일반 수요자가 그 표장을 보고 상호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할 것인데, 갑 제25호증의 영상에 의하면 피고는 피고가 생산하는 알루미늄 형재 측면 아래 부분에 “(주)남성알미늄”을 명조체로 표시한 사실이 인정되고, 위와 같은 인정사실에다가 위 표장은 한글로만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고 일반의 주의를 끌만한 서체나 도안으로 되어 있지 않아 피고가 회사 상호를 특수한 태양으로 표시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법인인 피고가 회사의 형태 표시인 주식회사 부분을 표시하였으므로 일반 수요자의 관점에서는 통상 이를 상호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와 같은 상호 사용은 거래통념상 자기의 상호를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등록상표권인 원고상표의 효력은 피고의 위와 같은 상표 사용에 미치지 않는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위와 같이 상호를 상표적으로 사용한 것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원고 상표와 유사함을 이용하여 원고의 상품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려는 의도가 있으므로 부정경쟁에 해당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갑 제1, 2호증, 을 제7, 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경우 1978. 7. 20. 피고의 전신인 남성알미늄공업사가 설립되어 1985. 12. 17. 주식회사 남성알미늄으로 법인전환한 사실, 원고의 경우 1947. 7. 20. 원고의 전신인 남선경금속 공업사가 설립되어 1973. 1. 4. 남선경금속공업 주식회사로 법인전환하였고, 1990. 2. 28. 현재 상호(주식회사 남선알미늄)로 상호변경한 사실이 인정되는 바, 이와 같은 원고와 피고의 회사 설립 및 상호변경의 연혁 등에 비추어보면, 갑 제17 내지 29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자신의 상호를 상표적으로 사용한 것이 부정경쟁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갑 제24, 2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의 제품의 디자인을 모방한 제품을 생산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될 뿐이어서 상표권의 침해에 관한 부정경쟁의 의도를 추단하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가 피고상표 등록 이전 피고의 상호 약칭을 제품에 표시하여 제품을 생산한 것은 등록상표권인 원고상표를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침해행위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위적,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나) 피고상표를 제품에 표시한 부분에 관한 판단(피고상표 등록 이후)
살피건대, 피고상표가 원고상표의 호칭 및 그 지정상품에서 유사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가 등록된 주지 상표인 원고상표와 유사한 피고상표를 표시하여 상품들을 제조·판매한 행위는 등록상표권인 원고상표를 침해하는 행위라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상표권 침해로 인한 금지청구에서의 혼동가능성은 관념적·추상적으로 평가하는 것임에 반하여 상표권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의 혼동가능성은 구체적·현실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므로 시장점유율과 지역적 주력시장에서 차이가 있는 원·피고의 상품을 일반수요자들이 혼동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혼동이 일반소비자에게 있었는가의 문제는 손해액의 범위에 관한 문제일 뿐 상표권 침해로 인한 금지청구와 손해배상청구에서의 오인·혼동가능성의 판단 기준을 달리 볼 것은 아니어서(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는 아래 3. 다.항에서 살펴본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의 고의·과실
상표권 침해를 원인으로 한 불법행위에 기초하여 손해배상(또는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침해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한다(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는 고의, 과실을 구별할 필요가 없고, 단지 고의, 중과실이 없으면 손해배상을 감액할 수 있는 등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상표법 제67조 제4항 후문 참조).
살피건대, 상표권의 존재는 상표공보나 등록원부 등으로 공시되며 누구든지 보통의 주의로써 상표권의 존재와 내용에 대해서 조사를 하면 알 수 있으며, 상표권의 침해는 업으로서 이루어지는 행위만 해당되는 점에 비추어보면, 피고로서는 상표공보 등을 통하여 상표권의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므로 피고에게는 적어도 상표권 침해행위에 관하여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표법 제68조 의 고의추정규정은 등록상표임을 표시하여 상표를 사용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상표가 등록되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하여 상표자체에 등록상표임을 나타내는 표시(reg.나 TM 등의 약호)를 하여 상표를 사용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피고가 피고상표를 등록한 2004. 10. 23.부터 상표등록무효심판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2007. 8. 23.까지의 기간 동안 피고로서는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인 특허청의 심사를 통한 상표등록이 적법하다는 점에 대하여 신뢰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적어도 이 기간 동안에는 피고에게 원고상표 침해행위에 관한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한 자에게 과실이 없다고 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상표권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는 점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정이 있다거나 자신이 실시하는 기술이 타인의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믿은 점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사정이 있다는 것을 주장·입증하여야 할 것인데, 원고가 피고상표에 대한 등록무효심판을 제기하여 결국 위 상표의 등록을 무효로 하는 심결이 내려진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에 따라 피고상표가 등록되었더라도 그 상표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보게 되므로, 피고가 자신의 상표를 위와 같은 등록된 권리로서 사용한 것이라고 믿었더라도 그러한 점만으로는 원고상표의 효력이 피고상표에 미치지 않는다고 믿었던 점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정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다(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7다65245 판결 참조).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피고상표 등록일인 2004. 10. 23.부터 위 2007. 12. 31.까지 피고의 원고상표 침해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다. 손해배상의 범위
원고는, 상표법 제67조 제3항 에 의하여 통상실시료 상당액을 손해로서 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료는 기존에 상표권 사용계약이 있었으면 그에 따르고, 사용계약이 없는 경우에는 업계의 통상적인 사용료 등에 거래의 개별사정을 고려하여 적정하게 산정한 사용료율에 침해품의 판매가격을 곱하는 방식에 의하여 산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살피건대, 감정인 소외 1의 감정결과보완결과에 따르면 원고가 피고로부터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받을 수 있었던 원고 상표의 통상사용료는 다음과 같다(감정인 소외 2의 감정결과는 수익접근법에 의하여 피고의 이익액과 통상사용료가 동일하다는 전제에서 계산한 것으로서 이를 믿지 아니한다).
