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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6다223357 판결
[사해행위취소][공2018상,875]
판시사항

[1] 부동산담보신탁계약에서 우선수익권의 의미와 법적 성질(=신탁계약상 권리)

[2] 갑 주식회사가 을 주식회사에 대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신탁회사인 병 주식회사와 갑 회사 소유의 아파트에 관하여 우선수익자를 을 회사로 하는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후 갑 회사가 을 회사의 동의를 받아 신탁계약을 해지하고 갑 회사 명의로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같은 날 을 회사와 대물변제계약을 체결하여 을 회사에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자, 갑 회사의 채권자인 국가가 대물변제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을 회사를 상대로 사해행위취소를 구한 사안에서, 신탁계약이 해지로 종료하여 신탁계약상 을 회사가 더 이상 우선수익자로서 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는데도 대물변제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판결요지

[1] 신탁행위로 정한 바에 따라 수익자로 지정된 사람은 당연히 수익권을 취득한다( 신탁법 제56조 제1항 ). 신탁재산에 속한 재산의 인도와 그 밖에 신탁재산에 기한 급부를 요구하는 청구권이 수익권의 주된 내용을 이루지만, 수익자는 그 외에도 신탁법상 수익자의 지위에서 여러 가지 권능을 가지며, 수익권의 구체적인 내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신탁계약에서 다양한 내용으로 정할 수 있다. 우선수익권은 구 신탁법이나 신탁법에서 규정한 법률 용어는 아니나, 거래 관행상 통상 부동산담보신탁계약에서 우선수익자로 지정된 채권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시에 신탁재산 처분을 요청하고 처분대금에서 자신의 채권을 위탁자인 채무자나 그 밖의 다른 채권자들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우선수익권은 수익급부의 순위가 다른 수익자에 앞선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 법적 성질은 일반적인 수익권과 다르지 않다. 채권자는 담보신탁을 통하여 담보물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신탁이라는 법적 형식을 통하여 도산 절연 및 담보적 기능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달성하게 되는 것일 뿐이므로, 그 우선수익권은 우선 변제적 효과를 채권자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신탁계약상 권리이다.

[2] 갑 주식회사가 을 주식회사에 대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신탁회사인 병 주식회사와 갑 회사 소유의 아파트에 관하여 우선수익자를 을 회사로 하는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후 갑 회사가 을 회사의 동의를 받아 신탁계약을 해지하고 갑 회사 명의로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같은 날 을 회사와 대물변제계약을 체결하여 을 회사에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자, 갑 회사의 채권자인 국가가 대물변제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을 회사를 상대로 사해행위취소를 구한 사안에서, 대물변제계약의 이행을 위하여 작성한 분양계약서에 매도인이 병 회사가 아닌 갑 회사로 기재되어 있는 점, 을 회사에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것도 병 회사가 아닌 갑 회사인 점 등에 비추어 대물변제계약이 신탁계약에서 정한 처분·환가의 일환으로 체결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신탁계약이 해지로 종료하여 ‘우선수익자가 갖는 수익권의 유효기간은 신탁계약에 따른 우선수익자의 채권발생일부터 신탁계약 종료일까지로 한다’는 내용의 신탁계약 조항에 따라 을 회사가 더 이상 우선수익자로서 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보아 대물변제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의 해지 및 종료 사유와 우선수익권의 법적 성질 등에 관한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민사소송법 제202조 가 선언하고 있는 자유심증주의는 형식적, 법률적인 증거규칙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할 뿐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용인한다는 것이 아니므로 적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쳐 증거능력 있는 적법한 증거에 의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 주장의 진실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비록 사실의 인정이 사실심의 전권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다.

원고, 상고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임병일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덕명디앤씨 주식회사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소백 담당변호사 황정근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사건 경위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디엠산업개발 주식회사(이하 ‘디엠산업개발’이라고 한다)와 그 대표이사 피고 2 및 그 아들 피고 3은 서울 송파구 (주소 생략) 일대에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를 신축·분양하는 사업을 공동으로 시행하기로 하였다. 디엠산업개발은 2006. 4. 5. 주식회사 하나은행(이하 ‘하나은행’이라고 한다)으로부터 그 사업 자금으로 80억 원을 대출받았다(이하 ‘이 사건 대출’이라고 한다).

