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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다95267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 유무에 관한 판단 기준

[2] 관광버스를 타고 가다가 고속도로 비상주차대에서 하차한 갑이 도로를 따라 설치된 방음벽과 가드레일 사이에 있는 30㎝ 정도의 틈을 통하여 빠져나가 고속도로 옆 경사면을 내려가던 중 미끄러지면서 옹벽 밑 도로에 추락하여 사망한 사안에서, 위 도로에 도로가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이 결여된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음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5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률 담당변호사 허상수)

피고, 상고인

한국도로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희용)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작물인 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는 도로의 위치 등 장소적인 조건, 도로의 구조, 교통량, 사고시에 있어서의 교통 사정 등 도로의 이용 상황과 그 본래의 이용 목적 등 여러 사정과 물적 결함의 위치, 형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9. 12. 24. 선고 99다45413 판결 ,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29287, 29294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즉 성명불상의 운전자는 2010. 4. 25. 21:00경 주식회사 우리강산우리투어 소유의 (차량번호 생략) 관광버스를 운전하여 남해고속도로를 마산 쪽에서 부산 쪽으로 운행하던 중 김해시 전하동 485-2 부근 비상주차대에서 버스를 정차시키고 버스에 타고 있던 소외인을 하차시켜 주었다. 소외인이 하차한 곳(이하 ‘이 사건 하차장소’라고 한다)에는 도로를 따라 방음벽이 설치되어 있고 그 방음벽 설치가 끝나는 지점 근처부터는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는데, 당시 부산 쪽으로 가는 방향의 도로 우측 방음벽이 끝나는 지점과 가드레일이 시작되는 지점 사이에 약 30㎝ 정도의 틈이 있었다. 소외인은 이 사건 하차장소 부근에 있던 그 틈을 통하여 빠져나가 고속도로 옆 경사면(경사도 75° 정도)을 내려가던 중 미끄러지면서 그 아래에 설치된 옹벽 밑 도로에 추락하여 외상성 두부 손상으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한편 이 사건 하차장소로부터 약 150m 뒤쪽에 위치한 지점은 2002년경까지 버스정류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이고 그 인근에는 마을이 있는데, 이 사건 하차장소에 차량의 정차를 제한하는 표지판이나 사람의 통행을 금지하는 표지판 등은 설치되어 있지 않다. 피고는 이 사건 사고가 난 도로의 관리주체이고 원고 1은 소외인의 남편, 나머지 원고들은 그 자녀들이다.

원심은, 이 사건 하차장소는 그 부근이 2002년경까지 버스정류장으로 사용되었다가 지금은 비상주차대로 사용되는 곳으로서 마을이 인접해 있는데 버스정류장이 폐쇄된 이후 고속도로에서 마을로 통하는 통행로가 없어진 반면, 이 사건 하차장소의 고속도로 옆 경사면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마을로 통하는 길에 이르게 되어 있는 점, 관광버스 등을 이용하는 승객들 가운데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에는 고속도로를 따라 멀리 돌아서 마을로 들어가기보다는 이 사건 비상주차대에 차량을 정차시킨 후 차량에서 내려 이 사건 하차장소 부근의 고속도로 옆 경사면을 통행로 삼아 마을로 들어가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때마침 그곳에 설치되어 있는 방음벽과 가드레일 사이에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정도의 간격이 있으므로 더더욱 그러한 승객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인 점, 실제로 이 사건 하차장소의 가드레일 바깥쪽으로 사람들이 수풀을 밟고 지나다닌 흔적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사고가 난 장소의 특성상 이 사건과 같이 인근에 거주하는 버스 승객 등이 이 사건 하차장소에서 하차하여 방음벽과 가드레일의 틈 사이를 통하여 경사면을 내려가다가 어두운 밤중에 급경사 때문에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도로를 관리하는 피고로서는 이 사건 비상주차대에서 승객을 하차시킬 목적으로 정차하지 못하게 하거나 이 사건 하차장소 부근의 고속도로 옆 경사면의 통행을 금지하고 추락 위험을 경고하는 내용의 표지판을 설치하며, 가드레일과 방음벽 사이의 틈을 메우는 등 사람들이 이 사건 하차장소에서 하차하여 부근의 고속도로 옆 경사면으로 통행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임에도, 그러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사고가 난 도로에는 도로가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이 결여된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있었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 도로를 관리하는 피고로서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소외인 및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이 사건 사고가 난 도로에 도로가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이 결여된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있었다는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2002년경 종전의 버스정류장을 폐쇄하면서 버스정류장 앞뒤로 길이 200m 내지 300m의 방음벽을 설치하였고 현재는 그 버스정류장 일대가 비상주차대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점, 이 사건 하차장소 일대가 인근에 마을이 있고 약 8년 전까지 버스정류장으로 사용된 곳이라고 하더라도 고속도로 비상주차대에서 하차한 승객이 사람의 통행을 위한 길이 아닌 고속도로 옆 경사면을 따라 내려가 마을로 가려고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행동인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가 위와 같이 200m 내지 300m 길이의 방음벽을 설치한 것 이외에 더 나아가 위와 같은 이례적인 행동을 예견하여, 이 사건 하차장소에서 승객을 하차시킬 목적으로 차량을 정차하지 못하게 하거나 이 사건 하차장소 부근의 고속도로 옆 경사면의 통행을 금지하고 추락 위험을 경고하는 내용의 표지판을 설치하며 가드레일과 방음벽 사이의 틈을 메우는 등의 조치까지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그와 같은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하여 이 사건 사고가 난 도로에 도로가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이 결여된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사고가 난 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양창수 이상훈(주심) 김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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