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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방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나2696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온 담당변호사 정혜선)

피고, 피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하이뷰 담당변호사 박문우)

변론종결

2010. 10. 21.

주문

1. 원고의 당심에서의 청구취지 일부 감축·일부 확장에 따라 제1심 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9. 6. 8.부터 2010. 11. 11.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나.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은 이를 3분하여 그 중 1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3.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9. 6. 8.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원고는 제1심에서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인한 재산적 손해배상금 2,000만 원 및 위자료 1,000만 원 합계 3,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다가 당심에서 재산적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취하하고 위 3,000만 원 전부를 위자료로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일부 감축 및 확장하였다).

이유

1. 이 사건 항소의 적법 여부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항소장에 원심사건의 표시를 잘못 하였으므로 제1심 판결에 대한 원고의 이 사건 항소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항소장에 불복하는 원심사건을 ‘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가단37299 손해배상건’으로 표시하여 제1심 법원을 잘못 기재한 사실은 인정되나, 한편, 원고는 이 사건 항소장에 제1심 법원을 제외한 사건번호, 당사자 등은 제1심 판결의 사건번호, 당사자 등과 동일하게 기재하였고, 그 항소취지 역시 원심에서 원고가 구하였던 청구취지 기재 금원과 동일한 금원을 구하는 요지이며, 나아가 원고가 이 사건 항소장을 이 사건 제1심 판결에 대한 항소기간 내에 원심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의 제1심 법원의 표시는 명백한 오표시에 불과하여 이로 인해 원고의 항소가 부적법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기초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5, 10, 39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4 내지 6, 36호증의 각 기재, 갑 제1 내지 3, 8, 16, 20호증, 을 제1, 12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갑 제4, 13호증의 각 일부 기재(각 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 제1심 증인 소외 2, 소외 3의 각 일부 증언(각 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 당심 증인 소외 4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10년 경력의 전문누드모델로서, 주로 대학이나 개인 화가 등의 크로키 모델로 활동하면서 간헐적으로 누드사진 모델로 활동하여 왔으나 미혼의 여성이고, 피고는 약 30년 이상의 직업 사진가로 일해오다가 약 10년 전부터는 누드사진작가로 활동하여 온 원로 사진작가이다.

나. 한국누드사진가협회(당시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정식으로 등록된 단체는 아니었다. 이하 ‘이 사건 협회 주1) ’ 라고 한다) ○○지회는 2009. 6. 7. 10:00부터 12:00까지, 같은 날 14:00부터 16:00까지 총 4시간 동안 충북 (이하 생략)에서 ‘2009 청풍명월 누드 촬영회’(이하 ‘이 사건 촬영회’라고 한다)를 주최하였는데, 이 사건 촬영회에는 이 사건 협회의 이사인 피고를 포함하여 이 사건 협회를 통해 참가신청을 한 소속 회원작가 80여 명이 참가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협회의 회원이던 소외 5를 통하여 ○○지회의 지회장인 소외 1과 구두로 모델계약을 체결하여 단독 모델로 참여한 처지로서, 당시 촬영은 모델인 원고가 움직이면 이를 80여 명의 회원작가들이 자신의 촬영도구로 각자 촬영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되, 시선 처리와 큰 틀의 모델 자세는 협회측 지도위원인 소외 3이 지시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다. 피고는 이 사건 촬영회 도중인 같은 날 14:50경 게꽃 등이 약 30cm 높이로 피어 있던 장소에서 모델인 원고에게 작품 제목과 주제, 포즈 등을 설명한 후 팔과 다리가 나비 모양이 되는 X자의 모양이 되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스스로 시범을 보였고, 이에 원고가 피고의 요구대로 자세를 취하자 피고가 위에서 아래로 촬영하는 기법(하이앵글)으로 ‘꽃과 나비’ 사진(갑 제2, 16호증, 을 제1호증의 5)을 촬영하였다.

라. ‘꽃과 나비’ 사진은 꽃밭에 원고가 팔과 다리를 X자 형태로 벌리고, 바닥에 가운을 깔고 누은 모습으로 원고의 음부 부분과 음모가 노출되어 있는데, 피고는 2009. 6. 8. 12:17경 원고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위 사진을 이 사건 협회 인터넷 사이트(인터넷 주소 1 생략)의 정회원 게시판에 원고의 음부 부분을 검게 처리하여 게시하였던 바, 위 사진이 게시된 직후부터 원고와 이 사건 협회의 일부 회원들이 사진의 노출 정도를 지적하면서 그 게시를 항의하자 그 다음날인 2009. 6. 9.경 위 사진 게시물이 삭제되었다.

