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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8.6.8. 선고 2017고합1294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사건
피고인

A

검사

소재환(기소), 김영남(공판)

변호인

변호사 이준호(국선)

판결선고

2018. 6. 8.

주문

피고인을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5. 4. 16.경 서울 중구 B 빌딩 10층 C에서 피해자 D에게 "정부에서 관리하는 창고에 한국은행에 등록되지 않은 8조 원이 있다. E에게 현금 5억 원을 주면 미등록된 돈을 가지고 나와 등록하여 사용할 수 있다. 5억 원을 빌려주면 일주일 이내 갚고, 나중에 사업자금 300억 원을 마련해 주겠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피고인은 2014. 4. 18.경 FO로부터 "피고인이 'E이라는 사람이 한국은행 미등록 화폐 8조 원을 갖고 있다. 순천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데 이를 서울로 이전하여 처리하기 위한 비용이 필요하니 운송비를 빌려주면 돈을 갚고 사업자금도 지원해 주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여 사기를 당하였다."라는 내용으로 고소를 당하여 수사를 받으면서, '나도 E에게 속았다. E을 고소하겠다'라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이미 E의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피고인도 잘 알고 있었다.

나아가 차용 당시 이미 여러 사람들로부터 수억 원을 차용하여 E에게 교부하였으나, 실행이 불가능한 사업으로 회수될 가능성도 없고, 세금도 체납하고 있던 상황이었으므로,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더라도 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도 없었다.

결국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5. 4. 16, 수표로 4억 5,000만 원을 교부받고, 피고인 명의 계좌로 2015. 4. 17.(공소장에는 '2015. 4. 18.'로 기재되어 있으나 오기임이 분명하다)부터 2015. 5. 8.까지 9,000만 원을 송금받는 등 합계 5억 4,000만 원을 교부받아 편취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D, E(일부)의 각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각 일부 검찰 피의자신문조서(G, H의 각 일부 진술부분 포함) 및 그에 첨부된 판결 사본, 통장 사본

1. E에 대한 각 일부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사본 중 피고인의 일부 진술부분

1. 피고인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D, G(일부), H(일부), E(일부)의 각 진술 부분

