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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다40998 판결
[공사대금][공2013상,1019]
판시사항

[1]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채무변제와 관련하여 다른 채권을 양도한 경우, 채권양도만 있으면 바로 원래의 채권이 소멸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채무변제에 ‘갈음하여’ 다른 채권을 양도하기로 한 경우, 채권양도의 요건을 갖추어 대체급부가 이루어지면 원래의 채무가 소멸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대체급부로서 채권을 양도한 양도인이 그 채무자의 변제자력까지 담보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판결요지

[1]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채무변제와 관련하여 다른 채권을 양도하는 것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채무변제를 위한 담보 또는 변제의 방법으로 양도되는 것으로 추정할 것이지 채무변제에 갈음한 것으로 볼 것은 아니어서, 그 경우 채권양도만 있으면 바로 원래의 채권이 소멸한다고 볼 수는 없고 채권자가 양도받은 채권을 변제받은 때에 비로소 그 범위 내에서 채무자가 면책된다.

[2]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채무변제에 ‘갈음하여’ 다른 채권을 양도하기로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양도의 요건을 갖추어 대체급부가 이루어짐으로써 원래의 채무는 소멸하는 것이고 그 양수한 채권의 변제까지 이루어져야만 원래의 채무가 소멸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 이 경우 대체급부로서 채권을 양도한 양도인은 양도 당시 양도대상인 채권의 존재에 대해서는 담보책임을 지지만 당사자 사이에 별도의 약정이 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채무자의 변제자력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참조판례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아름이엔씨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영도)

피고, 상고인

아르타종합건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종원)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채무변제와 관련하여 다른 채권을 양도하는 것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채무변제를 위한 담보 또는 변제의 방법으로 양도되는 것으로 추정할 것이지 채무변제에 갈음한 것으로 볼 것은 아니어서, 그 경우 채권양도만 있으면 바로 원래의 채권이 소멸한다고 볼 수는 없고 채권자가 양도받은 채권을 변제받은 때에 비로소 그 범위 내에서 채무자가 면책된다 할 것이다 (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5다16660 판결 등 참조). 반면 채무변제에 ‘갈음하여’ 다른 채권을 양도하기로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양도의 요건을 갖추어 대체급부가 이루어짐으로써 원래의 채무는 소멸하는 것이고 그 양수한 채권의 변제까지 이루어져야만 원래의 채무가 소멸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 이 경우 대체급부로서 채권을 양도한 양도인은 양도 당시 양도대상인 채권의 존재에 대해서는 담보책임을 지지만 당사자 사이에 별도의 약정이 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채무자의 변제자력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까지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피고는 이 사건 공사의 발주자인 주식회사 케이디프레야 피에프브이(이하 ‘KD프레야’라 한다)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공사대금 채권 중 406,670,000원의 채권을 2009. 10. 27. 원고에게 양도하는 내용의 채권양도양수계약(이하 ‘이 사건 채권양도양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같은 날 KD프레야에게 양도 통지를 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채권양도양수계약 제5항은 ‘채무의 소멸’이라는 제목 아래 ‘상기 채권 양도일을 기준으로 양도인이 양수인에게 지급할 채무액은 전부 소멸하며, 이후 양수인은 양도인에게 일체의 채권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고, 제7항은 ‘기타 사항’으로 ‘양도인은 상기 양도채권이 타인에게 양도되었거나 가압류·압류 등 권리의 하자가 없으며, 상계적상에 있는 반대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확인하고, 양도인이 채무자 KD프레야에 가지는 채권 전체 금액에 현저히 미치지 못할 시에는 양도인은 양수인에게 채권양도양수 외의 다른 방법으로 변제할 의무가 있다’고 되어 있다.

