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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동부지법 2007. 7. 5. 선고 2007노318 판결
[전자기록등내용탐지] 상고[각공2007.9.10.(49),2035]
판시사항

[1] 형법 제316조 제2항 에 정한 ‘비밀장치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의 의미

[2] 비밀번호를 설정하여 둔 컴퓨터의 하드디스크가 형법 제316조 제2항 에 정한 ‘비밀장치한 전자기록’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3] 회사의 대표이사가 업무상배임 혐의가 강하게 의심되는 직원이 사용하는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비밀장치를 풀고 그 안에 저장된 정보를 검색하여 내용을 알아낸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316조 제2항 에 규정된 ‘비밀장치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이란, 권한 없는 사람이 기록에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거나 곤란하게 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특수매체기록을 말하는 것으로, 컴퓨터나 기록 자체가 시정되어 있는 경우는 물론, 비밀번호, 지문인식과 같은 특수한 작동체계를 설정하여 둔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2] 비밀번호를 설정하여 둔 컴퓨터의 하드디스크가 형법 제316조 제2항 에 정한 ‘비밀장치한 전자기록’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3] 회사의 대표이사가 직원이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비밀장치를 풀고 그 안에 저장된 정보를 검색하여 내용을 알아낸 사안에서, 당해 직원의 업무상배임 혐의가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상황이어서 이를 긴급히 확인할 필요가 있었던 점, 검색의 범위를 당해 배임 혐의에 관한 것으로 한정한 점, 대표이사가 부하직원에 대한 감독자로서 가지는 권한의 내용 및 범위 등에 비추어, 위 대표이사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본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박혜경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컴퓨터 관련 솔루션 개발업체인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바, 같은 회사 직원인 공소외 2, 3과 공모하여, 2006. 4. 20. 15:00경 서울 성동구 ○○동 (지번 생략) 진영지업 3층 소재 피고인의 사무실에서 위 회사의 영업차장으로 근무하던 피해자가 회사의 이익을 빼돌린다는 소문을 확인할 목적으로 피고인의 지시에 의하여 위 공소외 2는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는 비밀장치한 전자기록인 피해자가 사용하던 컴퓨터의 본체를 손으로 뜯어내고 그 안에 들어 있는 하드디스크를 떼어낸 뒤, 위 공소외 3과 함께 다른 컴퓨터에 연결하여 하드디스크에 저장되어 있는 파일 중 ‘ ○○’이란 단어로 파일검색을 하여 피해자의 메신저 대화 내용과 이메일 등을 출력하여 비밀장치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그 내용을 알아낸 것이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공소외 2, 3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 공소외 4, 5(대법원 판결의 피해자)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의 진술기재를 증거로 채택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해자가 사용하던 하드디스크에는 비밀장치가 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비밀장치한 전자기록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업무상배임의 범죄 혐의가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하드디스크에 기록된 정보 중 그와 관련된 부분에 한하여 그 내용을 검색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피고인은 명시적으로 정당행위라고 주장한 것은 아니지만, 그 주장 내용이 정당행위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3. 당원의 판단

가. 비밀장치한 전자기록에 해당하는지 여부

형법 제316조 제2항 에 규정된 ‘비밀장치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이란, 권한 없는 사람의 기록에 대한 접근을 방지하거나 곤란하게 하기 위한 장치가 취해져 있는 특수매체기록을 말하는 것으로, 컴퓨터나 기록 자체가 시정되어 있는 경우는 물론, 비밀번호, 지문인식과 같은 특수한 작동체계를 설정하여 둔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할 것인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는 자신이 사용하는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비밀번호를 설정하여 둔 사실, 그리하여 피고인은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정보의 내용을 알아내기 위하여 하드디스크 자체를 컴퓨터로부터 분리하여 다른 컴퓨터에 연결하는 방법으로 그 내용을 알아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하드디스크는 형법 제316조 제2항 소정의 비밀장치한 전자기록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정당행위 성립 여부

(1) 정당행위 성립요건

형법 제20조 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과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도4732 판결 참조).