마. 또한 피고는 같은 날 14:19경에 촬영했던 작품 제목 ‘반영 90%’ 사진(갑 제8호증의 1, 갑 제20호증, 을 제1호증의 3)을 추후 별도의 원고 동의 없이 2009. 6. 27. 11:32경 파란닷컴 인터넷 사이트의 클럽 e갤러리(인터넷 주소 2 생략) 게시판에 게시하였는데, 위 사진은 이 사건 촬영회에서 미리 계획되었던 퍼포먼스가 촬영된 것으로서 호숫가에 원고가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는 모습이고 원고의 음부 부분과 음모가 노출되어 있다.

바. 이 사건 촬영회는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촬영 현장에 회원이 아닌 일반인이 참가할 수도 없었다.

3.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1) ‘꽃과 나비’ 사진을 촬영할 당시 피고가 요구한 모델 자세를 취하면 음부가 노출될 것 같아 이를 거부하고 일어서려 하였으나 피고가 음부가 노출되지 않는다고 거짓말로 안심시킨 후 ‘꽃과 나비’ 사진의 촬영을 강행하였는데, 특히 피고는 원고가 눈을 감고 있는 사이에 다른 참가회원들과 달리 광각렌즈를 이용하여 매우 근접한 거리에서 하이앵글 기법으로 원고를 촬영하였고, ‘반영 90%’ 사진도 피고가 망원렌즈로 원고를 촬영하는 바람에 이 사건 사진들에 원고의 음부 부분과 음모가 노출되었다.

2) 원고는 이 사건 협회 인터넷 사이트에서 ‘꽃과 나비’ 사진을 확인한 후 지나친 노출 영상에 충격을 받고 그 사진을 정회원 게시판에서 삭제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않았는데다가, 이 사건 제1심 소송계속 도중까지 파란닷컴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에 원고의 또다른 나체사진인 ‘반영 90%’를 게시함으로써 악의적으로 원고의 노골적인 노출사진을 유출한 것으로서, 피고는 원고의 인격권과 초상권을 침해하여 정신적 고통을 주었으므로 그 위자료로 3,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구한다.

나. 피고의 주장 요지

1) ‘꽃과 나비’ 사진은 원고의 동의를 얻어 촬영한 것이며 ‘반영 90%’는 이 사건 촬영회에서 계획되어 있던 퍼포먼스를 촬영한 것으로 이 사건 사진들을 촬영함에 있어 원고의 음부 부분과 음모가 전혀 노출되지 않을 수는 없다.

2) 원고의 동의를 얻지 않고 이 사건 사진들을 해당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한 것은 사실이나 모델의 동의를 얻어 사진을 촬영한 이상 해당 사진의 게시 권한은 사진작가의 저작권 범위 내에 있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사진들을 촬영하고 이를 인터넷 게시판에 게시한 행위에 어떤 위법성 등 잘못은 없다.

