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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6. 28. 선고 2012다44358, 44365 판결
[채무부존재확인·신탁재산회복][공2016하,1010]
판시사항

[1] 구 신탁법 제38조 에 따른 손해배상 또는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원인으로 금전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 민법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에서 정한 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채권자의 금전 취득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러한 법리는 채무자가 편취한 금전을 채권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 데 사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구 신탁법(2011. 7. 25. 법률 제109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신탁법’이라 한다) 제38조 는 “수탁자가 관리를 적절히 하지 못하여 신탁재산의 멸실, 감소 기타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또는 신탁의 본지에 위반하여 신탁재산을 처분한 때에는 위탁자, 그 상속인, 수익자 및 다른 수탁자는 그 수탁자에 대하여 손해배상 또는 신탁재산의 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손해배상 또는 신탁재산의 회복’이란 청구권자에 대한 손해배상 또는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금전배상액을 신탁재산에 편입하거나 또는 원물을 재취득하여 신탁재산에 편입하는 것을 말하므로, 이러한 손해배상 또는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하여야 할 의무는 편입의 대상이 금전인 경우라도 단순히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금전채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구 신탁법 제38조 에 따른 손해배상 또는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원인으로 금전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에는 달리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민법과 그 특별규정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에 정한 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할 수 없다.

[2]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다.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채권자가 변제를 수령할 때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채권자의 금전 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으며, 이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편취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직접 사용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채권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 데 사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신한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외 1인)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동아건설산업 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회생채무자 동아건설산업 주식회사의 관리인 피고(반소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한 외 1인)

피고(반소원고) 보조참가인

주식회사 하나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한별 담당변호사 송영곤)

주문

원심판결의 제2 예비적 본소청구 중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에 관한 피고(반소원고) 패소 부분 및 손해배상청구 부분, 반소청구 중 지연손해금청구 부분에 관한 원고(반소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반소피고)와 피고(반소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각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주위적 본소청구 및 반소청구와 관련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회생채무자 동아건설산업 주식회사(이하 ‘동아건설산업’이라 한다)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회생계획을 정하면서 미확정 회생채권자들에 대해서는 채권이 확정되면 변제하기로 하고 그 변제자금을 에스크로 계정에 예치해 두기로 함에 따라, 동아건설산업이 위탁자가 되고 원고가 수탁자가 되어 수익자를 미확정 회생채권자들인 ‘한국자산관리공사 외 141인’으로 정하여 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사건 신탁계약에 따르면 원고는 수익자들의 권리가 확정된 때에 동아건설산업의 지시에 따라 수익자들에게 신탁금액 중 해당 금액을 지급하되, ‘동아건설산업 본인이 수익자로서 회생계획상 지급받을 권리가 확정되었거나, 동아건설산업이 지정한 수익자들의 계좌로 계좌이체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원고가 동아건설산업에 신탁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는데, 원고가 위와 같은 사정이 없음에도 동아건설산업 명의의 계좌에 8회에 걸쳐 합계 89,802,195,138원의 신탁금을 이체시키는 이 사건 각 지급을 한 것은 이 사건 신탁계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법률행위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나. 제1 예비적 본소청구와 관련된 상고이유에 대하여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갖지 못한 경우에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인데, 이득자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귀속된 바 없다면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다(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0다37325, 37332 판결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동아건설산업 명의의 주식회사 하나은행(이하 ‘하나은행’이라 한다) 을지로지점 계좌(계좌번호 1 생략, 이하 ‘을지로지점 계좌’라 한다) 및 시화공단지점 계좌(계좌번호 2 생략, 이하 ‘시화공단지점 계좌’라 한다)에 이체된 이 사건 각 지급금 상당의 이익이 동아건설산업에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의 이유 설시에 다소 적절하지 아니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것처럼 소외 1이 정당한 권한 없이 이 사건 각 지급금을 임의로 다른 계좌로 이체하고 인출하여 모두 사용한 것을 동아건설산업의 의사에 따른 처분이라고 보기 어렵고, 동아건설산업이 소외 1의 편취 범행 의사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소외 1이 이 사건 각 지급금을 다른 계좌로 이체하고 인출하여 모두 사용하였다는 점에 비추어 원심판결의 위와 같은 결론은 정당하다. 거기에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지적하고 있는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다59673 판결 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다. 반소청구 중 지연손해금청구 부분과 관련된 상고이유에 대하여

