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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6다200729 판결
[소유권이전등기][공2016상,766]
판시사항

[1] 채무의 이행불능의 의미 및 채권자가 채무의 본래 내용대로의 이행을 구하고 있는 경우, 쉽사리 채무의 이행이 불능으로 되었다고 보아서는 아니 되는지 여부(적극)

[2] 매매나 증여의 대상인 권리가 타인에게 귀속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무자의 계약에 따른 이행이 불능이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이 경우 채무 이행이 확정적으로 불능으로 되었는지를 판단하는 방법

판결요지

[1] 채무의 이행불능이란 단순히 절대적·물리적으로 불능인 경우가 아니라, 사회생활의 경험법칙 또는 거래상의 관념에 비추어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이와 같이 사회통념상 이행불능이라고 보기 위해서는 이행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충분히 인정되어야 하고, 특히 계약은 어디까지나 내용대로 지켜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채권자가 굳이 채무의 본래 내용대로의 이행을 구하고 있는 경우에는 쉽사리 채무의 이행이 불능으로 되었다고 보아서는 아니 된다.

[2] 민법이 타인의 권리의 매매를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타인의 권리의 증여도 가능하며, 이 경우 채무자는 권리를 취득하여 채권자에게 이전하여야 하고, 이 같은 사정은 계약 당시부터 예정되어 있으므로, 매매나 증여의 대상인 권리가 타인에게 귀속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무자의 계약에 따른 이행이 불능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러한 경우 채무 이행이 확정적으로 불능으로 되었는지는 계약의 체결에 이르게 된 경위와 경과, 채무자와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제3자와의 관계, 채무자가 권리를 취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 채무의 이행을 가로막는 법령상 제한의 유무, 채권자가 채무의 이행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계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지 아니면 채무의 본래 내용대로의 이행을 구하고 있는지 여부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참조판례
원고, 상고인

경상남도 의령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해마루 담당변호사 권종현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재단법인 관정○○○교육재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류수열)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채무의 이행불능이란 단순히 절대적·물리적으로 불능인 경우가 아니라, 사회생활의 경험법칙 또는 거래상의 관념에 비추어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 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42020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사회통념상 이행불능이라고 보기 위해서는 이행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충분히 인정되어야 하고, 특히 계약은 어디까지나 그 내용대로 지켜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채권자가 굳이 채무의 본래 내용대로의 이행을 구하고 있는 경우에는 쉽사리 그 채무의 이행이 불능으로 되었다고 보아서는 아니 된다.

한편 민법이 타인의 권리의 매매를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타인의 권리의 증여도 가능하며, 이 경우 채무자는 그 권리를 취득하여 채권자에게 이전하여야 하고, 이 같은 사정은 계약 당시부터 예정되어 있는 것이므로, 매매나 증여의 대상인 권리가 타인에게 귀속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무자의 계약에 따른 이행이 불능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러한 경우 채무 이행이 확정적으로 불능인 것으로 되었는지 여부는 계약의 체결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경과, 채무자와 그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제3자와의 관계, 채무자가 그 권리를 취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 채무의 이행을 가로막는 법령상 제한의 유무, 채권자가 채무의 이행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계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지 아니면 채무의 본래 내용대로의 이행을 구하고 있는지 여부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① 피고는 장학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법인으로서 2011. 8. 17. 원고와 사이에 의령교육관광시설 구축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을 시행하기 위한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한 사실, ② 이 사건 협약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사업을 위한 부지의 용도 변경 등에 협조하고, 피고는 사업부지를 매입·확보하며, 피고는 이 사건 사업이 완료된 때에 조성된 시설 및 건축물을 원고에게 무상으로 기부채납하기로 한 사실, ③ 경상남도지사는 2011. 11. 10.경 이 사건 사업 부지인 이 사건 각 토지를 농림지역에서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하는 의령군 관리계획을 결정·고시한 사실, ④ 피고의 이사인 소외 1은 2012. 3. 2. 본래 자신의 소유였던 이 사건 각 토지 중 2필지 외에 나머지 2필지에 관하여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그 무렵 이 사건 각 토지 지상에 문화 및 집회시설 건축신고를 하였고, 그에 따라 이 사건 건물들을 신축하여 2015. 1. 19. 자신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이 사건 협약에서 정한 기부채납약정에 따라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각 토지 및 건물들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에 대하여, ① 소외 1이 이 사건 각 토지 및 건물들을 피고에게 매각하거나 기부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고, ② 공익법인인 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 및 건물들을 소외 1로부터 취득하여 원고에게 기부채납하는 것에 관하여 주무관청인 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부터 허가를 받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는 이유를 들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으로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우선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협약에서 정한 본래 내용대로의 이행만을 구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단지 소외 1이 현재 이 사건 각 토지 및 건물들을 피고에게 매각 또는 기부하는 것을 거절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사회통념상 이행불능으로 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1) 소외 1은 피고의 설립자인 소외 2의 장남으로서 2009. 9. 22.경부터 피고의 이사였다. 소외 1은 이미 이 사건 협약이 체결되기 전부터 이 사건 각 토지 중 자신의 소유였던 2필지 지상에 소외 2의 생가를 복원하려는 시도를 하였었고, 2011년 5월경에는 원고로부터 생가 복원에 필요한 허가를 받지 못하여 실패한 적도 있었다.

(2) 당시 소외 1이 시도하였던 규모로 소외 2의 생가를 복원하려면 이 사건 각 토지의 용도지역을 농림지역에서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였는데, 이 사건 협약은 이러한 배경에서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협약의 첫머리에는 이 사건 사업이 피고가 제안한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기도 하다.

(3) 이 사건 협약은 피고가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사업 부지를 매입·확보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 당시 이 사건 사업부지 중 상당 부분은 소외 1이 소유하고 있었는데, 피고가 소외 1로부터 이를 취득할 수 없다면 이 사건 협약은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소외 1로부터의 토지 취득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 피고가 위와 같이 용도지역이 변경되도록 하는 등으로 이 사건 협약상의 의무를 이행할 이유도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소외 1은 이 사건 협약 당시인 2011. 8. 17.경은 물론 이후 2014. 9. 12.경까지도 피고의 이사였고, 위와 같이 2필지의 토지를 취득하고 건축신고를 할 당시에는 피고의 대표권 있는 이사이기도 하였다.

(4) 피고는 이 사건 협약에 따라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각 토지 및 건물들을 취득하여 이를 원고에게 이전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자이다. 그런데 원고로부터는 이 사건 각 토지의 용도변경 등 이 사건 협약에 따른 이행을 모두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소외 1을 상대로 소유권이전을 요구하는 등 정작 피고 자신의 의무이행을 적극적으로 시도하였다는 사정은 기록상 나타나지 않는다.

나. 또한 원심이 거론하고 있는 을 제1호증(부동산 기부 관련 질의 회신)은 서울특별시교육감이 ‘공익법인이 목적사업 외의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 한다’는 등의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에 불과하여, 이를 근거로 피고가 이 사건 사업을 위하여 이 사건 각 토지 및 건물들을 소외 1로부터 취득하여 원고에게 기부채납하는 것이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및 그 시행령의 규정상 불가능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4.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으로 되었다고 보아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이행불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이상훈 김창석(주심) 조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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