4.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촬영회에는 이 사건 협회를 통해 참가신청을 한 소속 회원들만 참석하였을 뿐 이 사건 협회 관련자를 제외한 일반인에게 공개되지는 않은 사실, 피고는 이 사건 ‘꽃과 나비’ 사진과 ‘반영 90%’ 사진(이하 ‘이 사건 사진들’이라고 한다)을 이 사건 협회 인터넷 사이트의 정회원 게시판과 파란닷컴 인터넷 사이트의 클럽 e갤러리 게시판에 게시할 당시 원고의 동의를 별도로 받지 아니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14, 39호증의 각 기재, 갑 제38호증의 일부 기재(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 갑 제20 내지 22, 40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제1심 증인 소외 6의 증언, 당심 증인 소외 4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꽃과 나비’ 사진을 게시할 당시부터 이 사건 협회 인터넷 사이트(인터넷 주소 1 생략)는 회원가입절차만 거치면 준회원(온라인회원, 위 사이트상 회원 레벨 8)이 되어 위 사진이 게시되어 있던 정회원 게시판에 접근한 후 게시된 사진들을 열람할 수 있었는데, 위 사진의 게시가 문제되자 위 사이트의 운영자가 2009. 11.경 준회원에 대하여는 정회원 게시판의 사진들을 열람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한 사실, 피고가 ‘반영 90%’ 사진을 게시한 파란닷컴 인터넷 사이트의 클럽 e갤러리(인터넷 주소 2 생략) 게시판은 이 사건 협회의 회원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사이트의 회원이면 게시된 사진을 열람할 수 있는 사실, 피고가 해당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한 이 사건 사진들의 해상도는 ‘꽃과 나비’ 사진이 1018×680픽셀, ‘반영 90%’ 사진이 3308×2200 픽셀로서 이 사건 사진들에는 원고의 음부 부위와 음모가 노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얼굴도 충분히 식별 가능할 정도로 보이는 사실, 한편 ‘꽃과 나비’ 사진은 피고가 원고의 음부 부분을 검게 처리하여 게시하였으나, ‘반영 90%’ 사진은 그러한 보정작업도 거치지 않은 채 위 게시판에 게시한 사실, 나아가 ‘반영 90%’ 사진이 게시된 위 클럽 e갤러리 게시판은 이 사건 협회의 인터넷 사이트 정회원 게시판과는 달리 열람자들이 게시된 사진을 확대하여 보거나 그 사진 파일을 자신의 컴퓨터에 내려받을 수 있는 사실, 실제로 피고가 ‘반영 90%’ 사진을 파란닷컴 인터넷 사이트의 클럽 e갤러리 게시판에 게시한 이후 위 사진이 다른 사이트에도 게시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듯한 을 제8, 9호증의 각 일부 기재는 이를 믿지 아니하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얼굴과 함께 촬영된 원고의 나체사진을 이 사건 협회와 관련 없는 일반 불특정 다수인이 열람 및 전파가능한 인터넷 게시판에 게시함으로써 미혼 여성인 원고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하여 그 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의 이 사건 사진들 게시 행위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 경력에도 타격을 입는 등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위와 같은 정신적 손해를 금전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5. 쟁점 및 피고의 항쟁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의 쟁점

원고는 이 사건 사진들의 촬영이 피고의 기망 등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고, 설령 이 사건 촬영회 당시 원고가 피고의 촬영 행위에 동의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사진들과 같이 원고의 얼굴과 함께 나체가 노골적으로 노출된 사진결과물을 불특정 다수인이 접근 가능한 인터넷 게시판에 전시할 것까지 동의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함에 반하여, 피고는 모델인 원고의 동의를 얻어 이 사건 사진들을 촬영한 것이며 게시 당시 이에 대한 원고의 명시적 동의를 얻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진작가인 피고에게 그 저작권이 있는 이상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취지로 항쟁하므로,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① 이 사건 사진들의 촬영이 원고의 적법한 동의하에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 ② 이 사건 사진들을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한 행위가 원고의 묵시적 동의에 의한 것으로 위법성이 조각되거나 혹은 그 연장선에서 피고의 적법한 저작권 행사 범위 내에 속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라고 할 것이다.

나. 판 단

1) 피고의 이 사건 촬영 행위에 기망 등 위법성이 있는지 여부

원고는 2009. 6. 7. 이 사건 촬영회에 모델계약을 체결하고 참가하게 된 사실, 원고는 이 사건 촬영회 도중 피고의 요구에 따라 자세를 취하자 피고가 하이앵글 기법으로 ‘꽃과 나비’ 사진을 촬영한 사실, ‘반영 90%’ 사진은 피고가 이 사건 협회의 소속 회원으로 이 사건 촬영회에 참가하여 미리 계획되어 있던 원고의 퍼포먼스를 망원렌즈로 촬영한 것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진들은 모델인 원고의 동의를 얻어 촬영된 것이라 할 것이다.

