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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두44288 판결
[부작위위법확인의소등][미간행]
판시사항

소송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 객관적 범위 및 확정된 종국판결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전에 발생하고 제출할 수 있었던 사유를 원인으로 확정판결의 내용에 반하는 주장을 새로이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철호)

피고, 상고인

서울남부보훈지청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① 원고는 2005. 4. 7. ‘원고가 1970. 1.경 베트남에서 군인으로서 직무수행 중 부비트랩이 폭발하여 오른쪽 눈 안구에 화상을 입었고, 이로 인하여 오른쪽 눈 중심성 망막염 및 황반변성의 장애와 왼쪽 눈 시력저하의 장애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위 각 장애를 국가유공자의 상이로 추가인정해 줄 것을 피고에게 신청(이하 ‘이 사건 신청’이라 한다)한 사실, ② 피고는 2005. 8. 23. 이 사건 신청을 거부(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한다)하였고, 이에 원고는 2005. 11. 11. 국가보훈처장에게 이 사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한 사실, ③ 국가보훈처장은 2006. 7. 6. 이 사건 거부처분 전체를 취소하는 재결을 하면서 재결 이유에서 오른쪽 눈 중심성 망막염 및 황반변성의 장애가 군인으로서 직무수행 중 발생한 장애로 인정된다는 점만을 판단하였을 뿐 왼쪽 눈 시력저하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은 사실, ④ 그 후 피고는 위 재결 취지에 따라 오른쪽 눈의 장애에 대하여 국가유공자 상이로 추가 인정하였으나 왼쪽 눈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분을 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원고는 2012. 10. 15. 피고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 2012구단24606호 로 이 사건 신청 중 ‘왼쪽 눈 시력저하의 상이 추가인정 신청’에 대하여 피고가 아무런 처분을 하지 아니한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하 ‘종전 소송’이라 한다)을 제기한 사실, ⑤ 서울행정법원은 피고가 이 사건 거부처분을 하였으므로 부작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3. 3. 8. 원고의 소를 각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그 무렵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 ⑥ 원고는 2013. 11. 15. 다시 피고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이 사건 신청 중 ‘왼쪽 눈 시력저하의 상이 추가인정 신청’에 대하여 피고가 아무런 처분을 하지 아니한 부작위가 위법함의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종전 소송의 2013. 3. 8.자 판결은 피고가 2005. 8. 23.자 이 사건 거부처분을 하였기 때문에 부작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므로, 2005. 8. 23.부터 이 사건 거부처분이 취소되기 전인 2006. 7. 5.까지 부작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관해서 기판력이 발생하였음은 별론으로 하고, 위 거부처분이 취소된 2006. 7. 6. 이후에도 부작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관해서까지 기판력이 발생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소송이 종전 소송에 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후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하였다.

2.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소송판결의 기판력은 그 판결에서 확정한 소송요건의 흠결에 관하여 미치며 ( 대법원 1996. 11. 15. 선고 96다31406 판결 , 대법원 1997. 12. 9. 선고 97다25521 판결 등 참조), 확정된 종국판결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전에 발생하고 제출할 수 있었던 사유에 기인한 주장이나 항변은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의하여 차단되므로 당사자가 그와 같은 사유를 원인으로 확정판결의 내용에 반하는 주장을 새로이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 대법원 1988. 9. 27. 선고 88다3116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앞서 본 사실을 살펴보면, 종전 소송과 이 사건 소송은 당사자가 서로 동일하고, 종전 소송의 청구취지와 이 사건 소송의 주위적 청구취지도 ‘원고의 2005. 4. 7.자 왼쪽 눈에 관한 상이 추가인정 신청에 대한 피고의 부작위가 위법함을 확인한다’는 것으로서 서로 동일할 뿐 아니라, 원고가 이 사건 소송에서 피고의 위법한 부작위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2006. 7. 6.자 행정심판 취소 재결에 의하여 이 사건 거부처분이 취소되었다’는 사정은 이미 종전 소송의 변론종결 이전에 발생한 사정으로서 당시 위 소송에서 현출되었음에도 위와 같은 이유로 각하 판결이 선고되었고, 이에 대하여 원고 스스로 항소하지 않아 소 각하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이상, 위 소송에서 판단이 이루어진 ‘소송요건의 흠결’, 즉 ‘원고의 이 사건 신청에 대한 피고의 부작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관하여 종전 소송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이 사건 소송에 미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이 사건 거부처분이 취소되었다는 동일한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종전 소송 확정판결의 내용에 반하는 주장을 새로이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 청구가 종전 소송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아니한다는 원심의 판단에는 소송판결의 기판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인복(재판장) 고영한 김소영(주심) 이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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