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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도2567 판결
[사기][미간행]
판시사항

형사재판에서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장재덕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08조 가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한 것은 그것이 실체적 진실발견에 적합하기 때문이므로, 사실심 법관은 사실인정을 하면서 공판절차에서 획득된 인식과 조사된 증거를 남김없이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법관의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 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지만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므로 허용될 수 없다 (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도1950 판결 등 참조).

2. (1) 피고인이 순도 99.9%의 돌반지를 제작하여 공급할 것처럼 행세하여 피해자로부터 2014. 1. 17. 금목걸이 10돈 및 2014. 1. 25. 178만 원을 받은 후 순도가 92.0% 또는 95%에 불과한 1돈짜리 돌반지 각 10개(이하 ‘이 사건 돌반지’라 한다)를 제작·공급함으로써 그 제작에 실제로 사용한 순금과의 차액에 상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2)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돌반지에 육각형 모양의 표시나 24K 표시를 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순금 돌반지를 만들어 주기로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순금 돌반지를 만들어 주기로 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등의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런데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제작·공급한 이 사건 돌반지의 순도가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92% 또는 95%에 불과한 사실은 분명하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위 순도와 달리 순도 99.9%의 돌반지를 제작하여 공급하기로 약정한 사실이 인정되는지 여부이다.

나. 피고인은 이 사건 돌반지에 24K 표시를 하였고 육각형 모양의 표시를 하였다. 그런데 당시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제정한 귀금속 및 그 가공제품에 관한 국가표준에 의하면 순금 제품은 24K 제품과 땜 가공품이 있는데, 24K 제품의 순도는 99.9% 이상으로서 그 표시는 ‘24K’ 또는 ‘999’로 표시하고, 땜 가공제품의 순도는 99.5% 이상이며 그 표시는 ‘995’로 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사단법인 한국귀금속감정원은 ‘육각형 내 태극모양’의 형상을 공인 순금 검인 마크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돌반지에 24K 및 육각형 모양을 표시한 것은 피해자의 진술과 같이 순도 99.9% 이상의 순금으로 제작되었음을 표시한 것이라 봄이 경험칙상 옳다.

피고인은 이와 달리 단지 관행이라거나 금인데 18K가 아니라서 24K라고 표시하였고 육각형은 금이 나쁘다는 표시로 찍은 것이라고 진술하였으나, 이는 피고인 스스로 국가표준 및 사단법인 한국귀금속감정원 공인 순금 검인 마크의 통상적인 사용에 배치되는 표시를 하였다는 것으로서 피고인의 주장 취지와는 달리 일반 수요자의 혼동을 초래하게 되어 그 진술 자체가 모순되므로, 피고인의 위 변소는 믿을 수 없다.

다. (1) 그리고 피해자는 2014. 1. 17. 피고인에게 순도 99.3%의 금목걸이를 교부하였다고 하면서 그 증거로 위 금목걸이의 순도에 관한 감정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받은 금목걸이가 감정을 받은 금목걸이가 아니라거나 그 순도가 다르다고 다투면서도, 정작 피해자로부터 받은 금목걸이의 순도에 관하여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고 있지 못하며, 오히려 이를 이용하여 제작한 이 사건 돌반지에는 위와 같이 순금 제품임을 전제로 한 24K 등의 표시를 하였으므로, 이에 비추어 보면 위 금목걸이의 순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을 쉽게 배척할 수 없다.

(2) 또한 피해자가 2014. 1. 25. 피고인에게 준 178만 원은 당시의 순금 시세 1돈당 178,000원을 그대로 반영하여 1돈 분량의 돌반지 10개에 해당하는 금액으로서, 비록 피고인이 그 돈으로 순금을 사지 아니하고 고금을 사서 돌반지를 제작하는 것을 피해자가 허용하였다 하더라도, 피해자는 처음부터 순금 돌반지의 제작을 의뢰하였다고 보인다.

고금 제품이라도 순도가 99.9%라면 이를 이용하여 제작한 돌반지의 순도가 낮아질 이유가 없다. 또한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땜 가공제품을 구입함으로 인하여 순도 99.9%의 돌반지를 만들기 위하여 순금이 더 필요하다 하더라도 그 비용 상당을 피해자에게 추가로 청구하면 될 뿐 아니라, 땜 가공제품이라도 순금의 순도는 99.5%이므로 이를 이용한 제품의 순도가 이보다 훨씬 낮아질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아도, 순금 시세에 해당하는 돈을 준 피해자가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순도 92% 또는 95%에 불과한 이 사건 돌반지의 제작을 의뢰하였다거나 이를 용인하였다고 볼 수 없다.

라. 원심은, 순도가 낮은 고금을 맡기고 순금 금제품 제작을 의뢰하는 경우에는 금 또는 현금을 분석료 명목으로 지급하는데, 피해자가 과거 피고인에게 돌반지 제작을 의뢰하면서 제공한 고금의 순도를 추정할 만한 자료가 없어 분석료를 산정하기 어렵고 분석료를 제공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것을 이 사건에서 순금 돌반지의 제작을 의뢰하였다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과거의 사실관계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이를 이 사건에 관한 판단 근거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뿐 아니라,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고금을 맡기고 순금 금제품 제작을 의뢰할 경우에 피고인이 요구하는 금 또는 현금을 추가로 주었다고 진술하였는데, 이는 고금을 이용하여 순금 금제품을 제작하는 경우에 관한 통상적인 거래에 부합하므로 그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피고인이 위에서 본 것처럼 자신이 제작한 금반지에 순금 제품임을 나타내는 24K 등의 표시를 하여 피해자에게 공급하여 온 거래 형태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그 표시에 상응하는 제품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을 피해자로부터 받지 아니하였다는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에 반하며, 이러한 피고인의 진술을 이유로 그 비용을 지급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4.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24K 상당의 순금 돌반지를 제작하여 공급하기로 약정하였음에도 그 순도가 훨씬 떨어지는 이 사건 돌반지가 마치 24K 상당의 순금 돌반지인 것처럼 제작·공급하였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객관적인 사정들에 관하여 제대로 심리·판단하지 아니하고, 이에 어긋나는 판시 사정들을 이유로 들어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속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김용덕(주심) 김신 이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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