(2) 디엠산업개발은 원고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가합69075호 로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원고는 디엠산업개발에 2,884,87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가집행 선고부 판결을 받고, 2009. 3. 4. 그에 기해 원고로부터 3,862,008,450원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항소심법원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디엠산업개발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서울고등법원 2010. 4. 14. 선고 2008나86449 판결 ), 이에 대한 상고가 기각되어(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다40499 판결 ) 항소심판결이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원고가 디엠산업개발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제1심에서 ‘디엠산업개발은 원고에게 3,862,008,45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받았고, 2011. 5. 3.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3) 피고 덕명디앤씨 주식회사(대표이사 피고 2, 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는 2010. 7. 5. 하나은행에 이 사건 대출금 채무 중 503,216,166원을 대위변제하면서, 같은 날 디엠산업개발과 사이에 ① 피고 회사가 디엠산업개발에 위 돈을 이자 연 5%, 변제기 2012. 7. 5.로 정해 대여하고(이하 ‘이 사건 대여금’이라고 한다), ②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디엠산업개발이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피고 회사를 우선수익자로 하는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내용의 금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4) 디엠산업개발과 피고 2, 피고 3은 2010. 8. 5. 아시아신탁 주식회사(이하 ‘아시아신탁’이라고 한다)와 이 사건 아파트 중 ○○○동 △△△호(이하 ‘△△△호’라고 한다) 등 13세대에 관하여 1순위 우선수익자를 하나은행, 2순위 우선수익자를 피고 회사(수익한도금액 각 88억 7,770만 원, 26억 원. 단 △△△호에 관해서는 피고 회사만 우선수익권을 가지는 것으로 하였다)로 하는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이하 ‘제1신탁계약’이라고 한다), 그 다음 날 아시아신탁에 신탁등기를 마쳐주었다. 디엠산업개발은 2011. 9. 28. 제1신탁계약 중 △△△호에 관한 부분을 일시 해지하였다가, 2011. 9. 30. △△△호에 관하여 피고 회사를 우선수익자(수익한도금액 26억 원)로 하는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다시 체결하였다(이하 ‘제2신탁계약’이라고 한다). 제1, 2신탁계약의 내용은 실질적으로 같은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가) 이 신탁은 신탁부동산의 소유권 관리와 위탁자(디엠산업개발)가 부담하는 채무 이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수탁자(아시아신탁)가 △△△호를 보전·관리하고 채무불이행 시 환가·정산하며(제1조), 이와 더불어 잔금을 모두 납부한 수분양자에 대해서는 우선수익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수탁자가 신탁재산 소유권을 수분양자에게 직접 이전하여 수분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특약사항 제1조).

(나) 신탁기간은 신탁등기일로부터 5년이지만, 기간 만료 전에 우선수익자의 요청 등에 의하여 신탁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양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때에 신탁이 종료한 것으로 본다(제2조).

(다) 우선수익자는 수익권증서에 기재된 수익한도금액의 한도 내에서 수익을 얻을 권리가 있고, 신탁 원본에 대한 우선수익자의 수익권은 수익자의 수익권보다 우선한다(제7조 제2항, 제3항). 우선수익자가 갖는 수익권의 유효기간은 이 신탁계약에 따른 우선수익자의 채권발생일부터 신탁계약 종료일까지로 한다(같은 조 제4항).

(라) 신탁기간 종료 전이라도 채무자(디엠산업개발)가 우선수익자와 체결한 여신거래 약정을 위반하는 경우 우선수익자의 요청 등에 의하여 신탁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다(제18조 제1항). 이 경우 우선수익자 전원의 합의로 매수인을 지정하여 요청하는 경우에는 수의계약에 의하여 처분할 수 있다(특약사항 제7조 제1항).