구 신탁법(2011. 7. 25. 법률 제109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신탁법’) 제38조 는 “수탁자가 관리를 적절히 하지 못하여 신탁재산의 멸실, 감소 기타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또는 신탁의 본지에 위반하여 신탁재산을 처분한 때에는 위탁자, 그 상속인, 수익자 및 다른 수탁자는 그 수탁자에 대하여 손해배상 또는 신탁재산의 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손해배상 또는 신탁재산의 회복’이란 그 청구권자에 대한 손해배상 또는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금전배상액을 신탁재산에 편입하거나 또는 원물을 재취득하여 신탁재산에 편입하는 것을 말하므로, 이러한 손해배상 또는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하여야 할 의무는 그 편입의 대상이 금전인 경우라도 단순히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금전채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구 신탁법 제38조 에 따른 손해배상 또는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원인으로 금전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에는 달리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민법과 그 특별규정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에 정한 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구 신탁법 제38조 에 따른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의무의 성질을 금전채무로 보아 원심 변론종결 다음 날부터 민법 위 특례법 제3조 제1항 에 정한 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신탁법 제38조 에 정한 신탁재산회복의무의 성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제2 예비적 본소청구 중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과 관련된 상고이유에 대하여

(1)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다.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그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채권자의 금전 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며, 이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편취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직접 사용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채권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 데 사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다53733, 53740 판결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 즉, ① 소외 1이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하여 원고로부터 송금받은 금전 중 일부인 42,761,652,002원(아래에서는 ‘약 427억 원’으로 줄여 부른다)을 동아건설산업 명의의 운영자금 계좌에 분산하여 입금하였고, 그 금전이 그대로 동아건설산업 명의의 계좌에 남아 있는 점, ② 소외 1이 하나은행 을지로지점 차장 소외 2와 함께 동아건설산업 명의의 하나은행 정기예금 계좌를 해지하여 예금을 인출한 것은 효력이 없으므로 동아건설산업은 여전히 하나은행에 대하여 위 정기예금 계좌에 대한 예금채권을 행사할 수 있어, 소외 1의 횡령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는 동아건설산업이 아닌 하나은행이라 볼 수 있는 점, ③ 따라서 소외 1이 약 427억 원을 위와 같이 동아건설산업 명의의 운영자금 계좌에 이체한 것을 두고 동아건설산업에 대한 변제라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소외 1이 약 427억 원을 동아건설산업이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는 계좌에 이체함으로써 동아건설산업으로서는 그 입금된 금전에 대하여 처분권을 취득하여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이득자의 지위에 놓이게 되었고, 그 이득은 소외 1이 원고로부터 편취하여 법률상 원인 없이 동아건설산업의 계좌에 입금함에 따라 동아건설산업이 취득한 것이며, 원고는 소외 1로부터 편취당하여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동아건설산업은 그 부당이득을 원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동아건설산업은 시공 중인 공사의 하자보수보증과 관련하여 건설공제조합으로부터 보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건설공제조합에 동아건설산업 명의의 하나은행 정기예금에 관하여 질권을 설정해 주었다. 소외 1은 고등학교 선후배로서 친분이 있던 하나은행 을지로지점 차장 소외 2에게 하나은행 및 건설공제조합 몰래 이러한 정기예금을 개인적으로 인출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하여 소외 2로부터 승낙을 받았다.

② 소외 1은 은행업무 관행상 정기예금을 예치하면서 ‘질권설정필’이라고 수기로 기재하거나 고무인이 날인된 정기예금 통장을 먼저 교부받아 동아건설산업의 영업수주팀을 통하여 이를 건설공제조합에 제출한 다음 동아건설산업과 건설공제조합이 날인한 질권설정승낙의뢰서를 하나은행에 전달하고, 하나은행이 이에 따라 은행전산시스템에 질권설정을 입력하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소외 1은 소외 2에게 동아건설산업과 건설공제조합이 각 날인한 질권설정승낙의뢰서 등 질권설정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이를 묵인해 주거나 위 서류를 제출받더라도 질권을 설정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러한 부탁을 받은 소외 2는 동아건설산업의 정기예금을 소외 1에게 인출해 줄 생각으로 은행전산시스템에 질권설정을 입력하는 등의 질권설정 절차를 취하지 않는 방법으로 소외 1이 예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하거나, 하나은행의 정기예금해지계산서 등을 위조하여 주는 방법으로 소외 1의 예금 인출 행위에 가담하였다. 이외에도 소외 1은 정기예금 통장을 분실한 것처럼 하나은행에 분실신고를 하고 통장을 신규 발급받은 다음 정기예금계약을 중도해지하는 방법으로 2004. 8. 25.경부터 2008. 12. 2.경까지 동아건설산업 명의의 하나은행 24개 정기예금 계좌(이하 ‘질권설정 관련 정기예금 계좌’라 한다)에서 합계 47,789,633,303원을 인출하여 사용하는 횡령 범행을 저질렀다.

