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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08도7451 판결
[무고·횡령][미간행]
판시사항

[1] 신탁자와 체결한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수탁자가 계약당사자로서 선의의 소유자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수탁자가 형법 제355조 제1항 에서 정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계약당사자의 확정 방법 및 타인을 통하여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매수인 명의를 타인으로 한 경우 매매당사자의 확정 방법

[3]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의 권유로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수탁자를 매수인으로 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안에서, 위 명의신탁은 수탁자가 계약당사자가 된 이른바 ‘계약명의신탁관계’로 보아야 함에도, 신탁자를 매수인으로서 실질적 소유자로 보아 수탁자가 위 부동산을 처분하면서 받은 매매대금을 소비한 행위가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4]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그 신고사실을 허위로 단정하여 무고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신고내용에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그것이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한 데 불과한 경우 무고죄의 성립 여부(소극)

[5] 피고소인들에게서 상해를 입었다며 고소를 제기한 고소인에 대하여 피고소인들의 유형력 행사가 있었던 사실과 고소인이 병원에서 쇄골골절상을 진단받아 입원치료를 받은 사실이 인정되는데, 수사기관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위 병원이 ‘좌측 쇄골 부위의 골절상(기왕증) 소견이 있어 입원치료를 하게 되었다’는 취지의 회신을 한 사안에서, 위 ‘쇄골골절(기왕증)’의 의미가 오직 기왕증으로만 입원치료를 받았다는 것인지 기왕증이 있던 부위가 다시 골절되거나 악화되어 입원치료를 받았다는 것인지 등을 심리하여야 함에도, 그러한 조치 없이 위 고소사실을 허위로 단정하여 무고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에 심리미진 및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오영권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 2점에 대하여

가.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횡령의 대상이 된 재물이 타인의 소유이어야 한다. 그런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제4조 의 규정에 의하면, 신탁자와 수탁자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이에 따라 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 사이에서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기하여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수탁자 명의로 경료한 경우에는 그 소유권이전등기에 의한 당해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유효하지만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므로, 수탁자는 전 소유자인 매도인뿐만 아니라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유효하게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수탁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5도9733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토지는 공소외 1이 매수하여 피고인에게 명의를 신탁한 부동산이라고 판단하는 한편,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할 당시 피고인을 매수인으로 하여 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토지는 피고인이 매수한 것이거나 적어도 계약명의신탁관계로 신탁된 부동산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여서, 피고인이 2006. 3. 15.경 이 사건 토지의 매수인 공소외 2로부터 그 매매잔대금 명목으로 합계 990만 원을 피고인의 농협계좌로 송금받아 공소외 1을 위하여 보관하던 중 그 무렵 임의로 소비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토지가 공소외 1과 피고인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피고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부동산이라고 본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원심이 위 명의신탁이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한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볼 것인지에 관하여는, 우선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한 의사대로 행위자 또는 명의인을 계약당사자로 확정하여야 하고,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계약의 성질·내용·목적·체결경위 등 그 계약 체결 전후의 여러 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할 것인지에 따라 결정할 것이나 (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22089 판결 ,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다44059 판결 등 참조), 타인을 통하여 부동산을 매수함에 있어 매수인 명의를 그 타인 명의로 하기로 하였다면 이와 같은 매수인 명의의 신탁관계는 그들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외적으로는 그 타인을 매매당사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32120 판결 ,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다48154, 48161 판결 등 참조).

제1심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를 마친 증거들에 의하면, 명의신탁자인 공소외 1은 피고인의 권유로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부동산 6필지를 매수하기로 하였으나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지 못하여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없었던 관계로 피고인에게 매수인 명의를 ‘ 공소외 3 외 2인’으로 하도록 하여 그와 같은 내용으로 매매계약서가 작성되었으나 공소외 3이 이를 거절함에 따라 피고인을 매수인으로 한 매매계약서가 다시 작성되어 위 6필지 부동산 전부에 관하여 피고인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사실, 피고인은 위 매매계약 체결에 있어 매수인으로 관여하였으나 위 공소외 1은 계약 체결 당시 참석한 바도 없고 매수자금도 피고인에게 건네주어 피고인이 이를 매도인 측에 지급한 사실, 당시 매도인 측을 대리한 공부원은 피고인은 잘 알고 있으나 명의신탁자인 공소외 1 등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사실을 알 수 있는 반면 피고인이 매도인 측과 매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그 매매계약의 법률효과를 신탁자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확인할 수 없는바, 앞서 본 법리와 위와 같은 계약 체결 전·후의 사정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매도인 측의 계약상대방으로서 매수인의 지위에 있는 자는 그 계약서에 표시된 대로 피고인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명의신탁은 신탁자인 공소외 1과 수탁자인 피고인이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이에 따라 수탁자인 피고인이 계약당사자가 된 이른바 계약명의신탁관계로 보아야 할 것이다.