먼저 피고가 ‘꽃과 나비’ 사진 촬영 당시 노출 정도에 관하여 거짓으로 사전 약속을 하고 이 사건 과다 노출사진을 촬영한 기망행위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18, 19, 28호증의 각 기재, 갑 제38호증의 일부 기재(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 갑 제15, 21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제1심 증인 소외 6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꽃과 나비’ 사진 촬영 당시 이 사건 촬영회의 지도위원이던 소외 3이 원고로부터 약 5m 정도 떨어진 지점을 촬영선으로 지정하여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그 지정된 촬영선의 안쪽으로 들어와 원고를 촬영한 사실은 인정되며, 이에 반하는 듯한 제1심 증인 소외 3의 일부 증언은 이를 믿지 아니하나, 피고가 촬영기법상 기망 행위를 하였다는 요지의 원고 주장에 부합하는 갑 제4, 38호증, 갑 제13호증의 3의 각 일부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2의 일부 증언은 갑 제4, 13호증의 3의 각 원진술자가 이 사건 당사자인 원고이고, 갑 제38호증의 원진술자인 소외 5와 제1심 증인 소외 2는 사후에 원고로부터 위 주장과 같은 말을 전해들었다는 것이어서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고, 갑 제1, 5, 18, 19호증의 각 기재, 당심 증인 소외 4의 증언만으로는 피고의 기망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오히려 원고 측 제1심 증인 소외 6은 ‘꽃과 나비’ 촬영 당시 피고 외의 다른 참가자들도 비록 촬영거리의 차이는 있으나 하이앵글 기법으로 촬영하였고 당시 현장에서 원고가 피고를 포함한 참가자들에게 연출과 관련한 항의를 한 바가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와 반대사실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또한 ‘반영 90%’ 사진의 촬영행위에 관하여 보건대, 제1심 증인 소외 3의 일부 증언(앞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 당심 증인 소외 4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위 퍼포먼스 당시 이 사건 촬영회의 참가작가들과 모델인 원고 사이에는 폭 약 30m 정도의 호수가 있어 이격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당시 참가작가 80여 명이 모델 한 명에 관한 동시촬영이었기에 망원렌즈를 사용할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할 것이고, 원고도 그 점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반대의견을 미리 표명한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이 사건 게시 행위가 원고의 촬영 동의에 의하여 저작권의 정당한 행사 범위에 의한 것인지 여부