③ 뿐만 아니라 소외 1은 소외 3과 공모하거나 단독으로 위조한 동아건설산업 명의의 출금신청서 및 통장을 그 사정을 모르는 하나은행의 창구직원에게 제시하는 방법으로 동아건설산업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번호 3 생략) 계좌 등 6개의 정상적인 운영자금 계좌(이하 ‘운영자금 계좌’라 한다)에서 합계 약 502억 원을 편취하였고, 이 사건 각 지급금과 관련하여서도 원고를 기망하는 편취 범행을 저질렀다. 운영자금 계좌의 예금 편취 당시 소외 1 또는 소외 3은 동아건설산업의 사용인감이 날인된 출금신청서를 제출하고 예금인출에 필요한 예금통장, 인감을 모두 소지한 채 예금 출금 신청을 하였으며, 하나은행 직원은 위 출금신청서에 표기된 인영과 신고된 인감이 일치함을 확인하고 비밀번호가 일치하는지도 확인한 후 예금을 지급하였다.

④ 소외 1은 질권설정 관련 정기예금 계좌를 만기 전에 중도해지하여 예금을 순차적으로 인출하되, 이 중 앞서 인출한 계좌의 만기원리금 상당액을 만기일 무렵 운영자금 계좌에 순차적으로 입금하여 마치 만기원리금이 정상적으로 동아건설산업에 지급된 것과 같은 외관을 만들어 범행을 은폐하였다.

⑤ 소외 1은 질권설정 관련 정기예금 계좌의 만기가 도래하였으나 만기원리금을 입금할 돈이 부족하자, 이 사건 신탁계좌로부터 편취한 이 사건 각 지급금 중 일부를 운영자금 계좌에 입금하였다.

⑥ 소외 1은 운영자금 계좌에 대한 편취 범행을 은폐하고자 이 사건 신탁계좌로부터 편취한 이 사건 각 지급금 중 일부를 다시 운영자금 계좌에 입금하였다.

⑦ 소외 1은 이 사건 신탁계좌로부터 편취한 이 사건 각 지급금 중 이와 같이 자신의 횡령 또는 편취 범행을 은폐하고자 운영자금 계좌에 입금한 돈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도박 등에 임의로 사용하였다.

(4) 앞에서 본 법리에 따라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살펴본다.

① 질권설정 관련 정기예금 계좌에서 인출된 금전에 관하여 본다.

하나은행이 예금인출에 관한 아무런 권한이 없는 소외 1에게 한 질권설정 관련 정기예금 계좌의 예금 지급은 정당한 권리자에 대한 변제가 아니므로 동아건설산업에 대한 관계에서 아무런 효력이 없다. 그리고 소외 1이 질권설정 관련 정기예금 계좌로부터 예금을 인출한 경위 및 방법, 하나은행 직원 소외 2의 횡령 범행 가담 경위 및 방법 등에 비추어 하나은행이 소외 1에게 예금인출의 권한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점에 대하여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하나은행의 예금 지급에도 불구하고 동아건설산업의 질권설정 관련 정기예금 계좌에 대한 예금채권은 그대로 존속하고 이로써 하나은행은 소외 1에 대하여 손해배상채권을 취득하게 되므로, 결국 소외 1이 하나은행에 대한 횡령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질권설정 관련 정기예금 계좌의 만기일 무렵 만기원리금 상당액을 운영자금 계좌에 이체시킨 것은, 자신의 채권자인 하나은행의 동아건설산업에 대한 예금채무를 대신 변제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② 운영자금 계좌에서 인출된 금전에 관하여 본다.

