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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7다256828 판결
[보험금][공2018하,1763]
판시사항

[1] 보험약관의 해석에 있어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

[2] 갑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 직장에서 크기가 1㎝ 미만인 용종이 발견되어 용종절제술을 받았고, 병리 전문의사가 실시한 조직검사 결과를 토대로 갑의 주치의인 임상의사가 위 용종에 관하여 ‘직장의 악성 신생물’이라는 진단서를 발급하였는데, 위 용종이 갑 및 그 배우자인 을이 병 보험회사 등과 체결한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정한 ‘암’에 해당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보험사고 또는 보험금 지급액의 범위와 관련하여 위 보험약관이 규정하는 ‘암’은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어 약관 조항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 에서 정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갑의 용종과 같은 상세불명의 직장 유암종은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소화기관의 악성 신생물’로서 보험약관에서 정한 ‘암’에 해당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한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는 약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보험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해당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개개 계약 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하지 않고,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해석을 거친 후에도 약관 조항이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그 각각의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당해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2] 갑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 직장에서 크기가 1㎝ 미만인 용종이 발견되어 용종절제술을 받았고, 병리 전문의사가 실시한 조직검사 결과를 토대로 갑의 주치의인 임상의사가 위 용종에 관하여 ‘직장의 악성 신생물’이라는 진단서를 발급하였는데, 위 용종이 갑 및 그 배우자인 을이 병 보험회사 등과 체결한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정한 ‘암’에 해당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위 보험약관은 ‘암’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기본분류에서 악성 신생물로 분류되는 질병’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병리학회에서는 갑의 용종과 같이 크기가 1㎝ 미만이고 점막층과 점막하층에 국한되며 혈관침윤이 없는 직장 유암종은, 세계보건기구의 2010년 소화기계 종양 분류에서 세분화한 신경내분비 종양 중 L세포 타입 종양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으로도 행태코드 ‘/1’로 분류하여 경계성 종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제시하였고, 이러한 병리학적 분류체계는 대부분의 병리 전문의사가 동의한다는 점에서 그 합리성을 섣불리 부정할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보험약관에서 정한 ‘암’을 해석하는 것도 객관성과 합리성이 있으나, 위 보험약관은 ‘암’의 의미에 관하여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분류기준과 그 용어만을 인용하고 있고,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분류기준과 그 용어에 충실하게 해석하면 갑의 종양을 악성 신생물로 분류되는 질병인 암으로 보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고 그러한 해석의 객관성과 합리성도 인정되므로, 보험사고 또는 보험금 지급액의 범위와 관련하여 위 보험약관이 규정하는 ‘암’은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어 약관 조항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 에서 정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갑의 용종과 같은 상세불명의 직장 유암종은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소화기관의 악성 신생물’로서 보험약관에서 정한 ‘암’에 해당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한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는 약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용수)

피고, 피상고인

삼성생명보험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보험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해당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개개 계약 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하지 않고,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해석을 거친 후에도 약관 조항이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그 각각의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당해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9다60305 판결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다1118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1) 원고는 피고 삼성생명 보험회사(이하 ‘피고 삼성생명’이라고 한다)와 사이에 피보험자 및 수익자를 자신으로 하여, 2001. 1. 31. ‘삼성생명 무배당 신바람건강생활보험’, 2001. 9. 22. ‘무배당 삼성종신보험’, 2007. 1. 12. ‘무배당 삼성 리빙케어종신보험’을 각 체결하였다.

2) 원고의 배우자 소외 1은 1998. 9. 5. 피고 신한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피고 신한생명’이라고 한다)와 사이에 피보험자 및 수익자를 원고로 하여 ‘무배당 뉴슈퍼참신한건강보험’을 체결하였다(위와 같은 1)항과 2)항의 보험계약들을 합하여 이하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라고 한다).

나.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암’의 정의에 관하여는, ‘암’이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기본분류에 있어서 악성신생물로 분류되는 질병(별표 3, “악성 신생물 분류표” 참조)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그 별표 3(악성 신생물 분류표)에서는, 악성 신생물로 분류되는 질병은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중 다음에 적은 질병을 말한다고 하면서, 그중 하나로 분류번호 ‘C15-C26’에 해당하는 소화기관의 악성 신생물을 들고 있고, 제4차 개정 이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 추가로 분류표에 해당하는 질병이 있는 경우에는 그 질병도 포함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약관은, 암의 진단확정은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의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하여 내려져야 하고, 그 진단은 조직 또는 혈액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하여야 하나, 이러한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 때에는 암에 대한 임상학적 진단이 암의 증거로 인정된다고 규정한다.

