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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4다88543, 88550 판결
[매매대금·물품대금][공2016하,1757]
판시사항

[1] 계약 체결 후 한쪽 당사자가 계약 내용과 다른 사항이 포함된 문서를 상대방에게 송부하고 상대방이 이를 수령하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경우, 계약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보기 위한 요건

[2] 갑이 을에게 섬유가공 기계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매매계약서에는 기계대금이 원화로 표시되었는데, 갑이 외화획득용원료·물품등구매(공급)확인서를 발급받고자 을에게 송부한 원자재매도확약서(Offer Sheet)에는 기계대금이 미국 달러로 표시되었고, 갑과 을이 위 확약서를 첨부하여 제출한 외화획득용원료·물품등구매(공급)확인신청서에도 기계대금이 미국 달러로 기재되어 있는 사안에서, 기계대금의 지급통화를 원화에서 미국 달러로 변경하기로 하는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계약 체결 후에 한쪽 당사자가 계약의 내용을 변경하고자 계약 내용과는 다른 사항이 포함된 문서를 상대방에게 송부하고 상대방이 이를 수령하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경우에 계약의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보려면, 거래의 종류와 성질, 거래관행, 발송한 문서의 내용과 형식, 상대방의 태도 등에 비추어 상대방이 변경에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변경되는 사항이 이미 체결된 계약의 내용을 중요하게 변경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묵시적 동의를 쉽사리 인정해서는 안 된다.

[2] 갑이 을에게 섬유가공 기계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매매계약서에는 기계대금이 원화로 표시되었는데, 갑이 외화획득용원료·물품등구매(공급)확인서를 발급받고자 을에게 송부한 원자재매도확약서(Offer Sheet)에는 기계대금이 미국 달러로 표시되었고, 갑과 을이 위 확약서를 첨부하여 제출한 외화획득용원료·물품등구매(공급)확인신청서에도 기계대금이 미국 달러로 기재되어 있는 사안에서, 위 계약에서 매매대금에 관한 지급통화의 변경은 계약의 내용을 중요하게 변경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기계대금을 원화로 표시한 매매계약서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대체할 새로운 매매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위 확약서나 확인신청서에 기계대금이 미국 달러로 표시되어 있고 을이 별다른 이의 없이 확약서를 수령하고 확인신청서를 작성·제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기계대금의 지급통화를 원화에서 미국 달러로 변경하기로 하는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원고(반소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화철 외 2인)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피고(반소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선환)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반소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당사자들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여부와 어떠한 내용과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계약이 성립한 후에 합의로 계약 내용을 변경·보충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계약의 성립 후에 계약의 내용을 변경·보충하려면 당사자들 사이에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계약을 변경·보충하려는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계약 체결 후에 한쪽 당사자가 계약의 내용을 변경하고자 계약 내용과는 다른 사항이 포함된 문서를 상대방에게 송부하고 상대방이 이를 수령하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경우에 계약의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보려면, 거래의 종류와 성질, 거래관행, 발송한 문서의 내용과 형식, 상대방의 태도 등에 비추어 상대방이 그 변경에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변경되는 사항이 이미 체결된 계약의 내용을 중요하게 변경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묵시적 동의를 쉽사리 인정해서는 안 된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①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는 2007. 10. 18.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에게 중고품인 이 사건 섬유가공 기계를 대금 165,000,000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금은 원고가 피고에게서 구입하는 원단대금에서 원단 1야드당 미화 0.5달러씩을 공제해 나가는 방식으로 지급하기로 하였다. ② 원고는 이 사건 섬유가공 기계를 피고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공장에 운반·설치하기로 하였고, 기계이전·설치비용, 원단대금의 결제방식 등 계약의 세부적인 사항은 계약서에 기재하였다. ③ 한편 원고는 외화획득용원료·물품등구매(공급)확인서를 발급받고자 2007. 12. 30. 피고에게 위 거래에 관한 원자재매도확약서(Offer Sheet)를 송부하였다. ④ 원고는 위 확약서에 기계대금을 원화(165,000,000원)가 아닌 미국 달러(179,640.69달러)로 환산하여 표시하였다. ⑤ 원·피고는 2008. 1. 위 확약서를 첨부해 외화획득용원료·물품등구매(공급)확인신청서를 작성하고 이를 구매확인서 발급사무를 위탁받은 하나은행장에게 제출하였는데, 그 신청서에 기계대금이 미국 달러(179,640.69달러)로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원심은 ① 원·피고 사이에 체결된 매매계약상 대금의 지급통화를 원화에서 미국 달러로 변경하는 것은 매매계약 내용의 중요한 부분을 변경하는 경우에 해당하는데 이 사건 기계대금을 원화로 표시한 매매계약서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대체할 새로운 매매계약서가 작성되지는 않은 점, ② 원고가 2008. 1. 피고에게 기계대금 잔액을 원화로 공제·정산한 매입거래처 원장을 2차례 송부한 점, ③ 원고가 2008. 7. 가압류 신청사건에서도 피보전채권인 기계대금 채권의 청구금액을 원화로 산정하고, 그 소명자료로 대금 잔액을 원화로 정산한 매출거래처 원장을 제출한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자재매도확약서나 외화획득용원료·물품등구매(공급)확인신청서에 기계대금이 미국 달러로 표시되어 있고, 피고가 별다른 이의 없이 위 확약서를 수령하고 위 구매확인신청서를 작성·제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기계대금의 지급통화를 원화에서 미국 달러로 변경하기로 하는 합의가 성립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매매대금에 관한 지급통화의 변경은 계약의 내용을 중요하게 변경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원심이 위와 같이 지급통화에 관한 계약의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매매계약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다2348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 사건 매매계약서의 문언상 기계의 운반비용을 원고가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매매계약의 내용에 따르면 중국 내의 운반비용을 포함한 전체 운반비용을 원고가 부담하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이와 달리 ‘수출신고필증에 FOB 조건을 기재하는 등으로 선적항까지의 운반비용만 원고가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선하증권의 효력, 국제상업회의소의 무역거래조건의 해석에 관한 통일규칙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2008. 10. 27.자로 공급한 원단과 관련하여 피고가 가공비 등 지출비용에 해당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판단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의사표시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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