라. 그럼에도 원심이, 명의신탁자 공소외 1이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수인으로서 실질적 소유자임을 전제로, 피고인이 그 매매잔대금을 소비한 행위가 위 공소외 1 소유 부동산 처분대금을 횡령한 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데에는, 횡령죄 판단의 전제가 된 재물의 타인성과 매매당사자 확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2. 제3점에 대하여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를 처분한 매매대금에 대하여 어떠한 권한도 없고 명의신탁자 공소외 1로부터 위임을 받은 공소외 4 및 그 직원 공소외 5로부터 폭행 및 감금을 당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 공소외 4, 5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위 공소외 4가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매매대금 5,200만 원 상당을 매수인 공소외 2로부터 받아 보관하던 중 횡령하고, 위 공소외 4 및 공소외 5가 공동하여 매매대금을 돌려달라는 자신을 폭행, 감금하여 약 4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쇄골골절상 등을 가하였다는 취지의 허위내용을 담은 고소장을 제출하여 위 공소외 4, 5를 각 무고하였다는 것인데, 원심은 당시 공소외 4 등이 피고인을 붙잡고 못 나가게 하는 과정에서 유형력을 행사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실제로 쇄골골절의 상해를 입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 증명이 있어야 하고,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라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으며 ( 대법원 1984. 1. 24. 선고 83도1401 판결 참조), 신고내용에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하다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 대법원 1986. 7. 22. 선고 86도582 판결 , 대법원 1996. 5. 31. 선고 96도771 판결 등 참조).

제1심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를 마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고소인들에게 붙잡혀 유형력을 행사당한 후 약 5일이 경과할 무렵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는데 당시 쇄골골절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그 부위에 가까운 어깨 관절의 염좌상 등이 확인되어 2일간 통원치료를 받다가 다시 다른 병원에서 좌측 쇄골골절상으로 진단받고 입원치료를 받은 사실, 위 입원치료를 받은 병원의 진료기록에는 피고인의 좌측 어깨 손상 부위가 표시되어 있고 팔을 들지 못한다는 취지의 기재도 되어 있는 사실(수사기록 289면), 당초 피고인이 제출한 고소장에는 쇄골골절에 관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나 이후 고소인 조사를 받으면서 진단서를 제출하는 등으로 쇄골골절상 부분이 고소내용에 포함된 사실, 피고인은 약 10년 전 교통사고로 쇄골 부위를 다친 병력이 있고, 피고인이 입원치료를 받은 병원은 수사기관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좌측 쇄골 부위의 골절상(기왕증) 소견 있어 입원치료를 하게 되었다’는 취지의 회신을 보낸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처럼 피고소인들의 피고인에 대한 유형력 행사와 피고인의 통원 및 입원치료 사실이 인정될 뿐 아니라 최초 진료 당시부터 피고인이 쇄골골절 부위와 가까운 어깨 관절 부위 염좌상 등의 상해를 입은 사실이 확인된 이상, 원심으로서는 위 사실조회회신에서 ‘쇄골골절(기왕증)’이라고 기재된 부분의 의미가 피고인이 오직 기왕증으로만 입원치료를 받았다는 취지인지 아니면 쇄골골절의 기왕증이 있던 부위가 다시 골절이 되거나 악화되어 입원치료를 받았다는 취지인지, 나아가 진단서에 기재된 쇄골골절상이 피고소인들의 유형력 행사와는 전혀 무관한 것인지 여부를 심리하여 그것이 허위사실인지 단순한 정황의 과장에 불과한 것인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원심이 이러한 조치 없이 피고인의 고소가 허위사실의 신고로서 무고죄를 구성한다고 단정한 데에는, 무고죄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승태(재판장) 김지형 전수안(주심) 양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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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전지방법원 2008.7.25.선고 2008노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