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에 따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2]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의 취지 및 위 조항에 따라 사고운전자가 취해야 할 조치의 내용과 정도
참조조문
참조판례
[1][2]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도2001 판결 (공2002하, 1893)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도14114 판결 [1]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도2085 판결 [2]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도787 판결 (공2009상, 947)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에 관한 규정의 입법 취지와 그 보호법익 등에 비추어 볼 때,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그 상해의 부위 및 정도, 사고 뒤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고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의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때에는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고 장소를 떠났다고 하더라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가 되지 아니한다. 또한,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의 취지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피해자의 물적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이 경우 사고운전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과 피해의 정도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되어야 하며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말한다 (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도2001 판결 ,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도14114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로 상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구호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도 피해자들을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이 정한 의무를 이행하기 전에 사고 장소를 떠난 것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이 정한 ‘도주’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도주의 고의도 있었다고 인정된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 위반죄 및 도로교통법 제148조 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① 피고인은 2012. 4. 4. 14:30경 자신의 승용차(이하 ‘가해 차량’이라 한다)를 시속 약 5km로 운전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좌회전한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 공소외 1 운전의 승용차(이하 ‘피해 차량’이라 한다) 좌측 문짝을 가해 차량 앞범퍼 우측 모서리 부분으로 들이받는 이 사건 사고를 낸 사실, ② 피고인은 가해 차량을 정차하고 차에서 내린 후 피해 차량 쪽으로 다가가 피해자 공소외 1에게 피해 차량을 이동하여 달라고 요청하였고, 도로 우측으로 이동 주차한 피해 차량에서 피해자 공소외 1과 동승자인 피해자 공소외 2, 3이 내린 후 피고인에게서 술 냄새가 난다고 하자, 보험처리를 해 주겠다면서 사고신고를 만류한 사실, ③ 그럼에도 피해자들이 경찰에 사고신고를 하자, 피고인은 가해 차량은 그대로 둔 채 사고 장소를 떠나 부근 골목으로 걸어갔고, 그곳에서 전화로 보험회사에 사고접수를 한 사실, ④ 피고인이 사고 장소를 벗어난 지 약 10분 만에 보험회사 직원이 현장에 도착하였고, 피고인은 그의 전화를 받은 지 약 1∼2분 만에 다시 사고 장소로 돌아온 사실, ⑤ 피해자들이 피고인에게 곧 경찰이 올 테니 음주측정을 해 보자고 하자, 피고인은 다시 사고 장소를 벗어나 부근 골목으로 걸어갔다가 출동한 경찰이 사고조사를 마치고 돌아간 후에야 현장에 다시 나타난 사실, ⑥ 피해자들은 경찰의 사고조사 후 피해 차량을 운전하여 수리를 맡기고 정형외과에 가서 진단을 받은 사실, ⑦ 그런데 피해자들은 사고 장소에서 피고인에게 자신들이 이 사건 사고로 외상을 입었다거나 통증이 있다는 말은 하지 아니한 사실, ⑧ 피해자들은 각 26세, 27세, 30세의 남성들로서, 이 사건 사고 이후 목뼈, 허리뼈의 염좌 등으로 각 2주 진단을 받았으나, 위 각 진단은 임상적 추정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피해자들이 물리치료 또는 약물치료 이외에 특별한 치료를 받지는 아니한 사실, ⑨ 피해 차량은 좌측 문짝이 찌그러져 수리비 견적이 511,390원으로 나왔으나, 가해 차량은 앞범퍼 우측 모서리 부분이 조금 긁힌 정도이고, 각 차량의 파편이 도로에 떨어지지는 않은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와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및 내용, 피해자들의 나이와 그 상해의 부위 및 정도,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사고 장소에서의 대화 내용, 가해 차량 및 피해 차량의 이동 주차 경위와 당시 사고 현장의 도로 상황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이 실제로 피해자들을 구호하거나 나아가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도주의 고의로써 사고 장소를 떠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직후 위와 같이 사고 장소를 일시 떠났다 하더라도 피고인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 위반죄 및 도로교통법 제148조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인바, 원심이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위 각 죄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데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 위반죄 및 도로교통법 제148조 위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