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2다204693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규명신청 대상자가 조사대상 사건의 희생자라는 결정을 함에 따라 유족들이 그 결정에 기초하여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경우, 위 위원회 조사보고서가 갖는 증명력

[2]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피해자 등의 진실규명신청에 따라 진실규명신청 대상자를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고 피해자 등이 그 결정에 기초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경우,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6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석 담당변호사 박도영)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의 목적과 내용, 이에 의하여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정리위원회’라고 한다)의 활동 방식, 조사보고서의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에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지만, 개별 당사자가 해당 사건의 희생자가 맞는지에 대하여 조사보고서 중 해당 부분을 개별적으로 검토하는 등 증거에 의하여 확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절차에서까지 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나 처분 내용이 법률상 ‘사실의 추정’과 같은 효력을 가지거나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증명력을 가진다고 할 수는 없다 (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일부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정리위원회가 원고들의 피상속인인 망 소외 1, 망 소외 2(이하 ‘망인들’이라 한다)를 전남 서남부지역 민간인희생 사건의 희생자로 확인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였다면 법원으로서도 위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자료가 없는 이상 이를 존중함이 마땅하다고 판단하면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이유설시는 일부 부적절한 면이 있다고 할 것이나, 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에 희생자 확인결정의 인정 근거로 나온 유족이나 참고인의 각 진술 등의 구체성이나 관련성 또는 증명력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증거재판의 원리와 증명책임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으므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고, 그로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채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66969 판결 등 참조). 이때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신뢰를 부여하게 된 채무자의 행위 등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채무자가 그 행위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한 목적과 진정한 의도,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국가가 과거사정리법의 제정을 통하여 수십 년 전의 역사적 사실관계를 다시 규명하고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그 실행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아니한 이상,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피해자 등이 국가배상청구의 방법으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법적 구제방법을 취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수용하겠다는 취지를 담아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거기에서 파생된 법적 의미에는 구체적인 소송사건에서 새삼 소멸시효를 주장함으로써 배상을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취지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과거사정리법의 적용 대상인 피해자의 진실규명신청을 받아 피고 산하 정리위원회에서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였다면, 그 결정에 기초하여 피해자나 그 유족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할 경우에, 피고가 적어도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에 불구하고 국가가 피해자 등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 위 대법원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과거사정리법이 시행된 후 망인들에 대하여 진실규명신청이 있었고 피고 산하 정리위원회도 2009. 4. 6. 망인들을 희생자로 확인하는 진실규명결정을 내린 사실, 위 진실규명결정 이후 과거사정리법의 규정과 정리위원회의 건의 등에 따라 피고가 입법을 통하여 망인들의 명예회복과 피해보상 등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리라고 원고들이 기대할 만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피고가 아무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자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부터 약 2년 1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비로소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들의 유족인 원고들은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다.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고, 거기에 소멸시효 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망인들과 그 유족들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위자료 액수를 산정하였음을 알 수 있고, 그 위자료 액수가 지나치게 과다하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원심판결에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4. 결론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신영철 김용덕 김소영(주심)

arrow
심급 사건
-광주고등법원 2012.12.5.선고 2012나4601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