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금품수수 여부가 쟁점인 사건에서 금품수수자로 지목된 자가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품공여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참조판례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공2002하, 1720)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공2009상, 183)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공2011상, 1099)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제식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금원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금원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하고,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특히 그에게 어떤 범죄의 혐의가 있고 그 혐의에 대하여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이를 이용한 협박이나 회유 등의 의심이 있어 그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는 경우에도 그로 인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 등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금품제공자인 공소외 1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합리성이나 객관적 상당성에 있어서도 문제가 없고 공소외 1이 피고인에 대해 굳이 거짓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고 보이는 점 등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공소외 1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는 제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해양경찰서 형사계장을 소개시켜 주고 그에게 자신을 단속하지 말라는 부탁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500만 원을 교부받았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금원수수에 관하여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존재하지 않은데다가 피고인이 검찰 이래 원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까닭에 피고인에게 금품을 제공하였다고 하는 공소외 1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라 할 수 있으므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 진술의 신빙성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개 자신의 범법행위에 대한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할 생각으로 다른 사람에게 담당 경찰공무원을 소개해 줄 것을 부탁하면서 금품을 교부하는 자로서는, 해당 경찰공무원과 친밀한 관계에 있다고 자처하는 사람이나 그와 같은 관계에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 소개를 부탁하면서 금품을 교부할 것이고, 금품의 교부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시간과 장소에서 은밀한 방법으로 행할 것이다. 또한 해당 경찰공무원을 소개해 달라는 명목으로 적지 않은 금품을 교부한 경우에는 금품을 교부한 후 목적한 대로 실제로 소개를 받을 때까지 그 일의 진행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에 대하여 상대방에게 계속하여 문의를 하거나 설명을 듣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금품제공자로 수사받은 공소외 1에 대한 2010. 7. 2.자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는, 공소외 1은 ‘2009. 9. 14. 피고인을 통하여 공소외 2 형사계장에게 현금 500만 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하면서도 ‘2009. 9. 14.경 피고인의 근무지인 △△ 입출항통제소를 찾아가 제 차에 피고인을 태운 다음 5만 원권 지폐 100매가 든 편지봉투를 건네주면서 형사계장 좀 소개시켜 달라고 하였고 그냥 단순히 계장님 소개 좀 시켜주라는 이야기지 다른 특별한 의미는 없었으며, 돈을 전달해 달라 그런 말은 하지 않았고 피고인이 중간에서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그러면 둘이서 적당히 나눠 가질 것으로 생각을 했으며 피고인 몫을 별도로 준 것은 아니고, 피고인이 공소외 2에게 위 돈을 전해 주었다는 말을 하지도 않았으며 피고인에게 이를 묻지도 않았고 돈이 솔직히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그 부분은 잘 몰랐고 피고인이 저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공소외 1에 대한 2010. 7. 7.자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는, 공소외 1은 ‘2009. 9.경에 피고인을 통하여 공소외 2에게 돈을 주었으면 바로 공소외 2를 만나지 않고 한참이 지난 11월경에 만난 이유가 무엇인가요’라는 검사의 질문에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는 완전 비수기이고 공소외 2를 만나면 돈을 주어야 하는데 비수기에는 들어오는 돈이 없으니 부담스러워서 쉽게 연락을 못한 것도 있고 피고인을 통하여 상당한 액수의 돈을 주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호를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 공소외 1은 현금 500만 원을 피고인으로 하여금 형사계장에게 전달하도록 하기 위하여 주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피고인에게 형사계장을 소개해 주는 대가로 주었다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못하다.
또한 공소외 1에 대한 2010. 7. 7.자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는, 공소외 1은 ‘피고인에게 돈을 건네준 시간은 2009. 9. 14. 15:00~16:00경쯤 될 것이고 당시 피고인이 근무하던 입출항통제소에서 남쪽으로 약 20여 m 떨어진 부둣가 인근 공터에 제 차를 주차해 두고 피고인을 불러 위 차량 안에서 돈을 건네주었으며, 미리 전화를 하고 갔던 것은 아니고 피고인이 통제소 앞에 서 있었기 때문에 제가 손짓을 하여 피고인을 제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불렀던 것 같으며, 제가 전화를 하면 다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에 함부로 전화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미리 연락하지 않고 찾아갔던 것이다’고 진술하고, ‘돈을 전달했는지 여부를 떠나서 돈을 받고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면 언제 만나게 해 주겠다든지 아니면 그쪽에서 안 만나겠다고 했다든지 말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요’라는 검사의 질문에 ‘그런 이야기는 없었으며, 피고인과 공소외 2 형사계장이 친분이 있는지는 당시 몰랐고 피고인이 과거에 형사계 업무를 보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잘 알 것이라고 제가 짐작을 한 것이다’고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피고인에 대한 2010. 