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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4. 9. 선고 2013도13138 판결
[배임][미간행]
판시사항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주식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한 경우,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및 이때 채무자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이동철

주문

원심판결(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 한다)에 대한 배임의 점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주식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한 경우에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 즉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거나 담보물을 손상, 감소 또는 멸실시키지 않을 소극적 의무, 담보권 실행 시 채권자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담보물을 현실로 인도할 의무와 같이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등은 모두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급부의무이다. 또한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담보목적의 달성, 즉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을 통한 채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담보설정계약의 체결이나 담보권 설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금전채권의 실현 내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공소외 2 회사의 채권자이자 피고인이 보유하던 공소외 3 주식회사 주식 72,000주 중 20,000주(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에 대한 양도담보권자인 공소외 1 회사의 권리 실행을 위하여 주식을 보전하고 그 교부절차에 협력할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외 4 등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면서 위 72,000주를 담보로 모두 제공하고 주권을 교부함으로써 피고인이 이 사건 주식 시가 약 2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공소외 1 회사에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1 회사가 공소외 2 회사의 채권자이자 이 사건 주식의 양도담보권자이고, 피고인이 공소외 1 회사의 양도담보권을 침해하지 아니할 의무를 부담한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피고인을 공소외 1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주식에 관하여 양도담보가 설정되어 채무자가 그 주권을 보유한 경우, 채권자가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를 보전할 의무 등을 지게 되어 부당히 이를 처분하는 등 담보가치를 감소케 하는 행위가 금지되므로, 채무자인 양도담보설정자는 채권자에 대하여 채권담보의 약정에 따라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주식의 시가를 1억 원으로 하는 위 공소사실의 축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고,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주식의 시가를 2억 원으로 하는 배임 부분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의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이 원심판결 중 피해자 공소외 1 회사에 관한 배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위 파기 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는 이유무죄 부분도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김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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