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및 범행일시 등 공소장에 기재된 구체적 범죄사실 전부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2] 금품수수 여부가 쟁점인 사건에서 금품수수자로 지목된 자가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품공여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3] 금품수수 여부가 쟁점인 사건에서 금품공여자나 금품수수자로 지목된 자의 진술이 각각 일부는 진실을, 일부는 허위나 과장·왜곡·착오를 포함하고 있을 경우, 그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4] 지방자치단체장인 피고인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3회에 걸쳐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객관적 물증 없이 금품공여자들의 진술만을 믿어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오해 등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엄격한 증명의 대상에는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구체적 범죄사실이 모두 포함되고, 특히 공소사실에 특정된 범죄의 일시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의 주된 대상이 되므로 엄격한 증명을 통해 그 특정한 대로 범죄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며, 그러한 증명이 부족한데도 다른 시기에 범행을 하였을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다고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
[2] 금품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금품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품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하고,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특히 그에게 어떤 범죄의 혐의가 있고 그 혐의에 대하여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이를 이용한 협박이나 회유 등의 의심이 있어 그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는 경우에도 그로 인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 등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
[3] 금품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금품공여자나 금품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의 진술이 각기 일부는 진실을, 일부는 허위나 과장·왜곡·착오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으므로,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사실심 법관으로서는 금품공여자와 피고인 사이의 상반되고 모순되는 진술들 가운데 허위·과장·왜곡·착오를 배제한 진실을 찾아내고 그 진실들을 조합하여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이러한 노력 없이 금품공여자의 진술 중 일부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그가 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은 모두 신빙하고 이와 배치되는 피고인의 주장은 전적으로 배척한다면, 이는 피고인의 진술에 일부 신빙성이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하여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 전부를 신빙할 수 있다고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논리의 비약에 지나지 않아서 그에 따른 결론이 건전한 논증에 기초하였다고 수긍하기 어렵다.
[4] 현직 시장(시장)인 피고인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3회에 걸쳐 외화로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금품공여의 시기와 방법, 외화의 출처, 환전과정에 관한 금품공여자들의 진술이 전후 일관되지 않거나 서로 모순, 상반되고 객관적 상황과도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금품공여자의 진술을 전적으로 신빙하기 어렵고, 따라서 공소사실에 기재된 금품제공의 일시, 방법, 금액 등 전부에 관한 합리적 의심이 모두 배제되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금품공여자들의 진술 중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믿고 이에 배치되는 피고인의 주장을 모두 배척함으로써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논리와 경험법칙을 위반하여 합리적인 자유심증의 범위와 한계를 넘어서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307조 , 제308조 [2] 형법 제129조 제1항 , 제133조 , 형사소송법 제307조 , 제308조 [3] 형법 제129조 제1항 , 제133조 , 형사소송법 제308조 [4] 형법 제129조 제1항 , 제133조 , 형사소송법 제30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도1151 판결 (공2010하, 1689)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재도11 전원합의체 판결 (공2011상, 508) [2]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공2002하, 1720)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5도4202 판결 (공2008상, 407)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공2009상, 183)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이상현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엄격한 증명의 대상에는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구체적 범죄사실이 모두 포함되고, 특히 공소사실에 특정된 범죄의 일시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의 주된 대상이 되므로 엄격한 증명을 통해 그 특정한 대로 범죄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며, 그러한 증명이 부족함에도 다른 시기에 범행을 하였을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다고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
