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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3726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향정)[인정된죄명: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출입국관리법위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판시사항

[1] 현행범인으로 체포하기 위하여 ‘체포의 필요성’이 있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2] 현행범 체포 현장이나 범죄 장소에서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을 형사소송법 제218조 에 따라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 경우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사후에 영장을 받아야 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12조 ). 현행범인으로 체포하기 위하여는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시간적 접착성, 범인·범죄의 명백성 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는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체포 당시의 상황에서 보아 그 요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이 없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수사주체의 현행범인 체포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2]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형사소송법 제212조 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현행범 체포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체포 현장에서 영장 없이 압수·수색·검증을 할 수 있으나, 이와 같이 압수한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지체 없이 압수영장을 청구하여야 한다( 제216조 제1항 제2호 , 제217조 제2항 ). 그리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범행 중 또는 범행 직후의 범죄 장소에서 긴급을 요하여 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영장 없이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받아야 한다( 제216조 제3항 ). 다만 형사소송법 제218조 에 의하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으므로, 현행범 체포 현장이나 범죄 장소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은 위 조항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및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곽성환

주문

원심판결 중 2011. 3. 30.자, 2011. 4. 25.자, 2011. 6. 초순경 및 2014. 6. 1.자 각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죄, 출입국관리법 위반죄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의 2009. 8. 3.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죄 부분에 관한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12조 ). 현행범인으로 체포하기 위하여는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시간적 접착성, 범인·범죄의 명백성 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하는데 ( 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02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는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체포 당시의 상황에서 보아 그 요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이 없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수사주체의 현행범인 체포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도8184 판결 등 참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형사소송법 제212조 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현행범 체포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체포 현장에서 영장 없이 압수·수색·검증을 할 수 있으나, 이와 같이 압수한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지체 없이 압수영장을 청구하여야 한다( 제216조 제1항 제2호 , 제217조 제2항 ). 그리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범행 중 또는 범행 직후의 범죄 장소에서 긴급을 요하여 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영장 없이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받아야 한다( 제216조 제3항 ). 다만 형사소송법 제218조 에 의하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으므로, 현행범 체포 현장이나 범죄 장소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은 위 조항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4. 6. 1.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은 공소외 1의 제안을 받고 2014. 5. 29.경 중국 ○○항에서 비닐봉지 7개에 나누어 담은 필로폰 약 6.1kg을 자신의 몸에 은닉한 채 바지선에 승선하여 같은 해 6. 1. 16:15경 거제시 △△항에 입항함으로써, 공소외 1 등과 공모하여 필로폰 약 6.1kg을 밀수입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검찰수사관이 제보받은 바지선 내부를 수색하여 숨어 있던 피고인을 필로폰 밀수입으로 인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한 후 체포 현장을 수색하여 찾아낸 필로폰을 임의로 제출받아 압수하였는데, 체포 당시 필로폰 밀수 범행의 증거인 필로폰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필로폰을 밀수한다는 첩보만으로는 현행범 체포 요건 중 범죄의 명백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며, 설령 현행범 체포로서 적법하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필로폰을 압수하고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도 않음으로써 적법절차를 위반하였고, 피고인이 스스로 필로폰이 있는 곳을 알려주지 않았고 숨어 있던 바로 그 장소에서 필로폰이 발견된 것도 아니므로, 비록 수사기관이 현행범 체포로 이미 제압당한 피고인으로부터 필로폰을 임의제출받는 형식을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적법한 임의제출 물건으로 볼 수도 없으므로, 압수된 필로폰 및 그에 기초하여 수집된 감정서 등 이 사건 2차적 증거들은 위법수집증거이거나 위법수집증거의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1)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들을 알 수 있다.

(가) 검찰수사관들은 2014. 5. 29.경 피고인이 (선박명 1 생략)가 예인하는 바지선 (선박명 2 생략)를 타고 밀입국하면서 필로폰을 밀수한다는 제보를 받고, 6. 1. 16:15경 △△항에 도착한 위 바지선을 수색하였다.

(나) 검찰수사관 공소외 2는 수색 도중 선용품창고 선반 위에 숨어 있던 피고인을 발견하고 천천히 내려오게 한 후 필로폰을 둔 장소를 물었으나 대답을 듣지 못하였고, 때마침 바지선 내 다른 장소를 수색하던 다른 검찰수사관이 “물건이 여기 있다, 찾았다.”라고 외치자, 16:30경 피고인을 필로폰 밀수입 및 밀입국 등의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다.

(다) 공소외 2는 곧바로 피고인에게 발견된 필로폰 약 6.1kg을 제시하고 “필로폰을 임의제출하면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고 압수될 경우 임의로 돌려받지 못하며, 임의제출하지 않으면 영장을 발부받아서 압수하여야 한다.”라고 설명하면서 필로폰을 임의로 제출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고, 피고인으로부터 “그 정도는 저도 압니다.”라는 말과 함께 승낙을 받아 필로폰을 압수하였으며, 같은 날 검찰청에서 임의제출확인서를 작성하여 피고인으로부터 서명·날인을 받았다. 검사는 압수한 필로폰에 관하여 사후 압수영장을 발부받지는 않고 현재까지 보관하고 있다.

(라) 피고인은 2010. 4. 29. 필로폰 매매 등으로 인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죄로 징역 7월을 선고받아 같은 해 5. 17.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한 것을 비롯하여 동종 전과로 총 6회 처벌받았다.

(2)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바지선에 승선하여 밀입국하면서 필로폰을 밀수입하는 범행을 실행 중이거나 실행한 직후에 검찰수사관이 바지선 내 피고인을 발견한 장소 근처에서 필로폰이 발견되자 곧바로 피고인을 체포하였으므로 이는 현행범 체포로서 적법하고, 체포 당시 상황에서 피고인이 밀입국하면서 필로폰을 밀수한 현행범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그에 관한 검찰수사관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검찰수사관이 필로폰을 압수하기 전에 피고인에게 임의제출의 의미, 효과 등에 관하여 고지하였던 점, 피고인도 필로폰 매매 등 동종 범행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어 피압수물인 필로폰을 임의제출할 경우 압수되어 돌려받지 못한다는 사정 등을 충분히 알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체포될 당시 필로폰 관련 범행을 부인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고, 검찰수사관이 필로폰을 임의로 제출받기 위하여 피고인을 기망하거나 협박하였다고 볼 아무런 사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필로폰의 소지인으로서 이를 임의로 제출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그 필로폰의 압수도 적법하다.

(3)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검찰수사관이 피고인을 필로폰 밀수의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위법하고, 압수한 필로폰은 적법한 임의제출 물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필로폰과 이를 기초로 한 이 사건 2차적 증거들은 위법수집증거이거나 위법수집증거의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현행범 체포의 적법 요건, 형사소송법 제218조 에서 규정한 임의제출물의 압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라. 따라서 원심판결 중 2014. 6. 1.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죄에 관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2011. 3. 30.자, 2011. 4. 25.자, 2011. 6. 초순경 각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죄, 출입국관리법 위반죄와 위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09. 8. 3.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죄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거나 양형사유에 관한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한 피고인의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2011. 3. 30.자, 2011. 4. 25.자, 2011. 6. 초순경 및 2014. 6. 1.자 각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죄, 출입국관리법 위반죄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심판결 중 2009. 8. 3.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죄 부분에 관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이인복(주심) 고영한 이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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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15.8.28.선고 2015노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