7. 21.자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는 공소외 1은 ‘피고인에게 돈을 준 날도 우연히 파출소 앞을 지나다 피고인을 발견하고 돈을 주었고 피고인에게 주려고 미리 돈을 준비하여 간 것은 아니다’고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 공소외 1은 진술 당시 피고인이 2009. 9. 14.경 △△ 입출항통제소에서 근무하고 있던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고(피고인은 2009. 7. 21.자로 ○○해양경찰서 소속 507호 함정으로 발령이 나서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던 상태였다), 사전에 연락도 하지 아니한 채 경찰관인 피고인을 찾아가 피고인이 근무한다는 입출항통제소에서 약 20여 m 떨어진 공터에 주차한 자신의 차량 안에서 돈을 주었다거나 우연히 피고인을 발견하고 미리 준비하지도 않은 500만 원이나 되는 돈을 주었다는 것은 이례적이며, 당시 피고인이 형사계장과 친분이 있는지는 몰랐지만 두 사람이 잘 알 것이라는 짐작만으로 돈을 주었다는 것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공소외 1이 형사계장을 소개시켜 달라고 하면서 500만 원이나 주었다고 하면서도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형사계장을 언제 만나게 해 주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나아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형사계장인 공소외 2를 만나면 돈을 주어야 하는데 비수기에는 들어오는 돈이 없으니 부담스러워서 쉽게 연락을 못하였다는 내용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은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위와 같이 피고인에게 형사계장을 소개시켜 달라고 하면서 500만 원을 교부한 후, 2009. 11.경 포항시 효자동에 있는 한식집에서 형사계장인 공소외 2를 만나 식사만을 하였고 그 뒤 공소외 2에게 2010. 3. 초순경 포항시 용흥동에 있는 포항의료원 주차장에서 현금 100만 원, 같은 해 4월경 같은 장소에서 현금 40만 원, 같은 해 5월 초순경 같은 장소에서 현금 70만 원을 건네주었다고 진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그와 같이 공소외 2에게 건네주었다는 금액에 비추어 형사계장의 소개를 부탁하면서 피고인에게 주었다는 500만 원은 지나치게 많은 금액으로 보인다.
그 밖에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이 입출금 내역을 기재한 수첩의 2009. 5. 16.자란에는 ‘형계 - 100’, ‘형 - 100’, ‘형 - 30’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공소외 1은 ‘ ▽▽호의 선장, 선원들과 공모하여, 2009. 6. 5.경 포항시 북구 청하면에 있는 월포항에서 성명불상자들을 위 선박에 승선시킨 후 약 40km 떨어진 해상에서 유영 중인 밍크고래를 작살을 이용하여 포획하도록 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0. 6. 5.경까지 39회에 걸쳐 밍크고래 39마리를 포획하였다’는 내용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 2009. 6. 23. 14:30 무렵 포항시 북구 청하면 지경리항에서 공소외 3(남, 33세)이 시운전차 고무보트를 타고 출항한 후 같은 달 25일까지도 입항하지 않고 있었는데 인근 해상에서 연료탱크 1개와 예비 연료통 2개만이 발견된 사실, 당시 ○○해양경찰서에서는 위 고무보트를 고래 운반 용의선박으로 추정하고 그것과 관련하여 광범위한 조사를 하였으나 고래 관련 행위를 발견하지 못하여 2009. 8.경 내사종결한 사실, 한편 공소외 1은 구속된 상태에서 2010. 7. 21. 검찰에서 피고인과 대질신문을 받은 후 출소하는 사람을 통하여 형사계장 공소외 2, 형사 공소외 4, 형사 공소외 5 및 선장 공소외 6에게 자신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 및 검찰 조사와 관련한 부탁 내용을 적은 편지를 보낸 사실, 그 중 공소외 1이 형사계장에게 보낸 편지에는 “09. 9. 14. 피고인한테 500을 주면서 계장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피고인 부인했음). 그 해 11월경 사무실 전화로 계장님을 졸라 효자 한식집에서 단둘이 약 1시간 동안 한식 먹고 골프 얘기하고 옛날 멸치 잡을 때 얘기하고 고래 얘기는 안했다. 그 후 계속 통화 없었고 올해 3월 중순 주차장 100, 4월 중순 70, 5월 중순 40을 차에 던져 주면서 직원들 야식비 보태세요 하고 달아나듯이 내가 가버렸다. 내 전화는 끝 번호가 0100이다. 1111번을 모르고 있음. 만약 물으면 적당히 둘러대세요. 이 번호에 계장님이 보트 관련 메시지를 보낸 것이 있을 것 같습니다. 공소외 4와의 연결은 절대 없습니다. 공소외 4와 전화하려면 다른 전화로 말을 맞추세요.”라는 내용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공소외 1은 이미 2009. 5. 16.경에 ○○해양경찰서 형사계장이나 형사들에게 100만 원, 100만 원, 30만 원의 금품을 건넨 것이 아닌지, 공소외 1이 끝 번호가 1111번인 휴대전화를 통하여 위 고무보트 미귀항 사건과 관련하여 형사계장인 공소외 2로부터 그 무렵 어떤 메시지를 받은 것은 아닌지, 결국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형사계장의 소개를 부탁하며 500만 원을 주었다는 2009. 9. 14.에는 이미 공소외 1이 형사계장과 알고 지냈던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하여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위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설시한 바와는 달리 공소외 1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이나 객관적 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유죄의 증거로 든 수사보고(장부사본 첨부보고)에도 “형사계장 7,000,000원”이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이므로 그 ‘형사계장’이 아닌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700만 원’이 아닌 500만 원을 받았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된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객관적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선뜻 믿기 어려운 공소외 1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하게 입증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그 판시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였다고 단정한 조치에는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