한편 금품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금품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품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하고,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특히 그에게 어떤 범죄의 혐의가 있고 그 혐의에 대하여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이를 이용한 협박이나 회유 등의 의심이 있어 그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는 경우에도 그로 인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 등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금품공여자나 피고인의 진술이 각기 일부는 진실을, 일부는 허위나 과장·왜곡·착오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으므로,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사실심 법관으로서는 금품공여자와 피고인 사이의 상반되고 모순되는 진술들 가운데 허위·과장·왜곡·착오를 배제한 진실을 찾아내고 그 진실들을 조합하여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이러한 노력 없이 금품공여자의 진술 중 일부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그가 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은 모두 신빙하고 이와 배치되는 피고인의 주장은 전적으로 배척한다면, 이는 피고인의 진술에 일부 신빙성이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하여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 전부를 신빙할 수 있다고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논리의 비약에 지나지 않아서 그에 따른 결론이 건전한 논증에 기초하였다고 수긍하기 어렵다.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을 인정한 다음, 다음과 같은 추론을 거쳐 피고인에게 뇌물을 제공하였다는 공소외 1, 2의 각 진술을 신빙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고 나서 공소외 1, 2의 진술에 기초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증명이 있다고 보았다. 즉, 원심은 ① 뇌물공여 시기에 관하여 공소외 1, 2의 초기 진술에 다소 일관되지 않은 점은 있지만 공소외 1은 피고인의 홍콩 출장과 유럽 출장을 전후하여 2회에 걸쳐, 공소외 2는 그 사이 어느 시점에 1회 피고인에게 미국 달러화로 뇌물을 제공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이러한 진술내용은 객관적 자료를 통해 확인되는 피고인의 출장일정 및 공소외 1, 2의 외화 준비시기와 일치하는 점, ② 뇌물공여의 방법에 있어서도 미화 5,000달러가 든 봉투를 시장실 원탁테이블 옆 협탁 서랍에 넣어주었다( 공소외 1의 제1회 금품제공), 5,000달러가 든 봉투를 원탁테이블 위 결재판 아래 끼워놓았다( 공소외 2의 제2회 금품제공), 10,000달러가 든 봉투를 피고인이 앉아 있는 의자의 왼쪽 팔걸이와 피고인의 왼쪽 다리 사이에 세워서 끼워주었다( 공소외 1의 제3회 금품제공)는 등 실제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하기 어려울 만큼 구체적으로 밝힌 점, ③ 피고인에게 제공하였다고 하는 미화의 출처에 관하여도 공소외 1이 2006. 9. 19.경까지 공소외 2, 3을 통해 외화현금시재로 100,000달러를 준비한 사실이 확인된 점 등을 유죄 인정의 근거로 삼았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의 이유와 거기에서 드는 증거들을 살펴보면, 원심이 공소외 1, 2의 여러 상반된 진술 중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일부 진술만을 선택적으로 믿어 이 사건 범죄사실과 같은 일시에, 그와 같은 방법으로, 해당 금액을 피고인에게 제공하였다는 점이 모두 증명되었다고 본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뇌물공여 시기에 관하여
(1) 원심은, 공소외 1이 처음 피고인에게 5,000달러를 제공할 때(제1회 금품제공) 홍콩에 관한 이야기를 피고인으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범죄사실에 기재된 뇌물공여 시기를 증명하는 강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공소외 1은 당시 “경비 좀 넣었습니다.”고 말하였다고 하는데 이러한 표현은 홍콩 출장을 다녀온 후에 금품을 제공하였다는 공소사실과 맞지 아니한데다가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도 제시된 바 없어 홍콩 출장시기를 통해 제1회 금품제공 시기를 특정한 것이 공소외 1 진술의 신빙성을 높인다고 보기 어렵고, 무엇보다 홍콩 출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이 홍콩 출장 후 어느 시기에 피고인과 만났다는 사실을 넘어 금품제공의 점에 대하여 특별한 증명력을 갖는 사정은 될 수 없다.
더욱이,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은 제1회 금품제공 당시의 상황과 관련하여 피고인의 홍콩 출장에 관한 언급 외에 수사기관과 제1심 및 원심법정에서 그 때는 ○○시 직원들과 함께 법송만 매립지를 다녀온 후이고, ○○시청에서 피고인을 만나는 자리에 공소외 2와 동행하였으며, 피고인에게 제공한 5,000달러가 든 봉투도 ○○시청에 가는 길에 공소외 2로부터 건네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공소외 1이 법송만 매립지를 다녀온 것은 2006. 10. 16. 한 차례밖에 없다는 것이므로 만일 이 부분 진술이 사실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제1회 금품제공 시기와 관련된 공소외 1의 진술은 믿을 수 없는 것이 되어 이 부분을 배제하는 판단 없이 제1회 금품제공 시기에 관한 공소외 1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결론에 이를 수 없다.
