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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8. 1. 선고 2018도7030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인정된죄명: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방조〕][미간행]
판시사항

[1] 사기죄에서 처분행위가 갖는 역할과 기능 / 피기망자의 의사에 기초한 어떤 행위를 통해 행위자 등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2] 재물에 대한 사기죄에서 ‘처분행위’의 의미 / 외관상 재물의 교부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으나, 재물이 범인의 사실상의 지배 아래에 들어가 그의 자유로운 처분이 가능한 상태에 놓이지 않고 여전히 피해자의 지배 아래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 그 재물에 대한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심판결의 사건명 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인정된 죄명: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방조]”으로 경정한다.

이유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1. 사기죄에서 처분행위는, 행위자의 기망행위에 의한 피기망자의 착오와 행위자 등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최종적 결과를 중간에서 매개·연결하는 한편, 착오에 빠진 피해자의 행위를 이용하여 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사기죄와 피해자의 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행위자가 탈취의 방법으로 재물을 취득하는 절도죄를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처분행위가 갖는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고려하면, 피기망자의 의사에 기초한 어떤 행위를 통해 행위자 등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면,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된다 ( 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또한 재물에 대한 사기죄에 있어서 처분행위란, 범인의 기망에 따라 피해자가 착오로 재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범인에게 이전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외관상 재물의 교부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재물이 범인의 사실상의 지배 아래에 들어가 그의 자유로운 처분이 가능한 상태에 놓이지 않고 여전히 피해자의 지배 아래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면, 그 재물에 대한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도1825 판결 참조).

2. 원심판결의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금괴무역상인 피해자의 부탁으로 최종적으로 금괴의 일본 운반책 모집을 담당하게 된 원심 공동피고인 7, 원심 공동피고인 5, 원심 공동피고인 1 등은 피해자의 금괴를 몰래 빼돌리기로 공모하고, 모집한 운반책들과도 피해자의 금괴를 운반해 줄 것처럼 가장하여 피해자로부터 금괴를 건네받은 후 이들의 지시에 따라 금괴를 빼돌릴 것을 공모하였으며, 위와 같이 피해자 몰래 빼돌린 금괴를 일본 오사카로 운반해 줄 2차 운반책들을 별도로 모집하였다.

나. 피해자는 금괴 운반일인 2017. 3. 2. 인천공항에서 자신이 고용한 감시자 겸 안내자인 공소외 1, 공소외 2로 하여금 위 운반책들의 후쿠오카행 항공기 체크인을 해 주도록 하였고, 면세구역에 들어온 운반책들을 만나 허리띠에 든 금괴 총 29개를 나누어 주고 이를 허리에 차게 한 후, 일부 운반책들이 후쿠오카행 비행기 탑승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동행하여 이들을 감시하였다.

다. 또한 피해자는 운반책들의 사진을 후쿠오카에서 대기 중인 금괴를 전달받을 사람에게 전송하고, 이들로 하여금 운반책들의 도착시간에 맞춰 입국장 앞에서 대기하도록 하여, 운반책들이 금괴를 가지고 피해자가 의도한 것과 다른 경로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였다.

라. 그런데 운반책들은 인천공항 면세구역에서 피해자로부터 금괴를 전달받은 후 또는 후쿠오카행 비행기에 탑승하러 가던 중 원심 공동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에게는 화장실이 급하다고 거짓말을 하고 근처 화장실로 들어가, 피해자의 눈을 피해 2차 운반책들에게 금괴를 전달하였고, 화장실에서 나와서는 여전히 금괴를 허리에 차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였다.

3.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금괴 교부장소인 인천공항 면세구역에서부터 금괴 전달장소인 후쿠오카 공항의 입국장에 도착할 때까지 운반책들의 이동이 피해자에 의하여 관리 또는 감독되고 있었고, 정해진 경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없어, 운반책들이 피해자의 금괴 교부행위로 인하여 금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위와 같은 이동 과정에서 운반책들이 피해자의 눈을 피해 금괴를 2차 운반책들에게 전달하기 전까지 금괴는 아직 피해자의 지배하에 있었고, 2차 운반책들에 대한 금괴 전달행위로 인하여 그 점유 또는 사실상의 지배가 범인들에게 이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운반책들이 피해자로부터 금괴를 교부받은 것만으로는 범인들의 편취의사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재물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운반책들이 5~6개의 금괴가 담긴 허리 가방을 옷 속에 착용하는 방법으로 금괴를 보관하였고, 그 상태에서 금괴를 후쿠오카 공항까지 각자 운반하기로 되어 있었으므로, 피해자가 위와 같이 금괴를 교부함으로써 금괴에 대한 점유를 제1차 운반책들에게 이전하는 재산상 처분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피해자에게 그 처분행위에 대한 인식도 있었다고 하여, 운반책들과 공범들의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피고인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방조범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5.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기죄의 처분행위 및 처분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6. 그러므로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되, 원심판결의 사건명 표시에 명백한 오류가 있으므로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에 따라 이를 경정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박상옥(주심) 박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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