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배임죄에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의미 및 사무처리에 대하여 본인의 동의가 있는 때 임무위배행위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문서명의인의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승낙 또는 위임이 있었던 경우, 사문서위조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 문서명의인이 사전에 문서 작성과 관련한 사무처리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함으로써 문서작성자가 위임된 권한 범위 내에서 사무처리를 위하여 문서를 작성·행사하였으나 개개의 문서 작성에 관하여 승낙을 받지 않은 경우,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2] 형법 제24조 , 제231조 , 제23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도758 판결 (공2003상, 660)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16763 판결 [2] 대법원 1988. 9. 13. 선고 87도2012 판결 (공1988, 1290)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5817 판결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0도14587 판결 (공2011하, 2280)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우송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은 2006. 7.경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1억 원을 지급받고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고 한다)의 주식 1,500주를 피해자에게 양도하였음에도, 그 임무에 위배하여 2007. 11.경 공소외 2 회사를 피해자의 동의 없이 공소외 3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3 회사’라고 한다)와 공소외 4 주식회사(이하 ‘신 공소외 4 회사’라고 한다)로 분할한 다음, 공소외 2 회사가 소유하고 있던 공소외 5 유한공사(이하 ‘공소외 5 공사’라고 한다) 지분 전부를 공소외 3 회사로 이전하고, 2007. 12. 4. 공소외 3 회사의 주식 전부를 공소외 6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6 회사’라고 한다)에 395억여 원에 매도함으로써 공소외 2 회사 주식 1,500주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같은 액수에 상당하는 손해를 가하였다.
나. 피고인은 2008. 2.경 불상의 장소에서 행사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2006. 7. 5. 체결된 공소외 2 회사 주식 1,500주에 관한 양도계약을 합의해제한다’는 내용의 피해자 명의의 합의서 1장과 ‘피해자는 신 공소외 4 회사의 2008. 2. 29.자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2008. 2. 25.자 합의서는 본 유상증자 확정 시 효력이 발생한다’는 내용의 피해자 명의의 증자참여서 1장을 위조하고, 2009. 3. 19.경 동작경찰서에서 그 정을 모르는 담당 경찰관에게 마치 진정한 문서인 것처럼 제출하여 행사하였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사전에 피해자에게 공소외 2 회사의 인적 분할 및 공소외 3 회사의 매각 사실 등을 고지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임의로 공소외 3 회사의 주식을 매각하였고, 주주명부의 등재와 증자에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피해자로부터 피해자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통장 등을 교부받아 피해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합의서와 증자참여서를 작성하고 거기에 피해자의 인감도장을 날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배임죄에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는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도758 판결 등 참조), 그러한 사무처리에 대하여 본인의 동의가 있는 때에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문서의 위조는 작성권한 없는 자가 타인 명의를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므로, 사문서를 작성함에 있어 그 명의자의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승낙 또는 위임이 있었다면 사문서위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특히 문서명의인이 문서작성자에게 사전에 문서 작성과 관련한 사무처리의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함으로써 문서작성자가 위임된 권한의 범위 내에서 그 사무처리를 위하여 문서명의인 명의의 문서를 작성·행사한 것이라면, 비록 문서작성자가 개개의 문서 작성에 관하여 문서명의인으로부터 승낙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5817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2005. 10. 16. 자본금을 5억 원, 목적을 소프트웨어 개발 및 판매업으로 하는 공소외 2 회사를 설립하여 그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피해자로부터 1억 원을 지급받고 2006. 7. 5. 피고인의 동생 공소외 7 명의로 피해자에게 공소외 2 회사의 주식 1,500주(지분비율 3%)를 양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주식양도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피고인은 공소외 2 회사가 그 지분 전부를 보유하고 있던 공소외 5 공사를 매각하여 그 매각대금으로 코스닥 상장법인인 공소외 6 회사를 인수하려고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소득세법상 중소기업 주식의 양도에 대하여 적용되는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 양도소득세를 절감하기 위하여 2007. 11. 9. 공소외 2 회사를 일부 분할하여 신 공소외 4 회사를 설립하고 공소외 2 회사의 상호를 공소외 3 회사로 변경한 다음, 위 공소외 5 공사에 대한 지분을 모두 공소외 3 회사로 이전하고, 2007. 12. 4. 공소외 6 회사에 피고인이 피고인, 공소외 7 및 공소외 8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공소외 3 회사의 지분 전부를 대금 약 395억 원에 양도하였다.