(2) 제2회 금품제공 시기와 관련하여서도,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에게 당시 5,000달러를 제공하였다고 하는 공소외 2는 처음에는 2007년 초여름경인 것 같다고 진술하면서 그렇게 기억하는 이유로 ○○시청에는 회사 유니폼을 입고 들어갔는데 겨울 잠바를 입고 간 기억이 없고, 2007. 11. 말경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에서 사직했는데, 그로부터 4, 5개월 전이기 때문에 그 시기를 기억한다고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가 2009. 11. 24. 조사 때부터 그 시기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공소외 1이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면 지시 당사자인 공소외 1의 진술이 맞을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한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진술의 과정과 내용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의 진술에 유도되기 전인 최초 진술의 신빙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가능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진술의 번복 경위에 대하여 세밀히 따져보지 않은 채 나중의 진술이 외화현금시재를 준비한 시기에 더 근접하고 공소사실의 기본 전제, 즉 2007. 1. 이전에 20,000달러를 피고인에게 모두 전달하였다는 것에 더 편리하게 부합한다는 이유로 쉽사리 금품제공 시기에 관한 진술 번복을 수긍한 것이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장변경 전 공소사실에 기재된 제1회 및 제3회 금품제공 시기에 공소외 1을 만난 사실이 없음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출한 공소외 4 작성의 일지와 시장일정의 기재를 들어 거기에 기재된 면담일시에 따라 변경된 제1회 및 제3회 금품제공 시기를 인정하였으면서도 그 일지와 시장 일정에 제2회 금품제공과 관련하여 피고인과 공소외 2가 면담한 기록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앞서 본 제2회 금품제공 시기에 관한 공소외 2의 최초 진술, 공소외 2가 ○○시청에 들어가게 된 경위에 관한 공소외 1과 공소외 2 사이 진술의 불일치 및 공소외 1의 진술 번복, 피고인의 출장을 언급한 제1회 및 제3회와 달리 이 부분 금품제공에 관하여는 별다른 계기를 찾아볼 수 없는 점, 그 무렵 공소외 1이 피고인을 면담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공소외 2를 통해 따로 금품을 제공할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의 사정과 연결지어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일시의 진실성에 대해 의심을 품을 만한 합리적 이유가 된다고 보지 않을 수 없고 단순히 면담사실이 일지 등 기록에 누락된 것에 불과하다고 쉽게 넘길 수 없다.
(3) 제3회 금품제공 시기와 관련하여서도 공소외 1은 피고인에게 제공한 뇌물자금으로 2006. 9.경 20,000달러를 준비하고도 그 가운데 10,000달러는 본인이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다가 그로부터 2개월 가량 지난 다음인 2006. 11. 하순경 유럽 출장을 앞두고 피고인에게 제공하였다는 것인데, 이러한 진술은 수사기관이 설정한 공소사실의 기본 전제를 깨뜨리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나 그 내용을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궁색한 변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오히려 그 무렵 피고인에게 일부 금품이 전달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2006. 9.경 준비한 외화현금시재와 무관한 것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라면 당시 제공한 금품이 제1차 및 제2차 금품제공 후 남은 10,000달러라고 단정할 수도 없게 된다.
(4) 결국 원심이 위와 같은 의문과 다른 가능성을 검토, 배제하지 않은 채 이 부분 이유에서 드는 사정만으로 공소외 1, 2의 진술에 의하여 이 사건 3차례 금품제공 시기에 관한 증명이 모두 있다고 본 데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되어 사실을 추론한 위법이 있다.
나. 뇌물공여의 방법에 관하여
원심은 공소외 1, 2의 이 부분 진술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으며 실제 경험하지 않으면 진술하기 어려운 내용인 점 등에 비추어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① 공소외 1, 2가 밝힌 뇌물공여의 방법이 과연 실제 경험하지 않으면 꾸며내기 어려울 만큼 구체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어서 이 부분 신빙성 인정의 전제를 수긍하기 어려운데다가(시장실에 출입하여 집기의 배치 정도만 알고 있으면 구성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구체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특히 공소외 2가 밝힌 제2회 금품제공의 방법은 시장실에 당연히 결재판이 있으리라는 막연한 추측에서 둘러댔다가 피고인이 시장실에 결재판이 없다고 반박하자 결재판의 색깔이나 모양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회피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크다), ② 공소외 1은 처음 미화 5,000달러를 제공할 당시 피고인의 왼쪽에 앉아 있다가 그 자리에서 몸을 구부려 의자에 앉아 있는 피고인의 오른쪽에 있는 협탁의 서랍을 열고 돈이 든 봉투를 넣었다는 것이나, 공소외 1로서는 당시 피고인을 겨우 3회 정도 만났을 뿐이고 자신보다 나이도 훨씬 많으며 현직 시장인 피고인 앞에서 그러한 불편하고 힘든 자세로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러워 보이고, ③ 또한 공소외 1은 2006. 11. 하순경에는 피고인이 뇌물을 거절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없어 피고인이 의자에 앉아 있을 때 피고인 의자의 왼쪽 팔걸이와 피고인의 왼쪽다리 사이에 봉투를 세워 넣었다는 것이나 이러한 신체적 접촉을 수반할 수 있는 금품제공 방식은 손아랫사람에게 하는 경우이거나 서로 격식을 따지지 않을 정도로 친분관계가 두터운 경우가 아니라면 취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의 이 부분 진술내용도 매우 이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 부분에 관한 공소외 1, 2의 진술은 그 전달방식이 이례적이라서 실제 경험한 사실일 가능성과 실제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꾸며내다가 사리에 맞지 않는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나머지 정황들과 대조하여 그 신빙성을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 이례성에서 독자적 증명력을 찾기는 어렵다.
