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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6다58738 판결
[손해배상][공2010하,1407]
판시사항

[1] 대법원이 형사소송법 등 법령에 명시되지 아니한 피의자의 권리를 헌법적 해석 또는 형사소송법 규정 등의 유추 적용을 통해 인정함으로써, 사후적으로 그러한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 검사의 조치가 위법하게 된 경우, 검사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 정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

[2] 대법원이 구금된 피의자에게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여 구속 피의자 갑에 대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불허한 수사검사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결정을 함에 따라 갑이 수사검사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안에서, 수사검사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 정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사소송법 및 관계 법령이 형사소송절차에서 피의자가 갖는 권리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여 그 해석에 관하여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고, 이에 대하여 대법원판례 등 선례가 없고 학설도 귀일된 바 없어 의의(의의)가 있을 수 있는 경우에는, 검사로서는 그 나름대로 신중을 다하여 그 당시의 실무관행을 파악하고 각 견해의 근거의 합리성을 검토하여 어느 한 견해를 따라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그러한 조치 후에 대법원이 형사소송법 등 법령에 명시되지 아니한 피의자의 권리를 헌법적 해석을 통하여 인정하거나 피의자의 다른 권리에 관한 형사소송법의 규정 등을 유추 적용하여 인정함으로써, 사후적으로 피의자에게 그러한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 검사의 조치가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고 이에 따른 처리가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되어 법령의 부당집행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조치 당시 그 검사가 내린 판단 이상의 것을 성실하고 합리적인 평균적 검사에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정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경우에까지 당해 검사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서 규정하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대법원이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의 규정 등과 적법절차주의를 선언한 헌법정신 및 구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9조 , 제89조 등의 유추 적용에 의해, 구금된 피의자에게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여 구속 피의자 갑에 대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불허한 수사검사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결정을 함에 따라 갑이 수사검사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안에서, 위 불허처분 당시 형사소송법의 규정, 판례 및 학설, 검찰 실무관행, 대검찰청이 제정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 지침’의 법적 성질 및 내용과 그 실무적 운용 상황 등을 종합하면, 그 처분 당시 성실하고 합리적인 평균적인 검사를 기준으로 할 때 구속 피의자 갑에게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권리가 있었고, 그 참여를 불허하는 처분이 그러한 권리를 위법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수사검사가 대법원결정 전에 위 불허처분을 내린 조치에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서 규정하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1외 4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평 담당변호사 송호창)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불허처분이 위법한지 여부 등에 대하여

가. 구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구금된 피의자의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아니하지만, 신체를 구속당한 사람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을 뿐 아니라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규정에 비추어, 구금된 피의자는 구 형사소송법 제209조 , 제89조 등의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피의자신문을 받음에 있어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고 그러한 경우 수사기관은 이를 거절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인신구속과 처벌에 관하여 ‘적법절차주의’를 선언한 헌법의 정신에도 부합한다. 다만 구금된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구 형사소송법의 제209조 , 제89조 등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라 하더라도 헌법상 보장된 다른 기본권과 사이에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시 무제한적으로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 또한 헌법이 선언한 적법절차의 정신에 맞지 아니하므로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하는 등의 염려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 대법원 2003. 11. 11.자 2003모402 결정 참조).

나. 원심은, 원고 1은 독일에 거주하다가 2003. 9. 18.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2003. 9. 22.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그 다음날부터 국가정보원과 서울지방검찰청(현재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국가보안법위반 피의사실로 조사를 받던 중 2003. 10. 22. 구속된 사실, 그 당시 소외인은 공안 제1부 부부장검사이자 원고 1의 피의사건에 관한 주임검사로서 원고 1에 대한 수사를 담당한 사실, 원고 1은 그에 대한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이후 구속될 때까지 9차례에 걸쳐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고 위 기간 중에는 변호인의 참여가 보장된 상황에서 피의자신문이 진행된 사실, 그러나 원고 1이 구속된 후인 2003. 10. 24. 그의 변호인인 원고 2, 3이 피의자신문 참여를 신청하자, 주임검사 소외인은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불허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제1차 불허처분’이라고 한다)을 한 사실, 당시 대검찰청이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던「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 지침」(이하 ‘대검찰청 지침’이라고 한다)은, 제2조 제1항에서 “검사는 피의자를 신문함에 있어 변호인이 참여를 요청할 경우 허용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사유가 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면서, 그러한 사유 중의 하나로 제2호에서 “증거의 인멸, 은닉, 조작 또는 조작된 증거의 사용, 공범 도주 등 관련 사건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5호에서 “기타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던 사실, 원고 1은 2003. 10. 25. 서울지방법원(현재의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 사건 제1차 불허처분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음을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준항고를 제기하였고, 같은 법원은 2003. 10. 31. 이 사건 제1차 불허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이하 ‘준항고법원의 결정’이라고 한다)을 한 사실, 이에 주임검사 소외인은 준항고법원의 결정에 대하여 대법원에 재항고하고, 원고 1의 변호인인 원고 원고 4, 5가 2003. 11. 3.과 같은 달 4.에 한 피의자신문 참여 신청을 모두 불허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제2, 3차 처분’이라고 한다)을 한 사실, 대법원은 2003. 11. 11. 위 제1의 가항과 같은 법리를 판시하면서 검사가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를 불허할 필요가 인정되는 객관적으로 명백한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제1차 불허처분은 위법하다는 이유로 위 재항고를 기각하는 결정을 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이 사건에서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 1에 대한 위 각 피의자신문 과정에 변호인이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하는 등의 염려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주임검사 소외인이 이 사건 각 불허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의자의 변호인 신문 참여 요구권 및 그 참여 제한사유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이 사건 각 불허처분에 관하여 검사의 과실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가. 형사소송법 및 관계 법령이 형사소송절차에서 피의자가 갖는 권리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여 그 해석에 관하여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고, 이에 대하여 대법원판례 등 선례가 없고 학설도 귀일된 바 없어 의의(의의)가 있을 수 있는 경우에는, 검사로서는 그 나름대로 신중을 다하여 그 당시의 실무관행을 파악하고 각 견해의 근거의 합리성을 검토하여 어느 한 견해를 따라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그러한 조치 후에 대법원이 형사소송법 등 법령에 명시되지 아니한 피의자의 권리를 헌법적 해석을 통하여 인정하거나 피의자의 다른 권리에 관한 형사소송법의 규정 등을 유추적용하여 인정함으로써, 사후적으로 피의자에게 그러한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 검사의 조치가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고 이에 따른 처리가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되어 법령의 부당집행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검사의 조치 당시 그 검사가 내린 판단 이상의 것을 성실하고 합리적인 평균적 검사에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정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경우에까지 당해 검사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서 규정하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1999. 9. 17. 선고 96다53413 판결 , 대법원 2001. 3. 13. 선고 2000다20731 판결 등 참조).

