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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8. 27. 선고 2020도8615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미간행]
판시사항

검사가 일부 유죄, 일부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단순히 ‘양형부당’이라는 문구만 기재하였을 뿐 그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은 경우, 항소심이 제1심판결의 유죄 부분의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파기하고 그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5호 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 때’를 항소이유로 할 수 있는 사유로 규정하고, 형사소송규칙 제155조 는 항소이유서에 항소이유를 구체적으로 간결하게 명시하도록 규정한다. 위 규정에 의하면, 검사가 제1심 유죄판결 또는 일부 유죄, 일부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단순히 ‘양형부당’이라는 문구만 기재하였을 뿐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면, 이는 적법한 항소이유의 기재라고 볼 수 없다. 한편 검사가 항소한 경우 양형부당의 사유는 직권조사사유나 직권심판사항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경우 항소심은 검사의 항소에 의해서든 직권에 의해서든 제1심판결의 양형이 부당한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할 수 없고, 따라서 제1심판결의 유죄 부분의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파기하고 그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 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7도8117 판결 ,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9824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① 피고인이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타르타르산염과 클로나제팜 성분이 포함된 약물을 복용하고 승용차를 운전하였으며, ② 위 운전 당시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피해자 공소외인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충격하여 피해자 공소외인과 그 동승자 등에게 상해를 입게 함과 동시에 피해자 공소외인의 운전차를 손괴하고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들을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하였다는 것이다.

나. 제1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약물의 영향에 의하여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죄와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죄를 유죄로 인정하여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였다.

다. 검사는 제1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항소하였다. 그런데 검사가 제출한 항소장 중 ‘항소의 이유’란에는 “피고인의 교통사고 발생 직후의 진술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교통사고 발생 당시 약물을 복용하여 그 효능이 미치는 상태에서 운전하였음이 충분히 인정되는바, 원심은 본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오인하여 무죄를 선고한 위법이 있으므로 항소를 통해 이를 시정하고자 함(위 일부 무죄가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전체의 양형도 부당함)”이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 양형부당에 관하여 구체적인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라. 검사가 법정기간 내에 제출한 항소이유서 제3항 제목 부분에 ‘항소이유’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제3항 본문의 내용 부분에는 주로 제1심판결 중 도로교통법 위반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에 관한 이유가 기재되어 있고, 양형부당에 관해서는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약물의 영향에 의하여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 있었으므로 원심은 본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전부 유죄를 선고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오인하여 이를 그르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며, 결국 그 죄질에 비해 1심의 선고형은 과경할 뿐만 아니라 위 사실오인에 따른 일부 무죄가 선고되었기에 결과적으로 전체의 양형도 부당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이는 무죄 부분이 유죄로 인정될 것을 전제로 한 양형부당 주장에 불과하다), 제1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부당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항소이유서 결론 부분에도 “위와 같은 이유에서 원심의 판결은 공소사실에 관한 사실을 오인하고, 이에 원심 선고형량이 지나치게 가벼우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원심 검사 구형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 제1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부당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마. 검사는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2019. 11. 27.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항소이유서를 진술한 다음, 항소이유의 요지로 ‘무죄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 및 전체에 대한 양형부당을 항소이유로 주장한다.’고 진술하였다.

바. 원심은 제1심판결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이유는 배척하고, 제1심판결 유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이유는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유죄 부분을 파기한 다음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6월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검사는 제1심판결 유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양형부당’이라고 기재하였을 뿐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으므로, 제1심판결 유죄 부분에 대하여 적법한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를 기재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은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으로든 직권으로든 제1심판결 유죄 부분의 양형이 부당한지 여부를 심리·판단할 수 없으므로, 제1심판결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이상, 피고인에 대하여 제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나. 그럼에도 원심은 제1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검사가 적법한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를 제시하였음을 전제로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제1심판결의 양형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제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검사의 적법한 항소이유 기재 방식, 항소심의 심판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박상옥 노정희 김상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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