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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도4391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일부인정된죄명:뇌물수수)·뇌물수수][미간행]
판시사항

[1] 법원이 범죄사실에서 인정되지 않은 사실에 관하여 몰수나 추징을 선고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범죄사실에서 뇌물의 액수를 특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추징을 선고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공무원이 수수한 금품에 직무행위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다고 보아, 수수한 금품 ‘전액’이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 수수한 뇌물이라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심상구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2005. 6.경 공소외 1로부터 교부받은 4,000만 원 속에는 2005. 2. 16.자 진동·서림간 도로 확·포장공사의 설계변경 승인 및 그에 따른 공사대금변경계약(이하 ‘2005. 2. 16.자 변경계약’이라 한다)과 관련하여 편의를 제공해 준 데에 대한 사례금 명목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뇌물수수죄에 있어서의 직무관련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2005. 6.경 알펜시아리조트 조성공사와 관련하여 4,000만 원을 수수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 즉 피고인이 공소외 2를 GS건설 주식회사(이하 ‘GS건설’이라 한다)의 상무에게 소개해 준 2005. 6.경 당시 피고인은 강원도 건설방재국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알펜시아리조트 조성공사는 강원도가 아닌 강원도개발공사가 발주한 점, 관계 법령 및 강원도개발공사의 정관상 강원도개발공사에 대한 감독권한 및 사장 임면권 등이 강원도지사에게 유보되어 있기는 하나, 강원도개발공사와 관련하여 강원도지사를 보좌하는 것이 피고인의 담당업무가 아니고, 피고인이 강원도개발공사 임직원들에게 주식회사 대림종합건설(이하 ‘대림종합건설’이라 한다)의 GS건설 컨소시엄 참여를 청탁한 바도 없는 점, 2005. 6.경 당시 GS건설은 알펜시아리조트 조성공사의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였을 뿐 강원도개발공사와 사이에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기도 전인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GS건설에 대림종합건설의 컨소시엄 참여를 청탁한 행위가 피고인이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라거나,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라거나, 관례상 또는 사실상 소관하는 직무행위라거나,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직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위와 같은 청탁의 대가로 공소외 2로부터 금원을 수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가 피고인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한 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뇌물수수죄에 있어서의 직무관련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원주시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과 관련하여 2,500만 원을 수수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원주시장의 대림종합건설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무마하였다는 명목으로 공소외 3으로부터 2,500만 원을 교부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강원도 건설방재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피고인이 원주시장의 대림종합건설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 무마를 청탁하는 행위는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이고, 알선수뢰죄는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그 구성요건을 완전히 달리할 뿐만 아니라, 이 부분 공소사실의 기재에 의하면, ‘강원도 건설방재국장인 피고인이 원주시 건설도시국장을 통하여 대림종합건설로 하여금 원주시로부터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받지 않도록 한 데 대한 사례금 명목으로 2,500만 원을 교부받아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것으로서, 거기에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취지의 공소사실이 당연히 포함된 것으로 볼 수도 없으므로, 원심으로서는 특별히 공소장의 변경이 없는 한 알선수뢰의 점에 대하여까지 적극적으로 심리·판단할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원심이 이를 심판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심판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2. 직권으로 본다.