2004년 | 2005년 | 2006년 | 2007년 | |
매출액(a) | 23,613,000,000원 | 24,336,000,000원 | 30,248,000,000원 | 25,179,000,000원 |
통상 사용료율(b)(주1) | 0.5 | 0.5 | 0.5 | 0.5 |
통상 사용료(a×b) | 118,050,000원 | 121,680,000원 | 151,240,000원 | 125,890,000원 |
주1) 통상 사용료율(b)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원고에게 2004. 10. 23.부터 상표권침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2004년도 통상사용료를 일할 계산한 금액 22,577,868원(= 2004년도 통상사용료 118,050,000원 × 70/366일, 원 미만 버림)과 위 2005년도부터 2007년도까지의 통상사용료 합계 421,387,868원(= 22,577,868원 + 121,680,000원 + 151,240,000원 + 125,89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물론 원고는 실제 손해액이 통상사용료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초과액에 대하여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기는 하나( 상표법 제67조 제4항 전문), 을 제6, 1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의 순이익 중 상품의 품질, 기술, 신용, 판매정책, 선전 등으로 인하여 원고상표 침해와는 무관하게 얻은 이익이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엿보이는 바, 결국 피고의 순이익 전체를 침해행위로 인하여 얻은 이익으로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으므로 추정규정인 상표법 제67조 제2항 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법률상 사실추정규정의 배제). 따라서 원고는 원칙으로 돌아가 상표법 제67조 제1항 에 따라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인 ‘침해행위와 인과관계에 있는 손해의 액’을 직접 증명하여야 할 것인데, 달리 원고가 실제로 입은 손해액이 위 통상사용료를 초과한다는 점에 관한 입증이 없다.}
3. 피고의 항변에 관한 판단
가. 실효의 항변
피고는, 원고가 피고상표 사용에 관하여 장기간 이의제기를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가 제한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항변을 한다. 살피건대, 피고가 2004. 10. 23. 피고상표를 등록하자 원고는 2005. 12. 26. 피고를 상대로 상표등록무효심판을 제기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가 원고가 더 이상 권리행사를 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앞서 본 바와 같이 등록상표권의 효력이 상호의 상표적 사용에 미치지 않는 이상 원고가 피고의 상호 사용에 관하여 이의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상표 사용에 관하여 신뢰를 부여하였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민법 제766조 에 따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므로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2008. 5. 8.부터 역산하여 3년이 경과한 2005. 5. 8.까지 발생한 손해에 관한 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하고,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여러 개별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할 것인데, 원고는 피고상표에 대한 등록무효심판 및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여 2007. 8. 23. 결국 피고상표가 등록무효라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 바, 그렇다면 원고가 피고의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로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을 안 때는 위 2007. 8. 23.경 무렵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7다65245 판결 참조) 위 날짜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할 것이어서 이와 다른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위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다.
다. 과실상계 항변
피고는, 손해배상액이 늘어나게 된 것은 원고가 정당한 등록상표권자로서의 자신의 권리행사를 태만히 하고 피고상표 사용을 묵인 내지 방조한데 기인한 측면이 있으므로 이러한 원고의 과실은 피고의 구체적인 손해배상금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참작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항변을 한다.
살피건대, 상표법 제67조 제4항 후문은 ‘상표권을 침해한 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액을 정함에 있어서 이를 참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때에도 법원은 법정 최저한도의 손해액인 상표권의 통상사용료 이하로 감경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재량감액규정의 취지 및 한계에 비추어 볼 때 설사 피고 주장과 같이 원고 측에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원고 상표권의 통상사용료 상당으로 판단한 이 사건에서 손해배상액을 그 이하로 감경할 수는 없는 것이고(위 감액규정은 침해자 측의 과실정도를, 과실상계법리는 권리자 측의 과실정도를 참작하는 것으로 적용요건이 다르지만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측면에서 취지를 같이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은 원고의 피고 상표에 대한 대응 및 권리행사의 정도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피고상표 사용을 묵인 내지 방조한 과실이 있다고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 역시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 손해배상금 421,387,868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인 2008. 5. 17.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1. 9. 15.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주1) 통상사용료율 = 기업가치 × 상표기여도 / 총매출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