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of Diseases, KCD)는 대한민국에서 의무기록자료 및 사망원인통계조사 등 질병이환 및 사망자료를 그 성질의 유사성에 따라 체계적으로 유형화한 자료이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는 제3편 ‘내용예시표 및 4단위 숫자 항목분류표’ 제2장에서 신생물(neoplasms, C00-D48)의 행동양식에 따른 분류를 신체 부위에 따라 세분화하여 질병 분류번호를 부여한다. 이러한 질병 분류번호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제4편 ‘신생물의 형태분류’를 참조하여야 하는데, 여기서는 신생물의 조직학적 형태의 분류를 위하여 종양학 국제질병분류(ICD-O)에 따라 5자리 숫자로 구성된 형태 분류번호를 두고 있다. 처음 4자리수는 신생물의 조직학적 형태를 표시하고, 사선 뒤의 다섯째 자리수는 그 행동양식을 표시한다. 즉, 제4편은 신생물의 행동양식이 악성(malignant)이고 원발부위(primary site)에 소재하는 경우에는 행동양식 분류번호 ‘/3’을 부여하고, 양성인지 악성인지 불확실한, 경계성 악성, 낮은 악성 잠재성, 불확실한 악성 잠재성(uncertain whether benign or malignant, borderline malignancy, low malignant potential, uncertain malignant potential)의 경우에는 행동양식 분류번호 ‘/1’을 부여한다. 행동양식 분류번호 ‘/3’의 신생물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제3편 제2장의 C00-C97에 해당하는 ‘악성 신생물(malignant neoplasms)’로 분류되고, ‘/1’의 신생물은 D37-D48에 해당하는 ‘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neoplasms of uncertain and unknown behavior)'로 분류된다.

따라서 직장 유암종[유암종, 카르시노이드 종양(Carcinoid tumor)]의 경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제4편에 따른 형태 분류번호가 ‘M8240/3'이면 악성 신생물에 해당하여, 제3편에 따른 ‘직장의 악성 신생물’로 질병 분류번호 C20에, 형태 분류번호가 ‘M8240/1'이면 ‘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경계성 종양)’로 질병 분류번호 D37에 해당한다. 다만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는 직장 유암종의 크기, 침윤, 분화도 등의 정보를 구분하여 질병 분류번호를 수록하고 있지 않다.

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제4편 신생물의 형태분류에서, 직장 유암종은 다음과 같이 형태 분류번호가 변경되었다.

1) 1995. 1. 1. 시행된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는 ‘충수를 제외한 다른 부위에서 발생한 상세불명의 유암종[carcinoid tumor (except of appendix M8240/1) NOS]’은 형태 분류번호 ‘M8240/3'으로, ‘충수에서 발생한 상세불명의 유암종(carcinoid tumor NOS, of appendix)’은 ‘M8240/1'로 분류한다. 이는 2003. 1. 1. 시행된 제4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도 같다.

2) 2008. 1. 1. 시행된 제5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는 ‘불확실한 악성 잠재성의 유암종(carcinoid tumor of uncertain malignant potential)’은 ‘M8240/1'로, ‘충수를 제외한 다른 부위에서 발생한 상세불명의 유암종’은 ‘M8240/3'으로 명명하였다. 이는 2011. 1. 1. 시행된 제6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도 같다.

한편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제2권 지침서에 대한 보조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통계청 발간 2014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코딩지침서에는, 유암종 형태분류 코드에 관하여 ‘직장 유암종 1등급이면서 크기가 1㎝ 미만이고 혈관 및 근육층 침범이 없는 경우에는 행동양식을 /1로 분류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질병코드지침서의 내용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와 상충될 때에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가 우선 적용되고, 위 내용은 2016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코딩지침서에서는 삭제되었다.