다. 공소외 1, 2가 피고인에게 제공한 미화의 출처에 관하여
(1)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이 사건 회사는 2006. 9. 7. 경남은행 외화보통예금계좌에서 9,600달러를 인출하고, 2006. 9. 11. 경남은행 보통예금계좌에서 돈을 인출하여 10,400달러로 환전하였으며, 2006. 9. 19. 경남은행 위 외화보통예금계좌에서 80,000달러를 인출하여 이 사건 회사의 회계장부에 외화현금시재로 각 정리하였는데, 검사는 공소외 1이 2006년 가을경 피고인에게 미화로 뇌물을 주었다는 진술을 기초로 공소외 3 등이 20,000달러의 환전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2007. 1. 4.자 대체전표 등을 허위로 작성한 사실을 밝혀내자 2006년 가을경 원화를 20,000달러로 환전하여 피고인에게 제공하였다가 2007. 1.경 원화현금시재를 보충하였다는 구성으로 2009. 12. 10. 피고인을 뇌물수수죄로 기소하였고, 제1심 재판과정에서 이 사건 회사가 위와 같이 2006. 9. 7.부터 2006. 9. 19.까지 사이에 100,000달러 외화현금시재를 마련하여 두고 있었고 2007. 1. 12. 외화현금시재를 보충하기 위해 20,000달러를 환전한 사실이 밝혀지자 그 뇌물자금의 출처를 2006. 9.경 마련한 위 외화현금시재라고 주장하면서 공소사실 제1항의 뇌물수수 일시를 “2006. 8. 하순경”에서 “2006. 9. 20.경”, 공소사실 2항의 뇌물수수 일수를 “2006. 9.경부터 2006. 10.경”에서 “2006. 10. 초순경부터 2006. 11. 초순경”으로 각 변경하였음을 알 수 있고,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공소외 1, 2가 위와 같이 2006. 9.경 인출 또는 환전되어 이 사건 회사의 외화현금시재로 공소외 2가 보관 중이던 100,000달러 중 일부인 20,000달러를 피고인에게 제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 외화로 뇌물이 제공된 경우 그 자금의 출처와 환전과정은 피고인에게 그 외화가 전달되었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공소외 1과 공소외 2의 뇌물자금의 출처 등에 관한 진술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의 변경에 맞추어 근본적으로 변경되고 있는데, 이 경우 나중의 진술이 객관적 자료나 전체 공소사실의 체계에 더 잘 맞는다는 이유로 섣불리 종전 진술을 전적으로 도외시한 채 변경된 진술만을 믿어 공소사실의 증명이 있다고 속단하여서는 안 되고, 종전 진술이 과연 허위인지 아니면 착오인지, 만일 허위라면 이를 통해 감추려고 했던 사정은 무엇인지, 착오라면 이를 유발한 요인은 무엇인지, 만일 종전 진술이 진실하다면 변경된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두루 살펴 신중하게 그 신빙성을 평가하여야 한다.
