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조례로 제정하는 경우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그러한 위임 없이 제정된 조례의 효력(무효) / 법률이 주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조례로 정하도록 포괄적으로 위임한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그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제정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2] 조례가 법령에 위반되는지 판단하는 기준 및 조례가 규율하는 특정 사항에 관하여 국가의 법령이 이미 존재하는 경우, 조례의 적법 요건
참조조문
[1] 지방자치법 제9조 제1항 , 제22조 ,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제3항 [2] 지방자치법 제22조
참조판례
[1][2]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6추52 판결 (공2008상, 61) [1] 대법원 1991. 8. 27. 선고 90누6613 판결 (공1991, 2444) 대법원 2000. 5. 30. 선고 99추85 판결 (공2000하, 1547)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4두947 판결 (공2006하, 1680) [2] 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2추16 판결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추38 판결 (공2006하, 1919)
원고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현순도)
피고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현 담당변호사 강창우 외 3인)
변론종결
2014. 10. 30.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3. 6. 25. ‘제주특별자치도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지정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관하여 한 재의결은 효력이 없다.
이유
1. 이 사건 조례안의 재의결 및 그 내용의 요지
갑 제1호증의 1 내지 3, 갑 제2호증, 갑 제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는 2013. 4. 24. ‘제주특별자치도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하 ‘이 사건 조례안’이라고 한다)을 의결하여 그 무렵 원고에게 이송하였고, 원고는 2013. 5. 16. 이 사건 조례안 중 제13조의2 등이 법률의 위임근거 없이 제정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재의를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2013. 6. 25. 원안대로 재의결함으로써 이 사건 조례안을 확정하였다.
나. 이 사건 조례안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라고 한다) 제221조의2 에 따른 풍력발전사업의 허가·인가 등의 심의에 관한 사항과 같은 법 제221조의5 에 따라 풍력발전지구의 지정·육성에 관한 사항 및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특성화마을 지정·지원에 관한 세부사항 등을 정함으로써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기반을 구축하고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산업의 건전한 육성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제1조), 다음과 같은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다.
(1) 풍력발전사업의 허가기간은 풍력발전지구 지정기간(지정고시일로부터 20년, 제20조 제2항) 이내로 하고(제13조의2 제1항), 풍력발전사업자(이하 ‘사업자’라고 한다)는 사업권을 포기·반납했을 때와 수명기간이 다해 풍력발전기기를 재설치할 때 재허가절차를 거쳐야 하며 허가기간이 만료되어 연장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풍력발전설비 등을 철거하고 원상복구에 노력하여야 한다(제13조의2 제2항 본문). 다만, 도지사는 허가기간 만료 이후 개발이익공유화계획에 따라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데(제13조의2 제2항 단서), 이 사건 조례안에 따른 사업정지 명령을 2회 이상 받거나, 그 밖에 도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발전사업자에게는 허가기간 연장을 제한하여야 한다(제13조의2 제3항).
(2) 도지사는 예정발전사업자가 허가권만을 양수하거나 분할·합병할 경우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를 위하여 그 허가권을 취소할 수 있다(제14조 제4항).
(3) 도지사는 풍력발전지구 지정을 하고자 할 경우에는 미리 도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제20조 제7항).
(4) 한편 사업자는 상생협력(제2조 제2호) 및 지역기여를 위해 전문기능을 갖춘 지역주민 일정비율이상 채용 등의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제17조의2).
2. 이 사건 조례안의 위임근거 존재 여부
가. 지방자치법 제22조 , 제9조 제1항 ,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제3항 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는 그 고유사무인 자치사무와 개별법령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된 단체위임사무에 관하여 자치조례를 제정할 수 있지만 그 경우라도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은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며 그러한 위임 없이 제정된 조례는 효력이 없다(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6추52 판결 등 참조). 다만, 법률이 주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아무런 범위도 정하지 아니한 채 조례로 정하도록 포괄적으로 위임하였다고 하더라도, 행정관청의 명령과는 달라, 조례도 주민의 대표기관인 지방의회의 의결로 제정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주법인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제정할 수 있다 (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4두947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조례안 제13조의2, 제14조 제4항에 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조례안 제13조의2, 제14조 제4항이 법률의 위임 없이 풍력발전사업의 허가기간 설정, 재허가절차, 허가취소 등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전기사업법 제7조 제6항 은 ‘전기사업 허가의 세부기준·절차와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는데, 특별법 제221조의2 제4항 은 ‘ 전기사업법 제7조 제6항 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사항 외에 지역적 특색을 고려한 풍력발전사업의 구체적 기준 및 절차’를 도조례에 위임하고 있다. 