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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다251727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하여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하도록 하여야 하고 이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할 의무를 부담하는 내용의 약정을 묵시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그 판단 기준

[2] 제소전 화해의 창설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 및 화해조서를 해석하는 방법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비케이메디케어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성 담당변호사 강동규 외 2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석 담당변호사 백태균 외 2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는 의약품인 밴드(band) 제조를 목적으로 하는 공장의 확장 이전을 위해 2014. 4. 25.경 피고로부터 피고 소유의 각 단층공장(이하 개별적으로 ‘이 사건 제○호 공장’이라 하고, 위 각 공장을 통틀어서 ‘이 사건 각 공장’이라 한다)을 임대차보증금 1억 3,000만 원(제1, 2호 1억 원, 제3호 3,000만 원), 월 차임 1,000만 원(제1, 2호 700만 원, 제3호 300만 원), 임차기간 2014. 5. 1.부터 2019. 4. 30.까지로 정하여 임차하였다(이하 ‘이 사건 임대차’라 한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는 “원고가 임차물건을 사용하는 중에 피고의 승인 없이 원고의 영업상 필요한 건물 내외의 구조물 형태, 성능, 용량 등을 변경할 수 없다.”라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나. 원고는 2014. 5. 20. 소외 1에게 이 사건 제1, 2호 공장에 공정별 구분 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준2층 시설 공사를 1억 2,000만 원에 도급하여 2014. 7. 10.경 위 공사를 마쳤고, 2014. 7. 11. 이 사건 각 공장 1층의 작업실을 구분하기 위한 칸막이 공사를 4,000만 원에 도급하여 2014. 7. 20.경 위 공사를 마쳤다(이하 위 각 공사를 통틀어 ‘이 사건 공사’라 한다).

다.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공사 중 준2층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14. 6. 20. 양측 변호사가 출석한 가운데 이 사건 임대차에 관하여 “원고는 위 임대차기간 중 피고의 서면동의 없이 위 건물의 구조 및 용도변경, 담보제공, 임차권의 양도, 전대 등 일체의 점유권 변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내용의 화해조항(이하 ‘이 사건 화해조항’이라 한다)이 포함된 제소전 화해( 부산지방법원 2014자360, 361호 , 이하 ‘이 사건 제소전 화해’라 한다)를 하였다.

라. 원고가 공장 직원용 식당이 필요하여 별도의 식당 건물을 짓기 위해 피고에게 승낙을 부탁하자, 피고는 2014. 7. 23. 원고에게 무단으로 건물을 증축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였으며, 위 내용증명은 그 무렵 원고에게 도달하였다.

마. 원고는 2014. 8. 3. 소외 1에게 원고가 시설한 위 각 시설물의 철거공사를 3,000만 원에 도급하여 같은 해 8월 이를 철거하였다. 피고는 2014. 8. 22.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 1억 3,000만 원에서 8월분 임대료·전기료·수도료를 공제한 나머지 117,663,890원을 원고에게 반환하였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한 판단

가.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이 존속하는 동안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 민법 제623조 ). 통상의 임대차관계에서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임차인에게 임대목적물을 제공하여 임차인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수익하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대인은 약정의 내용에 따라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여야 하고 이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할 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약정은 다른 계약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계약서의 한 조항 등을 통하여 명시적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임대차계약의 목적, 목적물 이용의 구체적 내용, 임대차계약관계의 존속기간, 임대차계약 체결 이후의 이용상황, 당사자 사이의 인적 관계, 목적물의 구조 등에 비추어 묵시적으로 인정될 수도 있다 (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9다64307 판결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 당시 이 사건 공사에 관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승낙하였는데도 원고의 이 사건 공사를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시설물의 철거와 공장의 인도를 요구하였는데, 이는 임대인으로서 부담하는 임대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1) 원고는 의약품인 밴드의 제조를 목적으로 이 사건 각 공장을 임차하였고, 의약품 제조허가를 받기 위한 공정별 구분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공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였다.

(2)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원고의 기존 공장 준2층 사무실에서 체결되었다. 원고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소외 2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피고에게 준2층과 칸막이 공사를 하여 공정별 시설 구분이 되어 있는 기존 공장의 현황을 보여주면서 이 사건 각 공장에도 같은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3) 피고는 이 사건 공사가 진행되던 중 2회에 걸쳐 이 사건 각 공장에 들러 준2층 공사가 진행되는 상황과 준2층 시설이 설치된 것을 보았으나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4) 이 사건 공사에 관해 행정관청으로부터 준2층 설치에 관한 건축허가를 받은 것이 불가능하다거나 피고로 하여금 임대차계약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준2층 등의 시설공사에 대하여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할 의무도 임대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임대인의 의무에 포함된다.

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한 판단

가. 제소전 화해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고 당사자 사이의 사법상 화해계약이 그 내용을 이루는 것이면 화해는 창설적 효력을 가져 화해가 이루어지면 종전의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리의무관계는 소멸한다. 그러나 제소전 화해의 창설적 효력은 당사자 간에 다투어졌던 권리관계에만 미치는 것이지 당사자가 다툰 사실이 없었던 사항은 물론 화해의 전제로서 서로 양해하고 있는 사항에 관하여는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제소전 화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화해의 대상이 되지 않은 종전의 다른 법률관계까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1997. 1. 24. 선고 95다32273 판결 , 대법원 2001. 4. 27. 선고 99다17319 판결 등 참조).

화해조서의 내용은 원칙적으로 그 문언에 따라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화해조서에 있는 조항을 이른바 예문이라고 하여 쉽사리 그 효력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 문언만으로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화해조서를 작성한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화해조서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나. 위 2.나.에서 보았듯이 이 사건 임대차계약 당시 피고가 이 사건 공사에 관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승낙한 사실이 인정된다. 원고는 이 사건 공사를 할 수 없으면 이 사건 각 공장을 의약품제조공장으로 사용할 수 없어 임차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공사에 대한 승낙은 이 사건 화해조서 작성 당시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었거나 당사자가 화해의 전제로서 서로 양해하고 있었던 사항이어서 이 사건 제소전 화해에 의해 그 효력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위 승낙은 이 사건 제소전 화해 당시 분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은 사항으로서 제소전 화해에서 달리 규정하거나 무효로 한다는 조항이 없는 한 여전히 그 효력을 갖는다. 따라서 이 사건 화해조항에 피고의 서면 동의 없이 건물의 구조 및 용도변경 등을 할 수 없다고 기재되어 있더라도, 이 사건 공사에 대해 이미 이루어진 피고의 승낙을 무효로 하기로 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이 사건 공사 이외에 이 사건 각 공장의 구조나 용도 등을 변경하는 공사에 대해서는 피고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원심은 이 사건 제소전 화해에 포함된 이 사건 화해조항의 내용이 예문에 불과하거나 당사자 사이의 묵시적인 의사의 합치에 따라 원고와 피고를 실제로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가 이 사건 화해조서를 위반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의 이유에서 이 사건 화해조항을 예문이라고 한 부분 등은 부적절하지만, 원심이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을 배척한 결론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화해조서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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