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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5도16696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강요)][공2017하,2224]
판시사항

[1]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협박’의 의미와 내용 및 협박이 정당한 권리의 실현 수단으로 사용된 경우 강요죄가 성립하는지 여부(한정 적극)와 판단 기준

[2]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건설기계지부 소속 노조원인 피고인들이, 현장소장인 피해자 갑이 노조원이 아닌 피해자 을의 건설장비를 투입하여 수해상습지 개선사업 공사를 진행하자 ‘민주노총이 어떤 곳인지 아느냐, 현장에서 장비를 빼라’는 취지로 말하거나 공사 발주처에 부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취지의 진정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공사현장에서 사용하던 장비를 철수하게 하고 ‘현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건설장비는 노조와 합의하여 결정한다’는 협약서를 작성하게 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고 하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강요)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것으로서 강요죄의 수단인 협박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이다( 형법 제324조 ).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고,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면 족하다. 이러한 해악의 고지가 비록 정당한 권리의 실현 수단으로 사용된 경우라고 하여도 권리실현의 수단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다면 강요죄가 성립하고, 여기서 어떠한 행위가 구체적으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것인지는 그 행위의 주관적인 측면과 객관적인 측면, 즉 추구된 목적과 선택된 수단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건설기계지부 소속 노조원인 피고인들이, 현장소장인 피해자 갑이 노조원이 아닌 피해자 을의 건설장비를 투입하여 수해상습지 개선사업 공사를 진행하자 ‘민주노총이 어떤 곳인지 아느냐, 현장에서 장비를 빼라’는 취지로 말하거나 공사 발주처에 부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취지의 진정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공사현장에서 사용하던 장비를 철수하게 하고 ‘현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건설장비는 노조와 합의하여 결정한다’는 협약서를 작성하게 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고 하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강요)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은 공사현장에서 장비를 뺄 것을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발주처에 민원을 넣어 공사를 못하게 하겠다고 말하고, 실제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발주처에 부실시공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하여 처벌하여 달라는 취지의 진정을 제기한 다음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들로 하여금 장비를 철수하게 하고, 공사현장의 모든 건설장비를 피고인들 쪽에서 배차하는 장비만을 사용하도록 하는 취지의 협약서를 작성하도록 하였는데, 이와 같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피해자들의 정당한 영업활동을 방해함으로써 피해자들로 하여금 장비를 철수시키고 자신들이 속한 노조 지회의 장비만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하여 발주처에 대한 진정이라는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그 의도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피해자들의 정당한 영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언사를 사용하고 부실공사가 아님에도 공사 발주처에 부실공사를 조사해 달라는 진정을 하였다면 이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것으로서 강요죄의 수단인 협박에 해당함에도,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심리미진 또는 강요죄의 수단인 협박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3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최성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들은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충북건설기계지부 ○○지회(이하 ‘○○지회’라고 한다) 소속의 노조원들로, 피고인 3은 지회장, 피고인 2는 법규차장, 피고인 1은 정책차장, 피고인 4는 사무차장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피해자 공소외 1은 충북 (주소 1 생략)에 있는 △△천 일원에서 진행되는 ‘△△천 □□제 수해상습지 개선사업’ 공사의 현장소장이고, 피해자 공소외 2는 2012년경 ○○지회에 가입하였다가 2014. 2.경 탈퇴를 한 사람으로, 피해자들은 구두 합의에 따라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를 피해자 공소외 1의 공사현장에 투입하여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나. 피고인들은 2014. 3. 초순경 같은 노조원인 공소외 3으로부터 다른 지역 장비를 운영하고 있고 자신들의 노조에도 가입하였다가 탈퇴한 피해자 공소외 2가 ○○에서 진행되고 있는 위 △△천 공사현장에 장비를 투입하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피해자들에게 압력을 넣어 공사현장에서 장비를 철수하게 하고, 대신 소속 노조원의 장비를 투입하게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 (1) 이에 피고인들은 2014. 3. 5. 10:00경 충북 (주소 2 생략)에 있는 피해자 공소외 1이 현장소장으로 있는 공소외 4 합자회사 현장 사무실에 찾아가 위 피해자에게 “민주노총이 어떤 곳인지 아느냐. 공소외 2의 장비는 민주노총 소속 장비가 아니다. 당장 장비를 빼라. 어디 계속 사용할 테면 해봐라. 계속 사용을 하면 공사를 못하게 하겠다. 발주처(충청북도)에 진정을 넣겠다.”라고 함께 말하고, 피해자 공소외 2에게 “민주노총이 어떤 곳인지 아느냐. 현장에서 장비를 빼라.”라고 함께 말하고, 피고인 1은 “토요일(2014. 3. 8.)까지 장비를 빼라.”라고 말하여 피해자들에게 겁을 주었다. 또한 피고인 2는 2014. 3.말경 위 공사현장에서 부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지회장 피고인 3 명의의 진정서를 작성하고, 위 공사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을 첨부하여 위 공사 발주처인 충청북도에 제출하여 진정을 제기하였다.