3) 2016. 1. 1. 시행된 제7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는 ‘불확실한 악성 잠재성의 유암종’은 ‘M8240/1'로, ‘상세불명의 유암종’은 ‘M8240/3'으로 분류하였다. 즉, 발생부위를 구별하지 않고 상세불명의 유암종을 모두 악성으로 분류하였다. 특히 상세불명의 유암종(M8240/3)에는 ‘신경내분비 종양 1등급(neuroendocrine tumor, grade 1)’이 표제어로 추가되어 등급 및 명칭이 구체화되었다. 이에 앞서 2011. 9. 개정된 종양학 국제질병분류 제3편(ICD-O3) 역시 직장 유암종을 그 부위가 충수돌기인지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악성(M8240/3)으로 분류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마. 직장 유암종은 최근 신경내분비 종양(neuroendocrine tumor, NET)이라고 부르고, 소화기계에 생긴 것이 악성 종양(암)인지, 경계성 종양(borderline tumor)인지 논란이 있었다. 대한병리학회가 외국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한 2008년 논문(병리의사를 위한 소화기계 암등록에 대한 제안)과 2012년 논문에서는, 직장에 생긴 신경내분비 종양이 대세포(L cell type) 형으로 1㎝ 미만이고 1등급(Grade 1)이며 혈관 침범이 없다면, 행동양식 분류번호 ‘/1’인 경계성 종양에 해당하여 D37로, 그 이외의 경우에는 악성 종양에 해당하여 C20으로 분류할 것을 제안하였다. 2012년 논문을 작성하기 위하여 병리 전문의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응답자가 이와 같은 분류기준에 동의하였다.

바. 원고는 2015. 2. 11. 군산시에 있는 ○○○○외과의원에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 직장에 용종(이하 ‘이 사건 종양’이라고 한다)이 발견되어 용종 절제술을 받았다. 위 병원 소속 병리 전문의사 소외 2는 이 사건 종양에 대한 조직검사를 한 후 ‘직장 유암종, 크기 0.4㎝ × 0.3㎝, 절제면에 종양 침범 소견 없다’는 내용의 조직병리검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하였다. 그 후 위 병원의 원고 주치의인 임상의사 소외 3은 위 조직병리검사결과보고서를 토대로 2015. 2. 14. 원고의 최종적인 병명을 ‘직장의 악성 신생물, 한국표준질병분류번호 C20’으로 기재한 진단서를 작성하였다. △△대학교병원의 원고 주치의인 임상의사 소외 4도 2015. 4. 14. 원고의 질병에 관하여 ‘악성 신생물(직장의 암), 한국표준질병 분류번호 C20'으로 진단하였다.

사. 그러나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서는, ‘원고의 종양은 직장의 신경내분비 종양으로 크기는 1㎝ 미만이고, 분화정도는 조직학적으로 G1이며, 침윤 정도는 혈관침윤이 없다’, ‘직장의 신경내분비 신생물이 모두 악성 종양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직장 유암종 중 1㎝ 미만이고 조직학적으로 1등급이며 혈관침윤이 없는 종양은 경계성 종양으로 분류하여야 하는데, 병리학적 소견상 원고의 종양은 그 크기와 침범 정도에 비추어 경계성 종양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대한병리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에서도 이러한 직장 유암종에 대해서 형태코드 /1을 부여하여야 한다는 데에 의견이 일치하였다’, ‘원고의 임상의사가 내린 진단 내용은 병리의사의 조직병리결과지를 기초로 한 것이기는 하나, 2014년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질병 코딩지침서에 따르면 형태코드 8240/1,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D37.5의 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로 보는 것이 맞다’는 취지의 의학적 소견이 제시되었다.

3. 이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이 사건 종양이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정한 ‘암’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본다.

1)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암’이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기본분류에서 악성 신생물로 분류되는 질병을 의미하고, 별표3에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분류기준과 그 용어를 인용하여 악성 신성물로 분류되는 질병은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르고, 제4차 개정 이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 위 질병 이외에 추가로 암으로 분류하는 질병이 있는 경우에는 그 질병도 포함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약관규정의 취지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고시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라 ‘암’에 해당하는지를 정하되, 보험계약 체결 당시에는 악성 신생물로 보지 않던 것이라도 보험사고의 발생 시점, 즉 해당 질병의 진단확정 시를 기준으로 가장 최근에 개정·고시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 새롭게 악성 신생물로 포함하면, 이를 악성 신생물로 보아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2)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적용을 명시한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를 경우 이 사건 종양이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서 정한 ‘암’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본다.