원심은 위와 같은 약정 내용 등을 기초로 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채권양도양수계약 제5항과 제7항을 조화롭게 해석해 보면 이 사건 채권양도양수계약은 제5항에 따라 원고의 피고에 대한 채권의 지급에 갈음하여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을 양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대물변제이지만, 원고가 KD프레야로부터 회수하게 되는 공사대금액이 현저히 적게 되는 경우에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이 되살아나는 내용의 해제조건부 대물변제계약이라고 전제한 다음, 대물변제는 요물계약으로 당사자가 대물변제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으로는 채무소멸의 효과가 생기지 아니하고, 채무자가 본래의 채무이행에 갈음한 다른 급여를 현실적으로 이행하여야만 본래의 채무가 소멸하는데, 실제로 원고가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을 양수한 후 KD프레야가 원고에게 공사대금채권을 변제하는 등으로 원고가 만족을 얻었다는 점에 부합하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하여 이 사건 공사대금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어떤 채무에 대한 대물변제로 다른 급부를 하기로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대체급부가 이루어지면 그로써 원래의 채무는 소멸하는 것이지 그 대체급부가 다른 채권을 양도하는 것이라고 하여 그 양수한 채권의 변제까지 이루어져야만 원래의 채무가 소멸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 만약 그 양수한 채권의 변제까지 이루어져야만 원래의 채무가 소멸하는 것으로 약정하였다면, 그 경우 당사자의 의사는 다른 채권을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하기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원래 채무의 변제를 위한 담보 또는 변제의 방법으로 양도하기로 하였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채권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할 당시 원고 외에도 피고로부터 공사하도급을 받은 다수의 채권자들이 있었고, 그 채권자들도 이 사건 채권양도양수계약과 동일한 내용의 약정을 체결하여 피고의 KD프레야에 대한 채권을 양수하였는데, 그 하도급채권자들 사이에서 발주자인 KD프레야로부터 실제 변제를 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 상당한 우려가 제기되었고, 이를 감안하여 이 사건 채권양도양수계약 제5항처럼 KD프레야에 대한 채권을 양도받음으로써 피고에 대한 하도급 공사대금채권은 소멸하고 이후 ‘양수인은 양도인에게 일체의 채권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두면서도 그에 대한 유보로서 제7항을 추가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위 제7항이 추가된 구체적 경위 및 당사자의 의사와 이 사건 채권양도양수계약 전후의 사정에 대하여 좀 더 심리하여 밝혀봄으로써, 이 사건 채권양도양수계약이 그 표면적 문언에도 불구하고 채무의 변제에 갈음한 것이 아니라 담보목적 또는 변제의 방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은 없는지에 대하여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채권양도양수계약이 원심 판시와 같이 대물변제에 해당하고 나아가 양수채권의 현실적 변제까지를 담보하는 내용의 해제조건부 약정이라고 해석하려면, 약정의 문언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거나 약정 경위 등 전후 사정에 비추어 그와 같은 특약을 하였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이 사건 채권양도양수계약 제7항의 문언으로 보면 거기에서 담보한 것은 양도대상 채권인 피고의 KD프레야에 대한 채권이 선행 가압류나 압류 또는 상계적상에 있는 반대채권이 있더라도 원고의 피고에 대한 채권액을 상회하는 만큼 잔존한다는 것, 즉 양도채권의 존재를 보장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을 뿐, 양도대상 채권의 채무자인 KD프레야의 자력까지 담보하는 취지라고는 읽히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채권양도양수계약이 원심 판시와 같이 채무자인 KD프레야의 자력까지도 담보하는 내용의 해제조건부 대물변제라고 인정하려면 그 약정 문언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의 의사가 그와 같았다는 근거가 될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판단을 하는 데 필요한 사실관계 등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채권양도양수계약이 KD프레야의 현실 변제가 부족할 것을 해제조건으로 한 대물변제라고 가볍게 단정하고, 또한 그러한 해제조건이 충족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밝히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채권양도양수계약은 해제조건의 성취로 실효되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이 사건 채권양도양수계약의 해석을 그르치거나 대물변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이에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양창수 박병대(주심) 고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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