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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다218307 판결
[구상금][미간행]
판시사항

[1] 보험계약에서 담보하지 아니하는 손해에 해당하여 보험금지급의무가 없는데도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 보험자대위가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2] 갑 보험회사가 피보험자를 을 주식회사로 하여 체결한 도급업자배상책임보험계약의 약관에 보험자가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의 하나로서 ‘피보험자의 수급인(하수급인 등을 포함한다)이 수행하는 작업으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이 규정되어 있는데, 을 회사와 변전소 철거공사계약을 체결한 병 주식회사의 직원인 정이 굴삭기를 이용하여 철거작업을 하던 중 사고가 발생하였고, 갑 회사가 사고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후 병 회사와 정을 상대로 구상금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위 사고는 갑 회사가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에 해당하므로 갑 회사는 상법 제682조 제1항 에서 정한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고, 갑 회사는 보험금지급의무가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였으므로 채무자인 병 회사와 정에 대하여 민법 제745조 제2항 에 의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 사례

[3] 청구의 예비적 병합에서 주위적 청구를 먼저 판단하지 않고 예비적 청구만을 인용하거나 주위적 청구만을 배척하고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는 등의 일부판결이 법률상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및 주위적 청구를 배척하면서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한 경우, 상소가 제기되면 판단이 누락된 예비적 청구 부분도 상소심으로 이심되는지 여부(적극)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케이비손해보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지 담당변호사 유동승)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연채)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보험약관상 면책조항의 적용범위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상법 제682조 제1항 에서 정한 보험자의 제3자에 대한 보험자대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는 경우라야 하고, 보험계약에서 담보하지 아니하는 손해에 해당하여 보험금지급의무가 없음에도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보험자대위의 법리에 따라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없다 ( 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2다88716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① 원고는 전문건설공제조합과 대표피보험자를 명한산업개발 주식회사(이하 ‘명한산업개발’이라 한다)로 하여 ‘서울역-서대문 1, 2구역 5-1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중 변전소 철거공사’에 관하여 도급업자배상책임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사실, ②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13조 제13항 (가)목에 보험자가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의 하나로서 ‘피보험자의 수급인(하수급인 등을 포함한다)이 수행하는 작업으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이 규정되어 있는 사실, ③ 명한산업개발은 피고 주식회사 승준건설(이하 ‘피고 승준건설’이라 한다)과 위 변전소 철거공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사실, ④ 이 사건 사고는 피고 승준건설의 직원인 피고 1이 굴삭기를 이용하여 철거작업을 하던 중 변전소 건물이 도로 쪽으로 붕괴되는 바람에 발생한 사실, ⑤ 원고는 이 사건 사고의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사실 등을 인정한 후, 명한산업개발은 피고 승준건설에 위 변전소 철거공사를 하도급한 것이고, 이 사건 사고는 수급인인 피고 승준건설의 피용자인 피고 1이 철거작업을 하다가 발생한 것으로서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이 정한 바에 따라 원고가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는 한편, 명한산업개발과 피고 승준건설 사이에 체결된 계약은 이른바 노무도급계약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배척한 다음, 결국 원고는 상법 제682조 제1항 에서 정한 보험자의 제3자에 대한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보험약관상 면책조항의 적용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민법 제745조 의 구상권 취득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민법 제745조 제1항 , 제2항 은 그 적용요건으로 ‘타인의 채무’를 변제한 경우라고 하고 있으므로 ‘자신의 채무’라고 여기고 변제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까지 확대하여 적용할 수 없다고 전제한 다음, 원고가 이 사건 사고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것은 원고 자신의 보험계약상의 채무를 이행한 것일 뿐이고, 타인의 채무, 즉 피고들이 피해자들에게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한다고 잘못 알고 행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는 피고들에 대하여 민법 제745조 의 구상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지급의무가 없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한편 채무자 아닌 자가 착오로 인하여 채무를 변제한 경우라도 채권자가 선의로 증서를 훼멸하거나 담보를 포기하거나 시효로 인하여 그 채권을 잃은 때에는, 변제자는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고, 그 대신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민법 제745조 제1항 , 제2항 ),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지급의무가 없음에도 보험금지급의무가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였고, 이에 피해자들은 피고들을 상대로 별도의 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등 결국 피해자들의 피고들에 대한 보험금 상당액의 손해배상채권은 시효소멸하였을 가능성이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는 채무자 아닌 원고가 착오로 인하여 피고들의 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인 피해자들이 선의로 시효로 인하여 그 채권을 잃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채무자인 피고들에 대하여 민법 제745조 제2항 에 의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이에 어긋나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민법 제745조 의 구상권 취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직권 판단

가. 청구의 예비적 병합이란 병합된 수개의 청구 중 주위적 청구(제1차 청구)가 인용되지 않을 것에 대비하여 그 인용을 해제조건으로 예비적 청구(제2차 청구)에 관하여 심판을 구하는 병합형태로서, 이와 같은 예비적 병합의 경우에는 수개의 청구가 하나의 소송절차에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주위적 청구를 먼저 판단하지 않고 예비적 청구만을 인용하거나 주위적 청구만을 배척하고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는 등의 일부판결은 예비적 병합의 성질에 반하는 것으로서 법률상 허용되지 아니하며, 그럼에도 주위적 청구를 배척하면서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하는 판결을 한 경우에는 그 판결에 대한 상소가 제기되면 판단이 누락된 예비적 청구 부분도 상소심으로 이심이 되고 그 부분이 재판의 탈루에 해당하여 원심에 계속 중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00. 11. 16. 선고 98다2225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사고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였음을 주장하며 피고들에 대하여 상법 제682조 제1항 의 보험자대위권에 근거한 청구를 하였다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제1심이 위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음을 이유로 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자, 이에 대하여 항소를 한 후 원심에서 설령 원고에게 보험금지급의무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은 민법 제745조 에 의하여 원고에게 구상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들에 대하여 민법 제745조 에 따른 구상을 구하는 청구를 ‘예비적 청구’라고 명시하여 추가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원고가 이 사건 사고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지급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위 보험자대위권에 근거한 청구와 보험금지급의무가 없음을 이유로 한 위 구상 청구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별개의 청구로서 청구의 예비적 병합 형태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위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는 주문만을 선고할 것이 아니라, 추가된 예비적 청구를 기각하는 주문도 선고하였어야 한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는 주문만을 선고하였는바, 원심판결에 청구의 예비적 병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김용덕 김소영 이기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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