(마) 위탁자는 원칙적으로 신탁을 해지할 수 없고, 수탁자가 신탁 해지를 승낙하고 위탁자가 해지로 인한 수탁자의 손해를 부담한 경우 해지할 수 있으나(제24조 제1항), 그 경우에도 우선수익자의 서면 동의가 있어야 한다(특약사항 제12조).

(바) 신탁계약은 신탁기간 종료, 제24조 제1항에 의한 신탁 해지, 제18조 제1항에 의한 신탁부동산 처분 등으로 종료한다(제25조 제1항). 신탁기간 만료 또는 신탁 해지로 신탁계약이 종료하는 경우에는 위탁자는 수탁자에게 수익권증서를 반환하고 수탁자는 위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을 현상대로 인도한다(같은 조 제2항).

(5) 디엠산업개발은 2012. 7. 23. 우선수익자인 피고 회사의 동의서를 첨부하여 아시아신탁에 제2신탁계약의 해지를 요청하였다. 위 동의서와 해지요청서에는 모두 ‘신탁계약 특약 제12조에 따라 △△△호에 대하여 해지를 요청합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디엠산업개발은 2012. 7. 30. △△△호에 관하여 신탁재산 귀속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디엠산업개발은 같은 날 피고 회사에 이 사건 대여금 변제에 갈음하여 △△△호를 대물변제하기로 약정하고 피고 회사와 △△△호에 관한 분양계약을 체결한 다음(이하 위 대물변제계약과 분양계약을 합쳐서 ‘이 사건 대물변제계약’이라고 한다), 피고 회사에 △△△호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나. 원심판단

원고는 앞서 본 디엠산업개발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이 사건 대물변제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 이 사건 대물변제계약 체결 당시 △△△호에는 2건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그 피담보채권액은 합계 463,001,024원이다. 한편 피고 회사는 제2신탁계약의 우선수익자로서 △△△호 처분대금 중 선순위인 위 각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하여 그 수익한도금액 26억 원의 범위에서 일반채권자에 우선하여 자신의 채권을 회수할 수 있었는데, 당시 피고 회사의 디엠산업개발에 대한 이 사건 대여금 채권의 원리금은 553,537,782원이었다.

(2) 그런데 이 사건 대물변제계약 체결 당시 △△△호의 시가는 7억 6,000만 원으로, 위 각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과 피고 회사의 우선수익권으로 담보되는 이 사건 대여금 채권액의 합계 1,016,538,806원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호는 애초에 디엠산업개발의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가 아니었으므로, 디엠산업개발이 △△△호를 피고 회사에 대물변제로 제공하였더라도 이를 사해행위라고 할 수 없다.

(3) △△△호에 관하여, 피고 회사가 이 사건 대물변제계약에 기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기 전에 잠시 디엠산업개발이 신탁재산 귀속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제2신탁계약에 따른 정산·환가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이로써 피고 회사의 우선수익권이 상실되었다고 할 수 없다.