(3) 원심판결의 이유와 증거에 의하면, 공소외 1과 공소외 2, 3 사이에 외화현금시재의 조성경위에 관해 그 진술이 서로 다르고 공소장변경을 전후하여서도 일치하지 않으나, 크게 보면 공소장변경 전에는 피고인에게 제공할 뇌물로 20,000달러를 조성하였다는 취지로 일치하여 진술하다가 외화현금시재 100,000달러가 조성된 후 제1차 금품제공이 있었다는 내용으로 공소장이 변경되자 이에 맞추어 처음부터 공소외 1이 100,000달러의 마련을 지시하였고 그 외화현금시재가 마련된 후 일부인 20,000달러를 피고인에게 제공하였다는 것으로 진술내용이 수렴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외화현금시재를 처음부터 100,000달러로 예정한 것이 아니라 당초에는 20,000달러를 마련하였다가 나중에 80,000달러를 추가하였다는 공소외 1, 2, 3의 검찰 수사 초기의 진술은 다른 진술이나 자료에 유도된 것이 아니어서 그 자체로서 진실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객관적인 외화시재의 조성과정과도 일치하여 그 신빙성을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리고 이와 같이 20,000달러를 먼저 조성하였다가 80,000달러를 추가로 조성하였다면 이는 20,000달러를 먼저 사용하여 외화시재가 부족하게 되었거나 20,000달러를 초과하여 사용할 구체적 동기가 있었다고 상정함이 상당하고(특히 2006. 9. 11. 경남은행 보통예금계좌에서 원화를 인출하여 환전수수료를 부담하면서까지 10,400달러로 환전하여 외화시재를 20,000달러로 맞출 당시에는 구체적 사용처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 공소사실이 전제하는 바와 같이 먼저 피고인에게 제공하기 위하여 20,000달러를 준비하였다가 이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히 다른 곳에 추가로 사용할 것을 대비하여 다시 80,000달러를 준비하고, 이로써 100,000달러의 외화현금이 마련되었음에도 피고인에게 주기로 계획한 20,000달러를 한 번에 제공하지 않고 약 2달에 걸쳐 3차례로 나누어 제공하였으며 남은 80,000달러는 어디에도 사용하지 않은 채 계속 보관하였다는 것은 쉽게 믿을 만한 내용이 아니다. 만일 앞서 상정한 전제와 같이 2006. 9. 19.에 80,000달러를 추가로 조성할 당시 이미 20,000달러의 전부나 일부를 사용하였다면 2006. 9. 19.까지 조성된 외화시재 100,000달러에서 20,000달러를 꺼내어 이후 3차례로 나누어 피고인에게 제공하였다는 공소사실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공소외 1이 외화현금시재를 마련한 동기에 관하여 회사를 인수한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선주감독관, 영업부, 인사할 곳 등에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바 있는 점도 쉽게 지나칠 사항은 아니다.
(4) 결국 외화시재의 조성경위는 이 사건 공소사실의 인정에 직접 연관되는 핵심적인 내용으로서 이에 관하여 금품공여자 등의 진술이 서로 일치하지 않고 일관성이 없는 것을 공소사실의 증명과 무관한 사소한 불일치라고 가볍게 볼 수 없고, 오히려 공소사실에 기재된 금품제공의 시기, 방법, 경위와 직접 관련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와 양립할 수 없는 사실관계를 드러내는 사정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일관성의 결여와 진술 상호간의 불일치는 공소사실의 증명에 관한 공소외 1, 2의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으로 보아야 한다.
라. 나머지 검찰의 이 사건에 대한 수사 및 공소제기 과정, 공소외 1, 2의 다른 범죄에 관한 수사 등 경위에 관한 사정이 공소외 1, 2의 진술의 신빙성에 미치는 영향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와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공소외 5와 공소외 6, 7 등에 대한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창원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2009. 11. 14. 이 사건 뇌물제공 사실에 대하여 진술한 사실, 공소외 2는 이 사건을 비롯하여 전 통영해양경찰서장 등에 대한 뇌물공여사건에서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음에도 입건조차 되지 않은 사실, 공소외 2는 2009. 11. 13. 친분이 있는 공소외 8에게 전화를 하여, 그 전날 20:00경 공소외 9 주식회사 사장인 공소외 10이 백지종이를 내밀면서 피고인에게 돈을 주었다고 적어달라고 말하여 있지도 않은 사실을 가지고 뭘 허위로 쓰라는 거냐면서 화를 낸 적이 있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을 알 수 있고, 이 사건 외화의 출처나 금품제공 시기 등에 관한 공소외 1이나 공소외 2의 진술은 수사기관이 상정한 사실관계의 틀이나 이에 따른 이 사건 공소장변경에 맞추어 별다른 저항이나 유보 없이 순순히 바뀌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며, 이러한 사실관계에 나타난 공소외 1, 2의 처지와 위 사람들이 수사대상인 이 사건 외화 중 일부가 피고인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하면 나머지 금액의 사용처나 제공대상에 대한 수사를 면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외 1, 2로서는 그들에게 최선이라고 판단되는 한도 내에서 허위·과장·왜곡된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도 충분하고, 이러한 사정도 공소외 1, 2의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함에 있어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4.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원심이 든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금품제공의 일시, 방법, 금액 등 전부에 관한 합리적 의심이 모두 배제되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원심이 공소외 1, 2의 진술 중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믿고 이에 배치되는 피고인의 주장은 모두 배척함으로써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형사소송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법칙을 위반하여 합리적인 자유심증의 범위와 한계를 넘어서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는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