(2) 피해자들은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협박을 견디지 못하여, 피해자 공소외 1은 2014. 4. 7.경 피해자 공소외 2에게 현장에서 장비를 철수해 줄 것을 요청하고, 피해자 공소외 2는 결국 2014. 4. 11.경 위 공사현장에서 장비를 철수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1은 2014. 4. 12.경 위 현장 사무실에서 약속한 내용을 문서로 남기지 않으면 충청북도에 제기한 위 진정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피고인 4의 요구에 따라 그가 미리 작성하여 온 ‘공사현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건설장비는 ○○지회와 합의하여 결정한다.’는 내용의 협약서에 서명을 하여 이를 작성하였다.

라.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피해자들을 협박함으로써 피해자 공소외 1로 하여금 자신이 관리하는 공사현장에서 사용되던 장비를 철수하게 하고, 피고인들이 요구하는 대로 협약서를 작성하고, 피해자 공소외 2로 하여금 자신의 장비를 현장에서 철수하게 하여 피해자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

2. 원심은 이 사건 쟁점은 피고인들이 피해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를 철수하도록 한 행위가, 피고인들 및 피해자들이 이 사건 공사현장의 관계인으로서 상호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면서 피고인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여러 수단을 동원한 것에 그치는 것인지, 아니면 그 허용 범위를 넘어 형법상 금지되는 강요죄의 수단인 ‘협박’에 해당하는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고 전제한 다음,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피고인들이 달성하려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통념상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부적당하여 전체적으로 위법하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첫째로, 피고인들이 피해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를 철수하도록 한 행위의 목적이 명백히 위법하다거나 이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이익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둘째로, 피고인들이 2014. 3. 5.경 피해자들을 만나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철수를 요구한 것이나 또는 피고인들이 2014. 3. 5.경부터 2014. 3. 하순경까지 발주처인 충청북도청에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부실시공이 벌어지고 있으니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는 취지로 전화를 하고 진정을 제기한 것이나, 이러한 사실을 두고 피고인들이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않는 수단을 동원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3. 가.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이다( 형법 제324조 ).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고,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면 족하다. 이러한 해악의 고지가 비록 정당한 권리의 실현 수단으로 사용된 경우라고 하여도 그 권리실현의 수단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다면 강요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여기서 어떠한 행위가 구체적으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것인지는 그 행위의 주관적인 측면과 객관적인 측면, 즉 추구된 목적과 선택된 수단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도2422 판결 ,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774 판결 등 참조).

나.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원심의 판단을 살펴본다.

첫째로, 피해자들이 건설장비를 투입하여 수해상습지 개선사업 공사를 진행한 것은 적법한 영업활동이다. 적법한 경제활동은 헌법에 보장된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를 실현하는 행위로서 국가는 물론 다른 시민들로부터도 존중받아야 마땅하고, 법률에 근거 없이 직업선택 및 수행의 자유가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공사현장에서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를 뺄 것을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발주처에 민원을 넣어 공사를 못하게 하겠다고 말하고, 실제로 피고인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발주처에 부실시공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하여 처벌하여 달라는 취지의 진정을 제기한 다음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들로 하여금 장비를 철수하게 하고, 공사현장의 모든 건설장비를 피고인들 쪽에서 배차하는 장비만을 사용하도록 하는 취지의 협약서를 작성하도록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피해자들의 정당한 영업활동을 방해함으로써 피해자들로 하여금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를 철수시키고 자신들이 속한 ○○지회의 장비만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하여 발주처에 대한 진정이라는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그 의도나 목적이 정당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피해자들의 정당한 영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원심이 건설장비근로자들이 민주노총 소속의 ‘지역지회’ 또는 ‘건설기계연합회’에 가입되어 있는 상태에서 해당 지역의 공사현장에서만 작업을 진행하고 다른 지역의 공사현장에 투입될 경우에는 ‘지역지회’ 및 ‘지역연합회’ 상호 간 사전에 그 투입사실을 통지하고 그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등의 관행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인들이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이 위법한 것이 아니라거나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없다.

둘째로, 원심은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에게 “민주노총이 어떤 곳인지 아느냐”라는 말을 하여 민주노총이라는 집단의 위력을 이용하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피해자들에게 위와 같은 취지의 언사를 사용하여 협박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피해자 공소외 2가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비교적 일관된 진술로써 뒷받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술내용에 있어서도 특별히 합리성을 결하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면을 찾아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함부로 배척한 것 역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 판단에 의하더라도 피고인들은 민주노총 산하 ○○지회 소속의 노조원들로서, 피해자 공소외 1을 찾아가 피해자 공소외 2가 ○○지회에 장비 사용에 관한 통지를 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하고, 피해자 공소외 2가 ◇◇지회를 탈퇴하고 연합회에 가입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피해자들에게 장비의 철수를 요구하였다는 것인데,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언동에 비추어 보면, 설령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내용의 말을 명시적으로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해자들로 하여금 피고인들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면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인 피고인들에 의하여 공사 진행 등에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있다는 점에 관한 인식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로,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의 언사를 사용하였고 원심도 인정하듯이 이 사건 공사가 부실공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사 발주처에 부실공사를 조사해 달라는 진정을 하였다면 이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것으로서 강요죄의 수단인 협박에 해당한다. 원심으로서는 피고인들이 이러한 행위로써 달성하려는 목적이 타인의 정당한 영업활동을 방해하려는 것인 이상 그 추구된 목적과 선택된 수단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였어야 옳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앞서 본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강요죄의 수단인 협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조희대 권순일(주심) 조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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