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원고 1외 4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이돈명외 4인)
피고
대한민국외 3인 (담당변호사 김종남외 1인)
변론종결
2005. 5. 26.
주문
1.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1에게 500만원, 원고 2, 3, 4, 5에게 각 100만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03. 11. 4.부터 2005. 8. 4.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 및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발생한 비용의 30%는 원고들이, 70%는 피고 대한민국이 각 부담하고, 원고들과 나머지 피고들 사이에 발생한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각자 원고 1에게 2,000만원, 원고 2, 3, 4, 5에게 각 1,000만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03. 11. 4.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유
1. 인정사실
나. 원고 2, 3, 4, 5(이하, 위 원고 4명을 통틀어 원고 2 등이라고 한다)는 원고 1의 변호인들이다.
다. 원고 1의 구속 당시 피고 2는 서울지방검찰청(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1차장검사로서 총무부, 공안제1부, 공안제2부 등의 사무에 관하여 검사장을 보좌하고 검사장의 사고가 있을 때에는 그 직무를 대리하는 지위에 있었고, 피고 3은 공안 제1부 부장검사로서 대공, 정치, 선거관계 사건의 수사처리 및 공판 수행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였으며, 피고 4는 공안 제1부 부부장검사이자 원고 1의 사건에 관한 주임검사로서 원고 1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였다(이하, 위 세 피고를 지칭하여 피고 2 등이라 한다).
라. 원고 1은 그에 대한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이후 구속될 때까지 9차례에 걸쳐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고 위 기간 중에는 변호인의 참여가 보장된 상황에서 피의자신문이 진행되었으나, 구속 이후인 2003. 10. 24. 이루어진 검찰의 피의자신문과정에서는 원고 2, 3이 변호인으로서 피의자신문 참여를 신청하였으나 검찰에서는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를 불허하였다.
마. 이에 원고 1은 2003. 10. 25. 서울지방법원(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검찰의 위 피의자신문참여 불허처분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음을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준항고를 제기하였고, 법원은 2003. 10. 31. 검찰의 2003. 10. 24.자 변호인들의 원고 1에 대한 피의자신문참여를 불허한 결정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준항고인용결정을 하였다.
바. 이에, 피고 4는 위 결정에 대하여 대법원에 재항고하는 한편, 변호인의 원고 1에 대한 피의자신문참여는 대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계속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원고 4, 5가 2003. 11. 3. 및 11. 4. 다시 피의자신문참여신청을 하였으나 이를 모두 불허하였다.
사. 대법원은 2003. 11. 11. 위 재항고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면서 그 이유에서, ‘형사소송법이 아직은 구금된 피의자의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아니하지만, 접견교통권이 헌법과 법률에 이하여 보장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이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규정에 비추어, 구금된 피의자는 형사소송법의 각 규정( 제34조 , 제89조 , 제209조 등)을 유추적용하여 피의자신문을 받음에 있어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고 그러한 경우 수사기관은 이를 거절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이렇게 해석하는 것은 인신구속과 처벌에 관하여 적법절차주의를 선언한 헌법의 전신에도 부합한다’고 판시한 후,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하는 등의 염려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으나, 위 사건에서는 검찰측에서 변호인의 참여를 불허할 필요가 인정되는 명백한 사정이 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고 있지 않으므로 검찰의 위 피의자신문참여 불허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증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내지 4, 갑 제2, 3호증, 갑 제4호증의 1 내지 4, 갑 제5, 6호증, 을나 제4호증의 1, 2, 3, 을나 제5, 6호증의 각 1 내지 4, 을나 제7호증의 1, 2, 3, 을나 제8호증의 1 내지 6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가. 헌법의 관련 규정
(1) 제12조 제1항 :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2) 헌법 제12조 제4항 :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3) 헌법 제12조 제5항 제1문 :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4) 헌법 제27조 제4항 :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나. 형사소송법의 관련 규정
(1) 제34조 (피고인, 피의자와의 접견, 교통, 수진) :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할 수 있으며 의사로 하여금 진료하게 할 수 있다.
(2) 제89조 (구속된 피고인과의 접견, 수진) : 구속된 피고인은 법률의 범위 내에서 타인과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하며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다. 대검찰청 변호인의피의자신문참여운영지침(2002. 12. 27.부터 시행)의 관련 규정
(1) 제2조 제1항 : 검사는 피의자를 신문함에 있어 변호인이 참여를 요청할 경우 허용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사유가 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한 후 48시간 이내인 경우
2. 증거의 인멸, 은닉, 조작 또는 조작된 증거의 사용, 공범 도주 등 관련사건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3. 피해자, 참고인 또는 그 친족의 생명, 신체 및 재산에 대한 위험발생의 우려가 있는 경우
4. 피의자가 명시적으로 변호인의 참여를 원하지 않는 경우
5. 기타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2) 제5조 제1항 : 검사는 변호인의 신문 참여로 인하여 다음 각호의 사유가 발생하거나 그 염려가 있는 때에는 변호인에게 퇴거를 요구하고 변호인 없이 신문할 수 있다.