가.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은 2005. 2. 16.자 변경계약과 관련하여 편의를 제공해 주고, 알펜시아리조트 조성공사와 관련하여 GS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 준 데에 대한 포괄적인 사례금 명목으로, 2005. 6.경 대림종합건설의 명예회장인 공소외 1로부터 4,000만 원을 교부받아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2005. 2. 16.자 변경계약과 관련한 편의제공은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이 있으나, GS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 준 행위는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한 다음, 이와 같이 직무행위에 대한 보수 또는 사례와 직무 외의 행위에 대한 보수 또는 사례가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경우, 직무 외의 행위에 대한 보수 또는 사례가 직무행위에 대한 보수 또는 사례에 비하여 그 비중이 높다고 평가되지만, 각 해당 부분의 크기를 객관적인 자료에 따른 증명에 의하여 구분하기 어려운 때에는 제반 사정을 고려한 평가에 의한 추정에 따라 구분되어야 함을 전제로, 그 판시와 같은 사정, 즉 2004. 4. 14.자 진동·서림간 도로 확·포장공사에 대한 설계변경 승인 및 그에 따른 공사대금변경계약(이하 ‘2004. 4. 14.자 변경계약’이라 한다)에 의한 대림종합건설의 지분 상당 공사대금 증액분이 2,589,324,000원인데 그에 대한 대가로 피고인이 수수한 금원이 3,500만 원인 점, 대림종합건설 측에서 보아 진동·서림간 도로 확·포장공사는 이미 계약이 체결되어 있는 상태임에 비하여 GS건설 컨소시엄 참여는 새로운 사업인 점, 2005. 2. 16.자 변경계약에 의한 대림종합건설의 지분 상당 공사대금 증액분이 1,475,535,300원인 반면 GS건설 컨소시엄이 낙찰받은 알펜시아리조트 조성공사 중 대림종합건설의 지분 상당액은 20,235,600,000원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2005. 6.경 수수한 4,000만 원 중, GS건설 컨소시엄 참여와 관련된 사례는 3,000만 원, 2005. 2. 16.자 변경계약과 관련된 편의제공에 대한 사례는 1,000만 원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하면서도, 해당 적용법조를 정함에 있어서는 뇌물의 가액을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2005. 2. 16.자 변경계약과 관련한 편의제공에 대한 대가로 액수 미상의 뇌물을 수수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하여 형법 제129조 제1항 소정의 뇌물수수죄를 적용하였고, 다만, 추징을 함에 있어서는 피고인이 수수한 4,000만 원 중 2005. 2. 16.자 변경계약과 관련된 편의제공에 대한 사례가 1,000만 원이라고 보아 1,000만 원을 추징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1,000만 원을 추징한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형법 제134조 의 몰수나 추징을 선고하기 위하여는 몰수나 추징의 요건이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과 관련되어 있어야 하므로, 법원으로서는 범죄사실에서 인정되지 아니한 사실에 관하여는 몰수나 추징을 선고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해당 적용법조를 정함에 있어서는 뇌물의 가액을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2005. 2. 16.자 변경계약과 관련한 편의제공에 대한 대가로 액수 미상의 뇌물을 수수하였다고 판단하면서, 추징을 함에 있어서는 피고인이 수수한 4,000만 원 중 2005. 2. 16.자 변경계약과 관련된 편의제공에 대한 사례가 1,000만 원이라고 보아 1,000만 원을 추징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으로서는 범죄사실에서 수수한 뇌물의 액수를 특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상, 추징을 함에 있어서도 그 추징의 대상이 되는 뇌물의 액수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추징을 선고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추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에서 원심판결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나아가, 원심이 2005. 2. 16.자 변경계약과 관련한 편의제공이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이 있다고 보면서도, 그로 인한 뇌물의 가액을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위와 같은 편의제공에 대한 사례금 명목으로 액수 미상의 뇌물을 수수하였다고 본 조치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쉽사리 수긍할 수 없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 즉 피고인은 2005. 2. 16.자 변경계약 및 GS건설 컨소시엄 참여와 관련하여 그즈음 공소외 1로부터 4,000만 원을 교부받았는데, 피고인이 위 4,000만 원을 수회에 걸쳐 수수한 것이 아니라 이를 한꺼번에 수수한 점, 위 4,000만 원을 교부하는 공소외 1은 물론이고 이를 수수하는 피고인에게 위 4,000만 원 중 일부는 2005. 2. 16.자 변경계약에 대한 대가로, 나머지는 GS건설 컨소시엄 참여와 관련한 대가로 나누어 교부하거나 수수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4,000만 원은 2005. 2. 16.자 변경계약에 대한 대가와 GS건설 컨소시엄 참여에 대한 대가가 불가분적으로 결합된 것으로서, 이는 그 전체가 2005. 2. 16.자 변경계약 및 GS건설 컨소시엄 참여와 사이에 각각 대가관계 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할 것이고, 그 경우, 피고인이 직무행위인 2005. 2. 16.자 변경계약과 관련한 편의제공에 대한 대가로 수수한 뇌물은 4,000만 원 전액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수수한 위 4,000만 원의 수수 명목에 관하여 좀 더 심리한 다음, 직무행위인 2005. 2. 16.자 변경계약에 대한 대가로서의 뇌물의 액수를 확정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피고인이 수수한 4,000만 원 중 2005. 2. 16.자 변경계약과 관련한 편의제공에 대한 대가를 객관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위와 같은 편의제공에 대한 사례금 명목으로 액수 미상의 뇌물을 수수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뇌물의 개념 및 뇌물액수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이 역시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3. 파기의 범위

따라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중 2005. 2. 16.자 변경계약과 관련하여 액수 미상의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이고, 한편,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과 피고인이 상고이유로 삼지 아니한 2004. 4. 14.자 변경계약과 관련하여 3,500만 원을 수수하였다는 점에 대한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다음, 이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보아 피고인에게 1개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모두 파기될 수밖에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김용담 안대희 신영철(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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