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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2다11389 판결
[손해배상(자)][미간행]
판시사항

[1] 갑이 교통사고 후 을이 운영하는 병 의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다른 병원으로 후송되어 급성 심근염을 진단받았고 그 후 뇌경색에 이르게 된 사안에서, 을이 급성 심근염 초기증세를 보인 갑을 면밀히 관찰하여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하고 갑이 실신할 때까지 의사가 없는 상태로 방치함으로써 위급한 상황에 처한 갑을 적시에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2] 의료분쟁에서 의사 측이 진료기록을 변조한 행위가 입증방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법원이 이를 자료로 하여 의사 측에 불리한 평가를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치료를 받던 중 의료사고로 증상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증상이 생겨 손해가 확대된 경우, 확대된 손해와 교통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석)

피고, 상고인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허금탁 외 5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피고 2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는 2005. 12. 6. 이 사건 교통사고로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부 및 요추부 염좌상, 다발성 좌상(골반부, 우 대퇴부, 흉부)을 진단받고 인천광역시의료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2005. 12. 9.부터 피고 2가 운영하는 순천향외과의원(이하 ‘피고 의원’이라 한다)에 입원한 사실, 피고 2는 2005. 12. 16. 원고의 편도 주위에 농양이 발생한 사실을 발견하였으나 단순감기로 판단하고 감기약만을 처방·복용하게 하였고, 2006. 1. 9.경에도 같은 증상에 대하여 감기약만을 처방한 사실, 원고는 2006. 1. 11. 피고 2의 지시에 따라 병실계단을 오르내리는 운동을 10회가량 반복한 후 몸에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한 증세를 호소한 사실, 원고는 2006. 1. 13. 11:00경부터 증상이 심해졌으나 피고 2는 항생제, 해열제 등 단순감기약만 처방·투약하고 포도당주사를 맞게 한 사실, 2006. 1. 14. 원고의 처 소외인이 “원고의 증세가 예사롭지 않은데 큰 병원에 가야되는 것 아닌가.”라고 문의하자 피고 2는 “주말을 지내고 나서 월요일에 큰 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받아보자.”고 말한 사실, 2006. 1. 14. 피고 2가 퇴근한 후 일요일인 다음 날 피고 의원에는 근무 중인 의사가 아무도 없었던 사실, 원고는 2006. 1. 15. 오전부터 증세가 심해졌으나 의사나 간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던 중 같은 날 21:30경 소외인에게 통증을 호소한 후 22:00경 의식을 잃고 쓰러져 소외인이 원고를 택시에 태우고 같은 날 22:57경 이대 목동 병원 응급실로 후송한 사실, 원고는 2006. 1. 16. 00:30경 심장박동 및 호흡이 정지되어 심폐소생술을 받았고, 같은 날 01:00경에서 02:00경 중환자실로 옮겨져 심초음파, 심전도, 혈액검사 등을 통하여 급성 심근염을 진단받은 사실, 원고는 심근염 치료를 받으면서 증상이 호전되어 가던 중 2006. 1. 22. 갑자기 심실빈맥이 발생하면서 심정지 상태가 되어 심폐소생술을 받고 다시 안정적인 상태로 회복되었으나 2006. 1. 27. 좌측 급성 소뇌경색이 확인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2는 2005. 12. 16.경 또는 늦어도 2006. 1. 9.경부터 급성 심근염 초기증세를 보인 원고를 면밀히 관찰하여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하고, 2006. 1. 14. 피고 의원에서 퇴근한 이후 원고가 실신할 때까지 의사가 없는 상태로 방치함으로써 위급한 상황에 처한 원고를 적시에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2006. 1. 13. 이전에 원고에게 별다른 이상증상이 없었는지 여부’는 피고 2의 의료과실 여부와 관련한 간접사실에 불과하므로 이에 대한 자백은 법원이나 당사자를 구속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대법원 1994. 11. 4. 선고 94다37868 판결 등 참조),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배 및 자백의 구속력에 관한 법리나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등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의료분쟁에 있어서 의사 측이 가지고 있는 진료기록 등의 기재가 사실인정이나 법적 판단을 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 의사 측이 진료기록을 변조한 행위는 그 변조이유에 대하여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당사자 간의 공평의 원칙 또는 신의칙에 어긋나는 입증방해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법원으로서는 이를 하나의 자료로 하여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의사 측에게 불리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39567 판결 등 참조).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의원의 진료기록은 피고 2의 원고에 대한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상세하고 성실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하여 이를 의료행위의 경과 및 과실 판단에 참작한 것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진료기록부의 변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등이 없다.

다.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의 급성 심근염 및 뇌경색증의 결과가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사실을 피고 2가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원고의 뇌경색증은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 2의 치료과정 및 그 후 전원 시까지의 과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배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심리미진 또는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등이 없다.

2. 피고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교통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치료를 받던 중 치료를 하던 의사의 과실로 인한 의료사고로 증상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증상이 생겨 손해가 확대된 경우, 의사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확대된 손해와 교통사고 사이에도 상당인과관계가 있고, 이 경우 교통사고와 의료사고가 각기 독립하여 불법행위의 요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객관적으로 관련되고 공동하여 위법하게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 인정되면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한다 ( 대법원 1997. 8. 29. 선고 96다46903 판결 , 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다32045 판결 등 참조).

위 법리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 2의 과실은 인정되지만 그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이 이 사건 교통사고와 원고의 급성 심근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교통사고와 의료사고는 객관적으로 공동관련성이 있는 일련의 행위로서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한다는 취지에서, 피고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는 피고 2와 각자 이 사건 교통사고 및 심근염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이나 판단유탈, 상당인과관계나 공동불법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이인복 고영한 김소영(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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