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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1도10025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배임][미간행]
판시사항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원 담당변호사 조광희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①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 한다.)가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 한다.)에게 지급한 6억 원의 투자금은 총투자금 중 영화 ‘○○○○’의 수입배급을 위한 P&A(Print & Advertisement) 비용이거나 용도가 특정되지 아니한 총투자금의 일부로서 공소외 2 회사가 영화 ‘○○○○’의 수입과 국내 개봉을 위하여 로열티나 광고홍보비용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으로 볼 수 있고, ② 검사가 제출한 증거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투자금을 ‘○○○○’의 수입을 위한 잔금으로 사용하겠다고 공소외 1 회사를 기망하였다거나 영화 수입 잔금을 지급하고 ‘○○○○’를 수입하여 개봉할 의사나 능력 없이 공소외 1 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 위배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하고, 그와 같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채무관계를 넘어서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관계에 있어야 하며, 또한 어떠한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거나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것이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로 인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 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피고인들은 2008. 7. 18. 공소외 1 회사와 영화투자배급계약을 체결하고 영화 수입대금을 투자받으면서 그 투자금 상환을 확보하기 위하여 영화 ‘△△’ 등에 대한 극장 배급권과 부가 판권(공중파, IP-TV, CATV, VHS/DVD, 인터넷 VOD 등)을 공소외 1 회사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하였으므로 투자금이 상환될 때까지 위 영화들에 대한 극장 배급권과 부가 판권을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추가 담보를 설정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공모하여, 2008. 10. 14. 영화 ‘△△’에 대한 극장 배급권과 부가 판권을 1억 5,000만 원을 받고 공소외 3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3 회사’라 한다.)에 양도하여 1억 5,0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공소외 1 회사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운영하는 공소외 2 회사는 2008. 7. 18. 공소외 1 회사와 영화투자배급계약을 체결하고 공소외 1 회사로부터 투자금을 지급받으면서 투자원리금 상환의 방편으로 공소외 2 회사가 극장 배급권과 부가 판권을 가지고 있는 영화 ‘△△’의 극장 배급권과 부가 판권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취지의 약정을 하고, 공소외 1 회사에게 영화 ‘△△’의 극장 배급권 및 부가 판권을 양도한다는 내용의 양도증을 교부한 사실, 이와 같은 약정은 만일 공소외 1 회사가 영화 ‘○○○○’에 관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 공소외 1 회사가 영화 ‘△△’를 극장에 배급하여 극장 부금을 지급받거나 텔레비전 상영, 비디오 대여 및 판매 등을 통한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투자원리금을 회수하고, 투자원리금을 모두 회수하면 영화 ‘△△’에 대한 극장 배급권과 부가 판권은 다시 공소외 2 회사에게 이전하는 방식인 사실, 그런데 공소외 2 회사는 2008. 10. 14. 영화 ‘△△’에 대한 극장 배급권을 공소외 3 회사에 양도하여 공소외 3 회사로 하여금 극장 부금을 지급받게 한 사실, 한편 공소외 2 회사는 2007. 12. 17.경 □□□□(이하 ‘□□□□’라 한다.)와 사이에 영화 ‘△△’의 국내 극장개봉권과 극장개봉 후 일정 기간 동안의 비디오 대여 및 판매, 텔레비전 상영 등을 승인하는 내용의 수입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계약에 의하면 공소외 2 회사가 제3자에게 극장개봉권과 그 후의 비디오 대여 및 판매 권한을 부여할 경우에는 □□□□에 대하여 그러한 내용을 알려야 하고, 그 경우에도 공소외 2 회사는 □□□□에 대하여 위 계약상의 책임을 여전히 부담하는 것으로 약정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2 회사가 □□□□와 체결한 영화수입계약은 저작물의 이용허락계약이므로 공소외 2 회사는 □□□□로부터 허락받은 이용 방법과 조건의 범위 안에서 영화 ‘△△’를 이용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소외 2 회사가 영화 ‘△△’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하여도 □□□□에 대한 자신의 채무를 면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공소외 2 회사가 공소외 1 회사에게 영화 ‘△△’에 대한 극장 배급권과 부가 판권을 ‘양도담보’라는 명목으로 제공한다는 취지의 약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법적인 의미에서 공소외 2 회사가 영화 ‘△△’에 대한 극장 배급권과 부가 판권에 관하여 유효한 양도담보권을 설정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위와 같은 약정은 ‘양도담보권’ 설정이라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그 실질은 공소외 1 회사가 영화 ‘△△’를 극장 배급하거나 텔레비전 상영, 비디오 판매나 대여 등을 통해 받은 극장 부금과 수익금으로부터 투자원리금을 회수하는 것을 공소외 2 회사가 인용하여야 하는 소극적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불과하여 배임죄에 있어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므로 원심으로서는 공소외 2 회사가 영화 ‘△△’에 대한 극장 배급권과 부가 판권에 관하여 공소외 1 회사에게 유효한 양도담보권을 설정하였음을 전제로 공소외 1 회사의 투자금이 상환될 때까지 위 영화에 대한 극장 배급권과 부가 판권을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추가 담보를 설정하는 등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임무가 있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공소외 2 회사가 공소외 1 회사에게 영화 ‘△△’를 이용할 권리에 관하여 양도담보권을 설정할 수 있는 것인지를 좀 더 심리하여 공소외 2 회사가 공소외 1 회사의 재산을 관리·보전하거나 공소외 1 회사의 재산보전행위에 협력의무를 부담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이 부분 배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저작물의 이용허락과 배임죄의 성립요건인 타인의 사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피고인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부분을 파기하되,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신영철 김용덕 김소영(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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