그 규정 취지는 도조례로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역적 특색을 고려하여 ‘전기사업 허가의 세부기준·절차와 그 밖에 필요한 사항’으로서 산업통상자원부령이 정하는 사항에 위배되지 아니한 범위에서 그 외의 ‘풍력발전사업 허가의 세부기준·절차와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추가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조례안 제13조의2에서 정한 풍력발전사업의 허가기간 설정, 재허가절차, 허가취소 등은 모두 위 ‘풍력발전사업 허가의 세부기준·절차와 그 밖에 필요한 사항’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기사업법상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권한이던 제주특별자치도 내 풍력발전사업 허가의 취소권은 특별법상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권한으로 이양되었고( 특별법 제221조의2 제1항 , 전기사업법 제12조 ), 특별법은 이와 별도로 ‘사정의 변경으로 인하여 개발사업의 계속적인 시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공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풍력발전사업허가의 취소권을 도지사에게 부여하고 있으므로( 특별법 제348조 제1항 제2호 ), 이 사건 조례안 제14조 제4항은 특별법이 이미 예정하고 있는 도지사의 허가취소권 등을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조례안 제13조의2, 제14조 제4항은 법률의 위임근거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조례안 제2조 제2호, 제17조의2에 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조례안 제2조 제2호, 제17조의2가 법률의 위임 없이 사업자에게 지역사회에 기여할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조례안 조항들은 그 해석상 사업자의 지역사회 기여 및 상생협력에의 노력을 촉구하는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고 지역사회 기여 등을 의무화하는 강제력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이 사건 조례안의 법령위반 여부
가. 조례가 법령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법령과 조례의 각각의 규정 취지, 규정의 목적과 내용 및 효과 등을 비교하여 양자 사이에 모순, 저촉이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2추1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조례가 규율하는 특정사항에 관하여 그것을 규율하는 국가의 법령이 이미 존재하는 경우에도 조례가 법령과 별도의 목적에 기하여 규율함을 의도하는 것으로서 그 적용에 의하여 법령의 규정이 의도하는 목적과 효과를 전혀 저해하는 바가 없는 때 또는 양자가 동일한 목적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국가의 법령이 반드시 그 규정에 의하여 전국에 걸쳐 일률적으로 동일한 내용을 규율하려는 취지가 아니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방의 실정에 맞게 별도로 규율하는 것을 용인하는 취지라고 해석되는 때에는 그 조례가 국가의 법령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볼 것이다 (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추38 판결 ,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6추52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조례안 제14조 제4항에 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조례안 제14조 제4항은 전기사업법 제12조 제1항 에 비추어 볼 때, ① 전기사업법에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제재사유로서 ‘허가권만을 양수하거나 분할·합병한 경우’를 규정하고, ② 제재수단으로서 오로지 허가취소만을 두어 전기사업법보다 과중하게 규정하여 법령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먼저 위 조항 중 ‘허가권만을 양수하거나’ 부분에 관하여 살핀다.
전기사업법령에 따르면, 전기사업의 허가기준으로 사업자는 주관적 요소(재무능력, 기술능력 등)와 객관적 요소(전기 공급능력 등)를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하고( 전기사업법 제7조 제5항 ,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 제4조 , 같은 법 시행규칙 제7조 ), 특히 전기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양수하거나 법인의 분할·합병을 하려는 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며, 이를 받지 아니한 경우에는 사업정지 또는 허가취소 사유가 된다( 전기사업법 제12조 제1항 제5호 ).
결국 법령은 기존의 사업자가 허가권을 타인에게 처분하는 것은 허용하되, 그 거래형식은 사업양도나 법인의 분할·합병에 의하도록 하고 있고, 이는 곧 이러한 거래형식을 갖추지 않은 채 허가권만을 양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위 조례조항이 ‘허가권만의 양수’의 경우에 허가권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해석상 도출되는 법령의 취지를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고 법령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다음, ‘분할·합병할 경우’ 부분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조항 바로 앞에 나오는 이 사건 조례안 제14조 제1항에서 사업자인 법인의 분할·합병 시 도지사의 인가를 받아야 함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음에 비추어 보면, 위 ‘분할·합병할 경우’ 앞에는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사업자인 법인을’이라는 문구가 생략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렇다면 전기사업법과 결국 동일한 내용을 규정한 것이 되어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조례안 제14조 제4항은 법령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조례안 제20조 제7항에 관하여
원고는, 특별법 제221조의5 제6항 은 풍력발전지구 지정의 권한을 도지사에게 전속적으로 부여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조례안 제20조 제7항이 풍력발전지구의 지정에서 미리 피고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한 것은 원고의 권한을 침해하여 위 특별법 조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특별법 제221조의5 제6항 은 “도지사는...도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풍력발전지구를 지정·육성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그 문언상 법 자체에서 도지사의 풍력발전지구 지정권 행사에 관하여 도조례에 의한 제한을 이미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도지사의 풍력발전지구 지정에 도의회의 동의를 얻도록 한 것은 제주특별자치도의 풍력자원이 도민 전체가 이해관계를 갖는 공공자원임에 비추어( 특별법 제221조의5 제1항 참조) 그 개발사업에 관한 도지사 권한에 대한 도의회의 견제 권한으로서 정당한 범위 내의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조례안 제20조 제7항이 법령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고,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