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형법 제314조 제1항 의 업무방해죄 구성요건 중 ‘위력’의 의미
[2] 형법 제314조 제2항 의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 구성요건 중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손괴’,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의 입력’, ‘기타 방법’의 의미
[3] 주택재건축조합 조합장인 피고인이 자신에 대한 감사활동을 방해하기 위하여 조합 사무실에 있던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하드디스크를 분리·보관함으로써 조합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조합의 정보처리에 관한 업무를 방해한 행위는 형법 제314조 제2항 의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심이 이를 형법 제314조 제1항 의 업무방해행위로 본 것은 잘못이나 그 법정형이 동일하여 판결에 영향이 없다고 한 사례
[4] 업무방해죄 성립에 필요한 ‘고의’의 내용
참조조문
[1] 형법 제314조 제1항 [2] 형법 제314조 제2항 [3] 형법 제314조 제1항 , 제2항 [4] 형법 제13조 , 제314조 제1항 ,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5732 판결 (공2009하, 1722)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5698 판결 [2]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2도631 판결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09도12238 판결 (공2010하, 2030) [4] 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도3044 판결 (공1992, 1639)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9410 판결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원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원심판결 중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점에 대하여
가. 형법 제314조 제1항 의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고, 여기에서 ‘위력’이라 함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유형·무형의 세력으로서 폭행·협박은 물론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이 포함되며, 그러한 위력은 반드시 업무에 종사 중인 사람에게 직접 가해지는 것이 아니더라도 일정한 물적 상태를 만들어 그 결과 사람으로 하여금 자유롭고 정상적인 업무수행 활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한편 형법 제314조 제2항 의 컴퓨터 등 장애에 의한 업무방해죄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장치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는데, 여기에서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란 자동적으로 계산이나 데이터처리를 할 수 있는 전자장치로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포함하고 (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2도631 판결 참조), ‘손괴’란 유형력을 행사하여 물리적으로 파괴·멸실시키는 것뿐 아니라 전자기록의 소거나 자력에 의한 교란도 포함하며,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의 입력’이란 객관적으로 진실에 반하는 내용의 정보를 입력하거나 정보처리장치를 운영하는 본래의 목적과 상이한 명령을 입력하는 것이고, ‘기타 방법’이란 컴퓨터의 정보처리에 장애를 초래하는 가해수단으로서 컴퓨터의 작동에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나. 원심은 제1심의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공소외 1 조합의 감사 공소외 2가 조합장인 피고인을 공금횡령 등의 이유로 탄핵하기 위하여 2009. 7. 24. 통합조합의 이사회에서 조합장 탄핵결의안을 배포하는 등 피고인에 대한 탄핵을 주도한 사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피고인은 감사 공소외 2가 자신을 탄핵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하여 2009. 8. 14. 조합사무실에 있던 컴퓨터 중 경리 여직원이 사용하던 컴퓨터에 자신만이 아는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조합업무 담당자 공소외 3이 사용하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분리하여 사무실 금고에 보관한 사실, 감사 공소외 2는 피고인이 위 컴퓨터에 작성하여 둔 각종 자료들을 출력하여 피고인에 대한 탄핵자료로 활용하려 하였으나, 피고인이 위와 같이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하드디스크를 분리하여 은닉하는 바람에 탄핵자료를 수집하지 못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위와 같이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하드디스크를 분리·보관함으로써 조합의 업무를 방해한 것은 형법 제314조 제1항 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컴퓨터와 하드디스크는 형법 제314조 제2항 에 규정된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해당하고, 업무수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담당직원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방해할 의도에서 그 담당 직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함부로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설정한 행위는 같은 항의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의 입력’에 해당하며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분리·보관한 행위는 같은 항의 ‘손괴’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이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하드디스크를 분리·보관함으로써 조합의 정보처리에 관한 업무를 방해한 행위는 형법 제314조 제2항 의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이를 형법 제314조 제1항 의 업무방해행위로 본 것은 잘못이라고 하겠으나, 형법 제314조 제1항 의 죄와 제2항 의 죄는 그 법정형에 차이가 없어 이러한 법령적용의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없으므로(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도741 판결 참조), 피고인이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하드디스크를 분리·보관하여 조합의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결론에 있어 결국 정당하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있어서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면 충분하므로 ( 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도3044 판결 등 참조), 고의 또한 반드시 업무방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업무방해의 의도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업무가 방해될 가능성 또는 위험에 대한 인식이나 예견으로 충분하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된다 (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9410 판결 등 참조). 또한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 개별 사정에 비추어 합목적적·합리적으로 고찰하여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조합장인 피고인이 자신에 대한 감사활동을 방해하기 위하여 그 판시와 같은 방법으로 조합 사무실에 있던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하드디스크를 분리·보관한 행위는 중요한 자료의 훼손을 막는 것을 넘어서 조합의 정보처리에 관한 업무를 방해할 의도를 가지고 한 것으로 보이고, 이를 두고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직권판단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은 ‘항소심은 항소가 이유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판결로써 항소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에 대하여 제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어 검사가 항소하였는데, 원심은 그 판결이유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가 이유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주문에서는 항소기각의 선고를 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원심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 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4도643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심판결 중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고, 이 부분 사건은 소송기록과 원심에 이르기까지 조사된 증거들에 의하여 판결하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96조 에 의하여 이 법원이 직접 판결하기로 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에 대한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조합의 상근임원에 대한 보수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조합장의 임금액에 대한 조합 창립총회의 결의가 있었다거나 조합장의 판공비, 상여금에 대한 조합 임시총회의 결의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부분을 무죄라고 판단한 제1심판결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1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제1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항소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되, 원심판결 중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 부분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이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