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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다205624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AI 판결요지
[1]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으므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고, 그로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채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이때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신뢰를 부여하게 된 채무자의 행위 등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채무자가 그 행위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한 목적과 진정한 의도,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2] 국가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의 제정을 통하여 수십 년 전의 역사적 사실관계를 다시 규명하고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그 실행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아니한 이상,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피해자 등이 국가배상청구의 방법으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법적 구제방법을 취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수용하겠다는 취지를 담아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거기에서 파생된 법적 의미에는 구체적인 소송사건에서 새삼 소멸시효를 주장함으로써 배상을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취지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과거사정리법의 적용 대상인 피해자의 진실규명신청을 받아 국가 산하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였다면, 그 결정에 기초하여 피해자나 그 유족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할 경우에, 국가가 적어도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에 불구하고 국가가 피해자 등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판시사항

[1]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함에 따라 그로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채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경우,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및 이때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피해자 등의 진실규명신청에 따라 진실규명신청 대상자를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고 피해자 등이 그 결정에 기초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경우,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쿨 담당변호사 손수일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이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원고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이 사건 불법행위에 관하여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2000. 8. 19.경이나 국군 제○○○○부대로부터 이 사건 불법행위에 관하여 회신을 받은 2000. 11. 30.경 이후에는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객관적인 장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정당하다.

2. 그러나 원심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원회’라 한다)가 이 사건 불법행위에 관하여 진실규명결정을 한 것을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가.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으므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고, 그로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채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66969 판결 등 참조). 이때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신뢰를 부여하게 된 채무자의 행위 등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채무자가 그 행위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한 목적과 진정한 의도,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국가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의 제정을 통하여 수십 년 전의 역사적 사실관계를 다시 규명하고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그 실행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아니한 이상,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피해자 등이 국가배상청구의 방법으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법적 구제방법을 취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수용하겠다는 취지를 담아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거기에서 파생된 법적 의미에는 구체적인 소송사건에서 새삼 소멸시효를 주장함으로써 배상을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취지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과거사정리법의 적용 대상인 피해자의 진실규명신청을 받아 국가 산하 과거사위원회에서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였다면, 그 결정에 기초하여 피해자나 그 유족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할 경우에, 국가가 적어도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에 불구하고 국가가 피해자 등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고는 과거사정리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 사건 불법행위에 관한 진실규명신청을 하였고, 과거사위원회는 2009. 12. 15. 원고를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이 사건 불법행위의 피해자로 확인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한 사실, 원고는 그로부터 1년 6개월여가 지난 시점에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 이후 상당한 기간 내에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볼 경우, 원고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과거사위원회가 이 사건 불법행위에 관하여 진실규명결정을 한 것이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원고가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심리·판단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조치에는 소멸시효 항변권의 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특별한 사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신영철(주심) 이상훈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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