1. H에 대한 일부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및 그에 첨부된 H의 일부 진술서

1. I, D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피고인에 대한 일부 경찰 진술조서 사본(증거기록 제102면 내지 제110면)

1. 피고인의 고소장 사본

1. D의 고소장 및 그에 첨부된 수표 사진, 차용증서, 인감증명서, 약속어음, 피고인의 확인서 각 사본

1. 수사보고(피의자 A에 대한 불기소결정서 및 피의자신문조서, E 진술조서 등 첨부) 및 그에 첨부된 각 불기소결정서 사본, E에 대한 일부 검찰 진술조서 사본, 피고인에 대한 각 일부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사본(F의 진술부분 포함), 수사보고(고소인자료 제출) 및 그에 첨부된 예금거래내역서, 수사보고(전자금융 이체결과 확인서 첨부) 및 그에 첨부된 전자금융 이체결과 확인서, 입출금 거래내역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구권화폐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고 한다)과 관련한 명목으로 5억 4,000만 원(이하 '이 사건 금원'이라고 한다)을 차용한 사실은 있으나, 피고인은 이 사건 사업이 실제로 존재하고 차질이 없다는 E의 말을 믿고서 피해자로부터 차용한 위 금원을 E에게 전달한 것일 뿐이므로,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2. 판단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 범의는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다.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416 판결).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검사 제출의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적어도 미필적으로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과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피고인의 진술에 따르면 이 사건 사업의 내용은 'E이 정부가 관리하는 창에 보관되어 있는 미등록 화폐와 구권 화폐 합계 8조 원 상당을 밖으로 가지고 나오면, J의 지인인 '영감님'이 위 8조 원 상당의 미등록 화폐 등을 3,200억 원에 매수하여 한국은행에 등록한 후 사용하고, 피고인은 그 대가로 J으로부터 300억 원을 지급받는다는 것'인데, 일반인의 경험칙에 비추어 위와 같은 사업의 내용을 쉽게 믿기 어렵고 실현가능성도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금원을 차용하기 이전인 2013. 8. 23.경부터 2014. 10. 7.경까지 E에게 이 사건 사업의 경비 명목으로 4억 원 이상의 자금을 지급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위와 같이 장기간 돈을 지급하면서도 E이 미등록 화폐를 보유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전혀 알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미등록 화폐의 실물을 확인한 사실도 없었고, E이 접촉하고 있다는 창고관리자를 직접 만나 보는 등 이 사건 사업의 실체가 존재하고 실현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여부를 확인해 보려는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았다(증거기록 제387면, 증인 E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제2면), ③)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E에게 금원을 지급한 경위에 관하여 13,500만 원 · 4,000만 원을 넘겨주면 10일 후에 미등록된 5만 원권 샘플 5억 원 상당을 가지고 나오 겠다'는 E의 말을 듣고 2013. 8. 29.경까지 E에게 3,500만 원을 지급하였으나 E이 샘플을 가져오지 않았다. E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자 E이 '미등록 화폐를 관리하는 사람 중에 독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경비를 더 가져오라고 한다'라고 말하면서 조건을 변경하여 계속해서 금원을 지급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데서 보듯(증거기록 제448면) 이 사건 사업의 내용 자체가 가지는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이처럼 E이 당초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피고인에게 추가적인 금원 지급을 계속해서 요구해 오던 상황이라면, 피고인의 입장에서도 이 사건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정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④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도 F으로부터 '피고인이 2013. 9.경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한 경비 명목으로 3,600만 원을 편취하였다'는 내용으로 형사고소를 당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이에 대한 조사를 받으면서 이 사건에서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K(E을 말한다)가 순천 창고에 한화 구권을 보관하고 있다면서 운반비용을 빌려주면 이익금을 나누어주겠다고 하여 제 돈과 함께 F으로부터 빌린 돈을 지급한 것이다."라고 변소하면서(증거기록 제540면), 제2회 경찰조사(2014. 6. 13.자)에서는 'E을 고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다가(증거기록 제553면), 제3회 경찰조사(2014. 7. 10.자)에서는 'E을 고소하면 돈을 받지 못할까봐 고소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증거기록 제559,560면), 피고인의 이러한 변소가 일부 받아들여져 피고인은 2014. 10. 31.경 위 형사사건에 관하여 E의 소재불명을 이유로 한 참고인중지 불기소처분을 받기도 하였다(증거기록 제517, 518면).

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E에게 상당한 자금을 투입하였음에도 이 사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던 데다가,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한 이유로 제3자로부터 사기죄로 형사고소까지 당하기도 했던 상황이었음에도, 2015. 4. 16.경 그날 처음 만난 피해자에게 불과 4일 뒤인 2015. 4. 20.까지 원금을 변제하고 추가로 300억 원의 사업자금을 대여해 주기로 약속한 후 이 사건 금원을 차용하였는바, 만일 피고인이 위와 같이 단기간에 원금을 모두 변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피해자로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빌려가면서 까지 피고인에게 이 사건 금원을 대여해 주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⑥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금원을 차용할 당시 피고인은 이미 4억 원이 넘는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사업에 따른 수익금 이외에는 피해자에게 5억 4,000만 원의 차용금을 변제할 만한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었다(증거기록 제 494 면).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미필적 고의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 등)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징역 1년 6월 ~ 징역 15년

2.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사기 > 일반 사기 > 제3유형(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특별감경인자] 미필적 고의로 기망행위를 저지른 경우, 피해자에게도 범행의 발생 또는 피해의 확대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특별감경영역, 징역 9월 ~ 4년

[수정된 권고형의 범위] 징역 1년 6월 ~ 4년(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의 하한이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보다 낮으므로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에 따름)

3. 선고형의 결정 : 징역 1년 6월

피고인이 미필적 고의를 넘어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기망하여 금원을 편취할 의도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해자로부터 차용한 대부분의 금원을 E에게 그대로 지급하여 피고인이 실제로 소비하거나 보유한 범죄수익은 편취금액에 비하여 크지 않으며, 불법적인 명목의 자금으로 사용되는 것을 알면서도 그로 인한 이득을 기대하고 금원을 대여한 피해자에게도 이 사건 범행의 발생 또는 확대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등 피고인에게 참작할 만한 정상이 없지 아니하나, 피고인은 2014. 4. 2. 대전지방법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그로 인한 집행유예기간 중이었음에도 또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피해가 상담함에도 그 피해가 전혀 회복되지 아니한 점,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고소를 당한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수사기관에 출석하지 않다가 검거되었고, 이후에도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보기 어려워 범행 후의 정황 또한 좋다고 보기 어려운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직업, 환경, 가족관계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제반 정상을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순형

판사최동환

판사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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