하나은행이 소외 1에게 한 운영자금 계좌의 예금지급은 비록 소외 1이 위조한 출금신청서를 이용한 것이기는 하나, 하나은행의 창구 직원이 예금인출에 필요한 예금통장, 인감을 모두 소지한 소외 1 또는 소외 3에게 신고된 인감 또는 비밀번호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한 후 예금을 지급하였다는 것으로, 하나은행이 소외 1 등에게 위 예금의 인출권한이 없음을 알았다거나 이를 알지 못한 데에 어떠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위 운영자금 계좌의 예금지급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므로 동아건설산업의 예금채권은 소멸하고 이로써 동아건설산업은 소외 1에 대하여 손해배상채권을 취득하게 된다. 그러므로 소외 1이 운영자금 계좌에 대한 편취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편취금 상당액을 운영자금 계좌에 다시 이체시킨 것은 동아건설산업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③ 따라서 소외 1이 원고로부터 편취한 금전을 운영자금 계좌에 입금한 것은 하나은행의 동아건설산업에 대한 예금채무를 대신 변제하거나 소외 1의 동아건설산업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동아건설산업이 이러한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그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거나 알지 못한 데에 중과실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동아건설산업의 이러한 금전취득은 신탁금 편취 범행의 피해자인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다.

(5)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소외 1이 약 427억 원을 운영자금 계좌에 입금함으로써 동아건설산업이 이에 대한 법률상 원인 없는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부당이득반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나. 제2 예비적 본소청구 중 손해배상청구 부분과 관련된 상고이유에 대하여

민법 제756조 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이나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 여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발생에 대한 위험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다66119 판결 참조). 그리고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관상 사무집행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도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나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 경우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거래의 상대방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피용자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하고, 공평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다62029 판결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후, 동아건설산업의 피용자인 소외 1, 소외 3이 외형상 객관적으로 동아건설산업의 신탁금 관련 업무를 집행하면서 원고를 기망하여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각 지급을 하게 한 이상, 이 사건 각 지급금을 편취하여 개인적으로 사용하려는 소외 1, 소외 3의 주관적인 사정과 관계없이 동아건설산업의 사무집행 관련성은 인정되므로, 소외 1, 소외 3의 사용자인 동아건설산업은 이를 믿고 신탁금을 지급한 원고에게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원고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다는 피고의 주장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배척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옳다. 거기에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과의 관련성 및 사용자 책임이 면제되는 피해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없다.

3. 과실상계 부분과 관련된 원고와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관하여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을 때에는 그와 같은 사유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당연히 참작되어야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과실비율을 교량함에 있어서는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사고발생에 관련된 제반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고, 과실상계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여서는 안 된다( 대법원 1994. 4. 12. 선고 93다44401 판결 참조).

원심은, 원고가 금융기관으로서 금융거래에 관한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는데 원고의 담당 직원은 이 사건 각 지급금을 이체하면서 평소와 달리 송금리스트 등이 누락된 사실을 확인하지 않는 등, 금융기관이자 수탁자로서 통상적으로 기울어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하면서 그와 같은 원고의 과실을 참작하여 피고의 책임비율을 40%로 제한하였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소외 1은 원고로부터 동아건설산업 명의의 을지로지점 계좌 및 시화공단지점 계좌에 입금된 이 사건 각 지급금을 임의로 다른 계좌로 이체하고 인출하여 사용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동아건설산업 명의의 을지로지점 계좌 및 시화공단지점 계좌에 이 사건 각 지급금을 송금하면서 저지른 잘못과 아울러, 소외 1이 동아건설산업 명의의 을지로지점 계좌 및 시화공단지점 계좌에서 이 사건 각 지급금을 임의로 다른 계좌로 이체하고 인출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된 구체적 경위와 방법 및 그 과정에서 동아건설산업이 감독의무를 게을리한 정도 등을 심리하여 이를 과실상계 및 책임의 범위를 정하는데 반드시 참작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원고의 과실상계사유만을 들어 피고의 책임비율을 정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과실상계 및 책임의 정도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제2 예비적 본소청구 중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 및 손해배상청구 부분, 반소청구 중 지연손해금청구 부분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원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김창석 조희대(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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