1. 검사의 신문에 개입, 제지하거나 중단시키는 경우
2. 피의자를 대신하여 답변하거나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경우
3. 피의자가 답변에 이용하도록 메모지 등을 전달하는 경우
4. 피의자의 진술 번복을 유도하는 경우
5. 모욕적인 언동 등으로 신문방해를 야기하는 경우
6. 피의자 신문내용을 촬영, 녹음, 기록하는 경우
7. 기타 위 제1호 내지 제6호의 경우에 준하여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3.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원고 1은 변호인의 참여 하에 피의자신문을 받을 권리가 있고, 원고 2 등은 원고 1의 변호인으로서 피의자신문에 참여할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인 피고 2 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원고들의 피의자신문 참여신청을 불허한 것은 고의 또는 과실로 원고들의 위 각 권리를 침해한 위법한 행위라 할 것이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이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의 인정 여부
이에 대하여 피고 대한민국은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에 관하여, 헌법 제12조 제4항 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피의자신문시 피의자가 변호인의 참여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당연히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고, 피의자신문참여권의 문제는 수사의 객체로서의 피의자의 지위와 관련하여 수사의 밀행성과의 관계에서 그 인정 여부와 범위를 결정하여야 할 입법정책의 문제인데, 현행 형사소송법은 변호인조력권의 구체화로서 수사 과정 및 강제력이 행사되는 부분과 관련하여 압수수색영장 집행시와 검증, 감정시 변호인의 참여권을 각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우리 형사소송법은 이러한 경우 외에는 수사의 밀행성을 강조하여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한다는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위 권리는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피의자 본인이 아닌 변호인의 경우에는 변호인 조력권의 본질적 내용인 접견교통권조차 형사소송법에 의하여 비로소 보장되는 권리임에 비추어 헌법으로부터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이 바로 인정될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제한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다투므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먼저 본다.
(1) 피의자의 변호인참여요구권
헌법 제27조 제4항 의 무죄추정의 원칙은 불리한 처지에 있는 피의자 및 피고인의 지위를 보호하여 형사절차에서 그들의 불이익을 필요최소한에 그치게 하자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궁극의 목표로 하고 있는 헌법이념에서 나온 것이다. 구속은 피의자나 피고인에 대하여 특히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인정되는 제도이나, 단순히 수사나 재판의 편의만을 위하여 이 제도가 남용되기 쉬우며 특히, 구속된 피의자에 대하여는 고문이나 폭행이 자행되기 쉽고 구속된 상태에서는 헌법 제12조 제2항 이 규정하고 있는 진술거부권도 효과적으로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무죄추정을 받고 있는 피의자·피고인에 대하여 신체구속의 상황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폐해를 제거하고 구속이 부당하게 남용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하여 헌법 제12조 제4항 은 이처럼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며, 이 때 "변호인의 조력"이란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 , 1995. 7. 21. 선고 92헌마144 결정 및 위 대법원 2003모402 결정 참조).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교통을 통하여 실현될 수 있는 것이므로 형사소송법은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해 주기 위하여 제89조 및 제209조 에서 구속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타인과의 접견교통권을 규정하는 한편, 이를 더 확실히 보장하기 위하여 제34조 에서는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의 접견교통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그 인권보장과 방어준비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므로 법령에 의한 제한이 없는 한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은 물론, 수사기관의 처분이나 법원의 결정으로도 이를 제한할 수 없는 것이고( 대법원 1991. 3. 28. 자 91모24 결정 및 위 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 등 참조), 현행법상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과 변호인 사이의 접견교통의 제한에 관한 규정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은 수사기관으로부터 피의자신문을 받는 도중에라도 언제든지 변호인과의 접견교통이 보장되고 허용되어야 할 것이고, 이를 제한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 할 것이다.
비록 형사소송법이 구금된 피의자의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다는 명문규정을 두고 있지는 아니하지만, 위와 같은 내용의 접견교통권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을 뿐 아니라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규정에 비추어, 구금된 피의자는 형사소송법의 위 각 규정( 제34조 , 제89조 , 제209조 )을 유추·적용하여 피의자신문을 받음에 있어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고 그러한 경우 수사기관은 이를 거절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이렇게 해석하는 것은 인신구속과 처벌에 관하여 “적법절차주의”를 선언한 헌법의 정신에도 부합한다 할 것이다.