가)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촬영회에 모델로 참여하기로 하여 이 사건 사진들의 피사체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서면화된 모델계약이 아닌 이 사건에 있어서 모델로서 원고가 노출 공개를 동의하는 정도는 촬영 당시의 상황, 촬영대회의 목적 등 전후 사정에 비추어 일반인의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바, 갑 제1호증의 기재, 갑 제2, 20호증의 각 영상, 당심 증인 소외 4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통상의 누드사진은 신체의 선과 음양을 미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 사건 사진들처럼 여성의 음부 부위 등이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는 드물 뿐만 아니라, 설령 그런 노출사진이 있다 해도 그 노출 수위가 심한 경우는 이를 용인하여 촬영하는 전문모델들이 별도로 존재하므로 이들을 섭외하여 그 노출 정도를 협의한 후 주로 실내 스튜디오 촬영을 통해 촬영하는 것이 관행인 사실, 피고가 ‘꽃과 나비’ 사진을 이 사건 협회의 정회원 게시판에 게시한 직후 이를 본 원고와 이 사건 협회의 일부 회원들이 그 게시물의 과다 노출을 항의하는 댓글을 달았는데, 이에 대해 피고는 ‘이 작품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 하겠습니다’는 등의 댓글을 올리며 게시물의 삭제를 거부한 사실, 원고는 이 사건 제1심 소송계속 중 피고가 ‘반영 90%’ 사진을 파란닷컴 인터넷 사이트의 클럽 e갤러리 게시판에 게시한 사실을 알고 위 사진의 게시 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이 사건 소송 범위에 포함시키며 항의하였음에도 피고는 제1심 소송이 진행되는 상당한 기간 동안 이를 삭제하지 아니한 사실(제1심 3차 변론기일인 2009. 11. 24.경까지는 게시되었던 것으로 보인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에다가 앞서 본 이 사건 촬영회가 주간에 야외에서 수십명의 작가와 모델 한 명을 촬영하는 공개촬영방식을 택한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로서는 이 사건 촬영회에 모델로서 참가하면서 통상적인 누드사진의 범주에서 촬영된 사진이 참가자들이나 이 사건 협회의 정회원(온·오프라인 회원)들에게 전시되는 정도를 예상한 것으로 보여질 뿐, 이 사건 사진들과 같이 얼굴 및 음부, 음모 모두가 동시에 노출된 나체사진이 일반 불특정 다수인이 공공연히 볼 수 있는 인터넷 게시판에 전시될 것을 예상하고 그것까지 승낙한 것은 아니었다고 봄이 상당함에도 피고는 원고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동의도 받지 아니한 채 이러한 원고의 합리적인 예상 범위를 넘어서 이 사건 사진들을 인터넷 게시판에 무단게재하였고, 나아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사진들의 게시물 삭제를 요구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계속 위 인터넷 게시판에 게시하였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사전 동의에 의하여 위법성이 없다는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사진들에 대한 저작권이 있으므로 비록 이를 게시한 인터넷 게시판에 불특정 다수인의 접근이 가능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의 게재행위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다툰다. 살피건대, 이 사건 사진들도 사상 또는 감정을 일정한 영상에 의하여 표현한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상의 사진저작물(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6호 )에 해당하며 그 저작권은 사진작가인 피고에게 귀속됨은 피고의 주장과 같다 할 것이나, 이 사건과 같이 그 피사체가 인격적 존재인 경우에 사진작가의 마음대로 그 사진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게 되면 그 모델이 된 위탁자의 인격적 이익을 해치게 되므로 그 지적재산권의 행사 범위에 있어서는 누드사진 모델의 인격권과 사진작가의 저작권 등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경우 위탁자가 승낙한 범위 내의 배포·전시인지 여부, 당해 사진에 나타난 모델의 노출 정도가 그 표현행위에 필요불가결한 것인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양 법익을 비교형량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인바, 이 사건 사진들에는 원고의 음모와 성기가 식별가능할 정도의 원고 얼굴과 함께 노출되어 있는 점, 특히 ‘꽃과 나비’ 사진 촬영의 경우 본래 이 사건 촬영회에서 미리 계획되었던 퍼포먼스가 아니라 촬영 중간에 피고가 제안하여 갑자스레 이루어진 점, ‘반영 90%’ 사진의 경우 이 사건 촬영회를 주관한 이 사건 협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파란닷컴 인터넷 사이트의 클럽 e갤러리에 게시된 점에다가, 갑 제12호증, 을 제11호증의 각 기재, 갑 제24호증의 영상, 제1심 증인 소외 2의 일부 증언(앞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 당심 증인 소외 4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누드사진 촬영의 경우 모델이 음부 부분의 노출을 기피하여 사진작가와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잦으며 그 촬영계약시 노출의 정도와 공표의 범위를 명시하는 계약서가 자주 사용되는 점, 같은 날 촬영된 이 사건 촬영회의 다른 사진들에도 원고의 음부 부위와 음모가 노출되어 있기는 하나 이 사건 사진들과 같이 정면에서 이를 노출하고 있는 사진은 찾기 어려운 점, 피고가 이 사건 사진들을 통해 예술성을 표현하려 하였더라도, 식별가능할 정도의 원고의 얼굴과 함께 음부 부위 등이 드러난 이 사건 사진들의 노출 정도가 그 표현에 필요불가결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또한 이 사건 사진들은 그 노출 정도에 비추어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표될 경우 원고로서는 아무러 전문모델이라 해도 주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보이는 점, 특히 원고는 ‘꽃과 나비’ 사진의 경우 그 촬영 이전에 이를 고지받은 바 없어 자신의 나체사진이 드러날 사진의 구도, 표현 방법을 미리 예상하기 어려웠고, ‘반영 90%’ 사진의 경우 모델계약을 체결하고 촬영회에 참여할 당시 이 사건 협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파란닷컴 인터넷 사이트의 클럽 e갤러리에 게시되리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보이는 점, 한편 저작권법 제35조 제4항 은 ‘위탁에 의한 초상화 또는 이와 유사한 사진저작물의 경우에는 위탁자의 동의가 없는 때에는 이를 이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초상화 내지 초상사진에 관한 저작권자의 권리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그에 대한 위탁자의 인격적인 권리인 초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그 이용을 함에 있어서 위탁자의 동의가 필요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피고로서는 적어도 위와 같은 정도의 노출이 표현된 이 사건 사진들을 불특정 다수인이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재하기 위하여는 모델인 원고로부터 사전에 명시적인 승낙을 받지 아니한 이상 그 의사를 확인하였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함에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승낙을 받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원고로부터 그 게시물 삭제를 요구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상당 기간 이를 불특정 다수인이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 게시판에 공표한 이상, 피고에게 그 저작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사진들의 게시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 할 것이어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6. 위자료 수액의 결정

나아가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의 성별과 나이, 원고가 이 사건 촬영회에 모델로 참여한 경위와 수령한 보수액, 이 사건 사진들이 게재된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불특정 다수인의 접근 가능성, 피고가 이 사건 사진들을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였다고 보이지는 않는 점, 원고의 누드사진이 위 인터넷 사이트에 무단게재됨으로 인하여 원고의 인격권과 전문누드모델로서의 명성에 오점이 발생하고 그로 인하여 예술작품 모델로서의 직업적 활동에 지장을 받게 된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이를 1,0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7.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인 2009. 6. 8.부터 피고가 이 사건 이행의부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 판결선고일인 2010. 11. 11.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 중 위자료 청구 부분은 위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구소 중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인한 재산적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당심에서 취하되어 이에 대한 제1심 판결은 실효되었다),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예지희(재판장) 문현정 임윤한

주1) 현재 정관상 정회원, 준회원, 명예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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