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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다203133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에서 정한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의 하자’의 의미와 판단 기준

[2] 갑이 함께 술을 마신 을과 멱살을 잡고 시비하다가 국가가 설치·관리하는 제방도로에서 아래로 추락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설치·관리하는 우수토실에 빠져 익사한 사안에서, 제방도로와 우수토실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추동기)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대한민국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도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① 이 사건 제방도로는 그 폭이 좁아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고, 제방도로 아래에는 약 5m 높이의 가파른 경사면이 이어져 있어, 이 사건 제방도로를 이용하는 보행자, 자전거 및 차량 등이 제방도로 아래로 추락할 위험이 있으므로, 이 사건 제방도로의 설치·관리주체인 피고 대한민국으로서는 보행자용 난간(보행자용 방호울타리)을 설치하거나 추락방지표지판을 설치하여 보행자 등의 추락을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잘못이 있고, ② 이 사건 제방도로를 이용하는 보행자 등이 제방도로 아래로 추락하여 이 사건 우수토실에 빠질 위험이 있었으므로, 피고 대한민국으로부터 하천점용허가를 받아 이 사건 우수토실과 수로를 설치·관리하는 피고 함평군으로서는 이 사건 우수토실 위쪽으로 방호울타리를 설치하거나 우수토실 위에 철재차단창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여 보행자 등이 우수토실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 사건 우수토실에 인접해 있는 수로와는 달리 이 사건 우수토실에만 철재차단창을 설치하지 않은 잘못이 있고, 위와 같은 이 사건 제방도로와 우수토실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망인이 제방도로 아래로 추락하여 이 사건 우수토실에 빠져 사망하였다 할 것이므로, 피고들은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에 따라 연대하여 이 사건 사고로 망인과 그 유족인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가.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의 하자’라 함은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영조물이 완전무결한 상태에 있지 아니하고 그 기능상 어떤 결함이 있다는 것만으로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는 없고, 당해 영조물의 용도, 그 설치장소의 현황 및 이용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설치·관리주체가 그 영조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다88903 판결 등 참조).

나. 기록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제방도로는 함평읍 내 재래시장의 뒤편 둑길로서 제방도로로부터 약 5m 아래로 수로와 우수토실이 설치되어 있는 사실, ② 이 사건 제방도로의 수로 쪽 가장자리에는 제방도로를 따라 높이 약 42㎝의 둑 난간이 설치되어 있는데 둑 난간의 폭이 얼마인지 분명하지 아니하나 사진상으로는 50㎝ 정도는 되어 보이고, 둑 난간 바깥으로는 폭 1m 정도의 토사로 된 평지가 제방도로를 따라 이어져 있는 사실, ③ 그 평지 가장자리로부터 수로까지의 제방경사면은 토사나 바위로 형성되어 있고 그 길이는 4m 정도(원심은 제방도로로부터 수로까지 약 5m 높이의 가파른 경사면이 이어져 있다고 사실 인정하였으나, 사진을 보면 위 5m에는 둑 난간 바깥쪽에 있는 토사로 된 평지의 폭 1m가 포함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우수토실과 제방도로 사이에는 수문과 배수관이 설치되어 있어 그 지점에서는 토사나 바위로 된 제방경사면을 이루고 있지 않으나 그 외의 수로 지점에서는 완만한 제방경사면을 이루고 있다)인 사실, ④ 이 사건 우수토실의 깊이는 약 1m이고 이 사건 사고 이후 측정한 수면까지의 높이는 약 86㎝였던 사실, ⑤ 사고 당시 망인은 근처 식당에서 함께 술을 마셨던 소외인과 서로 멱살을 잡아 밀고 당기며 시비하다가 주저앉아 있던 소외인에게 잡아당겨져 이 사건 제방도로 아래로 추락하면서 비탈에 머리 등을 부딪힌 후 이 사건 우수토실에 빠졌고, 소외인이 아무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가버려 익사에 이르게 된 사실, ⑥ 이 사건 사고 전에는 이 사건 제방도로에서 보행자가 수로나 우수토실 쪽으로 추락하여 다치거나 죽은 사건이 발생한 적이 없었던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앞서 본 영조물 설치·관리주체에 부과되는 방호의무의 정도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상황에서라면 이 사건 제방도로와 우수토실을 설치·관리하는 피고들로서는 이 사건 제방도로에서의 정상적인 이용방법이 아닌 술에 취하여 싸우다가 도로 밑으로 추락하는 이례적인 사고가 있을 것까지 예상하여 방호울타리나 추락방지표지판 등을 설치할 의무는 없다고 할 것이다(나아가 추락방지표지판을 설치했다고 해도 이 사건과 같은 사고를 방지할 수는 없었다고 보인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제방도로와 우수토실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보아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는바, 이는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상의 하자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민일영(주심) 이인복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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