(다) 피고인은 공소외 6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양도대금 중 일부를 2008. 3. 5. 신 공소외 4 회사의 자본금을 35억 원으로 증액하는 유상증자 대금으로 사용하여 신 공소외 4 회사의 주주들은 대금을 납입하지 아니하고 보유 주식의 2배 내지 3배에 해당하는 주식을 추가로 배정받았고, 신 공소외 4 회사는 위와 같은 유상증자 등을 통하여 조달한 자금 중 46억 원으로 공소외 6 회사의 주식 3,516,971주(7.6%)를 매입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위 양도대금 중 309억 원을 신 공소외 4 회사가 공소외 9로부터 공소외 6 회사의 주식 4,984,436주(8.49%)와 경영권을 인수하는 데 사용하였다.
(라) 피고인은 2008. 3. 31. 피해자에게 ‘신 공소외 4 회사는 2008. 3. 5.부로 피해자가 본사의 주식 9,000주를 보유하게 됨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주식보유확인서를 작성하여 주었고, 피해자는 2008. 11. 28. 공소외 10으로부터 5,000만 원을 차용하면서 위 차용금에 대한 담보로 신 공소외 4 회사 주식 9,000주를 제공하고, ‘2009. 5. 28.까지 위 차용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피해자의 신 공소외 4 회사 주식 9,000주를 공소외 10에게 양도할 것을 서약한다’는 취지의 주식양도확약서를 작성하여 주었는데, 피고인은 위 주식양도확약서에 연대보증인으로 서명하였다.
(3) 그리고 이러한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되게 피해자를 비롯한 공소외 2 회사의 주주들에게 앞서 본 바와 같은 공소외 2 회사의 분할과 공소외 3 회사의 매각 등에 대하여 설명을 하여 동의를 받았고, 피고인의 직원인 공소외 11이 2008. 2. 26.경 피해자로부터 피해자의 인감도장이 날인된 합의서와 증자참여서, 인감증명서를 제출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공소사실을 다투어 왔다. 이에 반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위와 같은 설명을 들은 바 없고, 주주명부에 등재하고 유상증자를 위한 외관을 갖추는 데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위 공소외 11에게 통장과 인감도장, 인감증명서를 교부하였을 뿐 합의서와 증자참여서는 위조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나) 그런데 피고인은 공소외 2 회사가 소유하고 있던 공소외 5 공사를 매각하여 그 매각대금으로 코스닥 상장법인인 공소외 6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신 공소외 4 회사를 우회상장하려는 목적으로 공소외 2 회사의 분할 및 공소외 3 회사의 매각 등 일련의 행위를 하였고, 실제로 공소외 3 회사의 매각대금은 신 공소외 4 회사가 공소외 6 회사의 주식과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유상증자를 하는 데에 사용되었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코스닥 상장법인인 공소외 6 회사의 인수는 신 공소외 4 회사의 주식가치 상승에 기여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피해자는 아무런 증자대금을 부담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유상증자를 통하여 기존에 가지고 있던 주식의 2배에 해당하는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였는데, 위와 같은 과정과 경위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추가로 취득한 신 공소외 4 회사 주식은 매각된 피해자의 공소외 3 회사에 대한 지분에 상응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피고인뿐만 아니라 공소외 2 회사의 주주들도 이러한 공소외 2 회사의 분할과 공소외 3 회사의 매각 등을 통하여 신 공소외 4 회사가 공소외 6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소외 6 회사에 공소외 3 회사를 매각하고 받은 대금은 당초부터 공소외 6 회사를 인수하여 신 공소외 4 회사를 우회상장하기 위해 사용하기로 예정하였던 자금일 뿐 주주들에게 지급하기로 예정하였던 것이 아니므로, 만일 공소외 2 회사의 주주들에게 그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오히려 피고인이 위와 같은 공소외 2 회사의 분할과 공소외 3 회사의 매각 절차 등을 추진하였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해자가 공소외 2 회사의 분할과 공소외 3 회사의 매각 등에 관한 피고인의 설명에 동의하지 아니하거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대를 염려하여 피해자에게 이러한 계획을 숨겨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위 합의서와 증자참여서는 위와 같이 공소외 3 회사의 주식 전부를 공소외 6 회사에 매도하고 그 대금으로 신 공소외 4 회사가 유상증자를 실시하여 피해자에게 추가로 주식을 배정하는 데에 필요한 문서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는 공소외 3 회사 주식에 대한 권리를 대신하여 실제로 아무런 출연을 하지 아니하고도 유상증자를 통하여 신 공소외 4 회사의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고, 우회상장으로 그 주식가치가 상승하는 이익을 얻은 것이므로, 위 합의서와 증자참여서가 당시 피해자의 의사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 피고인이 2008. 