다. 대법원의 판단

(1) 신탁법상 신탁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한 재산권을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처분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위탁자가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위탁자를 수익자로 하여 위탁자 소유 부동산을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에게 이전하면서 채무불이행 시에는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우선수익자의 채권 변제 등에 충당하고 나머지를 위탁자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담보신탁을 체결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신탁행위로 정한 바에 따라 수익자로 지정된 사람은 당연히 수익권을 취득한다( 신탁법 제56조 제1항 ). 신탁재산에 속한 재산의 인도와 그 밖에 신탁재산에 기한 급부를 요구하는 청구권이 수익권의 주된 내용을 이루지만, 수익자는 그 외에도 신탁법상 수익자의 지위에서 여러 가지 권능을 가지며, 수익권의 구체적인 내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신탁계약에서 다양한 내용으로 정할 수 있다. 우선수익권은 구 신탁법이나 신탁법에서 규정한 법률 용어는 아니나, 거래 관행상 통상 부동산담보신탁계약에서 우선수익자로 지정된 채권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시에 신탁재산 처분을 요청하고 그 처분대금에서 자신의 채권을 위탁자인 채무자나 그 밖의 다른 채권자들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우선수익권은 수익급부의 순위가 다른 수익자에 앞선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 법적 성질은 일반적인 수익권과 다르지 않다. 채권자는 담보신탁을 통하여 담보물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신탁이라는 법적 형식을 통하여 도산 절연 및 담보적 기능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달성하게 되는 것일 뿐이므로, 그 우선수익권은 우선 변제적 효과를 채권자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신탁계약상 권리이다 ( 대법원 2017. 6. 22. 선고 2014다22580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의하면, 앞서 본 사건 경위에 더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제1신탁계약의 신탁부동산으로서 수탁자인 아시아신탁이 신탁계약 제18조에 따라 처분한 이 사건 아파트 ○○○동 □□□호의 경우, ① 디엠산업개발은 우선수익자들의 ‘환가처분 요청서’(신탁계약 제18조, 특약사항 제7조에 따라 신탁재산 처분을 요청한다는 내용이다)를 첨부하여 아시아신탁에 ‘신탁재산 처분요청’을 하고, ② 이에 따른 처분절차의 일환으로 아시아신탁이 매수인과 위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다음 매수인에게 직접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으며, ③ 그 매매계약서에는 매매대금 납부계좌로 아시아신탁의 은행 계좌가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제2신탁계약의 신탁부동산인 △△△호의 경우, ① 디엠산업개발은 2012. 7. 23. 우선수익자인 피고 회사의 동의서를 첨부하여 아시아신탁에 신탁 해지를 요청하였고(위 동의서와 ‘해지요청서’에는 모두 ‘신탁계약 특약 제12조에 따라 해지를 요청합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② 이에 따라 디엠산업개발이 2012. 7. 30. △△△호에 관하여 신탁재산 귀속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③ 이 사건 대물변제계약 이행을 위하여 작성된 분양계약서에는 매도인이 아시아신탁이 아닌 디엠산업개발로 기재되어 있고, ④ 피고 회사에 △△△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것도 아시아신탁이 아닌 디엠산업개발이다. 또한 디엠산업개발이 이 사건 대물변제계약에 의하여 △△△호의 소유권을 피고 회사에 이전할 때에 수탁자인 아시아신탁은 어떠한 명목으로든 피고 회사로부터 분양대금을 수령하거나 그 정산에 관여한 적도 없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 사건 대물변제계약은 제2신탁계약 제18조 제1항 등에 정한 처분·환가의 일환으로 체결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제2신탁계약은 신탁계약 제24조 제1항, 제25조 제1항, 특약사항 제12조에 따라 2012. 7. 23.자 신탁계약의 해지로 말미암아 종료되었고, 이에 따라 피고 회사는 신탁계약 제7조 제4항에 따라 더 이상 우선수익자로서 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3)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대물변제계약이 제2신탁계약에 따른 정산·환가의 일환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 사건 대물변제계약은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의 해지 및 그 종료 사유와 우선수익권의 법적 성질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상고이유 제2, 3점 중 이 사건 대출금 관련 채권에 대한 부분에 관하여

가. 민사소송법 제202조 가 선언하고 있는 자유심증주의는 형식적, 법률적인 증거규칙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할 뿐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용인한다는 것이 아니므로 적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쳐 증거능력 있는 적법한 증거에 의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 주장의 진실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비록 사실의 인정이 사실심의 전권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다 (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다3576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디엠산업개발이 이 사건 대출금을 사업비로 집행하거나 위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납부한 다음, 실제 지출한 사업비와 이자를 내부적인 계산기준에 따라 그때그때 디엠산업개발의 회계장부 중 공동사업자인 피고 2, 피고 3에 대한 미수금 채권 계정에 계상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그 근거로 ① 이 사건 아파트 신축·분양 사업과 관련한 기존의 PF 대출금과 관련하여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회계처리가 이루어진 점, ② 디엠산업개발의 제4기와 제6기 재무제표에 대한 각 감사보고서에 ‘이 사건 아파트 신축공사는 디엠산업개발과 특수관계자가 공동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고, 디엠산업개발이 비용을 지출한 후 안분하여 대금을 청구하고 있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③ 디엠산업개발의 8기 말부터 10기 말까지의 대차대조표상 단기차입금 중 이 사건 대출금 부분은 증감이 없는 반면 피고 2, 피고 3에 대한 미수금 채권은 계속 증가하였는데, 이는 이 사건 대출금을 사업비로 지출하면서 그때그때 위 피고들에 대한 미수금 계정에 계상한 결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었다.