(2)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인정됨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데, 위 권리는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교통을 통하여 실현될 수 있는 것이므로 형사소송법은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해 주기 위하여 제89조 및 제209조 에서 구속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타인과의 접견교통권을 규정하는 한편, 이를 더 확실히 보장하기 위하여 제34조 에서는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의 접견교통권을 규정하고 있고, 변호인의 구속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의 접견교통권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 자신이 가지는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과는 성질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권리라고는 할 수 없고, 형사소송법 제34조 에 의하여 비로소 보장되는 권리이지만,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인권보장과 방어권행사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므로, 수사기관의 처분 등에 의하여 이를 제한할 수 없고, 다만 법령에 의하여서만 제한이 가능하다( 대법원 2002. 5. 6.자 2000모112 결정 등 참조).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의 한 내용을 이루는 권리로서 변호사라는 전문직업인의 양심과 정의, 직업상의 윤리적 요소가 가미된 인격체로서의 변호사 개인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이고, 이는 민법 제751조 가 정하고 있는 인격적 법익의 하나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침해는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3) 소결
원고 1의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권리 및 원고 2 등의 피의자신문시 참여권이 인정됨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 대한민국의 소속 공무원으로서 위 사건의 주임검사인 피고 4가 이에 대한 판단을 잘못 하여 위와 같이 원고 2 등의 원고 1에 대한 피의자신문 참여를 불허한 처분은 앞서 본 바와 같은 구속된 피의자 및 변호인들의 위 각 권리를 침해한 위법한 행위라 것이라 할 것이고, 이에 관한 위 피고의 과실도 인정되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그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다. 피고 대한민국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의자신문참여를 제한할 정당한 사유의 존재 주장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1은 국가보안법위반 혐의 외에 소외인에 대한 손해배상소송과 관련된 소송사기미수죄, 기획입국행위자 및 동조활동자로서의 각 죄에 대하여 각 고발이 제기된 상태여서 다른 피의자들과의 공동수사가 불가결하였으므로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할 경우 다른 피의자의 도주나 증거인멸이 염려되는 상황이었으며, 또한 원고 1에 대한 수사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밀사항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대외적인 공표 우려 때문에 변호인의 참여를 무제한 허용하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원고 1의 변호인은 구속 수사 이전인 2003. 10. 13. 실제로 변호인참여가 허용된 가운데 이루어진 피의자신문조서 작성 중에 수사의 방해를 야기한 사실도 있었으므로, 이 사건의 경우에는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를 제한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먼저, 변호인의 피의자신문권참여권을 제한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구금된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형사소송법 제209조 , 제89조 등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라 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보장된 다른 기본권과 사이에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시 무제한적으로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 또한 헌법이 선언한 적법절차의 정신에 맞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하는 등의 염려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3. 11. 11.자 2003모402 결정 참조).
이 사건의 경우를 보건대,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 1에 대한 위 각 피의자신문과정에 앞서 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위법성에 관한 주장
피고 대한민국은 다시, 가사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대법원의 판례(2002. 2. 22. 선고 2001다23447) 에 비추어 볼 때 구금된 피의자의 신문에 변호인의 참여를 불허하는 처분은 구금에 관한 처분으로서, 그에 관한 검사의 판단이 그 당시의 자료에 비추어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그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인데, 검찰의 ‘변호인의피의자신문참여운영지침’ 제2조 제5항에서는 ‘기타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를 불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원고 1의 경우에는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할 경우 다른 피의자의 도주나 증거인멸이 염려되는 상황이었을 뿐 아니라 국가안보에 관한 내용이 대외적으로 공개될 우려 또한 있었으며, 수사검사로서는 이전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변호인과의 접견을 허용하는 등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참여권을 제한하려고 최선을 다했으므로, 관련 지침에 따라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참여를 불허한 검사의 처분을 그 당시의 자료에 비추어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위 처분은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헌법 및 형사소송법의 해석상 위와 같이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이 인정되고, 이 사건의 경우는 이를 제한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음은 위에서 살핀 바와 같고, 이 사건의 경우가 변호인의피의자신문참여운영지침에 정한 제한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다소 의문이 있을 뿐 아니라, 위 운영지침의 규정은 판단에 참고자료가 될 수는 있겠으나 그 자체로써 위 권리를 제한하는 근거가 되거나 그 제한조치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법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위 각 불허처분은 위법하다 할 것이니, 위 주장도 이유 없다(피고 대한민국이 위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는 위 대법원 판례는 수사기관의 폭넓은 재량이 인정되는 수사 및 공소 제기에 관한 위법성 판단에 대한 것으로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의 허부 결정에는 수사 및 공소 제기의 경우와 같은 폭넓은 재량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안에 위 대법원 판례의 판단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3) 과실에 관한 주장
다음으로, 피고 대한민국은, 현행법상 명문규정이 없고 일반적으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여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 운영지침에 따른 검사의 이 사건 참여불허처분에 고의,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설시한 바와 같이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 제한은 위법하다 할 것이고, 담당 검사는 법률전문가로서 헌법과 관련 형사소송법 규정이나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에 관한 기존의 판례의 내용을 숙지하고 있었던 점, 2003. 11. 3.과 4.의 각 불허결정에 앞선 2003. 10. 31.에는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를 허용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법원의 결정도 내려진 바 있었던 점, 이 사건과 같은 중요 사건일수록 오히려 변호인의 참여권 보장의 중요성 또한 커지는 점에,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에 관하여 앞서 본 판단의 근거 및 내용과 위에서 살핀 이러한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위 피고로서는 이러한 경우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주의를 기울었더라면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하여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결국 피고 4 등의 직무집행상의 위법행위가 인정되는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 4 등이 위와 같이 법규의 해석을 그르쳐 위 권리를 침해하였다면 이에 대해 과실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위 주장도 이유 없다.