우리나라 병리학회에서는, 이 사건 종양과 같이 크기가 1㎝ 미만이고 점막층과 점막하층에 국한되며 혈관침윤이 없는 직장 유암종은, 세계보건기구의 2010년 소화기계 종양 분류에서 세분화한 신경내분비 종양 중 L세포 타입 종양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으로도 행태코드 ‘/1’로 분류하여 경계성 종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병리학적 분류체계는, 외국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한 대한병리학회의 2008년과 2012년 논문의 내용과 논문에 포함된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병리 전문의사가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그 합리성을 섣불리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정한 ‘암’을 해석하는 것도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약관은 ‘암’의 의미에 관하여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분류기준과 그 용어만을 인용하고 있다.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는, 명시적으로 ‘충수 이외의 다른 부위에서 발생한 상세불명의 직장 유암종’은 종양의 크기나 침윤 정도 등 구체적인 성질을 구분하지 않고 형태 분류번호 ‘M8240/3’으로 분류하고, ‘충수에서 발생한 상세불명의 직장 유암종’은 ‘M8240/1’로 분류한다. 그 밖에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는 직장 유암종의 크기, 침윤, 분화도 등의 정보를 구분하여 질병 분류번호를 수록하고 있지도 않다. 따라서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제3편 및 제4편의 악성 신생물의 분류기준과 용어에 의할 경우, 충수가 아닌 직장에서 발생한 유암종은 ‘M8240/3'에 해당하는 악성 신생물로서, 질병 분류번호 ‘C20’으로 분류하는 것이 그 분류기준과 용어에 충실한 해석이다.

결국 보험약관 해석의 관점에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보험사고 또는 보험금 지급액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으로 규정한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분류기준과 그 용어에 충실하게, 이 사건 종양을 악성 신생물로 분류되는 질병인 암으로 보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고, 그러한 해석의 객관성과 합리성도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보험사고 또는 보험금 지급액의 범위와 관련하여,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약관이 규정하는 ‘암’은,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어 약관 조항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 이 규정하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하여, 상세불명의 직장 유암종은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소화기관의 악성 신생물’에 해당하므로 질병 분류번호 ‘C20’이 부여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3) 한편 제7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신생물의 형태분류에 따르면, 발병 부위와 무관하게 모든 ‘상세불명의 직장 유암종’은 악성 신생물에 해당한다. 특히 제7차 개정에서는 이 사건 종양의 진단명 ‘neuroendocrine tumor grade 1'을 형태 분류번호 M8240/3의 표제어로 추가하였으므로, 이 사건 종양이 M8240/3에 해당하는 것은 명백하고, 행동양식 분류번호가 ‘/3’인 이상 그 질병분류번호는 ‘C20'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나.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약관에 따른 암의 진단확정이 있었는지를 살펴본다. 이 사건 각 보험약관에 따르면, 암의 진단확정은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한 경우에는, 병리 전문의사에 의하여 조직검사 또는 혈액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하여야 한다. 이 사건 종양에 대하여 임상병리 전문의사가 조직병리검사를 실시하여 ‘1cm 미만의 신경내분비 종양(neuroendocrine tumor)으로 절제면의 침범 소견 없다’는 내용의 조직병리결과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원고의 주치의인 임상의사들은 이를 토대로 원고의 병명을 한국표준질병분류번호 C20에 해당하는 직장의 악성 신생물(암)로 진단하였다. 이처럼 병리 전문의사의 병리조직검사결과보고서 등을 토대로 임상의사가 병명을 진단서에 기재하였다면, 이는 이 사건 각 보험약관에서 말하는 병리학적 진단으로 ‘암’의 진단확정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다. 원심은 이와 달리 아래와 같은 사유를 들어, 원고의 진단확정 병명이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규정하는 ‘암’이나 ‘중대한 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종양은, 조직병리검사를 한 병리 전문의사가 직장 유암종이라는 소견만 제시하였을 뿐 암이라는 소견을 제시하지 않았고, 병리 전문의사인 진료기록 감정의는 경계성 종양이라고 분류하였으므로, 조직병리검사결과보고서를 바탕으로 임상의사가 작성한 진단서만으로는 암의 진단확정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2) 진료기록 감정의의 의학적 소견에 따르면, 이 사건 종양은 불확실한 악성 잠재성의 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인 ‘경계성 종양’으로 분류하여야 한다

3) 이 사건 각 보험약관에서 정하는 ‘암’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기본분류에서 악성 신성물로 분류되는 질병’인데, 이 사건 종양은 제3차, 제4차 및 제7차 각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 불확실하므로 암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라.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약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 사건 각 보험계약 약관의 해석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신 박상옥(주심) 이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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