나. (1)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불허처분은 대법원 2003. 11. 11.자 2003모402 결정 (이하 ‘대법원결정’이라고 한다)이 판시한 법리에 의할 경우 모두 위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지만, 이 사건 각 불허처분 당시 주임검사 소외인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서 규정하는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위해서는, 그 당시 성실하고 합리적인 평균적인 검사를 기준으로 할 때 원고 1이 그에 대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권리를 갖고 있었고, 또한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원고 1에 대하여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각 불허처분과 같은 조치를 취할 경우 그 권리를 위법하게 침해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2) 그런데 이 사건 제1차 불허처분을 위법한 것으로 판시한 대법원결정 전에는 헌법 또는 형사소송법의 해석상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권리가 피의자에게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시한 대법원판례나 헌법재판소 결정례가 없었고, 하급심법원의 선례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3) 또한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구 형사소송법에는 변호인의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의 접견교통권( 제34조 ), 변호인의 소송계속 중의 관계서류 등의 열람·등사권( 제35조 ),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시 변호인의 참여권( 제121조 ), 검증시 변호인의 참여권( 제145조 ), 감정시 변호인의 참여권( 제176조 ), 증인신문시 변호인의 참여권( 제163조 , 제163조의2 ), 변호인의 피고인신문권( 제287조 ), 변호인의 증거제출 또는 증인 등의 신문신청권( 제294조 ), 변호인의 최종의견진술권( 제303조 ) 등 수사와 공소제기 후의 여러 절차에서 변호인의 참여 등에 관하여 규정하면서도, 피의자신문에 관하여는 변호인의 참여를 인정하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었고, 구 형사소송법 제35조 는 수사 중의 관계서류는 변호인이라 하더라도 열람·등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형사소송법의 각 규정 내용과 체계에 비추어 보면, 구 형사소송법은 수사의 기밀성 유지와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사법의 효율성 등을 위하여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를 인정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견해도 나름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4) 실제로 이 사건 각 불허처분 당시 학설의 다수는 구 형사소송법의 해석상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이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설명하면서 여기에 피의자의 변호인 신문참여 요구권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고, 다만 입법론으로서만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또한 구 형사소송법하에서 오랜 수사실무의 관행도 위와 같은 다수의 학설이 취한 입장과 다르지 아니하였다.

(5) 한편, 이 사건 각 불허처분 당시 시행되던 대검찰청 지침 제2조 본문은 검찰단계에서의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제1조(목적)는 “본 지침은 고문수사재발방지대책(법무부 검이 6110-2022, 2002. 11. 15.)에 따라「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와 관련된 제반 절차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대검찰청 지침은 원고들이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기록 제670면 내지 제672면) 2002년경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조사받던 한 피의자가 고문과 폭행으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것으로서 변호인의 신문 참여가 헌법상 보장된 권리임을 인식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 제정된 것이 아니라 고문수사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며, 법규적 효력이 없고 단지 검찰청 내부의 사무처리지침으로서 행정규칙에 불과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1991. 7. 8. 선고 91헌마42 결정 ,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6두3049 판결 등 참조).