(4) 피고 대한민국은, 위 각 불허처분은 모두 변호인의 신청에 대한 것이며, 원고 1이 변호인의 참여를 요청한 바는 없으므로, 위 불허처분으로 인해 원고 1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는 취지로도 다투나, 원고 2 등은 원고 1을 대리하여 원고 1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실현을 위하여 이를 신청한 것이고, 피고들이 이를 불허함으로써 원고 1의 위 권리가 침해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라.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그렇다면,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위와 같이 그 소속 공무원이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함으로써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고, 나아가 그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수액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은 변호인 및 구속피의자의 피의자신문에서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중요성, 피의자신문참여 거부처분의 경위와 그 후의 결과, 피의자신문에의 변호인의 참여권의 침해의 정도, 그간의 관행, 수사 과정에서의 헌법이념의 구현의 필요성 등의 여러 사정 및 피의자신문에의 변호인의 참여권 침해로 당시 구속되어 있었던 원고 1의 정신적 충격이 변호사들인 나머지 원고들의 그것보다 더 컸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위자료로서 원고 1에게 500만원, 나머지 원고들에게 각 1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1에게 500만원, 원고 2, 3, 4, 5에게 각 100만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위 최종 거부처분일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2003. 11. 4.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05. 8. 4.까지는 피고 대한민국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므로 민법에 정해진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 정해진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원고들의 피고 2 등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인정사실
공무원인 피고 4가 직무와 관련하여 원고 1의 피의자신문에 관하여 변호인인 원고 2 등의 참여를 불허하는 결정을 하였고, 위 결정이 위법한 것임은 위에서 살핀 바와 같다.
나.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위 불허처분에 관하여 피고 2 등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있었고, 또한 이들은 위 불허처분에 관하여 객관적 관련성을 가지므로 이들 모두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피고 대한민국과 연대하여 원고들의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 고의 및 중과실에 대한 판단
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 등이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지만, 공무원에게 경과실 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 제29조 제1항 본문과 단서 및 국가배상법 제2조 의 입법취지에 조화되는 올바른 해석이라 할 것인데( 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전원합의체판결 참조), 원고들은, 일반 공무원에 비해 고도의 법률지식을 갖춘 법률전문가인 검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기본권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내용과 범위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고 또한 알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인식에 위반하거나 그 인식을 중대하게 게을리한 결과 수사편의주의 내지 탈법적인 의도 하에 이 사건 각 처분을 행하였으므로, 위 피고들에게는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 2 등의 공모 여부를 살피기에 앞서 먼저 위 피고들의 고의, 중과실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들 제출의 증거들만으로 위 피고들에게 위 불허결정에 관하여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다음으로 위 피고들의 중과실 여부에 관하여도 보기로 한다.
이 경우 공무원의 중과실이라 함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 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 할 것인데(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다65929 판결 참조),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에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고 외국의 경우도 일부 국가에서만 이를 인정하고 있는 점, 위 권리는 제한할 수 있으나 그 제한의 기준에 관해서는 헌법이나 법률에 구체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검찰예규에도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에 대한 제한사유를 열거적으로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위 규정 또한 그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그 구체적 해석에 관해서는 검사 개개인의 판단에 맡겨져 있는 점, 피고 4는 위 검찰예규를 근거로 원고들의 피의자신문참여신청에 대하여 불허결정을 하였으나 2003. 11. 11. 대법원의 결정이 이루어진 후에는 이를 허용한 점 등의 사정에, 공무원의 공무집행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의·중과실의 경우에만 공무원 개인이 책임을 지도록 한 국가배상법의 취지와 중과실에 관한 법리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 4에게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관련 규정 및 위 검찰예규의 해석과 판단에 있어서 그릇된 판단을 내린 직무상의 과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검사가 변호인들의 피의자신문 참여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기울여야 할 통상의 주의의무를 현저하게 결여한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나머지 피고들의 공모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원고들의 위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며, 원고들의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