(2) 인정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인이 운영하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시스템 사업부장이었던 공소외 6은 2006. 3. 31.자로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퇴직하였는데, 공소외 6은 2006. 2. 13.경 피고인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 2006. 3. 초경부터 피고인에게 알리지 아니한 채 공소외 1 주식회사와 같은 내용의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을 설립하였다.

(나) 피해자 및 공소외 7은 공소외 6과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자들로, 공소외 6의 퇴직과 관계없이 공소외 1 주식회사에 잔류할 의사를 밝히고 계속 근무하여 오다가, 2006. 4. 10. 공소외 7이 피고인에게 사임 및 ○○으로의 이직 의사를 밝혔는데, 그 일주일 전에 공소외 7이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주력 상품인 ‘ □□’라는 소프트웨어의 원천코드(소스코드)를 요청하여 이를 제공받은 사실이 밝혀지자, 피고인은 공소외 6과 친했던 피해자 및 공소외 7 등이 공소외 6과 공모하여 ○○으로 회사의 핵심자산을 빼돌리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기 시작하였다.

(다) 피고인은 그날 이후 자체 조사에 착수하였는데,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고객들로부터, 피해자가 공소외 6과 함께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고객들을 찾아가 앞으로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사업을 철수하고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을 ○○에게 양도하여 주기로 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추진하여 온 계약을 ○○과 체결하도록 유도하였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되었다.

(라) 피고인은 이에 곧바로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직접 확인하려 하였으나, 피해자는 모른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대답을 회피하였다.

(마)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용하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관련 자료가 저장되어 있을 것이라는 추측하에, 2006. 4. 20. 피해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원심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2, 3에게 피해자가 사용하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관련 자료를 검색하여 열람해 보라고 지시하였다. 이에 공소외 2, 3은 피해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떼어내어 다른 컴퓨터에 연결한 후 ‘ ○○’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여 검색명령을 내렸는데, 그 결과 피해자가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고객에게 ○○ 명의로 보낸 견적서,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추진하여 온 계약을 ○○ 명의로 체결한 계약서, ○○ 명의로 계약을 빼돌렸다는 내용이 담긴 메신저 대화자료,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고객들에게 ○○ 명의로 작성한 견석서를 보낸 이메일 송신자료 등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 피고인은 위와 같이 검색된 계약서 등을 근거로 피해자를 업무상배임죄로 고소하였고,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2007. 6. 27.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아 현재 항소심 계속중이다.

(사) 피해자는 2001. 11.경 공소외 1 주식회사에 입사할 당시 회사 업무와 관련된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을 무단사용하지 않고,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산물로서 회사의 사업과 관계된 모든 사항에 대한 권한은 회사에 귀속됨을 확인하는 내용의 보안서약서를 작성하여 이를 피고인에게 제출한 바 있다.

(3) 판 단

위 인정 사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용하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검사할 무렵 피해자의 업무상배임 혐의가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상황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이를 부인하고 있어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회사의 무형자산이나 거래처를 빼돌리고 있는지 긴급히 확인하고 이에 대처할 필요가 있었던 점, ② 피고인은 피해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정보의 내용을 전부 열람한 것이 아니라 ‘ ○○’이라는 검색어로 검색되는 정보만을 열람함으로써 조사의 범위를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한정한 점, ③ 피해자는 입사시 회사 소유의 컴퓨터를 무단사용하지 않고 업무와 관련된 산물을 모두 회사에 귀속시키겠다고 약정하였을 뿐 아니라 위 컴퓨터는 업무용으로서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직무감독의 일환으로 위 컴퓨터에 저장된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정당한 권한 범위 내의 행위로 인정되는 점, ④ 현재와 같이 회사의 모든 업무가 컴퓨터로 처리되고 그 업무에 관한 정보가 컴퓨터에 보관되는 상황에서 부하직원이 회사 업무용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설정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감독자가 그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제약을 받는다면 직무감독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회사 업무 자체가 마비될 수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 에 정하여진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가 선고되어야 함에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형법 제20조 의 해석·적용을 그르친 법령 위반의 위법이 있다.

4. 결 론

피고인의 이 사건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1. 가.항 기재와 같은바, 위 3. 나.항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윤남근(재판장) 이승규 남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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