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도2085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인정된죄명: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미간행]
판시사항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도주차량)에 있어서 구호조치 필요성 유무의 판단 기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박헌경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에 관한 규정의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 등에 비추어 볼 때,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그 상해의 부위 및 정도, 사고 뒤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고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구 도로교통법(법률 제7545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50조 제1항 의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때에는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고 장소를 떠났다고 하더라도 위 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가 되지 아니한다.

그런데 위 구호조치 필요성 유무는 피해자의 상해부위와 정도, 사고의 내용과 사고 후의 정황, 치료의 시작시점·경위와 기간 및 내용, 피해자의 연령 및 건강상태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되, 대개의 경우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직접 대화함으로써 피해자에게 통증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든지 아니면 적어도 피고인이 정차하여 피해자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여야 구호조치의 필요가 없는 경우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았던 경우에는 구호조치의 필요가 없었다고 쉽사리 판단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도2763 판결 , 2002. 1. 11. 선고 2001도2869 판결 , 2004. 5. 28. 선고 2004도1213 판결 , 2004. 6. 11. 선고 2003도8092 판결 , 2004. 10. 15. 선고 2004도5304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사고 당시 피해자가 그 판시와 같은 상해를 입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사고현장을 떠나 그대로 도주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위와 같은 구호조치 필요성 유무에 관하여,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 즉 사고 당시 아반떼와 피해자의 충돌부위와 그 충격정도(아반떼는 우측 후사경이 탈락되었으나 앞 범퍼나 보닛 부위에 충돌의 흔적이 전혀 없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피해자의 상해부위와 정도, 그 치료의 시작시점과 기간 및 경위와 내용,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자의 연령, 성별 및 건강상태에다가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 직후 사고차량의 등록번호를 확인하여 경찰관서에 112 범죄신고 전화로 사고신고를 하고 그 신고에 따라 출동한 경찰관과 함께 사고현장 주변을 수색하여 피고인을 검거한 후 사고현장조사에 참여하고 장시간 동안 사고경위에 관한 조사를 받고 귀가하였다가 사고 당시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뒤에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은 점, 피해자의 신고에 따라 사고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도 만일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하는 등 구호의 필요성이 있었다면 즉시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하였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사고현장조사에 참여시키고 장시간 동안 피해자를 상대로 사고경위에 관한 조사를 한 후 귀가를 시킨 점, 피해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혼자 외출을 하기도 하였던 점,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 후 1주일 가량 경과한 시점에 피고인과 이 사건 사고에 관한 합의를 하자 즉시 퇴원하였고 대구카톨릭대학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특별한 상해가 발견되지 아니한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상해를 입었지만 그로 인하여 피고인 등으로부터 구호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결국 피고인을 특가법위반(도주차량)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내린 위 결론은 수긍하기 어렵다.

왜냐 하면,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그 자체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이 사고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후 차를 세울 듯 말 듯 하며 주춤주춤하다가 그대로 진행하여 가 버렸고, 피해자의 점퍼가 찢어지고 오른손과 오른 무릎에 찰과상이 있었으며, 아반떼의 우측 후사경이 부서져 있었던바, 이런 정도의 차량과 사람 사이의 충돌이 있은 경우에 구호조치의 필요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원심이 구호조치 필요성을 부정하면서 들고 있는 사정들을 보더라도, 차량과 인체가 부딪힌 사고에 있어서는 범퍼나 보닛 부위에 충돌 흔적이 없더라도 인체가 상당한 손상을 입을 수 있고, 피해자가 중상을 입지 않은 한 사고현장 주변에서 경찰관과 함께 가해차량을 찾는다든지 사고경위에 관한 수사에 협조한다든지 하는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피해자가 한밤중에 사고를 당한 후 범인검거, 경찰조사를 마치고 귀가하였다가 같은 날 11:52경 병원에 간 것을 두고서 원심의 판시처럼 ‘사고 당시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뒤에 병원에 입원’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사고일로부터 1주일 후의 퇴원을 두고서 사고 당시의 구호 필요성이 없었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즉, 원심 판시의 사실만으로 이 사건 사고 당시 사고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상황이 피해자가 구호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한다 하여, 피고인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한 원심판결에는 같은 법률상의 도주차량의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그 이유에 모순이 있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 있다 하겠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고현철 양승태(주심) 김지형

arrow
심급 사건
-대구지방법원 2007.2.14.선고 2006노2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