3. 31. 피해자에게 신 공소외 4 회사 주식 9,000주에 관한 주식보유확인서를 작성해 주었고, 피해자가 2008. 11. 28. 공소외 10으로부터 5,000만 원을 차용하면서 위 주식 9,000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이에 대해 피고인이 연대보증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아도,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위와 같은 설명을 들었고 위 합의서와 증자참여서의 내용에 동의하였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라)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2005. 8. 18.에 1억 원, 2006. 7. 4.에 추가로 1억 원을 대여하고 공소외 2 회사 주식 3%를 무상으로 양수하면서 주식양도양수계약서를 작성하였다고 주장하나, 피해자가 피고인을 상대로 2006. 7. 4.에 1억 원을 대여하였음을 청구원인으로 하여 제기한 대여금 청구소송에서 위 대여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해자 패소판결이 선고되어 그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그리고 피해자는 주식양도양수계약서 원본을 제출하라는 피고인의 요구에 컬러복사한 사본을 마치 원본인 것처럼 제출하였는데, 주식양도양수계약서 원본의 제출은 이에 기한 권리관계의 해소를 의미할 수 있으므로 만일 피해자가 피고인의 이러한 조치에 동의하지 아니하였다면 명시적으로 원본의 제출을 거부하거나 사본임을 밝히고 제출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이 주식양도양수계약서를 돌려달라고 한 이유를 모른 채 필요하다고 해서 주었다거나 유상증자의 외관을 갖추는 데 필요하다는 피고인의 말을 믿고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교부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에게 1억 원을 대여하면서 그 채권확보를 위하여 보증인을 세우고 약속어음 공정증서를 작성하며 근저당권을 설정받는 등 여러 조치를 취했던 피해자의 모습과도 어울리지 않아 선뜻 믿기 어렵다.
(마) 한편 피고인의 직원인 공소외 11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되게 피해자로부터 인감도장이 날인된 합의서와 증자참여서, 인감증명서를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리고 제1심 법정에서 공소외 12는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외 6 회사와 합병하기 위하여 공소외 3 회사를 매각하고 그 대금으로 공소외 6 회사를 인수하며, 공소외 2 회사의 주주들은 신 공소외 4 회사의 주식을 받게 된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진술하였고, 공소외 13과 공소외 10은 공소외 5 공사를 분할하여 공소외 6 회사에 매각하고, 그 대금으로 공소외 6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하여 신 공소외 4 회사를 우회상장하고 유상증자를 하여 주주들에게 이익을 주겠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나아가 공소외 13은 피해자도 위와 같은 설명을 들었고,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권유로 투자한 친구들도 합의서와 증자참여서를 직접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교부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 공소외 14는 제1심 법정에서 동생에게 도장을 건네주어 동생이 합의서와 증자참여서에 날인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4) 이러한 사실과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공소외 2 회사의 분할 및 공소외 3 회사의 매각 사실 등을 설명하여 동의를 받고, 피해자로부터 피해자의 인감도장이 날인된 합의서와 증자참여서, 인감증명서를 제출받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피해자의 주장과 같이 유상증자에 필요하다는 설명에 따라 피해자가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교부한 것이라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유상증자에 관련된 문서작성에 관한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받았다고 볼 여지도 있으므로, 적어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공소사실과 같이 배임죄나 사문서위조죄,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와 사문서위조죄, 위조사문서행사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