나아가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과 디엠산업개발의 제4기부터 제13기까지의 재무제표에 대한 각 감사보고서는, 회계법인이 국내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디엠산업개발을 감사한 다음 그 재무제표가 중대하게 왜곡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검증한 것이어서 디엠산업개발의 채권·채무관계를 사실대로 기재한 것으로 볼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원고가 이 사건에서 디엠산업개발을 대위하여 피고 2, 피고 3에게 지급을 청구하는 각 채권은 위 피고들의 디엠산업개발에 대한 채권과 차례로 상계되어 모두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디엠산업개발의 제4기와 제6기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는 각 이 사건 대출이 이루어지기 전인 2003. 9. 30.과 2005. 9. 30. 현재 위 회사 재무제표 등을 감사한 결과이고, 그 이후에 작성된 감사보고서에서는 위 ②항에 기재된 것과 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2) 디엠산업개발의 8기 말(2007. 9. 30.)부터 10기 말(2009. 9. 30.)까지 대차대조표상 피고 2에 대한 미수금 채권이 증가한 것은 주로 디엠산업개발의 소득세 대납, 단기대여금의 미수금 전환 및 피고 2가 약 25억 5,000만 원에 달하는 디엠산업개발의 예금을 인출한 것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위 기간 디엠산업개발의 피고 3에 대한 미수금과 단기대여금 등 총 채권액은 큰 변동이 없고 일시적으로 감소하기도 하였다. 한편 이 사건 아파트는 2004. 10.경 완공되어 사용승인까지 마쳤으므로, 금융비용 등을 제외하면 이 사건 대출이 이루어진 후 그와 관련하여 지출된 사업비는 많지 않아 보인다.

(3) 피고 2, 피고 3은, 디엠산업개발이 이 사건 대출금을 사업비로 집행하거나 그에 대한 이자를 납부한 후 ‘내부적인 계산기준’에 따라 이를 안분하여 위 피고들에 대한 미수금 계정에 계상하였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내부적인 계산기준’이 무엇인지에 관해 별다른 주장·증명을 하지 않았다.

(4) 디엠산업개발의 제12기, 제13기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는 “본 감사인은 감사범위 제한 때문에 채권·채무에 대한 조회절차를 수행할 수 없었으며, 회계감사기준에서 요구하는 감사 절차를 취하지 못하였습니다. 본 감사인은 위에 기술한 사항의 유의성 때문에 상기 재무제표에 관한 의견을 표명하지 아니합니다.”라는 외부감사인의 의견이 각 기재되어 있고, 달리 위 각 재무제표의 정확성을 담보할 자료가 없다.

라.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원심이 인정한 것과 같은 미수금 계상 방식은 이 사건 대출이 이루어진 후에 작성된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의해 뒷받침되는 방식이 아니다. 관련 회계장부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대출이 이루어진 후 2009. 9. 30.경까지 원심이 인정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미수금 계상이 이루어진 결과 디엠산업개발의 재무제표상 피고 2, 피고 3에 대한 미수금 채권이 증가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이 사건 아파트 준공 시점 등 사업 진행 경과나 피고들 스스로 이 사건 대출금은 이미 집행한 사업비 관련 채무를 대환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 원심이 2011. 9. 30. 당시의 수동채권액을 확정하는 근거로 삼은 디엠산업개발의 재무제표 중 일부는 그 정확성이 담보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디엠산업개발이 이 사건 대출금으로 사업비를 지출한 후 그중 피고 2, 피고 3의 부담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그때그때 위 피고들에 대한 미수금 채권으로 회계장부에 계상하였고, 디엠산업개발의 재무제표 등에 의하면 위 채권은 모두 상계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논리나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김소영 권순일(주심) 조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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