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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11. 29. 선고 2017다241819 판결
[사해행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사해행위 당시 아직 성립되지 않은 채권이 예외적으로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되기 위한 요건

[2] 사해행위 당시 계속적인 물품거래관계가 존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채권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발생하여 있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3]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는 행위가 채권자에 대하여 사해행위가 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때 채무자의 사해의사가 추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매수자의 악의가 없었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수익자)

[4]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 수익자의 선의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대구스텐레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리 담당변호사 신하용 외 2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송정 담당변호사 박주용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판단한다.

1. 피보전채권의 범위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에 관하여

가. 채권자취소권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행하여지기 전에 발생된 것임을 요하지만, 그 사해행위 당시에 이미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발생되어 있고,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터 잡아 채권이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권이 성립된 경우에는, 그 채권도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 (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4다40955 판결 ,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다5384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주식회사 타임텍(이하 ‘타임텍’이라 한다) 설립 당시부터 타임텍에 스테인리스 판재 등을 납품해 오면서 지속적으로 거래를 하여 온 사실,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인 2014. 11. 3. 원고의 타임텍에 대한 물품대금채권은 161,697,046원이었다가 2014. 11. 20.에는 162,627,288원으로 증가하였고, 2014. 11. 25. 1억 원을 변제받아 물품대금채권은 62,627,288원이 되었으며, 이후 계속적으로 물품대금채권이 증가하여 원고와 타임텍 사이의 거래가 종료된 2015. 2. 12. 무렵 물품대금채권은 134,361,618원이 된 사실, 2014. 11. 25. 이후 타임텍이 원고에게 추가로 변제한 물품대금은 없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 이후에 원고와 타임텍 사이에 발생한 물품대금채권 역시 사해행위인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이미 채권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발생되어 있었고, 그에 기초하여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성립되리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원고가 타임텍에 대하여 물품대금채권을 가지게 되었으므로,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라.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

1) 계속적인 물품공급계약에서 대상이 되는 물품의 구체적인 수량, 거래단가, 거래시기 등에 관하여까지 구체적으로 미리 정하고 있다거나, 일정한 한도에서 공급자가 외상으로 물품을 공급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계속적 물품공급계약 그 자체에 기하여 거래당사자의 채권이 바로 성립하지는 아니하며, 주문자가 상대방에게 구체적으로 물품의 공급을 의뢰하고 그에 따라 상대방이 물품을 공급하는 별개의 법률관계가 성립하여야만 채권이 성립한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 당시 계속적인 물품거래관계가 존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채권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발생하여 있었다고 할 수 없다.

2) 그러므로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되기 전부터 타임텍과 물품공급거래를 계속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된 후 비로소 타임텍으로부터 구체적인 물품의 공급을 의뢰받아 물품을 공급하였다면, 그에 따른 물품대금채권은 사해행위 이후에 발생한 채권에 불과하므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마. 앞에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의 물품대금채권에는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된 후에 물품공급이 이행된 거래로 발생한 채권이 포함되어 있음이 명백하므로, 원심으로는 계속적 물품공급계약의 내용, 물품공급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성립한 시기를 비롯한 구체적인 거래 경위 및 내용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그 채권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발생하여 있었는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

바.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위와 같은 사정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채권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단정하여, 원고의 물품대금채권 134,361,618원이 모두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채권자취소권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는 피보전채권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사해행위의 성립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에 관하여

채무자가 자기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에 대하여 사해행위가 된다고 볼 것이므로 채무자의 사해의사는 추정되고, 이를 매수한 자가 악의가 없었다는 증명책임은 수익자에게 있다 ( 대법원 1998. 4. 14. 선고 97다54420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타임텍이 채무초과상태에서 유일한 재산인 이 사건 토지 및 3동 내지 6동 공장건물을 피고에게 매각한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 대한 사해행위가 되고, 이 경우 채무자인 타임텍의 사해의사는 추정되며,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매매계약이 타임텍의 채무변제 또는 변제자력을 얻기 위한 정당한 목적으로 체결되었다거나 타임텍이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안 될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등의 사정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해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피고가 선의의 수익자라는 상고이유 주장에 관하여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 수익자의 악의는 추정되므로 수익자가 자신의 책임을 면하려면 자신의 선의를 증명할 책임이 있다. 이 경우 수익자의 선의 여부는 채무자와 수익자의 관계,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처분행위의 내용과 그에 이르게 된 경위 및 동기, 처분행위의 거래조건이 정상적이고 이를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며 정상적인 거래관계임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 처분행위 이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칙·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다74621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이 원고를 해하는 사해행위임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해행위취소에 있어서 수익자의 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김용덕 박상옥 박정화(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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