그 결과 이 사건 각 불허처분 당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는 피의자의 권리로서가 아니라 대검찰청이 자체적으로 제정한 대검찰청 지침을 시행한 결과 얻어지는 반사적 이익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취급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즉,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가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서 도출되는 권리라거나 접견교통권에서 유추되는 권리라고는 인식되지 아니하였던 관계로 대검찰청 지침은 제2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기타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과 같이 추상적·포괄적 예외사유를 두어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여부는 검사의 재량적인 판단에 맡겨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법원결정이 피의자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하는 등의 염려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변호인의 신문 참여를 제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과는 확연히 다른 기준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주임검사 소외인이 원고 1에게 불구속된 상태에서는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를 허용하다가 구속된 후에는 이를 불허한 조치는 일관성이 결여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는 당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를 단지 고문수사방지대책의 일환으로 행해진 시혜적인 조치로 파악하고 변호인의 신문 참여를 검사의 재량으로 폭넓게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대검찰청 지침과 실무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주임검사 소외인이 원고 1에 대한 국가보안법위반 혐의 등 외에도 이른바 기획입국행위자 및 동조활동자에 대하여 각 고발이 제기되어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할 경우 다른 피의자의 도주나 증거인멸이 염려된다고 판단하고, 또한 원고 1에 대한 수사가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밀사항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대외적인 공표 우려 때문에 변호인의 참여를 무제한 허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대검찰청 지침 제2조 제5호에 따라 이 사건 각 불허처분을 내린 것은, 대법원결정을 기준으로 할 때에는 그 구체성과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자료가 부족하여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당시 대검찰청 지침과 실무관행을 기준으로 할 때에는 현저히 불합리한 조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6) 위와 같은 이 사건 각 불허처분 당시 형사소송법의 규정, 판례 및 학설, 검찰 실무관행, 대검찰청 지침의 법적 성질 및 내용과 그 실무적 운용상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각 불허처분 당시 성실하고 합리적인 평균적인 검사를 기준으로 할 때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의 규정 등과 적법절차주의를 선언한 헌법정신을 통하여 구 형사소송법의 접견교통권 규정이 유추적용됨으로써 원고 1이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권리를 갖고 있었고, 그 참여를 불허하는 처분이 그러한 권리를 위법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주임검사 소외인이 대법원결정 전에 이 사건 각 불허처분을 내린 조치에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서 규정하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이는 주임검사 소외인이 이 사건 제1차 불허처분을 취소한 준항고법원의 결정에 대하여 재항고를 하고, 그 후 이루어진 변호인들의 각 피의자신문 참여 신청에 대하여도 이 사건 제2, 3차 불허처분을 한 사정이 있다고 하여 달라지지 아니한다. 구 형사소송법 제419조 에 의하여 준항고의 청구가 있는 경우에 준용되는 같은 법 제415조 , 제410조 에 의하면 위 재항고에 의하여 준항고법원의 결정조차 집행이 정지되어 그 결정을 따라야 할 법적 의무가 없는데도, 주임검사 소외인이 준항고법원의 결정 취지에 따라 그 결정에서 명한 바도 없는 이 사건 제2, 3차 불허처분을 내리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법령의 해석 여하에 따라 피구금자에 대한 위법한 인신구금 상태가 계속되어 그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경우 하급심법원이 검사와 다른 법령 해석을 하여 검사의 인신구금에 관한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한 때에는, 검사로서는 그 법익 침해의 급박성과 중대성 등을 고려하여 그 법령 해석에 관한 대법원결정이 있기 전이라도 하급심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여 그에 따른 조치를 일단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경우도 있지만( 대법원 1994. 1. 14. 선고 93다28515 판결 참조), 당시 원고 1에 대하여는 이 사건 제2, 3차 불허처분으로 인하여 그와 같은 급박하고 중대한 법익 침해의 우려가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이 사건 제2, 3차 불허처분의 위법성이 사후 인정되면 그 무렵 작성된 원고 1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어 위 원고의 방어권 보장에 별다른 위해가 없던 상황이었고, 실제 이 사건 각 불허처분 기간 동안에 작성된 원고 1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는 위 원고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그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한 사실을 원고들도 인정하고 있다(기록 제667면, 제668면).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당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에 관하여 구 형사소송법에 명문의 근거 규정이 없었고, 다수의 학설과 실무가 부정적인 해석론을 취하고 있었으며 이에 관하여 선례도 없던 상황에서, 종래의 수사구조에 큰 변혁을 초래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린 준항고법원의 결정에 대하여는 불복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주임검사 소외인이 준항고법원의 결정 취지를 따르지 않고 이 사건 제2, 3차 불허처분을 하였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서 규정하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주임검사 소외인이 법률전문가로서 헌법과 관련 형사소송법 규정이나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에 관한 기존의 판례의 내용을 숙지하고 있었고, 이 사건 제2, 3차 불허처분 전에는 이 사건 제1차 불허처분을 취소하는 준항고법원의 결정도 있었으며, 원고 1에게 불구속 상태에서는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를 허용하였다가 구속 후에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주임검사 소외인이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원고 1에 대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인데도 법규의 해석을 그르쳐 이 사건 각 불허처분을 내린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이 규정하는 과실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시환 안대희(주심) 차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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