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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8다60971 판결
[손해배상(기)등][미간행]
판시사항

[1] 신문 등 언론매체의 표현이 사실의 적시인지 또는 단순한 의견의 표명인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언론·출판을 통해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위법성 조각사유 및 그 표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3] 언론·출판을 통해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이 그 표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의 판단 시점 및 증거자료의 범위

[4] 신문의 시론란에 외부필자가 투고한 기고문 중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이 있으므로 피해자의 정정보도청구를 받아들인 원심의 조치를 수긍하되, 위 신문을 발행하는 언론사로서는 위 표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이는데도 위 언론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상운)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조선일보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광률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피고 주식회사 조선일보사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 2의 상고 및 피고 주식회사 조선일보사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피고 2의 상고비용은 위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피고 주식회사 조선일보사(이하 ‘피고 조선일보’라고 한다)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사실적시 여부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신문 등 언론매체의 어떠한 표현행위가 명예훼손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경우 그 표현이 사실을 적시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의견의 표명인지를 구별하는 척도로서는, 그것이 객관적으로 입증 가능하고 명확하며 역사성이 있는 것으로서 외부적으로 인식 가능한 과정이나 상태를 포함하여 보도 대상이 된 타인의 동기, 목적, 심리상태 등이 외부로 표출된 것은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추상적 판단 기준 자체도 언제나 명확한 것은 아니므로, 당해 기사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일반의 독자가 보통의 주의로 기사를 접하는 방법을 전제로 기사에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기사의 전체적인 흐름, 문구의 연결 방법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다가 당해 기사가 게재된 보다 넓은 문맥이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등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31356 판결 , 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도2188 판결 ,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2다49040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피고 조선일보는 자신이 발행하는 조선일보의 시론란에 피고 2가 투고한 이 사건 기고문을 실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기고문 중 “연구조사의 결과물을 출판하려는데 그 작업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교수가 자기 이름으로 내겠다고 해서 결국 그렇게 된 일도 있다. 밖으로는 금융실명제를 외치면서 안으로는 원고실명제도 실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교수는 현재 모 대학 총장으로 경실련의 대표적 위치에 있다.”라는 부분(이하 ‘이 사건 쟁점표현’이라고 한다)은 이 사건 책자의 출간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원고가 자기의 이름으로 책을 내겠다고 주장하여 결국 그대로 되었다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고, 그와 같은 원고의 태도를 ‘도덕적 타락’이라고 논평함으로써,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따라서 원고의 정정보도청구를 받아들인 원심의 조치도 수긍할 수 있다. 이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명예훼손에 있어서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그러나 원심이 이 사건 기고문은 시민단체의 도덕성 회복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글로서 공익적 성격이 있고, 시민단체의 대표이자 대학의 총장인 원고가 이 사건 책자의 출간에 기여한 사실이 없으면서 그 저자로 표기되었는지 여부는 공적인 존재인 원고의 도덕성에 관한 내용으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라고 보면서도 피고 조선일보가 이 사건 쟁점표현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언론·출판을 통해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그 행위에 위법성이 없고, 또한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그 표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과 신빙성, 사실 확인의 용이성,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행위자가 적시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하였는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가 하는 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고 (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다35199 판결 ,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다58823 판결 등 참조), 이는 표현 당시의 시점에서 판단되어야 할 것이지만 표현 당시의 시점에서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그 전후에 밝혀진 사실들을 참고하여 표현 시점에서의 진실성 및 상당성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것이므로, 표현 행위 후에 수집된 증거자료도 그 판단의 증거로 삼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6. 8. 20. 선고 94다29928 판결 ,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다58823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기고문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볼 때 원고 및 피고 2가 속해 있던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연합회(이하 ‘경실련’이라고 한다)가 오히려 개혁과 비판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 원인이 리더들의 도덕적 타락, 정치적 시민운동화 등에 있다고 보고 그 타개책을 제시하는 것으로서,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시민단체 리더의 도덕성 내지 청렴성에 대한 비판과 감시에 그 주된 취지를 두고 있다. 그런데 원고가 경실련에서 이 사건 책자의 출간을 기획하고, 섭외하여 예산을 획득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책자의 주요 부분의 원고(원고)는 원고 등 3인의 공동 편자가 아니라 피고 2 등이 중국, 일본 등의 현지를 답사하여 집필한 것임에도 이 사건 책자에는 그들을 단지 ‘현지조사자’라고만 표기하고 원고 등 3인을 공동 편자로 하여 출간되었다. 그 때문에 당시 경실련 내부에서조차 이 사건 책자를 경실련 명의로 출간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는 등 논란이 있었다. 피고 2는 이 사건 책자의 출간에 시종 관여하고 일본 부분을 직접 조사하여 집필하였으며, 이 사건 기고문을 투고할 당시 대학교수의 지위에 있었다. 한편, 이 사건 책자는 1995년경 출간이 기획되어 1996. 5.경 발행되었는데, 원고는 1995. 4. 22. 민주당에 입당하여 전남지사 경선에 출마하였다가 1995. 8. 18. 캐나다로 출국한 후 1996. 2. 9. 입국하였다가 1996. 3. 23. 다시 출국하였다.

이와 같은 이 사건 책자의 출간 과정에서 그 출간 명의를 둘러싼 논란, 피고 2가 수행한 역할과 관여 정도, 이 사건 기고문 투고 당시 대학교수였던 위 피고의 지위, 이 사건 책자의 출간 작업이 진행될 무렵 원고의 출입국 내역 등의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조선일보로서는 이 사건 쟁점표현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 조선일보에 대하여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조치는 명예훼손에 있어서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피고 조선일보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며, 피고 조선일보의 나머지 상고와 법정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피고 2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 2의 상고비용은 위 피고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이홍훈(주심) 김능환 이인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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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8.7.16.선고 2007나66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